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상남자다! 으하하하하하하하~

엄청 잘 사는 오운족. 모두 바룬족을 멸족 시키고 그 대가로 얻은 부. 그들의 입에서 나온 마지막 말은 박토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 

저~얼대 가방 속에 들어 있는 천떼기는 그냥 천떼기가 아니었다. 

그로 인해 깊은 내상을 입은 박토가 그 천떼기를 하나 거칠게 꺼내 들고는 아이신을 향해 소리쳤다. 

“이건 잡동사니 천떼기가 아니라 방탄조끼야!”

아이신은 당황해 얼굴이 굳어졌다. 그때, 갑자기 낄 때 낄 줄 모르고 빠질 때 빠질 줄 모르는 영식이가 촐랑대며 달려와 박토의 손에 들린 방탄조끼를 보며 신기한 듯 입을 열었다. 

“우와! 진짜 방탄조끼네! 대박이다.”

아이신이 박토의 손에 들린 방탄조끼를 빼앗아 들고는 요리조리 살펴보기 시작했다. 진짜 방탄 조끼가 맞는 지 확인하는 듯 보였다. 

아이신이 방탄 조끼를 살피는 예리한 시선에 박토는 기분이 나빠 얼굴이 일그러졌다. 

조금 시간이 흐르고 드디어 방탄조끼에 대한 모든 정보를 탐색한 아이신이 거만하게 입을 열었다. 

“2A단계 방탄조끼네. 이건 뭐 권총 탄밖에 못 막겠네. 아라미드 방탄판을 끼우면 좀 나을까? 잡동사니 맞구나! 박토.”

“그래. 맞아.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낫지. 뭐 넌, 그래핀 소재 방탄조끼를 기대한 건가?”

박토의 말은 까칠하기 그지 없었다. 급 떨어지는 방탄조끼를 만천하에 공개하는 아이신 때문에 급 자존심이 상해서 그랬다. 옆에 서 있던 마영식도 아이신의 말을 들어서 그런 건지.. 처음보다는 반짝이는 눈빛이 흐려져 있었다. 

그 바람에 자존심이 구길대로 구겨진 박토는 지금 마음이 상당히 쓰려 아파왔다. 하지만 그의 마음을 읽지 못한 눈치 없는 아이신은 계속 잘난 척을 했다. 

“그래도 3A 단계는 입어야지. 요즘 케블라 소재 방탄복도 구할 수 있는데.. 만약 적의 무기가 소총이면 방탄력은 포기해야 해.”

아이신의 말에 박토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그의 말이 정말로 맞기 때문이다. 박토가 그 모든 걸 이미 잘 알고 있었다는 듯 입을 열었다.

“준비할 시간이 없었어.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씹어야지. 자. 이거 받아 영식 군.”

박토가 방탄조끼를 내밀자 마영식은 당황부터 했다. 겨우 권총이나 막아대는 방탄력을 가진 방탄 조끼를 왜 자신에게 주는지 이해할 수 없었던 마영식이 물었다. 

“이걸.. 왜.. 나한테?..”

박토는 영식의 물음에 답하지 않고 그냥 심각한 얼굴로 받아 들이라는 듯 조끼를 다시 내밀었다. 말보다 무서운 몸짓. 영식이 어벙한 표정으로 순순히 조끼를 받아 들자 박토가 그제야 답을 했다.

“너를 포함한 네 패밀리들에게 하나씩 나누어 줘. 혹시 총격전이 벌어질지 모르니까 알앤디 센터로 착용하고 오도록 해.”

순간 영식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가 창백한 얼굴로 불안한 듯 주변을 둘러보다 잠시 생각에 잠기고는 박토에게 물었다.

“총은?”

“뭐?”

박토가 되묻자 영식이 화를 냈다.

“형. 총격전이 벌어질지도 모르는데 방탄조끼만 주면 어떡해? 선제 방어할 수 있게 하다못해 가스총이라도 줘야 할 거 아냐? 지금 우리 브로들에게 총알받이가 되라는 거야?”

영식은 화가 많이 나 있었다. 박토가 방탄조끼를 준 이유를 정확히 알았기 때문이었다. 박토는 말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생각을 하는 듯 깊은 눈이었다.

-총기란 준비가 철저한 자에게 주어야 하는 것이다. 총을 모르는 사람에게 총을 주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 하지만 마영식 정도라면? 그는 해병 출신에 겁도 없어 보인다.-

고민을 끝낸 박토가 품에서 글럭 17을 꺼내 마영식에게 건넸다.

“한 자루만 줄 게. 정말 필요할 때 만 써.”

