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짓을 하려니 심장이 쿵쾅거려요.

마영식의 마음을 헤아린 회원들은 숙연한 듯 고개를 떨구었다. 

-아, 이런. 이래서 대장이 센티해지면 안 된다. 리더로서 마음이 약해지면 회원들 또한 약해진다.-

자신 때문에 회원들이 의기소침해진 걸 깨달은 마영식은 슬픔, 두려움, 불안을 싹 다 지운 체 그들에게 입을 열었다. 

“넘버 오, 육, 칠, 팔, 구, 십. 그리고 짝 역할인 십일, 십이, 십삼. 십사, 십오, 십육. 너희들은 여기서 대기해. 내가 신호를 보내면 그때 말한 대로 움직여. 알았지?” 

각자의 번호에 맞는 회원들이 굳은 결의를 내비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마영식이 다시 입을 열었다. 

“넘버 포. 너는 우릴 따라와. 그리고 주변을 잘 살피고 알앤디 센터로 누가 오는지 잘 감시해.”

넘버4 유기찬.

마영식의 말에 알았다는 듯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주먹으로 가슴을 탕 한 번 치며 말을 뱉었다. 

“걱정 마. 영식이 형. 내가 망은 좀 잘 봐.”

넘버 4 유기찬의 든든한 말에 영식의 긴장한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이제 모든 건 준비가 됐다. 가자.-

“자, 이제 가야 해. 넘버 3. 기술사 자격증 있지?”

영식의 물음에 넘버 3 함태형이 답했다.

“기능사야. 새꺄. 기억도 못하냐?”

기술사가 아닌 기능사라는 넘버 3의 말. 그가 예상한 자격증이 아니기에 마영식은 순간 표정이 굳어졌다. 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넘버 3 함태영에게 물었다. 

“그.. 그래? 그래도 할 수 있겠어?”

넘버 3 함태형이 기분이 나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마도 자격증 급이 낮은 것을 걸고 넘어져서 그런 것 같다. 그런 그가 굳은 얼굴로 마영식을 불렀다.

“아오 씨. 마 영식.”

넘버 3 괜히 기분을 나쁘게 한 것 같아 뻘쭘해진 마영식이 당황해하자 넘버 3가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는 입을 열었다. 

“나. 군에서 특기가 폭파였어. 알잖아. 새꺄. 그리고 기능사나 기술사나 손으로 하는 건 매한가지야. 조지면 되는 거야. 걱정하지 마라. 잘 할 테니까.”

특기인 폭파와 전기는 무관했지만 넘버 3의 말을 들은 영식은 안심을 했다. 그도 넘버 3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는 입을 열었다.

“역시 넘버 3. 킹왕짱의 핵심 회원. 내가 만약 잘못되면 킹왕짱을 부탁할 게.”

“알았다. 영식아. 나는 그리고 우리는 언제나 너와 함께 할 거야.”

“개새끼. 눈물 나게 하네. 가자. 태형아. 기찬아”

마영식과 넘버 3 함태영 그리고 넘버 4 유기찬은 박토가 준 가방을 들고 박토가 말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 

그들은 가다가 간간히 뒤를 돌아보며 남겨진 킹왕짱 회원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뭐가 그리 아쉬운지 헤어지기 싫어하는 모양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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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토와 김탄은 알앤디 센터 앞으로 난 인도까지는 잘 왔다.  하지만 알앤디 센터 구역 안으로 들어가는 게 문제였다. 

도로와 건물 사이에 있는 빈 공간에는 조경과 휴식처가 잘 조성 되어 있었다. 

하지만 평화로워 보이는 그 모습 이면엔 여기저기 설치되어 있는 감시망인 씨씨티비가 문제였다. 물론 그들은 지금 알앤디 센터 씨씨티비 감시망에 잡히지 않는 곳에 있다.

박토가 김탄에게 속삭였다. 

“일단 건물 앞에는 조명이 너무 많아. 뒤편에는 이상하게도 가로등 조차 없어. 일단 그 쪽으로 이동해야 해. 김탄 너는 내가 뛰면 따라 뛰고 멈추면 곧바로 멈춰. 알았지?”

“알았어.”

