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아치 같은 마영식의 색다른 면

한편 오운족은 그들의 얄팍한 지식이 들통난 것에 부끄러웠는지 얼굴을 붉혔다. 물론 마영식도 얼굴이 붉어졌다. 그러나 그는 오운족과는 다른 의미의 붉어짐이었다.

일단 마영식은 잘못한 것도 없는데 박토의 소리에 마치 야단을 맞은 것 같아 어리둥절했다.

그는 부엉이가 야행성인 걸 알고 있었다. 단지 김탄처럼 웃지 않았을 뿐이다. 그런데 그것도 모르는 천하의 모지리가 된 것 같아 억울함에 눈물도 핑 돌았다.

그가 울상이 된 표정으로 박토를 쳐다보자 박토는 곧바로 무시하고는 오운족을 쳐다보며 소리쳤다.

“그러니까! 아이신, 아수하! 부엉이에 대한 연민은 거두고 시키는 대로 가방이나 가져와!”

박토의 기차 화통을 삶아 먹은 듯한 소리가 마당 가득 울리자 오운족 아수하와 아이신은 화들짝 놀라 부리나케 지하실로 향했다.

그들이 집 안으로 들어가 사라지자 드디어 박토의 얼굴이 편안해졌다. 마음이 편한지 입가에 미소도 어렸다.

마영식은 그런 박토의 미소가 비열하게 느껴졌다. 독선적이고 뭐, 독재자 같은 면도 없지 않아 있는 박토.

지금까지 그를 봐온 걸로 봐선 박토는 보통 성격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큰 키에 단단한 근육질 사이로 구릿빛 피부가 상당히 마초적이었다. 굵은 눈썹 사이로 날카로운 눈매가 사람을 꿰뚫어 보는 듯 안광이 서려 있었다.

박토도 오운족 아이신 만큼 무술을 좀 하는 몸 같았다. 순간 닭장에서 그에게 맞은 기억을 떠올린 마영식.

-그러니까 막아보지도 못하고 내가 맞은 거겠지?-

마영식은 그때 박토에게 맞은 상처가 욱신거리기 시작했다. 그도 모르게 손을 가져가 광대를 쓰다듬었다. 마영식은 지금 마음이 초조했다.

자꾸만 박토가 마영식을 대하는 태도가 화가 난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조금 전 아이신과 아수하에게 칠 소리를 자신에게 친 것도 마음에 걸렸다.

-닭들을 괴롭혀서 자꾸 나를 보며 소리친 거겠지?-

이 생각에 마영식은 걱정부터 앞섰다. 박토의 성격은 쿨하지 못하다.

20년 전 사건을 들먹이는 걸로 봐선 한 번 가슴에 쌓아 두면 절대 잊지 않는 성격 같았다. 즉, 언젠가는 폭발하거나 꼭 복수하는 그런 류의 성정 같았다.

그런 그가 키우던 또 그의 조카의 절친 닭들을 마영식이 때리려고 했으니 그 사실에 마영식은 눈앞마저 캄캄해졌다. 문득 김탄이 예전에 해 준 말이 떠오른 마영식.

-아, 참. 토 형이 무장을 한 파이온 여섯을 혼자서 죽였다고 했었지?-

박토 옆에 있던 그가 눈치 채지 못하게 엉덩이로 기어 조금 거리를 두었다. 그러나 박토가 눈치챘다.

“영식 군.”

“다.. 닭을 때리려던 건.. 자.. 잘못했어. 다시는 다시는 그러지 않을게. 형. 진짜 잘못했어.”

갑자기 사과를 하는 마영식에 박토는 당황했다. 그는 지금 할 말이 없다. 그래서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고만 있는 중. 그러다 박토가 그에게 입을 열었다.

“그것 때문에 부른 건 아니었는데 닭을 때리려던 행위에 대해 미리 반성을 하고 있어 매우 흡족하다. 아무튼.. 내가 궁금한 건 네 회원들이 준비는 잘하고 있는지 그게 궁금한 거였어.”

“아, 그거였어?”

박토가 닭 때문에 마영식에게 화가 난 게 아니었다. 그로 인해 또 얻어 터질까 주눅이 들었던 마영식의 걱정하던 마음도 사라졌다.

더군다나 닭들을 괴롭힌 문제가 아닌 그의 동호 회원들의 필요성에 관한 이야기라서 마영식은 기도 살아버렸다.

