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종하 대전지방교정청장

 

먼저 길고 무더운 여름 동안 수용관리에 최선을 다해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저는 우리 교정조직이야 말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충성스럽고 깨끗한 조직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누구에게도 부끄러움이 없이 당당하게 자랑할 수 있습니다. 그 누구도 대신 할 수 있는 일을 우리가 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저도 잘 할 자신이 없습니다.

국가에서 교정에 대한 부족한 투자와 평소 국민들의 무관심에 비하여 우리는 너무 잘 하고 있습니다. 너무 잘해서 가끔 일이 생기면 “죽일 놈”됩니다. 어떤 경우에도 기 죽어면 안됩니다. 잘못은 책임지더라도 당당해야 됩니다. 나는 여러분을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대전 와서 저가 혼자 살고 있습니다. 혼자 사는데도 뭐가 그리 바쁘고 집안에 할 일이 많은지요. 밥해먹고, 청소하고, 세탁하고, 쓰레기 내다 버리고....일이 끝이 없습니다. 그래서 가끔 생각합니다. 혼자 사는 것도 이리 복잡한데 담 안은 어떨까하고 말입니다.

교도소에서 하루하루가 “이상 없다”는 것은 기적입니다. 이렇게 좁은 담 안에서, 이렇게 많은 특별한 사람들과 별일 없이 하루를 보낸 다는 것이 기적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따라서 여러분들은 “매일 기적을 만드는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모릅니다. 일상이 기적이다 보니까 기적의 의미를 잊어버린 것입니다. 그래서 별일 없으면 정상이고, 뭔가 일이 생기면 잘못한 것이 되고 맙니다. 그러나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별일 없는 것이 기적이고, 일이 생기는 것이 정상이라고요.

저가 청장으로 있는 동안 현장의 여러분을 최대한 대변하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어떻게[how] 그런 일이가 아니고 왜[why] 그런 일이 발생했을까 고민하면서 현장 직원의 입장에서 최대한 배려할 것입니다. 특히 “타소전출”은 더욱 더 신중할 것입니다.

지난 8.28일 발생한 천안교도소 수형자 도주사건도 마찬가지입니다. 대 낮에, 담을 넘어서, 운동근무자가 4명이나 배치되었는데 어떻게 도망을 하면 “직원이 죽일 놈입니다.” 그러나 왜라는 관점에서 보면 “일어 날 수 있다.”입니다. 특히 현장을 보고 더 했습니다.

수용자는 마음으로 늘 담을 넘습니다. 우리는 지킵니다. 그러나 결국은 집중력 면에서 우리가 집니다. 사고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이번에도 3번에 걸친 현장조사 등을 통해서 최대한 직원을 배려하는 조치상신을 했습니다. 그래도 감봉은 무거운 처벌입니다.
교정사고, 내 일입니다. 결코 남의 일이 아닙니다. “사고사례”가 내 것이 되면 내가 가혹한 처벌을 받는 것입니다. 처벌을 받지 않기 위해서 내가 내 생각을 잡아 두어야 합니다. 딴 생각을 하는 순간 수용자에게 지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교정의 최전선을 지키는 전사입니다. 여러분의 수용자를 대하는 말과 태도가 교정의 품격을 나타내는 지표가 됩니다. 여러분의 생각이 교정의 가치를 결정합니다. 우리 스스로 내가 대표 교도관이란 생각으로 수용자를 대해야 합니다. 쪽팔리지 말아야 합니다.

저가 대접 받고 싶은 대로 여러분을 대접하려고 노력합니다. 여러분도 여러분이 대접 받고 싶은 대로 수용자를 대하기 바랍니다. 우리 모두가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업무에 임할 때 교정에도 “행복한 변화”가 일어 날 것으로 확신합니다.

여러분의 긍정적인 말 한 마디가 수용자에게는 희망이 됩니다. 여러분의 세심한 귀 기울임이 수용자에게는 용기가 됩니다. 여러분의 따뜻한 시선이 수용자에게는 위안이 됩니다. 여러분에게는 그 어떤 권한 보다 더 큰 힘이 있습니다.

여러분의 입과 귀와 눈이 수용자에게는 가장 큰 힘이 됩니다.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는 힘을 여러분이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시선이 권력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결국 여러분의 생각이 어디에 머물고 있느냐가 여러분 힘의 강도를 결정할 것입니다.