“그리고 이제부터는 아무 생각하지 마. 무조건 내 행동을 따라 해야 해. 네 몸이 내 몸인 것처럼.. 알았지?”

김탄이 알았다는 듯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박토가 말 잘 듣는 귀여운 강아지를 쓰다듬듯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순간 가슴이 뛴 김탄. 기분이 너무 좋아서였다. 살면서 누군가 이렇게 귀여워해 준 적토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당연히 좋은 감정이 들 수밖에. 감정에 솔직한 김탄이 박토를 보며 배시시 웃었다. 

한편 박토는 수시로 그의 조카 박월의 머리를 쓰다듬는 버릇이 있어 무의식적으로 그랬던 것인데 왜 김탄이 저렇게 수줍어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그저 그의 조카에게 하는 버릇을 김탄에게 했을 뿐인데.. 너무 좋아하는 그에게서 이상한 생각까지 들었다. 

-이거 수상한데? 설마.. 취향이.. 아니겠지?-

박토는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손에 들고 있던 가방을 내려놓고 지퍼를 열었다. 가방 안에는 특수하게 개조된 스나이퍼 건 부품과 탄창이 들어 있었다.

재빠른 손놀림으로 조립을 마친 그가 가방에 있는 특수 탄환이 들어 있는 탄창을 꽂은 후 슬사(무릎 쏴) 자세로 총을 어깨에 견착을 했다.  

그런 박토를 넋 나간 표정으로 바라보는 김탄의 입에서 소리 없는 감탄사가 나왔다. 

“우와. 찐간지.”

미필이었던 김탄이 능수능란한 박토의 총기 사용법에 놀라고 신기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반하고 있을 때 박토가 방아쇠를 당기기 시작했다.

슉. 슉. 슉. 슉. 슉. 슉. 슉.

일반 총소리가 아닌 소음기를 통해 나는 총소리였다.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을 직접 경험한 김탄의 심장은 두근거리다 못해 쿵쾅거렸다. 총을 다 쏜 것인지 주변에 떨어진 탄피를 수거한 박토가 작게 중얼거렸다.

“가자. 명심해. 내가 하는 대로 따라 해야 하는 것.”

김탄이 고개를 끄덕이자 박토가 총을 든 체 일어서 달리기 시작했다. 김탄도 곧바로 따라갔지만 심장이 요동치고 뭐가 뭔지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일단 박토가 시키는 대로 그를 따라가고 있지만 그의 시야엔 박토의 뒷모습만 보이고 모든 주변은 카메라 포커스 아웃 된 것처럼 흐릿할 뿐. 

김탄이 제정신이 들어 주변 경관을 인식하게 된 건 박토가 알앤디 측면으로 가기 전 화단에 있는 잘 다듬어진 쥐똥나무 울타리 뒤에서 멈춘 후였다. 

아무튼 긴장에 긴장을 더한 탓인지 김탄은 박토에게 다가갔을 때 바로 멈추지 못했다. 앞으로 더 가는 바람에 박토의 몸에 부딪힌 김탄.

그 때문에 주변을 살피며 긴장하고 있던 박토는 앞으로 고꾸라질 뻔한 걸 총 개머리판으로 간신히 땅을 지탱하는 바람에 면했다. 

박토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속삭였다.

“똑바로 보고 다녀. 정신 바짝 차리고.”

“어후. 형. 심장이 떨려서 아무 것도 안 보여.”

“그래서 내가 혼자 온다고 했잖아. 걸림돌이 될 거면 다시 돌아 가.”

박토의 냉정할 말에 김탄은 화들짝 놀라다 못해 눈물까지 핑 돌았다. 그런 그가 충격에 말을 잇지 못하고 어벙하게 있을 때 박토가 다시 입을 열었다. 

“장난이 아니다. 죽을 수도 있는 일이라는 거 명심 해.”

전쟁터에서 수천 명의 적을 죽여 본 것 같은 카리스마를 보여주는 박토였다. 그로 인해 김탄은 지금 이 현장이 생생한 전쟁터처럼 느껴졌다. 

그는 미필이지만 지금까지 봐왔던 전쟁영화를 전부 다 떠올려봤다. 

포탄 소리 너머 저쪽 적진에 우리 아군이 다리를 다친 체 쓰려져 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구해야 한다. 상상을 마친 김탄은 정신이 바짝 들었다. 