조금 전까지 바람 빠진 풍선처럼 쪼그라져 있던 영식의 몸이 다시 바람이 들어간 듯 팽팽하게 펴졌다.

당당함을 넘어선 거만함까지 보이는 마영식. 모두 킹왕짱 회원들의 덕이었다. 지금 그 회원들을 절박할 정도로 필요로 하고 있는 사람은 박토이다.

즉 필요한 자가 구걸하는 법의 진리를 잘 깨우치고 있는 마영식은 시간이 흐를수록 교활함까지 엿보였다.

지금 박토의 질문에 대답을 미루고 있었다. 마치 그의 마음을 감질나게 만들겠다는 심보. 그런 그가 손으로 머리를 쓸어 올리고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털레털레 흔들기 시작했다. 마치 멋있어 보이려 애쓰는 모습.

수컷의 뻥 가득한 허세와 비슷한 모습에 박토는 눈살을 찌푸렸다. 박토 또한 마영식의 마음을 읽고 있는 것. 하지만 눈살을 찌푸리는 걸로 그쳤다. 어쨌거나 절박한 건 박토였다.

한편 마영식은 ‘가오를 잡아도 뭐라 하지 않는다. 게다가 용인하는 듯한 박토의 태도를 보인다’는 생각에 기분이 너무 좋아졌다.

그가 입술이 찢어질 듯 한 아주 큰 미소를 지으며 박토에게 그제야 답을 하기 시작했다.

“우리 KKJ 브로들은 배달 바이크 라이더들이야. 가장 빠르고 가장 최적화된 경로를 런던 택시 기사 뺨치게 머릿속에 입력할 수 있는 사람들이지. 탈출 경로에 대해서 형이 걱정하는 모양인데.. 그럴 필요 없어. 이미 우리 브로들이 그 지역 골목과 샛길까지 다 파악해 놨거든. 이건 택시도 못하는 일이야. 대단하지?”

말을 마치고 난 후 마영식은 자랑스러운 듯 이가 모두 드러날 정도로 다시 한번 씩 웃었다. 햇빛에 반짝이는 새하얀 치아 밑으로 목에 걸린 체인 금 목걸이도 반짝거렸다.

박토의 시선이 그 금 목걸이로 향했다. 자세히 보니 체인 금 목걸이에 있는 작은 펜던트에 NO.1이라는 글씨가 각인되어 있었다. 그걸 본 박토는 이것을 유추할 수 있었다.

-킹왕짱 애들이 저런 목걸이를 모두 하나씩 가지고 있다는 건가? 기억을 더듬어 보니 킹왕짱 동호회 회원들이 마영식이 착용한 목걸이를 다 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걸 깨닫자마자 박토는 내심 그 목걸이가 맘에 들었다. 양아치나 하고 다닐 것 같은 체인 순금 목걸이는 단순히 목걸이가 아니었다. 그것은 킹왕짱 동호회의 결속력의 상징이었다.

솔직히 처음에 박토는 킹왕짱 바이크 동호회 회원들을 신뢰하지 않았다. 아니 신뢰할 수 없었다. 단정하지 못한 옷차림. 튀는 듯한 헤어스타일. 욕 반 발 반인 말투. 세상에 누가 이런 양아치를 신뢰한단 말인가?

사람들은 바르고 참되며 뭐랄까?.. 되바라진 것보다는 고지식한 사람을 더 신뢰한다.그것은 일종의 증명이 끝난 사회화된 믿음이다. 하지만 마영식의 양아치들은 뭔가 달랐다.

그 다름은 그들이 착용한 목걸이가 말해주고 있었다. 즉, 의리의 상징이자,또 그 의리에 대한 맹세의 의미인 각인까지 있는 아이템.

그 아이템은 이들은 유비, 관우와 장비가 맺은 도원결의 보다 더 세 보이는 착시까지 일으켰다. 아주 아주 고지식한 박토의 불안한 마음인, 즉 올곧고 강직한 그가 전혀 신뢰할 수 없는 양아치들로 인한 불안한 마음이 그 목걸이로 인해 해소되었다.

-이 정도면 믿어도 된다. 피로 맹세한 형제들이 맞는 것 같다.-

마음이 든든해진 박토가 다시 영식에게 물었다.

“그럼 순정 씨의 할 일은?”

