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나는 비밀의 시초

조진우는 말끔한 복장으로 사람들을 대면하지 않아도 되는 직업이어서 너무 편하다 못해 후줄근해 보이기까지 했다. 

집에서나 혹은 외출할 때, 그가 한결같이 입는 트레이닝 복에는 팔과 다리 부분에 검은색 띠 줄이 길게 있는 회색 세트 차림이다. 

그 옷에 머리를 감지 않았을 때 그가 급하게 외출할 시 애용하는 LA 다저스 야구모자를 썼으며, 그 야구 모자 끝으로 그의 짧지도 길지도 않은 단발 머리가 제멋대로 삐쳐 나와 있었다. 신발은 당연 코디에 맞게 하얀색 운동화였다. 

평일 늦은 오후라 관람객은 별로 없었지만, 그 별로 안 되는 관람객들이 조진우를 지나칠 때마다 이상한 시선으로 쳐다봤다. 

어쩌면 유치원 선생님도 그가 말끔한 양복을 입고 있었다면 그에게 눈을 흘기지는 않았을 지도 모른다.

시커멓고 추레해 보이는 마흔 살 중반까지 결혼을 하지 못한 솔로였던 조진우의 행색은 정말 초라했다.

그는 그런 시선들이 어색했는지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구석진 곳을 찾아 헤매다 전시관 끝에 마련된 휴식처로 보이는 벤치에 앉았다.

한 숨을 돌린 그는 새로 산 선불 유심을 꽂은 스마트 폰을 꺼냈다. 그리고는 가평 운석에 대한 내용을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꼬리에 꼬리를 물 듯 검색에 검색을 하던 그가 무언가 찾아낸 듯 중얼거렸다.

“어? 1999년 우리나라에 운석에 대한 사건이 좀 있었네?”

그가 매고 있는 슬링백을 쭉 잡아당겨 앞으로 향하게 한 다음 가방에서 작은 노트와 펜을 꺼냈다. 벤치에 엎드려 가방을 베개 삼아 가슴에 대고는 중얼거리며 노트에 무언가를 적기 시작했다.

“1999년 두원 운석이.. 일본에서 대한민국으로 반환되다. 1999년 가평 운석이 양평 용추 계곡 임도 작업 중 발견되다. 이야. 이야. 이거 대박이네. 20세기 우리나라 운석들 중 소재가 분명한 것들은 다 1999년과 연관이 되어 있잖아? 청주 운석을 제외하고 말이야.”

그는 새로운 사실에 흥분한 듯, 펜으로 볼을 두드리다 청주 운석에 대해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이곳저곳 창을 넘나들며 청주 운석에 대한 정보를 취합한 그가 뭔가 미심쩍은 듯 고개를 갸웃거리다 다시 검색을 했다. 

한 사이트를 방문한 조진우는 청주 운석에 대해 텍스트를 읽어 내려가던 중 갑자기 엎드려 있던 몸을 벌떡 일으켜 세웠다. 그가 스마트 폰을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뭔가 새로운 사실을 찾아낸 듯 중얼거렸다.

“뭐야? 이건. 청주 운석을 이영모가 1970년대 발견한 걸 1998년에 이성준에게 전달. 다시 2011년 이성모에게 전달. 2013년 최초 발견자 이영모 심장마비로 사망. 2014년 뒤늦게 운석으로 판명되다. 허허. 참. 이 운석은 발견되고 40년이나 지나서야 운석이란 타이틀을 얻었고만.. 참. 그런데 왜 이렇게 오래 걸렸을까? 대한민국에서 발견된 최초 발견 운석인데 말이야. 첫 발견 운석이라고 그랬지?”

조진우는 무언가 불안했는지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그러다 화들짝 놀라 담배를 입에서 빼며 중얼거렸다.

“아이고 큰일 날 뻔했네. 실내에선 금연이지?”

자기도 모르게 나온 버릇에 당황한 그는 자리에서 일어서 자연사관을 나왔다. 담배를 태울만한 곳이 보이지 앉자 건물 벽을 따라 움직였다. 