“미안해. 토 형. 도둑질 한 번도 안 해보고 몰래 도망치는 것도 한 번도 안 해봐서 그래. 너무 도적적으로 살았나 봐. 남의 집에 몰래 들어간다고 생각하니까 심장이 너무 떨려서 그랬어. 남의 집이라 생각하지 않고 적진이라고 생각할 게.”

김탄의 말에 깊은 생각을 하는 듯 박토는 얕은 한숨을 내쉬고 우수에 젖었다. 무언가 깊이 생각하던 그가 김탄에게 입을 열었다. 

“넌 좀 까질 필요가 있어 보인다.”

“까져? 뭘?”

김탄이 무슨 뜻인지 몰라 되묻자 박토가 답했다.

“조금 나쁜 짓을 할 줄도 알아야 된다는 소리야.”

“그걸 까진다 그래?”

“되바라졌다는 뜻이지. 비속어로..”

말을 마친 박토는 다시 총을 견착하고는 방아쇠를 당겼다. 단발로 쐈지만 속사 같은 속도였다. 

그의 모습에 김탄이 입이 다시 쩍 벌어졌다. 그리고 그가 총을 쏜 씨씨티비를 쳐다보았다. 무언가 잠시 스파크가 일고 나서 잠잠해졌다. 

“터뜨려서 고장 내는 거야?”

김탄이 신기한 듯 묻자 박토가 대답했다.

“아니. 일종의 기기를 감전 시키는 거야. 과부화가 걸리면 회로가 타버리거든. 총알이 특수 제작된 전자기 펄스 총알이거든.”

김탄이 깜짝 놀라 되물었다.

“혹시 저번 우리 회사 앞에 씨씨티비도 형이 그런 거야?”

박토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김탄이 다시 물었다.

“그럼 편의점도? 피씨방도?”

박토가 그렇다며 고개를 끄덕이자 김탄이 감~탄을 했다.

“전부 다 형이 고장 낸 거구나. 대박.”

“수다는 그만 떨고 가자.”

박토가 다시 총을 들고 몸을 숙인 체 알앤디 센터 옆으로 뛰어갔다. 김탄도 곧바로 그의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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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저 남자는 누구지?”

알앤디 센터에 요원들이 설치한 스파이 캠에서 송출된 화면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 

그걸 본 국정원 요원 블랙 청크가 말하자 챱스가 재빠르게 청크 앞으로 다가와 모니터를 쳐다보았다. 

미색 세미 정장을 입고 단발인 듯한 머리를 뒤로 꽁지처럼 묶은 키가 큰 남자였다. 그는 알앤디 센터 입구에서 알앤디 센터를 꼭대기를 올려다 보고 있었다. 

오운족 아이신이었다. 

“얼굴 볼 수 있어?”

요원 챱스에 말에 청크가 알앤디 센터에 숨겨 놓은 스파이 캠을 조종해 아이신의 정면을 포착하기 시작했다. 

“됐어. 정면 잡혔어. 확대 할 게.”

청크가 아이신의 모습을 확대하자 얼굴이 드러났다. 그 얼굴을 본 챱스가 의아한 듯 입을 열었다.

“누구야. 이 사람은. 이 밤중에 왠 선글래스를 끼고 있지? 무기 소지하고 있는지 확인해 봐.”

스파이 캠 영상 모드가 투시 모드로 변경되었다. 

“뭐야? 저건? 쇠로 된 조끼를 입고 있는 거야? 방탄 조끼는 아닌 것 같은데?”

투시 모드에 찍힌 아이신의 상반신에는 기다란 다이아몬드 형태의 막대기가 수백 개가 엮인 형태의 조끼 같은 형태가 잡혔다.

“개마무사 갑옷 같은 패턴 같기도 하고.. “

청크가 나직이 읊조리자 챱스가 말했다.

“폭탄 아냐?”

“무슨 소리야? 뇌관이 보이지도 않는데..”

청크가 시큰둥하게 말하자 찹스는 창가로 가 버티컬을 젖혔다. 순간 있어야 할 곳에 있어야 할 아이신이 없자 찹스가 화들짝 놀라 소리쳤다.

“사라졌어!”

“알아. 나도 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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