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22일부터 26일까지 2023 서울 아트쇼에 장세현 작가는 <갤러리 차만> 부스에서 은지화를 선보였다. 전시 기간 내내 장세현 작가의 은지화는 방문객과 전시 관계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장세현 작가는 최근 국내 최초 미술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엔제이 아트’에서 기획한 STO 전시회에 참석하는 등 열정적인 작품 활동을 선보이고 있다.

장세현 작가의 은지화는 쿠킹 호일을 활용한 것으로 이중섭의 담배 은박지 그림에 착안해 개발된 것이다. 가난했던 이중섭 화가는 재료 살 돈이 없어 담배 은박지에 그림을 그렸는데 장세현 작가는 십여년 전 우연히 이중섭의 은지화를 접하고 매료되었다.
이를 현대적으로 계승할 방법을 연구하고 실험한 끝에 쿠킹 호일에 한지를 배접한 다음, 아크릴 물감을 올려 독자적 기법으로 그림을 완성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이중섭의 은지화에서 비롯되었지만 기법이나 색감이 완전히 달라 호일 은지화의 창시자로 봐도 무방하다. 우리 화단이 이 작가를 주목해야 할 진짜 이유는 재료적 실험 때문만이 아니다.

기존 화단의 문법과 다른 독창적 그림 세계를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사실 미술 전공자가 아니다. 그래서 다소 엉뚱한 발상으로 화단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장세현 작가는 성균관 대학교, 동대학원 국문학과 졸업을 했으며, 아동작가, 시인으로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에 시집『부끄럽지만 숨을 곳이 없다를 출간해 문단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또한,『엄마도 처음』,『엉터리 집배원』,『이상한 붕어빵 아저씨』 등 수십 권의 아동 도서를 출간해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오르기도 했으며, 초등 교과서에 수록되기도 했다.

장세현 작가를 만나 2023 서울아트쇼에 ‘은지화’라는 새로운 그림 양식을 들고 참여한 계기와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질문1] 장세현 작가님은 이번 2023 서울아트쇼에 은지화를 처음 출품했는데, 어떤 주제의 그림을 선보이셨나요?

사실 저는 한 작가가 그렸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그림 세계를 작품 속에 구현합니다. 이번에 내놓은 건 주로 몽환적 동심의 세계를 담아 서정적 울림을 주는 것들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에요. 이번 전시에 진짜 야심작으로 내놓은 건 따로 있죠.

<프로세스 아트-미완성의 완성>이란 제목으로 빈 액자를 걸어놓은 겁니다. 일종의 은지화 체험 부스 같은 것인데 관람객이 직접 예술 작품 제작에 참여하는 거죠. 이런 엉뚱한 발상은 이번 서울 아트쇼, 아니 아트 페어 역사상 처음일 겁니다.

[질문2] <프로세스 아트-미완성의 완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겠어요?

​쿠킹 호일로 어떻게 그림을 그리는지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아요. 그래서 은지화의 제작 과정을 시연하는 일종의 퍼포먼스 페인팅을 해보자 생각했지요. 관람객들이 방명록 형식으로 글이든 그림이든 흔적을 남기면 이를 작품으로 만드는 거죠. 작가와 관람객이 함께 만드는 합작품으로 이젤 위에 전시된 화판을 전시 첫날부터 조금씩 완성해가는 겁니다.

이 모든 제작 과정 자체가 예술 행위이며, 작품의 일부라 보시면 됩니다. 4일간은 빈 액자로 남아있다가 최종 완성작이 맨 마지막 날 전시장에 걸리게 되면 모두들 놀라워하죠.

[질문3] 앞서 엉뚱한 발상이라고 얘기했는데 이런 퍼포먼스를 하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일반적으로 미술품 전시는 화가가 작품 생산의 주체가 되고, 관람객이 소비의 객체가 되죠. 하지만 이 작품은 화가가 소비의 객체가 되기도 하고, 관람객이 생산의 주체가 되기도 해요. 자칫 객체로 소외될 수도 있는 관람객을 작품의 주체로 모시는 아트 퍼포먼스인 거죠. 어떤 작품이 완성되어 마지막 날 걸릴지 화가도 몰라요.

그림의 가격도 없어요. 경매방식으로 누구든 입찰가를 적어내면 됩니다. 입찰여부에 따라 단돈 만원에 낙찰될 수도 있지요. 전시를 기존의 방식과 달리 재밌게 해보자는 취지고 은지화의 특성을 활용한 특권이기도 해요. 전시장에 방문하시는 분 아무나 작품 제작에 참여할 수 있구요. 누구든 환영합니다.

