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군 이원면 장찬리 강영광 전혜숙 부부의 집을 찾아가는 길목, 진달래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온통 분홍 길이다.

그 부부는 옥천군 이원면에서 장찬리 고래마을로 가는 길목에 아담한 둥지를 지어 3년 전에 귀향을 했다.

주인장 강영광 씨와 전혜숙 돌핀스 회장의 정성이 곳곳에서 묻어나는 집이다. 대문으로 들어서자, 두 마리 개가 먼저 꼬리를 흔들며 반긴다. 강영광 씨의 선친이 물려준 땅에 흙을 채워 몇 년을 두고 설계를 해 집을 지었다. 조심스럽게 신발을 벗고 집 안으로 들어섰다. 편백나무 향기가 몸 안으로 훅 밀려든다. 곳곳에 부부가 살아온 흔적들이 잘 다듬어진 예술품처럼 자리 잡고 있다.

강영광 씨와 전혜숙 회장은 칠순을 넘긴 세대였다. 50여 년 전, 부부는 연을 맺었다. 남편은 이원면 건진리에서 나고 자랐으며, 아내는 동이면에서 나고 자랐다. 이원중학교 동문이기도 한 그들 부부는 자연스럽게 사랑의 꽃을 피웠고, 같은 눈빛으로 하나가 되었다.

당시 옥천군 이원면에서 농사를 지어서는 궁핍한 생활을 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영광 씨는 40여는 전, 아내와 어린 자식들을 고향에 두고, 서울 영등포로 올라가 닥치는 대로 돈벌이를 시작했다. 몇 년 후에는 고향에 있던 가족들까지 모두 서울로 데려가 이런 저런 사업을 했다. 몇 번의 실패의 쓴맛을 보았다. 그러다가 지인의 소개로 일회용 돗자리 사업을 시작했는데 성실과 정직 그리고 풀뿌리 근성으로 부부는 밤낮으로 일에 매달렸다. 그리고 나름 성공을 했다. 하지만 단 한순간도 고향을 잊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부부는 고향으로 내려갈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40여년이란 서울 생활을 모두 정리하고 장찬리 고래마을로 들어가는 초입 마을에 둥지를 마련한 것이다.

마을밴드 ‘돌핀스’ 회장으로 불리는 전혜숙 씨, 그녀는 베이스 기타를 배우고 있다. 옥천군 지역 주민 10여명이 모여 마을 밴드 ‘돌핀스’를 결성한 것이다. 회원 10여명은 싱어, 오르간, 색소폰, 기타, 베이스 기타 등, 저마다의 화음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혼신을 다하고 있다. 언젠가 실력을 갖춘 마을 밴드 ‘돌핀스’가 되어 고래마을에 오는 손님들에게 연주를 해보일 계획이다. 지역 순회공연도 꿈꾸고 있다.

옥천군 이원면 장찬리는 1979년 장찬리 저수지 사업으로 마을이 수몰되기 시작했다. 그때 마을 부락은 대부분 물속에 잠겼다. 2013년에는 4대강 사업으로 또 다시 4가구가 수몰되는 바람에 현재는 10여 가구 만이 저수지 언저리에 살고 있다. 장찬리 전 부락은 20여 가구다. 젊은 주민이 없다는 게 너무나 아쉬운 실정이다.

장찬리 마을에는 고래가 없다. 하지만 고래의 울음소리는 바다를 건너 산을 넘어  저수지 안에 고인다. 종종 고래울음소리를 듣고 싶은 사람들 귀에만 고래가 신호를 보낸다.

‘푸우후 푸! 푸우후 푸!’

그렇게 장찬리는 푸른 물결 위로 고래의 울음소리가 퍼진다.

장찬리 저수지는 고래의 형상을 하고 있다. 뒷동산에 올라서서 저수지를 내려다보면 커다란 고래 한 마리가 누워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래서 고래마을이란 별칭을 얻게 된 것이다.

마을이 수몰되자, 주민 대부분 마을을 떠났으며, 80대 이상의 고령자들이 고래마을을 지키고 있다. 그런 그곳에 강영광 전혜숙 부부와 소나무 갤러리를 운영하는 송경숙 조각가가 힘을 합쳐 고래마을은 새롭게 변화해 가고 있는 중이다.

