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언제 끝이 오는 건지..

현실을 직시한 미캐는 순간 울음이 터져 나왔다. 어쩌면 살고 싶은 그녀의 마음이 눈물로 나왔는지도 모른다.

-정말 나는 X도 아니야.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나는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순간 무력감이 치고 나온 미캐는 모든 걸 놓아버리듯 고개를 떨구었다. 아무리 그녀가 원하지 않는다 해도 그녀는 그저 마루타, 또 장난감일 뿐이다.

눈물이 사정없이 솟구쳤다. 원하지 않는 삶이 또 지금 이 현실이 싫어서였다. 벗어날 수 없는 끔찍한 굴레 같은 지긋지긋한 감옥. 그저 하염없이 울기만 하는 미캐.

그 미캐에게 결국 두 남자가 다가와 섰다. 그리고 그녀의 목덜미에 마취 주사기를 가져다 댔다. 바늘 없는 제트 주사기였다.

그 주사기가 목에 닿자 미캐가 마지막 유언처럼 힘없이 중얼거렸다.

“난 안 죽어. 죽지 않을 거야. 절대 죽지 않아.”

하지만 그녀의 말은 소망일 뿐이다. 그렇다고 이 남자들이 주사 놓는 걸 포기하지 않는다. 주사기를 든 남자가 기다란 원통형 끝에 달린 버튼을 눌렀다.

주사가 되는 푹 소리가 나자 미캐가 고개를 들어 그들을 올려다보았다. 겉보기엔 멀쩡한 사람들. 하지만 사람의 탈을 쓴 악마가 맞다. 정말 그렇다는 듯 그들은 미캐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마치 살인을 즐기는 살인광의 미소 같았다.

미캐가 그들을 향해 다시 입을 열었다.

“니들 대장 은비사한테 똑똑히 전해. 만약 내가 죽는다면 그 새X부터 먼저 죽이고 죽는다고.. 창자부터 꺼내 갈기갈기 찢어 버릴 거야. 난 그 새끼보다 먼저 안 죽어. 절대로.”

미캐의 말에 남자들이 어이없다는 듯 픽픽 웃어댔다. 그러던 그들 중 한 명이 미캐에게 입을 열었다.

“곧 마취가 될 거야. 조용히 입 다물고 기절이나 하시지.”

“대체 날 언제 죽인다는 거야? 죽인다고 말만 했지. 언제 죽이는 건데? X팔.”

“그건 넌 장난감이니까.. 아마 조금 더 가지고 놀다 죽이려고 그러는 걸 거야.”

“뭐? 대체 왜 그러는 건데?”

“그야 당연히 적이니까. 나중에 우리에게 해가 될 수 있거든..”

미캐는 남자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태어난 게 적이 되는 것인가? 단지 능력을 가졌다고? 미캐가 남자에게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

“가지고 놀아? 그게 무슨 뜻이야?”

“그런 게 있어. 하지만 내가 볼 땐 이제 다 끝난것 같아. 비사님의 놀이는.”

“뭐?”

“우리가 여기 왜 왔을 거 같아? 단순히 시신이나 옮기려고 온 거 같아?"

미캐가 깜짝 놀라 되물었다.

“뭐? 그럼 오늘 날 죽인다는 거야?”

“그래. 그래서 널 옮기려고 온 거거든. 비사님이 특별히 마련한 장소로 말이야. 오늘 밤에 넌 아주 특별하게 죽게 될 거야. 내가 아는 건 여기까지. 자, 이제 잠들 시간이야.”

말을 마친 남자는 시계를 쳐다보았다. 곧 마취 약물이 미캐의 몸과 의식을 끊어 놓을 시간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상하게 미캐는 기절할 기색도 비치지 않았다.

-이상하다. 분명 약효가 나와야 하는데.-

시계를 쳐다보는 남자의 표정이 조금씩 심각해지기 시작했다. 당황한 그가 옆에서 주사기를 들고 있던 남자에게 명령했다.

“다시 주사해.”

옆에 있던 남자가 주사기의 카트리지를 바꿔 끼고는 다시 미캐의 목에 주사기를 가져다 대고 버튼을 눌렀다.

갑자기 미캐가 발작하듯 온 몸을 뒤틀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난 안 죽어! 못 죽어! 저리 안 꺼져! 미친 새X들아! 내가 너희들 모조리 죽여 버릴 거야!”