[질문4] 얘기를 듣고 보니 매우 흥미로운 시도인데 성공적으로 잘 진행되었나요?

물론이죠. 이번에 관람객 80여 명이 작품 제작에 참여했어요. 다들 새로운 경험이라 재미있어 했죠. 이 퍼포먼스를 앞으로 전시 때마다 계속하려고 해요. 그래서 제 전시의 브랜드 이미지로 만들려구요. 이게 익숙해지면 관람객들이 으레 이런 퍼포먼스를 한다는 걸 알고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날이 올 겁니다.

다만 이번엔 입찰 참여자가 없어요. 워낙 생소한 아트 퍼포먼스라 다소 뜨악한 반응이었죠. 그래서 너무 다행입니다. 추억과 땀방울이 온전히 기록된 이 작품은 제가 소장 하고 싶었거든요.

[질문5] 이중섭 화가의 손바닥만 한 담배종이 은지화가 시초가 되어, 장세현 선생님의 은지화로 재탄생되었다고 들었는데, 이번에 출품한 그림은 상당히 호수가 큽니다.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 말씀해 주세요.

보통 가정용 쿠킹 호일의 사이즈는 30센치 전후예요. 이번 작품은 폭이 50센치, 70센치 되거든요. 국내에는 이런 사이즈를 구할 수 없어 해외직구를 했어요. 그 덕분에 20호~40호대의 은지화를 그려 이번에 13점을 출품하게 됐어요. 이중섭의 담배 은박지 그림에서 한 단계 새로이 도약한 은지화로 보시면 됩니다.

[질문6] 전시를 해보신 소감이 어떠신가요?

저는 이제껏 재미있고 좋아서 그림을 그려왔습니다. 강호에 숨어서 유유자적했다고 봐야겠죠. 그러다가 올봄, 2023년 6월 2일부터 15일까지 ‘은지화의 발견- 선, 빛, 색’이란 전시명으로 화성시 통탄, 반도문화재단 아이비라운지에서 첫 은지화 개인전을 개최했어요. 처음 작품을 세상에 공개하는 것이라 몹시 간장이 되고 미술판에 조금 눈을 뜨는 계기가 되었어요.

미술과 미술시장은 완전히 다른 영역이라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어쨌든 이 세계에 첫발을 내디뎠으니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 주는 작품을 선보일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죠. 화가는 그림으로 말하는 거니까요.

[질문7]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 주세요.

저는 은지화의 변화무쌍한 기법에 계속해서 도전할 계획입니다. 은지화라는 재질의 특성 때문인지 뜻밖의 놀라운 현상을 때때로 목격하곤 합니다. 이를 활용하여 색다른 느낌의 작품 그려낼 때마다 희열을 맛보곤 하지요.

저는 ‘은지화 미술 동아리-어울림 그림 마당’ 네이버 카페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은지화에 관심이 있는 회원들이 자유롭게 참여하는 카페인데, 그동안 회원들이 그린 은지화를 모아 기회가 되면 동인전을 개최했으면 합니다.

또한, 은지화를 체험하는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고자 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문화 혜택이 부족한 소도시 학교나 공공기관에서도 은지화 체험 교육 과정을 시연하고 싶습니다.

2023 서울아트쇼, 은지화 전시는 장세현 작가에게는 새로운 도전이었을 수도 있다. 아트의 영역과 자본 시장의 영역이 만나는 그 틈새에서, 그의 은지화는 당당하게 영롱한 빛을 발산하고 있었다.

[약력] 장세현 작가

성균관 대학교 대학원 석사과정, 성균관 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은지화 미술 동아리 〈어울림 그림마당〉 대표.

저서로는 시집 『거리에서 부르는 사랑 노래』,『부끄럽지만 숨을 곳이 없다』출간.

어린이 도서 『세상 모든 화가들의 그림 이야기』, 『한눈에 반한 미술관』 시리즈, 『옛 그림 읽어 주는 아빠』,『고구려 벽화가 들려주는 이야기』,『에퉤퉤! 똥된장 이야기』,『엉터리 집배원』,『이상한 붕어빵 아저씨』,『호랑이를 죽이는 방법』, 『울보 청개구리』 등 많은 아동 도서를 출간했다.

*2023년 6월 ‘은지화의 발견- 선, 빛, 색’ 화성시 통탄, 반도문화재단 아이비라운지 은지화 개인전 개최

*<ART STO 프리뷰 2024> 전시 참가

*<서울 아트쇼 2023> 전시 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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