송경숙 조각가는 그곳이 남편의 고향이다. 시아버지가 세상을 뜨자, 구순이 넘는 시어머니를 봉양하기 위해 5년 전에 귀향을 했다. 그리고 장찬리 이장을 맡았다. 송경숙 이장은 ‘소나무 갤러리’를 운영하면서 동네 부락의 온갖 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대학에서 조각을 전공한 조각가이기도 하다. 그동안 갈고 닦는 모든 재능을 장찬리 고래마을을 가꾸는데 쏟고 있어 주민들의 호응이 크다. 공방에는 토우 체험장을 실시하고 있으며, 마을 주민들을 위한 다양한 체험을 기획하고 있다. 작년에는 ‘제1회 고래고래 봄꽃축제’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원면 장찬리는 2018년 농촌진흥청 '농특산물 전시판매 문화공간조성 시범사업' 선정돼 7천만원(국비 3천500만원·군비 3천500만원)을 지원받았다. 마을에 전기 가마를 설치했으며, 장찬고래마을 장터를 열게 되었다. 또한 3부락 마을 권역 사업에 선정되어 저수지 위로 둘레 길과 정자를 설치했다.‘장찬고래마을 장터’는 소나무 갤러리와 한 마당을 쓰고 있으며, 송경숙 이장이 모든 것을 관리한다.

마을 주민이 농사짓고 가공한 도라지, 고사리, 전통장, 발효식초, 복숭아, 포도, 아로니아 등이 판매될 뿐 아니라, 마을 주민 회의와 어르신들이 토우를 만들어 전시 판매를 하기도 한다.

강영광 전혜숙 부부는 70대, 송경숙 이장은 50대 서로 뜻이 잘 맞는다. 그래서 고래마을을 지키는 수문장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마을 주민이 대부분 고령이라서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 하지만 송경숙 이장과 같은 젊은 사람들이 귀농을 한다면, 장찬리 고래마을이 좀 더 활기차고 가능성이 보이는 마을로 거듭날 것이란 생각이 든다.

강영광 전혜숙 부부에게 귀농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부탁했다.

‘마음을 내려놓아한다. 그리고 현 주민들과 같은 위치에서 마을 일에 동참해야한다. 마을의 어려운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앞장을 서서 돕는다.’

그들 부부는 가장 쉬우면서도 가장 어려운 답을 한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더구나 세대 차이가 큰 마을 주민들과 하나가되어 부락을 꾸려나간다는 것은 몹시 난제가 많은 법, 그런데도 그들 부부에게는 송경숙 이장의 든든한 조력자가 있기에 장찬리 고래마을은 미래가 밝다고 말한다.

송경숙 장찬리 이장에게 귀농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부탁했다. 시골로 귀농을 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으며, 우선 경제적 소득이 있어야한다. 장찬리 고래마을처럼 경치가 수려한 곳은 땅값이 만만치 않겠다는 염려의 질문도 함께 했다.

송경숙 이장은 밝은 미소를 지으며 화답을 했다.

‘우리 가족은 시어른들이 장찬리 토박이 이었기에 쉽게 시골로 들어올 수 있었다. 귀농과 귀향을 꿈꾸는 사람들은 먼저 자신들이 가고자 하는 곳에서 먼저 살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젊은 사람들은 그곳에서 소득이 나와야만 정착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찬리 고래마을은 힐링의 마을 부락 즉 관광지로 만들 계획이다. 그래서 마을로 들어오는 길목에 작은 텃밭을 만들어 꽃 심기를 시작했다. 전국 각지에서 후원자들이 모여 고래마을에 자신의 이름표가 붙은 꽃나무를 심는다고 생각하면 너무도 감격스러운 일이다. 점점 후원자가 생겨나고 있다. 또한 이곳 고래마을에 정착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면 얼마든지 상담해줄 생각이다.’

생각이 넓고 후한 송경숙 젊은 이장이 있는 한, 장찬리 고래마을의 미래는 밝다. 비록 80대 이상의 초령자 주민이 대부분이며, 20여 가구의 퍽퍽한 동네 살림살이 지만 언젠가는 용기 있는 젊은 주민들이 찾아온다면, 장찬리 고래마을에 진짜 고래의 울음소리를 들게 될 것이란 희망을 가져본다.

장찬고래마을장터

충북 옥천군 이원면 장찬길 384

지번 이원면 장찬리 324

*장터 연락처: 043-732-3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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