미캐가 몸을 비트는 통에 주사를 하려던 남자가 애를 먹었지만 결국 주사는 했다.

“주사했습니다.”

주사기를 들고 있는 남자가 말하자 그 옆에 있던 남자는 다시 시계를 보며 체크를 했다. 시간이 조금 흐르고 시계를 보던 남자가 입 모양만으로 숫자를 셌다.

하나 둘 셋.

숫자를 센 그가 다시 미캐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기절하지 않았다. 오히려 멀쩡했다.뭔가 이상함을 느낀 남자가 주사기를 들고 있던 남자의 손에서 주사기를 빼앗아 들었다.

그리고는 카트리지를 바꿔 끼고 그 남자의 팔에 주사를 했다. 남자가 시간이 조금 흐르고 다시 숫자를 셌다.

하나 둘 셋.

주사기를 들고 있던 남자가 힘없이 바닥으로 픽 쓰러졌다. 주사기는 정상이었다.

주사기 고장 여부를 확인하려 옆에 있던 남자의 팔에 주사했던 남자가 쓰러지자 다른 남자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미캐의 피부 실드 능력이 활성화됐다. 그래서 물리적 방어가 형성 됐던 것. 남자가 쓰러진 동료에게서 미캐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순간 그는 깜짝 놀라 뒷걸음을 쳤다.

미캐는 지금 그녀의 몸을 묶고 있는 벨트를 끊어 버리려고 힘주고 있는 걸 보았기 때문이었다.

마취 주사가 소용없다는 걸 알아버린 미캐도 또한 자신의 능력이 활성화 되었다는 걸 알아챘다.

이제는 역전이 된 상태. 그리고 상대할 사람은 한 명뿐이다. 그리고 이 창고를 나가면 더 이상 가로막는 장애도 없다.

미캐가 더욱더 온몸의 힘을 주가 벨트가 찢어지는 소리가 났다. 남자는 뒷걸음을 치며 뒤를 돌아보았다. 출입문까지의 거리를 계산하는 듯 보였다.

그 남자가 다시 미캐를 돌아보자 그녀는 이미 두 손이 자유로워진 상태였다.

“내가 다 죽여 버린다고 했지!”

남자를 향해 버럭 소리를 지른 미캐는 곧바로 허벅지의 벨트를 찢기 시작했다. 벨트와 벨트 끝 단이 서로 겹친 부분에 특수 제작된 핀으로 고정되어 있었다.

그걸 푸는 열쇠는 따로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 미캐에게는 그건 아무 제약도 되지 못한다.

그녀가 힘을 주자 벨트는 속절없이 찢겼다. 그걸 보고 뒷걸음을 치던 남자가 그대로 몸을 돌려 출구로 내달렸다.

미캐는 종아리에 묶인 벨트를 푸는 건 포기했다. 그것보다 저 남자를 잡아 죽이는 게 먼저라는 듯 손으로 바닥을 기기 시작했다.

“내가 너 죽여 버릴 거라고! X팔. 개X꺄!”

미캐의 소리에 남자가 본능적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그 순간 그는 겁에 질린 듯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헝클어진 머리 밑에 일그러진 흉측한 얼굴의 미캐는 흡사 진짜 괴물 같았다. 더군다나 그녀가 손으로 기어 오는 속도가 상당히 빨랐다.

심장이 오그라들 듯 괴기한 미캐의 모습에 남자는 극도로 겁에 질린 얼굴로 뒤로 기기 시작했다. 그러는 와중에 부들거리는 손으로 다급하게 전화를 꺼내 걸었다.

“사.. 살려 주십시오. 뮤턴트가 절 죽이려고 합니다.”

턱.

순간 남자의 등에 문이 느껴졌다. 그가 그대로 일어서 문 손잡이를 돌렸다. 그때 미캐가 남자의 발을 잡고 잡아당기며 소리쳤다.

“어딜 내빼! 미친 X꺄!”

버티려고 안간힘을 쓰던 남자는 결국 미캐의 힘에 못 이겨 손잡이에 턱을 부딪히며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다 죽었어.”

미캐가 남자 등에 올라탔다. 그리고 주먹을 들어 그를 때리려는 순간 사방에서 가스가 분출되기 시작했다.

“이런 X바. 마취 가스.”

