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약 28만 원, 대형마트 약 38만 원

 

전문가격조사기관인 한국물가정보에서 설을 3주 앞두고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의 차례상 비용을 조사한 결과, 올해 4인 가족 기준 차례상 비용이 전통시장이 약 28만 1천 원, 대형마트는 약 38만 원이 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몇 년간 꾸준히 물가가 상승한 탓에 올해 역시 설 차례상 물가는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며 ‘고물가 시대’가 이어지고 있음을 확인시켜 줬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지난해 물가상승을 방어했던 효자 품목들에서 반전이 있었다. 차례상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과일류와 견과류, 그리고 채소류는 지난해 가격이 내렸었으나 올해는 20% 넘게 오르며 가격 상승의 주범으로 떠올랐다. 이들 가격을 토대로 한국물가정보는 올해 설 차례상 비용이 전통시장은 281,500원, 대형마트는 380,580원이 들것으로 조사돼 각각 8.9%와 5.8% 정도 상승했으며, 대형마트가 전통시장보다 약 35.2% 높다고 밝혔다. 따라서 접근성과 편의성은 조금 부족하지만, 일부 공산품을 제외하면 전통시장이 대형마트보다 가격도 저렴하고 품질도 좋아 전통시장에서 설 차례상 품목을 구매하는 것이 알뜰 상차림의 지름길이 될 전망이다.

한국물가정보 이동훈 팀장은 “보통 그해의 작황에 따라 품목별로 가격이 오르내리기 마련인데, 올해는 일부 공산품을 제외하고는 이례적으로 품목 전체가 오른 양상”이라며 “좋은 품질의 재료를 비교적 저렴하게 구매하려면, 정부의 설 물가 안정 대책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매년 차례상 물가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정부도 매년 설 민생 안정을 위한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올해는 특히 16대 성수품을 역대 최대 규모(25.7만 톤)로 공급하고, 과일류 등 할당관세 물량을 신속 도입하며, 정부 할인지원율도 최초로 30%까지 상향 조정하고, 농·축·수산물 할인도 전년 대비 2배 이상 확대된 역대 최대 규모(840억 원)로 지원한다. 그리고 대체공휴일을 포함한 설 연휴 기간(2월 9일~12일) 동안 고속도로 통행료가 면제되고, 지자체와 공공기관 주차장 역시 무료 개방된다.

한국물가정보에서 발표한 주요 품목별 시황 및 가격은 아래와 같다.

▶과일류‧견과류: 과일류는 재작년부터 2년간 재배면적이 늘고 생육 환경이 좋아 저렴하게 형성된 가격이 이어졌는데, 올해는 품종별 주요 생산 시기에 잦은 강우와 각종 병해충, 그리고 냉해 등으로 생산량이 감소하며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다. 특히 수박은 지난해 여름부터 긴 장마와 폭염으로 작황이 좋지 않아 생산량이 감소한 데다 최근엔 강추위와 이상기후로 하우스 관리 비용마저 증가해 가격이 높게 형성되었다. 이러한 시장 분위기에 사과, 배와 같이 명절 필수 과일 가격이 내릴 기미를 보이지 않자 다른 과일로 수요가 몰리게 되었는데, 특히 명절 과일 세트에서 한자리를 차지하는 샤인머스캣이나 만감류의 수요가 많아지는 등 차례상 과일뿐 아니라 과일류 전체의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견과류 또한 지난해와 정반대 양상을 보였다. 작년에 작황이 좋아 출하량이 크게 늘어 가격이 내렸던 견과류는, 올해 작황 부진이 생산량 감소로 이어져 전 품목 가격이 올랐다.

▶나물류‧채소류: 나물류는 큰 변화가 없었으나, 채소류는 최근 들이닥친 강력한 한파로 가격이 높게 형성되어 있다. 특히 김장철 이후 수요가 감소하고 안정적인 기후에 공급량이 늘어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를 유지하던 대파와 배추는 최근 강추위와 더불어 우박 등 기상이변으로 공급량이 줄어 가격이 급등했다.

▶수산물: 수산물류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다수 품목이 전년 대비 가격 변동이 없으나, 수입 물량과 단가 영향을 받는 중국산 조기와 생육 환경이 좋지 않아 생산량이 급감한 다시마는 2년 연속 가격이 올랐다.

▶축산물: 매년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 축산물 가격이 올해 또다시 올랐다. 국제 곡물 가격 상승 이후 오른 사룟값과 유가 급등으로 인한 축사 관리 및 유통 비용 증가 등으로 생산비용이 높아진 것이 고물가 현상을 고착화시키는 것으로 분석된다. 닭고기는 가격 변동이 없었으나, 향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에 따른 공급 상황에 맞춰 가격 추이가 달라질 전망이다.

▶과자류‧주류‧기타: 대다수 품목에 큰 변화는 없었으나 원부자재와 인건비 상승 영향을 받은 과자류와 지난해 가격이 크게 내렸던 쌀 가격이 다시 올랐다. 쌀은 지난 추수철,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소치를 기록할 만큼 벼 재배면적이 줄어든 데다 악천후에 따른 작황 부진으로 생산량이 감소한 탓에 햅쌀 가격이 오른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반대로 공산품 중 밀가루와 식용유 가격은 내렸다.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원자재 가격 상승이 1차 가공식품인 밀가루나 식용유 등에 영향을 미쳤는데, 공급이 안정되며 회복세로 돌아섰다. 한편, 청주는 설이 다가오는 내달에 가격이 내릴 전망이다. 정부는 올해 1월에 일종의 세금 할인율 제도인 ‘기준판매비율’을 소주 등 국산 증류주에 적용한 데 이어 2월부터 차례주가 포함된 발효주와 기타주류에도 이를 적용하기로 했는데, 관련 주류업체들이 선제적으로 제품 출고가를 낮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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