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적이다는 것은 모든 것들이 서로 가장 잘 어울리는 곳에 함께 있다는 것이다. 동강할미꽃을 볼 때마다 그걸 느낄 수 있다. 동강, 뼝대(바위 절벽의 강원도 사투리), 꽃샘바람, 봄 햇살, 그리고 동강할미꽃의 어우러짐, 이런 것을 어찌 인간이 만들 수 있겠는가?

또 자연은 절대 공평하다. 잘남도 못남도 없게 어우렁더우렁 함께 살아가게 한다. 자연은 동강할미꽃 한 송이 피워내기 위해 겨우내 동강은 자장가를 불러주게 했고, 뼝대는 가슴으로 품어 주게 했을 것이다. 햇살은 한 줄기 따사로우므로 감싸주게 했고, 바람은 제일 먼저 봄소식을 전해주도록 했으리라. 이 얼마나 정감 넘쳐나는 아름답고 대견스러운 정경인가! 사진에 그 아름다운 정경을 제대로 담아낼 수 없는 나 자신이 한없이 작아진다. 그래도 봄만 되면 동강할미꽃이 보고 싶어 달려간다.

지난 3월 27일 동강할미꽃을 보려고 동강을 찾았다. 예년과 달리 비가 많이 와서 그런지 동강할미꽃이 아주 실하다. 거기다 개체 수가 많아졌다. 여태까지 내가 봤던 꽃샘추위에 바르르 떨고 있는 꽃이 아니었다. 얼마나 실한지 동강할미꽃이 맞나 싶을 정도로 낯설어지기까지 하다.

동강할미꽃은 전 세계에서 오로지 동강 석회암 뼝대 바위틈에 뿌리를 내리고 꽃대를 구부리지 않은 채 꼿꼿하게 하늘을 바라보고 핀다. 동강할미꽃의 학명(Pulsatilla tongkangensis Y.N. Lee et T.C. Lee)에 서식지인 동강이 표시된 특별한 꽃이며, 정선군의 군화(郡花)이기도 하다. 지난 1997년 식물사진가 김정명 씨가 발견하여 알려졌다.

이후 한국식물연구원 이영노 박사의 연구 결과, 동강할미꽃은 동강 지역에서만 발견되는 한국 특산 식물임이 밝혀지면서 지역명인 동강을 붙여 세계 학계에 공식 발표했다. 동강할미꽃의 꽃말은 청순한 마음, 고백 못 한 사랑, 슬픈 추억, 사랑의 배신, 사랑의 굴레, 충성 등 다양하다. 꽃말은 누가 짓는지 내가 보는 느낌과 다르게 좀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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