[질문 1] 부처님오신날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부처님오신날의 의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덧붙여, 정치인들이 부처님의 가르침에서 배워야 할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위키백과에 불교를 검색하면 첫 번째 나오는 핵심 교리가 무아(無我)입니다. 자기 소유물을 자기 것으로서 집착함을 금하는 것인데, 내 것이라고 할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가르침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내 몸도 가족도 다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이고, 재산도 내 재산이 아니라 내가 잠시 보관하고 있는 것뿐이지 않습니까.

정치하는 사람도 자신이 갖고 있는 권력, 지위, 자리가 내 것으로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라 잠시 맡았다가 되돌려 주어야 할 것들이라는 생각으로 늘 겸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는 가장 중요한 가르침이 아닐까 합니다.

[질문 2] 기시다 총리가 내한했습니다. 지난 정상회담에서 우리가 얻은 것은 무엇인지, 한일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박진 외교부 장관은 ‘컵에 물이 반 이상 찼다’라며 일본에 절반의 역할을 요구했지만, 일본 정부는 사흘 만에 강제 동원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부인했습니다. 일본은 남은 반 컵에 후쿠시마 오염수를, 사도광산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로 채울 것입니다.

사도광산은 1500명의 노동자들이 끌려가서 강제 노동을 했고, 아직도 상처가 회복되지 않은 아픈 기억이 있는 산업유산입니다.

그것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하겠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군함도를 비롯한 산업 유산들에 대해 유네스코가 조선인 강제 노동에 대한 기록을 분명히 게재하라고 했는데 아직도 정확한 강제노동의 사실을 기록하지 않고 있습니다. 거기다가 사도광산도 다시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하겠다고 합니다.

일본은 외교적 완승, 우리는 완패한 외교적 참사라고 봅니다.

[질문 3] 양금덕 할머니를 비롯해 강제징용 관련, 정부에서 ‘제3변제’를 얘기하고 있습니다. 이게 맞다고, 실현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1944년 당시 양금덕 할머니, 김성주 할머니는 14세의 어린 소녀였습니다. 그들은 일본의 협박을 받고 근로정신대에 지원하게 되었고 미쓰비시 중공업 나고야 항공기 제작소에서 일하는 동안 그 연령에 비해 가혹한 노동을 했고, 빈약한 식사, 외출과 편지의 제한, 급여 미지불이 있었다고 미쓰비시 중공업 측에서도 인정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대통령은 피해자의 명예 회복을 위해 일하지 않고 가해국의 명예회복을 위해 일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은 피해자의 권리를 지켜주기 위해 일하지 않고 가해 기업의 권리를 지켜주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이제 94살의 노인이 된 피해자의 처지를 살피려 하지 않고 가해국 총리의 입장을 먼저 살피고 있습니다.

당사자 동의 없는 제3변제가 어떻게 가능하겠습니까. 정부 주도하에 국내 기업이 명분 없이 재단에 출연하고 구상권을 청구하지 않는다는 것이 가능하겠습니까. 사법부가 어렵게 내린 결단을 행정부가 한순간에 휴지 조각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참 심각한 문제라고 보고요. 국민의 권리, 국민의 인권, 국민의 존엄을 지키지 못했다는 점에서 굴욕외교라 생각합니다.

[질문 4] 한미일 삼각 군사동맹 체제 강화에 대해 어떻게 보십니까?

북한의 핵 고도화, 미·중 전략 경쟁의 격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안보 환경의 변화에 대응한다면서 대미·대일 관계에 다걸기를 하고 있는데, 북한의 핵과 미사일 고도화와 맞물려 정전체제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전쟁 위기까지 초래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가 있습니다.

북-중-러 대륙 세력과 해양 세력이 대립하게 되는 것인데, 대립과 충돌 구도로, 군사적 충돌로 가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국제관계에서는 영원한 적도 친구도 없습니다. 균형 잡힌 외교를 해야 하는데 걱정이 큽니다.

[질문 5]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지 1년이 됩니다. 지난 1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지지자들은 제일 잘한 것을 외교라고 하지만, 일반 국민들은 제일 못한 것을 외교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대결 국면으로만 몰아가고, 미국에 도청당해도 항의 한 번 못하고, 일본이 사과를 안 하는데도 당당하게 얘기 한 번 못하고 있지 않습니까?

