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으면 죽산(竹山)이고, 서면 백산(白山)이다.’

농민군이 앉으면 손에 든 죽창만 보이고, 모두가 일어나면 흰옷 입은 사람만 보인다.

녹두장군 전봉준은 농민군 4천 명을 이끌고 지금의 전북 고창에서 1894년 봉기했다. 동참자가 점점 늘어나 전북 백산 지금의 부안에 모였을 땐 농민군이 8천 명이 넘었을 정도, 그래서 백산 일대에는 보국안민을 외치는 함성으로 가득했다.

그러한 역사의 현장이 인접한 탓인지 대둔산 자락은 오래전부터 흰옷 이야기의 전설이 곳곳에 깃들어 있다.

동학운동을 일으킨 전봉준과 김개남이 체포되자, 동력을 잃은 동학 농민군이 마지막 항쟁을 결의하고 대둔산으로 피신을 했다. 1894년 12월 중순부터 약 석 달 동안 30여 명은 관군과 일본군과의 치열한 항쟁을 벌이다가 포로로 붙잡힌 소년을 제외하고 전원이 장렬히 전사한 곳이 바로 대둔산이다.

직접 마주하고 바라본, 대둔산은 험준한 바위 봉우리가 하늘을 향해 곧게 뻗어있었다. 병폐가 심한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봉기를 들었던 동학 농민군의 얼이 장군 바위에 걸려 또다시 깃발을 흔들고 있는 듯이 보였다.

대둔산은 전라북도 완주군과 충청남도 논산시, 그리고 금산군에 걸쳐 있다. 산의 높이는 878m로, 산세가 험하고 기암괴석과 계곡과 폭포가 있으며, 사방으로 바위 능선이 뻗어있다. 대둔산은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는데, 전라북도는 1977년에 충청남도는 1980년에 지정했다. 전북과 충남이라는 두 지역이 각각의 능선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최고봉인 마천대(摩天臺)라는 정상에서 만나게 된다.

마천대는 하늘에 닿는다는 뜻으로 원효대사가 붙인 이름이다. 맑은 날이면 북쪽에 있는 계룡산과 대전이 보이고, 남동쪽 진안군 마이산이 보이고, 서쪽에 있는 부안군 변산이 보일 정도로 높다.

무엇보다 낙조대에 오르면 멋진 일출과 일몰을 볼 수가 있어, 사진작가들이 전국에서 모여든다. 현재 케이블카가 설치되어 있어 정상까지 쉽게 갈 수가 있다. 케이블카가 설치된 곳은 전북 완주군 쪽에 속해 있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조금만 계단을 타고 오르면 ‘금강구름다리’가 나온다. 구름다리는 1977년 최초 건설되었고, 1985년과 2021년 두 차례 다시 건설되어 안전하고 스릴 넘치는 ‘금강구름다리’로 재탄생됐다. 그곳을 지나 임금 바위와 입석대 사이를 가로질러 오르다 보면, ‘삼선계단’이 나타난다. ‘삼선계단’은 경사가 51도나 되는 유명한 계단이다. 그곳을 타고 오르면 마천대에 이른다.

대둔산은 10월과 11월 단풍이 절정일 때 특히 구경하러 오는 일반인과 등산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케이블카를 타려면 2시간 남짓이나 기다려야만 탈 수 있다고 하니 단풍으로 물든 대둔산 풍광이 어떨지 과히 짐작이 간다. 대둔산이 동쪽을 향해 서 있기에 설경을 보려면 눈이 오는 날 아침에 등반해야만 볼 수 있다고 했다. 아쉽게도 단풍과 설경은 눈으로 직접 볼 기회를 얻지 못했다.

탐관오리들의 악행과 나쁜 정치를 견디다 못해 봉기를 든 농민들의 함성이 대둔산 곳곳에 뿌리 깊게 새겨져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해본 날, 흰옷 이야기는 오늘날에도 계속 회자하고 있음을 높으신 곳에 계신 분들도 알았으면 한다.

대둔산도립공원 

도로명 주소: 충남 논산시 벌곡면 수락리 산 14-1

전화: 041-635-6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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