자신을 사랑하십시오. “내게 사랑이 있으면” 해결하지 못할 일이 없습니다. 일을 사랑하고, 함께 하는 사람을 사랑하세요. 교도관의 꿈을 품고 교도관식으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십시오. 우리에게 힘은 우리들의 교정의 가치에 대한 온전한 생각에서 나온다고 믿습니다.

즉 힘은 누가 주는 것이 아니고 우리의 생각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우리 생각이 우리 가치를 결정합니다. 그리고 생각한 것을 말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교정의 미래, 우리들의 생각에 달려 있습니다. 한 사람이 꾸면 꿈이지만 모두가 꾸면 현실이 됩니다.

우리는 교정공무원입니다.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수용자와 함께 하는 공무원으로 가져야 할 꿈이 있어야 합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어떤 경우에 도 우리는 수용자 편이여야 합니다. 국가인권위원회, 법무부 인권국, 시민단체 등 많이 있지만 모두가 돌아가고 나면 수용자 앞에는 우리 밖에 없습니다.

수용자들이 왜 우리를 귀찮게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특별히 어느 직원이 미워서가 아닙니다. 외롭고, 힘든데 수용자 눈에는 직원만 보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나 좀 바 달라는 아우성 아닐까요. 우리는 수용자의 입장에서 이야기해야 합니다. 우리들의 존재 의미는 수용자로부터입니다.

지난 전국기능경기대회에서 청주교도소 수용자가 게임개발 부분에서 금메달을 수상했습니다. 저도 인천 경기장에 가서 그 수용자를 만나 보았습니다. 저는 악수를 하면서도 “게임개발”은 아니야 였습니다.
그런데 그 수용자가 금메달을 획득했습니다. 이것이야 말로 기적입니다. 대전 청이 1등입니다. 너무 감사해서 수상자와 가족 그리고 관계 직원들을 모시고 파티를 했습니다. 정말 감사한 일입니다. 기능대회 수상자들이 우리를 폼 나게 해준 것입니다.

한 가지만 꼭 부탁드립니다. 그 어떤 경우에도 나와 수용자를 비교하지 마십시오. 교도관은 수용자의 비교 대상이 아닙니다. 나를 수용자와 비교하는 순간, 나는 수용자와 동급이 됩니다. 수용자는 우리들의 관리 대상입니다. 우리는 모두가 리드입니다.

저는 장관님께서 부산교도소에 가셔서 수형자와 점심을 함께 하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교도관으로 창피했습니다. 지금까지 교정본부장이, 청장은 고사하고 소장도 수용자와 식사를 같이한 경우는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소장면담도 거부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수용자에게 잘해주라면 서운해 합니다. 잘해준다는 말의 의미를 오해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나, 그러나 말입니다. 우리가 수용자에게 잘해 주지 않으면 누가 잘해 줍니다. 인권위입니까, 시민단체입니까. 우리가 먼저 해야 합니다. 우리가 교정의 주인이 되는 길입니다.

여러분. 이제 말을 맺으려 합니다. 우리는 교도관입니다. 일 년에 수천 억 원 봉급을 지급하면서 나라에서 우리를 고용한 목적이 있습니다. 우리는 교도관식으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우리 생각의 중심에 수용자를 품어야 합니다.

담 안을 사람이 살 만한 공간으로 만들어 가야 합니다. 교정은 대상이 사람입니다. 따라서 아무리 좋은 교정정책도 사람을 잃어 버려면 교정의 존재의미를 상실하는 것입니다. 사람이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대한민국 교정은 “인간교정”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직원과 수용자가 입장과 처지는 다를 뿐 함께 어울릴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 모두의 생각만 모은다면 가능하다고 봅니다. 한 사람이 꾸면 꿈이지만, 모두가 꾸면 현실이 된다고 합니다. 수용자의 95%가 우리 편 아닙니까?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말씀드립니다. 아침, 저녁으로 당직께서 소장님께 “이상 없습니다.” 라고 보고하기 까지 현장에서는 “이상 있었음” 잘 압니다. 여러분들의 수고로 그 모든 것 들이 “이상 없음”으로 승화된 것이지요.

기능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것도, 여러분이 매일 매일 만들어 가는 “기적 같은 이상 없음도 공짜기적이 아닙니다.” 여러분들의 피와 땀으로 만들어 진 것입니다. 저도 여러분과 함께 “행복한 변화”를 만들어 가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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