미국과의 정상회담을 보아도,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협약을 맺은 것처럼 얘기하지만 미국은 바로 아니라고 했습니다. 핵 문제에 대한 단호한 대처는 예전 정부부터 해 왔던 것입니다. 빈 껍데기만 요란한 외교 정책에 국민들이 실망하고 있습니다.

노동개혁, 연금개혁, 교육개혁 3대 개혁을 내세우고 있지만, 대안으로 내놓고 있는 게 없습니다. 경제가 어려운데 사람이 분신할 정도로 몰아세우기만 하는 노동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교육 정책도 모두 25년 이후로 미뤄놓았습니다. 어떤 사안이 생기면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를 푸는 게 아니라 압수수색하고 검찰 수사하는 것에만 몰두하고 있습니다. 검사들에 의한 검사들의 나라가 되어가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큽니다.

기후위기, 지구소멸로 가지 않는 것도 가장 시급한 문제 중 하나인데, 이 문제도 5년 뒤 다음 정부로 미뤄놓았습니다.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국회에 <윤석열 정부 1년 – 거대한 퇴행> 포스터가 붙어 있는데요. 국민 삶이 나아져야 하는데 그럴 희망이 보이지 않는 것 같아서 걱정이고요.

부처님 말씀처럼 나라가 전쟁이 일어나지 않아야 하고 백성이 굶어 죽지 않아야 하고 역병으로 쓰러져 죽지 않아야 하는데, 겁탁의 세상이 되지 않게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한데 이런 관점에서 윤석열 정부가 제대로 한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질문 6] 문재인 대통령 다큐멘터리 <문재인입니다>가 개봉하면서 정치적 세력화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의원님께서는 최근 문을 연 평산 책방은 어디까지 관여하고 계신 건가요?

<평산 책방> 이사를 맡고 있는데요. 평산 책방이 문을 열기까지 준비 과정에서 함께 논의한 적은 있지만, 이후 운영에 관여하는 부분은 별로 없습니다. 마을에 운영위원, 직원 등이 별도로 있고요. 문인, 출판인, 서점 관계자분들이 함께 뜻을 모아 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질문 7] 스님이면서 가수를 하다 짧은 생을 마감한 범능스님과 또 도종환 의원님과의 인연을 듣고 싶습니다. 또한 ‘흔들리며 피는 꽃’이라는 좋은 시를 주셔서 노래까지 나왔었는데 그 계기도 듣고 싶습니다.

범능스님은 본래 운동권 노래를 부르던 가수였어요. 스님이 되신 이후 노래가 훨씬 더 좋아졌지요. 시 내용이 약간 불교적 느낌이 있고, 또 아주 서정적인 시인데, 그 시가 범능스님의 포근하고 애절한 목소리에 담으니까 깊고 아름다운 노래가 되었습니다.

범능스님이 노래하고 산사음악회에서 제가 시 낭송했던 시간이 참 좋았습니다. ‘흔들리며 피는 꽃도 먼 산,  바람이 오면, 사람의 마을에 꽃이 진다, 오늘 밤 비 내리고’ 이런 시 노래는 잊지 못합니다.

갑자기 건강이 악화해 세상을 뜨셔서 너무 안타깝고 그분이 노래뿐만 아니라 나무아미타불 하나로 채운 음반이 있습니다. 그것을 한 시간 정도 계속 반복되는 독경 소리를 들으면 눈물이 납니다. 힘이 있어요. 그 목소리에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아름다운 힘과 간절한 힘이 느껴졌던 분이었습니다.

 

[질문 8] 국회 <책 읽는 의원 모임> 대표를 맡고 계시지요? 잠깐 소개 부탁드리고, 국민에게도 책 한 권 추천 부탁드립니다.

국회에서 하는 일들이 대개 해결되기 어려운 갈등을 풀어야 하는 일들이라 힘들고 거칠지요. 첨예한 갈등을 다루다 자칫 언어가 거칠어지기 쉽거든요. 우리가 거칠어지면 나라가 더 거칠어진다는 판단에 시인의 언어, 문학의 언어를 배우자는 취지에서 모임을 만들었습니다. 여야 포함 70여 명의 국회의원이 한 달에 한 번씩 모여서 책을 읽고 토론하고 있습니다.