미캐는 남자 등에서 내려 종아리에 묶인 벨트를 풀려다 관두었다. 마취 가스에 중독되기 전 탈출해야 한다. 그대로 문을 열기 위해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손잡이를 잡고 돌리려는 순간 무언가 그녀를 뒤로 잡아당겼다. 뒤를 돌아보니 방금 쓰러졌던 남자가 그녀의 다리를 붙잡고 있었다. 미캐가 있는 힘껏 발버둥을 치며 소리쳤다.

“이거 안 놔! 2 X꺄!”

그러나 남자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필사적으로 미캐의 다리를 잡고 놓지를 않았다. 짜증이 난 미캐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아, 진짜! 짜증 나! 안 꺼져! 꺼지라고! 미친 X꺄!”

냉장 창고에 희뿌연 마취 가스가 꽉 들어차기 시작했다.

-이대로 또 붙잡힐 수 없다.-

미캐가 있는 힘을 다해 그에게 잡힌 다리를 흔들며 박찼다. 하지만 남자는 죽을 힘을 다해 놓지 않았다. 짜증이 난 미캐.

“아아아악! 이 X발새X가!”

미캐가 소리를 버럭 지르자 순간 남자가 사지가 마비 된 듯 쭉 뻗어버렸다. 꽉 들어찬 마취 가스에 중독된 것. 미캐에게는 천운이었다.

그녀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그대로 뒤 돌아 문 앞으로 기어갔다. 조금만 더 가면 그녀는 해방이다. 결국 문 앞에 다다른 미캐. 그녀가 일어서려는 데 몸이 말을 듣질 않았다. 그녀 또한 마취가스에 중독되기 시작한 것.

-절대 포기할 수 없어.-

간신이 일어서 손잡이 문을 힘겹게 잡았다. 이제 손잡이만 돌리고 문을 열면 다 끝이다.

“안 죽어. 난. 살 거야.”

손잡이를 돌렸다. 미캐는 모든 고통이 해방된 듯 활짝 미소를 지으며 웃었다. 그리고 온몸에 힘이 빠지며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그녀가 그토록 기다리던 끝은 오지 않았다.

*************

박토가 심각한 얼굴로 커튼을 젖히고 창 밖을 바라보았다. 해 지기 전 붉게 물든 석양이 산마루마저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깊은 산골.

겹겹이 둘러친 산 때문에 하루 해가 빨리 저무는 탓에 박토의 마음은 조금 조급해졌다.

그가 서둘러 짐을 챙겨 마당으로 나가자 김탄은 이미 마당에 내어 놓았던 짐을 차 트렁크에 실고 있었다.

김탄 옆으로 그가 짐을 싣는 걸 보고 얼쩡거리며 보고 있는 아수하와 아이신이 보이자 박토는 얼굴부터 구겼다.

박토가 서둘러 그곳으로 뛰어갔다. 트렁크 앞에 도착한 박토는 바로 인상을 더욱더 찌푸리고 말았다. 넣지 말아야 할 물건까지 욱여 넣은 걸 보았기 때문이었다.

박토가 차 트렁크에서 커다란 검은색 베낭을 도로 뺀 다음 차 뒷바퀴 펜더 옆으로 기대놓았다. 그걸 본 김탄이 의아하게 생각해 물었다.

“알앤디 센터로 가져가는 거 아니었어?”

“맞아.”

“그런데 왜 다시 꺼내지?”

박토가 손에 들린 또 다른 하드 케이스 베낭을 차 뒷좌석에 실으며 답을 했다.

“이건 우리 목숨 줄이야. 트렁크가 아닌 차에 실을 거야.”

베낭에 호기심이 생긴 김탄이 차 뒷좌석에 실린 베낭을 다시 꺼내 들며 살폈다.

“이거 보기보다 무겁던데.. 대체 뭐가 들었지? 생존키트 같은 게 들어 있는 거야?”

갑자기 옆에서 구경하던 오운족 아이신도 호기심이 생겼다는 듯 김탄에게 손을 내밀었다.

“어디 줘 봐.”

김탄이 아이신에게 가방을 넘겼다. 아이신은 가방을 받아 들자마자 깜짝 놀랐다. 예상보다 상당히 무거웠기 때문이었다. 그가 신기한 듯 옆에 서 있는 아수하에게 입을 열었다.

“어? 그러네? 생각보다 되게 무거워. 아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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