“승합차도 이미 확보해 놨어. 준비는 다 끝났어. 형이 명령만 내리면 돼.”

영식의 말에 박토는 모든 체증이 내려간 듯 얼굴이 환해졌다. 생각하지도 못했던 인물이었던 마영식.

닭 도둑으로 몰려 덫에 걸린 마영식이 이렇게 큰 힘이 될 줄은 박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알앤디 센터에서의 탈출에 대한 고민은 마영식이 한 방에 끝내주게 된 것. 정말 우연 같은 필연 같은 느낌에 박토가 고마운 마음으로 영식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에게 미안한 마음이 솟구쳤다. 자신이 마영식을 감금과 구타까지 한 사실 때문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만 때릴 걸 그랬다.-

박토는 짧은 후회를 하고 난 후 다시 마영식에게 입을 열었다.

“영식 군. 이제야 사과를 해서 미안 해. 저번에 정말 닭 도둑인 줄 알고 널 기절시키고 감금시켰던 거 사죄한다. 늦게 사과 해서 미안해.”

마영식은 머리를 긁적이며 머쓱해 했다.

“처음이란 그럴 수 도 있지. 닭이 그렇게 소중한 존재였으면 그럴 만도 해.”

-보면 볼수록 알면 알수록 참 괜찮은 마영식 같다.-

박토는 그런 마영식을 친구로 둔 김탄이 내심 부러웠다.

김탄이 부러운 시선으로 김탄을 쳐다보자 그는 마영식이 한 일을 마치 제가 한 것처럼 자랑스러워 하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에 또 부러워지는 박토.

“잘했어. 영식 군. 보기보다 쓸만하네.”

칭찬인지 욕인지 구분하기 힘든 박토의 말에 영식이 잠시 머뭇거렸다. 잠시 생각을 하다 포기하고 그냥 대꾸했다.

“뭐. 별거 아니데.. 고.. 고마워.”

말을 마친 영식은 잠시 머뭇거리다 고개를 갸웃거렸다. 누가 고맙다고 말해야 옳은지 따지고 있는 듯 보였다.

그러나 마영식은 그냥 생각하기를 멈췄다. 옳고 그른 걸 따져서 박토에게 말해봤자 좋은 말이 돌아오지 않을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김탄은 기분이 좋아 연신 미소를 지었다. 그런 그가 갑자기 평상에 벌렁 드러누웠다.그러자 영식도 그를 따라 드러누웠다.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이 떠 있었다. 탁 트인 하늘은 미세 먼지 없이 깨끗하고 청명했다. 오랜만에 보는 맑은 하늘.

“아~ 좋다. 하늘은 파랗고~ ♩♪♩ 공기는 깨끗하고~ ♩♪♩ 바람은 불어와 시원하고~ ♩♪♩”

김탄이 흥얼거리자 마영식이 맞받아쳤다.

“할 일은 다 했고~ ♩♪♩ 남은 건 해가 지는 저녁이 오길 기다릴 것이고~ ♩♪♩”

김탄이 영식을 보며 배시시 웃었다. 그러자 영식도 뭐가 그리 기분이 좋으니 낄낄대며 웃어댔다. 그때 갑자기 박토가 찬물을 끼얹었다.

“일어나. 김탄.”

“어? 왜? 방금 누웠는데?”

“너는 일어나야 해. 영식 군은 누워 있어도..”

박토의 말에 김탄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얼빵한 표정으로 일단, 일어났다. 그러자 영식은 누운 체로 약을 올렸다.

“너는 할 일이 있나 보구나~ ♩♪♩ 수고 해~ ♩♪♩”

박토가 평상 아래로 내려서자 김탄도 퉁명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따라 내려섰다. 박토가 느티나무 위에 매어 놓은 레펠 로프 앞으로 다가갔다.

두 손으로 휘감아 한 번 세게 잡아당긴 후 그대로 위로 조금 올라갔다 내려왔다.

“아수하가 잘했네.”

혼자 중얼거린 박토가 주머니에서 쇠로 된 이상한 장치 두 개를 꺼내며 평상 앞에서 멀뚱히 서 있는 김탄에게 화를 냈다.

“빨리 안 오고 뭐해?”

“아이고. 오라고도 안 했으면서 웬 성질임?”

박토의 이유 없는 성화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투덜대며 달려온 김탄은 일단 박토의 손에 들린 장치에 눈이 갔다.

“그건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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