적당한 장소를 물색하던 그가 대한민국 최초의 우주 위성 발사체였던 나로호 전시장으로 갔다.

탁 트인 야회에 전시된 나로호 뒤편으로 간 그는 산 끝자락에 우거진 수풀 속으로 들어가 담배 하나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몇 모금 빨고나서 땅에 던져 비벼 끄고는 다시 내려오며 중얼댔다.

“에이. 씨. 끊던가 해야지.. 쩝.”

조진우는 그대로 풀 숲을 나와 나로호 앞에 섰다. 소형 로켓이었지만 전장 33.5M나 되는 길이 때문에 웅장했다. 

“우주 발사체 나로호. 우주에서 떨어진 운석. 참 지구에 있는 것들은 우주로 나가려고 하고 우주에 있는 것들은 지구로 오려고 하고.. 재밌네.. 대한민국에서 우주 발사체를 국내 개발하겠다는 1996년 발표된 국가 우주개발 중장기 계획이 2013년도에 성공했으니 십팔 년이라는 세월을 거쳐 성공한 거네.. 훗.”

나로호를 대충 훑어본 조진우는 더 이상 흥미가 없다는 듯 집에 가려고 주차장으로 향했다. 그러던 그가 걸음을 우뚝 멈추어 섰다. 그의 얼굴은 유령을 본 듯 하얗게 질려 있었다.  그리고는 얼빠진 목소리로 혼자 중얼거렸다.

“그러면 최초 발견자가 청주 운석을 거의 30년 가까이 가지고 있었단 거야? 중간에 감정을 맡겼을 법도 한데? 그런데 그게 1998년도에 비로소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고..”

스스로 말에 깜짝 놀란 듯 조진우의 눈이 커졌다. 그도 모르게 소리쳤다.

“잠깐만. 1998년이면 1999년 전 해잖아?”

자기 목소리에 깜짝 놀라 당황한 조진우가 누가 보는 사람은 없는지 자발스럽게 주변을 둘러봤다. 다행히 아무도 없었다. 안심한 조진우가 주차장으로 가기 위해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이런.. 정말 이 모든 게 우연일까? 청주 운석을 시작점으로 소재가 분명한 운석은 모두 1999년과 연관이 되어 있어. 만약 내 추론이 맞다면 1999년도에 무언가가 있었다는 말이야.-

터덜터덜 팔자 걸음으로 걷던 그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그런 와중에 머릿속에 맴도는 한 가지 의문이 조진우를 계속 괴롭혔다.

-그건 그렇다 치고 이번 양평 운석은 왜 도난을 당한 거지? 대체 왜?-

주차장에 들어선 조진우가 자신의 차에 올라타고는 바로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불을 붙였다. 깊이 들이마신 담배연기가 폐부를 휘감자 머릿속이 번쩍 뜨이는 듯 선명해졌다. 

불안하던 기색은 흔적없이 사라졌고 근육이 이완되자 헤드레스트에 머리를 기대고 차의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자욱하게 담배 연기가 차 안을 메우자 시동을 켜고 차 윈도를 내렸다. 연기들이 탈출하듯 차 밖으로 빠져나갔다. 

담뱃재가 떨어질 듯 말 듯 길어지자 창 밖으로 내밀어 재를 턴 조진우의 머릿속으로 불현듯 불안한 생각이 스쳤다. 

-이거 이거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는 것 같아. 양평 운석 현장을 지키던 경비원은 타살이 맞아. 내가 봤으니까. 그렇다면 정구 형님도 타살이 맞는다는 얘기야.-

담배를 마저 피운 조진우는 손으로 담배 꽁초를 튕겨 총알을 날리 듯 불을 껐다. 그리고는 가방에서 꼬깃꼬깃해진 이희수 형사의 명함을 꺼내 들었다. 그 명함을 한참 바라보던 그가 나직이 중얼거렸다.

