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종하 대전지방교정청장

청주여자교도소는 우리나라 유일의 여자교도소입니다. 여성수용자만을 수용하여 관리하는 관계로 일반교도소와는 다른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을 것입니다. 특히 이곳에 근무하는 여직원원분들이 수고가 큰 것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특수기능교도소”에 근무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고 있는 여러분에게 먼저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하모니 합창단”등 다양한 처우프로그램은 국민들에게 교정을 알리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11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지난 9월 14일 충주구치소를 출발한 “행복투어”의 종착역에 도착한 날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여러분과 이야기 두 마당을 나누려고 합니다.

첫 번째 이야기입니다. 옛날 중국에서 있었다고 합니다. 어떤 청년이 오랜 세월 사부님 밑에서 무술을 배웠습니다. 어느 날 제자를 불러 놓고 “나는 이제 더 이상 가르칠 것이 없다. 너의 실력은 무림의 최고수준이다.

세상에 대한 두려움도 자신에 대한 불안감도 모두 떨쳐 버리고 세상으로 가서 무림을 통일해라. 다만, 한 사람만 조심해라.” “누구를 조심해야 합니까?” 라고 제가 묻자 사부님 왈 “운 좋은 사람”이다.

저는 교도관으로 일하면서 가장 싫어했든 말이 “교도관은 운수직이다.”라는 푸념입니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당”하니까 “운수”에 맡기고 하는 때까지 하자는 말로 들렸기 때문입니다. 수용자라는 사람을 관리하는 우리 업무의 특성상 이해도 되면서 싫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목욕하다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그래, 우리 교도관들은 운이 무지 좋은 사람들이야. 우리도 최선을 다해 일하지만 수용자는 물론 그 가족 등 많은 사람들이 별일 없기는 바라는 그 기운[氣運]으로 인해서 교정 현장의 평온함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여기에 생각이 미치자 지금까지 그렇게 싫은 느낌으로 남아 있든 “교도관은 운수직”이라는 말이 하늘의 음성으로 들렸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너가 잘되기를 바란단다. 그러니 염려하지 말고 맡은 일에 정성을 다하여라. 사람의 정성은 무한대란다. 하늘을 감동시키는 것이지. 너는 참으로 운이 좋은 사람이야.”

저는 운이 참 좋은 사람입니다. 저를 아는 많은 분들이 “좋은 기운”을 보내주십니다. 지금의 저가 있는 것도 개인적인 노력 보다는 많은 분들이 “류 종하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램” 때문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늘 가슴에 품고 사는 감사입니다.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얼마 전에 배추 값이 폭등할 때입니다. 충청도 괴산에서 배추 재배를 하시는 분이 평소 가격으로 배추를 출하했습니다. 몇 배 더 받을 수 있는 상황인데도 배추 값이 폭등하기 전에 예상한 가격으로 말입니다.
이를 이상하게 생각한 기자가 찾아 가서 물었습니다. 왜, 지금 시세대로 비싸게 배추를 팔지 않습니까? 그 분이 대답했습니다. “저는 장사꾼이 아니고 농사꾼입니다.
지금까지 소비자 덕분에 먹고 살았는데, 그 분들의 믿음을 배신할 수 없습니다.“

이 분의 기사를 읽고 자신을 보았습니다. 저 생각 속에는 “장사꾼의 기질”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어떤 결정을 할 때 정도 보다는 저에게 미칠 “불안감”을 먼저 생각 합니다. “만에 하나 무슨 일“이 생기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앞서기도 합니다.

여러분에게는 “농사꾼”이야기를 하면서, 저의 마음속 한 구석에는 “장사꾼 기질”이 발동하기도 합니다. “홍익”을 말하면서도 저가 먼저인 경우도 많습니다. 자신의 진정성에 대하여 자주 성찰하지만 늘 부족합니다.

이제는 최선을 다해 “장사꾼 기질”을 주려나가렵니다. 불확실한 미래에 보다는 내가 오늘 여러분에게 줄 수 있는 “좋은 기운” 전하는 일에 매진하겠습니다. 나와 생각이 다른 모든 분들까지 품을 수 있는 “농사꾼의 마음”을 키워가렵니다.

이 번 현장방문을 통하여 얻은 “결론”입니다.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다. 많은 분들이 좋은 기운을 보내 준 덕분이다. 이제는 내가 빚을 갚아야 한다. 농사꾼의 마음을 품고 받은 기운의 빚 갚는 일에 교도관 마지막 날 까지 최선을 다해야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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