추천해드리고 싶은 책은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입니다. 스웨덴 출신으로 20대에 눈부신 사회적 성공을 거뒀던 저자가 태국 수도승이 되어 17년간 수행하면서 많은 사람을 불안에서 벗어나 평화와 고요를 되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내용입니다.

2018년 루게릭병 진단을 받고 몸의 기능을 잃어가면서도 세상에 용기와 위로를 전하는 따뜻함을 담고 있습니다.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것, 지나친 확신은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이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고요. 아집과 편견으로 외통수가 되어가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질문 9] 의원님은 선생님도 하셨고, 국회의원도 하시고 또 장관도 하셨습니다. 어느 곳에 계실 때가 제일 힘들고 재미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제일 힘든 일은 정치입니다. 정치는 국가의 운명을 결정하는 중요 결정들을 하는 거잖아요. 전쟁할 것인가 말 것인가, 정치를 잘못하면 난민이 생기고, 전쟁이 나면 굶어서 죽는 일이 생기잖아요. 정치를 잘못하면 역병이 돌았을 때 국민 모두를 죽게 만듭니다. 그래서 부처님이 이런 세상을 겁탁의 세상이라고 했습니다.

이런 겁탁의 세상이 오지 않도록 하는 일이 정치입니다. 앉아서 말싸움하는 정치가 아니지요. 정치는 굉장히 어려운 일이죠.

그리고 한 2,030명 정도 이렇게 말싸움하는 사람들이 대표적인 정치인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이 많죠. 언론을 통해 보는 것이 그러니까요. 그리고 그런 이야기들은 되게 좀 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나는 옳고 상대방은 그르다는 전제로 하니까요.

우리나라는 양당 체제로 돼 있어서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도 30% 내외가 있고, 국민의 힘을 지지하는 전통적인 보수 지지층이 35% 내외가 있어요. 고정적으로 한쪽이 얘기하면 한쪽은 욕하고 비난하죠. 저쪽에서 이쪽 이야기를 참지 않죠. 그러니 양쪽이 다 욕하는 사람들이 70% 정도가 되는 거예요. 합하면 70%가 되는 거죠.

그래서 정치인들이 다 잘못한다고 하는 비난을 감수하면서 중요 결정들을 합니다. 중요한 일, 어려운 일을 결정하는 것이 굉장히 힘듭니다. 그냥 물러나서 조용히 시만 쓰고 사는 것이 제일 쉽고 행복할 듯합니다.

비례대표를 시작으로 일하고 있는데 제 인생에서 ‘헌신하고 희생하는 공적인 일을 해야 하는 시간이다’라고 생각하면서 이 일을 감당하고, 책임지고 있지만 굉장히 힘듭니다. 그리고 실제로 안에 들어와 보면 정말 책임감으로 어려운 일을 감당하고 애쓰는 분들도 굉장히 많습니다.

[질문 10] 지금 아주 혼란한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선생님으로서 우리 국민이 지켜야 할 예절 이것만은 지키며 살자, 하는 예절 하나 말씀해 주시죠.

제일 중요한 건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해 주는 것이어야 한다고 봅니다. 나는 대접받고 싶어요. 그런데 남은 대접해 주지 않고, 조롱하고 비난하고 욕하고 흥분하죠. 내가 남을 존중하지 않는 그 사람의 말을 존중하지 않습니다.

사람은 똑같이 존귀한 존재입니다. 사람 그 자체로서 소중하고 존귀합니다. 어른이든 아이든 남자든 여자든,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다 그 존재 자체로 소중합니다. 다른 사람도 나하고 똑같이 사랑받아야 할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존중하고 존귀한 그런 사회를 우리 한번 다짐해 보면서 도종환 시인의 시 낭송 들으면서 힐링대담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 시 낭송 >

제목 : 흔들리며 피는 꽃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리라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도종환 국회의원 약력]

▷19대, 20대, 21대 국회의원(현)

▷국회 교육위원회 위원(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간사

▷민주주의4.0연구원 이사장

▷더불어민주당 충북도당위원장

▷국회 최순실 등 국정농단 국정조사 특별위원

▷더민주 국정역사교과서저지 특별위원장

▷더불어민주당 교육공정성특별위원

▷더불어민주당 전략공천관리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중앙당 선거관리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중앙당 비상대책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선 선대위 문화강국위원장

▷국회 교육희망포럼 공동대표

▷국회 책 읽는 의원모임 대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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