“양평 운석 도난에 관한 인물들은 모두 자살을 당하고 있어. 대체 누가? 왜?”

조진우가 다시 이희수의 명함을 가방에 집어 넣고는 옆 좌석에 툭 던져 놓았다. 그리고는 그대로 차를 몰고 국립 중앙 박물관을 빠져나갔다.

****************

대통령의 집무실로 향하던 강석민 비서실장은 김동진의 말을 듣고 우뚝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자살이라니.-

예상 밖의 일이었다. 그가 멈추자 나란히 동행하던 국정원장도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비서실장 강석민이 국정원장에게 물었다. 

“지금 자살이라고 하셨습니까?”

국정원장 김동진은 김정구 경장의 죽음에 믿을 수 없다는 듯 잔뜩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강석민에게 되려 당황하고 있었다. 

심각한 사안임을 눈치 챈 김동진이 김정구 경장의 죽음이 자신과 상관이 없다는 듯 열변을 토했다. 

“네. 그렇습니다. 충북 영동 **낚시터에서 변사체로 발견되었지만 뚜렷한 증거와 물증이 없어 자살로 내사종결 처리되었습니다. 혈중 알코올 수치가 상당히 높았다고 하더군요.”

국정원장의 말이 끝나자마자 비서실장 강석민의 낯빛이 순간 어두워졌다. 강석민은 그 낯빛으로 복도에 깔린 대리석 바닥의 무늬를 세는 듯 말이 없었다. 

그 낯빛을 살피던 국정원장이 조심스레 물었다. 

“왜 그러고 계십니까?”

“아이고. 이런 제가 너무 생각이 깊었나 보군요. 어서 가십시다. VIP께서 기다리실 테니 빨리 가야지요.”

강석민 비서실장은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를 따르던 국정원장이 다시 신중하게 말을 꺼냈다.

“실망이 크신 것 같습니다.”

“아닙니다. 단지 시체는 말을 할 수 없으니.. 김정구 경장의 보고서 내용을 입증할 수 없게 되는 게 아닙니까? 그래서 조금 난처해졌습니다.”

“그렇지요.”

국정원장은 강석민에게 위로의 말은 해줄 수 없었다. 운석 현장의 도난에 관한 결정적 증인을 알고 있는 김정구 경장의 자살은 운석 도난 사건의 종지부를 찍게 되는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국정원장은 그것 때문에 강석민이 상심이 컸던 거라고 판단을 내렸다. 뒤 따르던 국정원장이 비서실장 옆으로 재빠르게 다가와 섰다. 강석민이 곁눈질로 슬쩍 보자 국정원장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혹시 운석 도난 현장의 증인을 찾을 수 있는 단서가 사라진 거라고 생각하시면 그건 너무 걱정 마십시오. 운석 도난 현장에 있었던 사람은 찾을 수 있으니까요.”

갑자기 강석민이 걸음을 멈추었다. 급작스러운 강석민의 멈춤에 한 발 더 내디딘 국정원장이 다시 뒷걸음으로 강석민 옆에 섰다. 그러자 놀랐다는 표정으로 강석민이 물었다.

“그럼 제보자를 찾을 수 있다는 말입니까?”

“확언할 수는 없지만 가능성은 높습니다. 현재 정보를 수집하고 있어요. 조만간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을 겁니다.”

“다행입니다.”

국정원장의 말에 희망을 본 비서실장의 표정이 순간 밝아졌다. 하지만 이내 다시 어두워졌다. 뚜렷한 해결책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그의 표정 변화에 국정원장도 내심 불안했다. 

강석민이 다시 대통령의 집무실로 걸음을 옮겼다. 그가 문 앞에 다다르자 조용히 뒤 따르던 김동진 국정원장을 돌아보며 말했다. 

“저기. 원장님.”

“네.”

“다름이 아니라.. 아까 말씀을 들었던 건 확실해지면 제가 VIP께 보고 하겠습니다.”

“어떤 걸 말씀하시는 건가요? 혹시 강정구 경장의 자살 건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저작권자 © 불교공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