“진짜 총이야?”

영식이 깜짝 놀라 되묻자 박토가 고개를 끄덕였다. 영식은 그 놀란 표정으로 권총을 바라보다 탄창을 빼서 살펴봤다. 진짜 총알인 9mm 파라블럼 탄이 들어 있었다. 

다시 탄창을 끼우고 정확한 파지법으로 총을 잡은 후 빈 허공에 대고 조준을 한 상태로 가늠쇠를 실눈을 뜨고 쳐다봤다. 그리고는 총을 쏘는 시늉을 하며 입으로 피유 하고 소리를 냈다.

그런 다음 총구를 위로 올린 상태로 입 쪽으로 가져가 총알이 발사되어 뜨거워진 배럴을 식히는 듯 후 하고 불었다. 모두 허세였다.

그의 행동에 아이신과 박토가 피식하고 웃었다. 솔직히 비웃은 것.

하지만 마영식은 자신의 총 파지법과 자세에 감탄한 줄 알고 어깨가 으쓱했다. 그는 지금 스스로 멋있다고 자뻑에 빠져 있는 중이다.

아무튼 그런 그가 총을 세워 가슴 쪽으로 붙이고 몸을 살짝 튼 다음, 박토를 보며 한 마디 내뱉었다.

“원 샷. 원 킬. 예~”

그의 말에 아이신이 정말 반가워하며 마영식 앞으로 가 그의 양 어깨를 잡고 흔들며 소리쳤다. 

“이야~ 영식 군. 해병대 출신이었어? 반가워!”

순간 마영식의 어깨뽕이 올라갔다. 그는 자랑스러운 해병 출신이기에 거만한 표정까지 지었다. 그런 마영식을 보고 아이신이 한마디 내뱉었다.

“짜식. 귀엽네.”

순간 이상한 촉을 느낀 마영식이 몸과 표정이 굳어졌다. 그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아이신 형도 해병대 출신이세요? 혹시 몇 기수?”

하지만 아이신은 마영식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눈을 반짝이며 쳐다보기만 했다. 그런데 갑자기 박토가 마영식의 머리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훗! 자식. 귀엽네.”

박토의 말에 마영식이 깜짝 놀라 물었다.

“토 형도 혹시 해병대야?”

하지만 박토는 대답하지 않고 마영식을 보며 그저 웃기만 했다. 순간 아이신과 박토 둘 다 해병대 선임 기수라고 생각한 영식은 군기가 바짝 든 자세로 기수 경례를 했다.

“필승! 1207깁니다!”

아이신이 영식의 이마 끝에 가 있는 손을 잡아 내렸다. 

“경례할 필요 없어.”

“하지만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인데..”

선임에 대한 예우를 제대로 하지 못해 난처한 듯 말을 뱉은 마영식에게 아이신이 다시 입을 열었다.

“난 해군 UDT 출신이니까 경례할 필요 없어. 그리고 저기 박토는 육군 특전사 707이고..”

“아. 그래요?”

잔뜩 부풀어 있던 마영식의 어깨뽕이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지금 주눅이 든 마영식.눈썹은 아래로 축 쳐졌고 초라한 표정으로 허공을 바라보자 갑자기 김탄이 촐랑대며 영식에게 물었다. 

“셋 중 어디가 제일 세? 다 특수부대잖아.”

“아. 그게.. 음.. 그게..”

마영식이 쩔쩔매며 답을 못하고 미적거리자 순간 아이신과 박토가 째려보았다. 자칫 잘못 말했다간 한대 얻어맞을 분위기였다. 

마영식은 허공을 보며 계속 어느 곳이 제일 센지 생각을 하는 척했다. 그가 그렇게 뻥카를 날릴 때 박토가 김탄이 궁금한 것에 답을 했다. 

“다 비슷하니까 비교하지 마. 모두 국방의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애국자들이니까.”

박토의 말에 엉겁결에 위기를 모면한 마영식은 그를 향해 고맙다며 배시시 미소를 날렸다. 

“아, 맞다. 마 영식 군. 잠깐 이리 와 앉아 봐.”

박토의 부름에 마영식은 절대 충성하겠다는 듯 번개 같은 속도로 박토의 옆에 앉았다. 한편 박토는 마영식의 적극성에 감탄을 했고 또 당황했다. 

-이런 자세야 말로 바탈이 가져야 할 자세다. 아깝다. 마영식. 차라리 김탄 대신이었으면..-

그가 이런 마음으로 마영식을 쳐다보자 영식은 다시 그를 향해 배시시 웃어댔다. 웃는 얼굴에 침을 뱉을 순 없었지만 박토는 그가 그런 것에 조금 짜증이 났다. 너무 친근하게 구는 것도 부담스럽다. 

