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산 쌍계사에 봄이 오고 있었다. 쌍계사로 가는 길에는 절골소류지라는 저수지가 봄을 알리듯 겨우내 품고 있던 생명을 깨우고 있었다. 부화한 치어들과 개구리알이 저수지 가장자리에 모여들며 먹이를 찾아다니느라 여념이 없었다

 

홍매화 꽃잎이 톡톡 터지는 소리를 들으며, 연리근이 물을 끌어 올리는 소리까지 듣기 위해 잠시 도량에 멈추고 섰다.

쌍계사는 충남 논산시 양촌면 작봉산에 자리하고 있었다. 고려전기에 창건된 사찰이며, 대한불교조계종 제6교구 본사인 마곡사의 말사이기도 했다.

창건연대와 창건자는 미상으로 알려져 있는데,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사찰이 있었던 것으로, 고려 초기에 창건된 것으로 예측했다. 관촉사 석조미륵보살입상을 건립한 혜명 스님이 창건했다는 설도 전해지고 있었다.

논산 쌍계사는 꽃살문과 대웅전에 있는 칡 기둥으로 유명한 사찰이었다. 더구나 비에 얼굴이 젖지 않는 관음보살상과 연리근을 보기 위해 불자들과 관광객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도량이기도 했다.

쌍계사 범종루는 불전 사물인 법고, 범종, 목어, 운판이 있었으며, 바로 앞에 유명한 연리근이 새잎을 틔우기 위해, 트림을 하는 중이었다.

그 연리근은 천년의 인연이라는 뜻을 담고 있었다. 두 나무의 뿌리가 만나게 되면 연리근, 나무줄기가 만나면 연리목, 나뭇가지가 만나면 연리지라고 하는데, 연리 나무가 자라는 곳을 길지로 여겨져 예로부터 많은 이들이 찾아와 소원을 빌기도 했다.

쌍계사의 대웅전의 화려한 꽃살문은 어찌나 화려하고 정교한지 한참을 서서 바라봤다.

10분 합문에 6가지 꽃 모양을 조각했는데, 몹시 예술적이었으며, 연속과 반복 그리고 대칭으로 조각되어 있어 불국토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있었다.

그래서 전국의 많은 사찰은 논산 쌍계사의 꽃살문을 본떠 제작하기도 한다고 전해졌다.

대웅전 안으로 들어가 삼배하고, 합장하고 앉았다. 부처님의 미소가 대웅전 안에 가득 퍼지면서 평안함이 찾아들었다.

대웅전 중앙에는 석가모니불이 있으며, 좌우에 약사여래불, 아미타불이 모셔져 있었다. 더구나 대들보로 구획을 나누어 하나의 공간에 세 분의 부처님을 모시고 있어 방식이 무척이나 독특해 보였다.

‘파랑새가 부리로 붓을 물고 탱화를 그렸다.’

그 전설이 떠올라 탱화를 유심히 바라봤다. 탱화를 그렸다는 파랑새는 벌써 날아가고 없지만, 봉황이 천장 위를 날고 있었다.

오랜 물감이 부풀어 올라 있는 곳도 있었고, 본연의 흙 바탕색이 드러나 있는 곳도 보였다.

대웅전의 왼쪽 세 번째 기둥은 굵은 칡덩굴 나무로 만들었는데, 그곳에도 전설이 있었다.

윤달이 드는 해에 쌍계사 대웅전 칡 기둥을 만지고, 대웅전을 세 바퀴를 돌면 아프지 않고 임종을 맞을 수 있다.

칡 나무 기둥을 세운 것은, 갈등의 연속인 인간의 삶을 상징했다. 칡덩굴 나무로 전각의 기둥으로 세운 것은, 다툼이 없고 괴로움이 없는 세계를 구현하고자 했다는 고승의 깊은 뜻이 깃들어 있었다.

어찌나, 기둥이 굵은지 보고 있어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많은 사람의 손길이 묻어 목질 부위는 반질반질하게 윤이 났다.

양손을 기둥에 올려놓고 원을 그리고 살살 문지르자, 행복과 고요가 가슴으로 번져왔다.칡 기둥은 2개의 칡 나무를 이어서 붙였다는 사실을 알고는 그 정교함에 또 한 번 놀랐다.

대웅전 뒤뜰로 돌아나와비가 와도 얼굴이 젖지 않는 관음보살상을 뵈러 산으로걸어갔다.

​높다란 연화대에 앉아 있는 관음보살상은 1980년에 조성했는데, '아무리 비가 와도 얼굴 부분만 젖지 않는다' 하여 불자들이 많이 찾아오는 곳이었다. 실제로 보니, 얼굴과 목 부분만 하얗게 보였다. 정말 비에 젖지 않은 관음보살상이 분명했다.

비가 와도 얼굴이 젖지 않는다는 관음보살상이 있고, 칡 기둥과 꽃무늬 창살문으로 유명한 대웅전을 뒤로 하고, 가뿐한 마음으로 도량을 걸어 나왔다. 그리고 돌아서서 잔가지를 흔들어 보이는 연리근을 향해 힘껏 손을 흔들었다.

지혜와 복락으로 번뇌와 근심을 씻어준다는 쌍계사에, 봄의 오는 소리가 가득 피고 있었다.

*위치-논산 쌍계사 위치는 충남 논산시 양촌면 중산길 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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