박토는 마영식의 감정에 무표정으로 응수했다. 그러자 실망한 듯 마영식 또한 표정이 굳어졌다. 

박토는 그런 그를 가볍게 무시하고 가방을 뒤적이다 스마트 폰과 이어셋을 꺼내며 마영식에게 보여주었다.

“자 이것도 가져가야 해. 이걸로 통신을 할 거야. 무전기 앱이 깔려 있어. 영상으로도 통신이 가능하고 1대 다통화도 가능해.”

“우와. 이런 것도 있었어?”

마영식이 신기한 듯 무전기 앱을 켰다. 

“KKJ의 이동 동선과 작전은 어젯밤에 얘기한 대로 기억하고 있지?”

“물론이야. 이미 다 외워 놨어.”

박토는 지금 마영식이 생각보다 영특한 사람이라 생각하고 있다. 한 번 가르쳐 주면 정확히 숙지했고 또 곧잘 따라 했다. 상당히 쓸모가 있는 녀석이다. 기분이 좋아진 박토가 마영식에게 미소를 지었다. 

한편 마영식은 지금 묘한 기분이었다. 박토는 자신이 좋은 감정을 보내려 미소를 지으면 기분 나빠했다. 그런데 지금 웃고 있다.

항상 무표정에 웃어도 뭔가 기분 나쁜 썩소만 날리는 그가, 정말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는 것에 마영식은 이상한 기분마저 들었다. 

-그 원인은 모르겠다. 단지 무언가 인정을 하는 듯한 미소였다. 아마도 무전기 앱을 알아서 켰기 때문인 것 같다.- 

마영식은 손에 들린 이어셋을 귀에 꼽았다.

“토 형. 이렇게 하는 거지? 그리고 앱을 켜고 이 버튼을 누르면 통신이 된다는 거잖아? 그렇지? 토 형.”

“그래. 제대로 파악했네. 모든 일이 끝나는 즉시 유심을 꺼내 파기하고 폰은 수거할 수 없는 곳에 버려. 그리고 유심은 선불 유심이니까 안심하고. 모든 통신의 시작과 끝은 KKJ야. 알았지? 영식 군.”

역시 자신이 무전기 앱을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도 알아서 실행한 것에 기분이 좋아진 박토라는 사실에 마영식은 자신감마저 상승했다.

무언가 인정 받는 느낌. 그는 아드레날린이 마구 솟구치는 기분이었다. 마치 게임에서 승리를 한 것 맞먹는 기분을 느낀 마영식은 무슨 일만 맡겨주면 완수하겠다는 포부를 담은 듯 박토를 향해 고개를 열심히 끄덕였다. 

그런 그의 태도가 흡족한 박토였다. 한 번만 얘기했는데도 잘 알아듣는 마영식이다. 생각보다 똘똘하고 또 확실하다. 박토는 정말 그가 시간이 흐를수록 맘에 들었다. 그래서 지금 저절로 미소가 흘러나오는 중.

그런 그가 갑자기 마영식이 착용하고 있는 이어셋과 조끼를 손수 벗기고는 가방에 도로 집어 넣었다. 이 행동에 순간 마당에 모인 모든 사람들은 당혹했다. 

박토가 저런다고? 절대 그러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이 그런 짓을 하면 이상한 거다. 그러니까 남의 외투를 벗겨주는 배려 같은 걸 절대 하지 않는 박토다. 그런데 지금 그런 짓을 해버렸다. 

바룬족 임시 노비인 오운족은 그의 마영식에 대한 배려에 얼까지 빠져있었다. 정말 친절하고 자상한 박토의 행동은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과 비슷한 것. 김탄 또한 그를 안 이래로 처음 보는 것이었다. 

모두가 침묵한 체 박토를 쳐다보기만 했다. 하지만 그들이 그러는 것을 박토는 모르는 것 같다. 그는 그저 제 할 일을 한다는 듯 가방의 지퍼를 닫고는 일어서 마당 입구에 세워 놓은 마영식의 바이크를 향해 걸어갔다.

그 모습을 멍하니 쳐다보던 마영식이 김탄에게 의아한 듯 중얼거렸다.

“나한테 시켜도 되는데 왜.. 왜 저러지? 토 형이 시키는 사람이지 저렇게 할 사람은 아니잖아?”

갑자기 아이신이 마영식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영식 군이 맘에 드는 가봐. 조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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