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알아냈다. 두 번째 바탈이 있는 곳을!

그런데..

그렇게 열심히 검색을 하던 아이신이 순간 절망에 빠진 듯 스마트 폰을 테이블에 탁 내려놓았다.

그리고 한 손으로 테이블을 원망하듯 쾅 치며 투덜거렸다.

“이런, 제길. 검색 결과가 십 오만 개인데 어느 천 년에 다 살펴보지?”

그의 말에 아수하는 깊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어휴~ 그렇게나 많아? 아이신.”

“그래.”

“이걸 어떡하지? 개수로 나누기도 그렇고..”

고민에 빠진 아수하.

너무 많은 검색 결과에 필연적인 노가다를 피할 수 없게 된 그녀는 지금 대책을 궁리 중이다.

한참 동안 생각하던 그녀가 최상의 방법을 도출한 듯 입을 열었다.

“그래. 그거야. 그렇게 하면 되겠다. 일단 아이신은 경기권을 찾아봐.

박토는 서울권을 찾아보고 난 충청 전라권을 찾아 볼게.

찾아내는 걸 단계적으로 해야 할 것 같아.”

이런 아수하의 리더십 넘치는 전두 지휘에 아이신부터 재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한참을 검색하던 그가 진이 다 빠진 듯 파김치가 되어 화를 내기 시작했다.

“아오 씨. 이거 하루 이틀 걸릴 일이 아닌 것 같아. 사람이 더 있다면 좋겠는데.. 김탄은 안 해주겠지?”

“야. 계속 저렇게 소리를 질러 대는데 참 잘도 해주겠다. 그냥 우리가 열심히 찾는 수밖에 없어. 한 걸음 한 걸음씩 하다 보면 결국 찾게 될 거야. 아이신.”

아수하의 말에 아이신이 감동 받은 듯 눈물을 글썽였다.

“역시 인내와 끈기의 오운족 제일 쌈장. 아수하.”

갑자기 칭찬이 들어오자 기분이 좋아진 아수하가 다시 그에게 손가락 하트를 남발했다.

그러다 그녀의 눈에 들어 온 박토.

그는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았다.

손 하나도 부족한 이때에 혼자 노는 박토의 모습에 아수하는 화가 났다.

-바룬족 노비 충성 언약을 괜히 한 거 같다. 어차피 배달석을 찾으러 같이 가게 된 것도 아닌데 너무 부조리하고 불공평하다.-

그러나 그녀는 화를 내며 따질 수는 없다.

어쨌거나 지금 오운족은 바룬족 노비이다.

그저 아수하는 박토에게 이렇게 말해 본다.

“박토. 너는 서울권을 찾으라고 했을 텐데.. 왜 아무것도 안 하지?”

“할 필요가 없으니까.”

“아니, 왜? 우리가 시키는 대로 한다고 해서 혹시 이용하는 거니?”

박토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대꾸했다.

“아니, 역시 내 예상이 맞으니까..”

아이신 아수하가 동시에 박토를 쳐다보며 물었다.

“뭐가?”

“니들이 바보라는 것.”

뜬금 없는 박토의 말에 아이신이 기분 나빴는지 성질을 버럭 내며 되물었다.

“뭐? 우리가 왜 바보인데?”

박토는 대답대신 얕은 한 숨부터 내 쉬고는 팔짱을 꼈다.

그리고 왜 오운족이 바보인지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잘 들어. 이 바보들아. 월이 얘기한 곳은 오성 알앤디 센터를 말하는 거야.”

순간 아수하와 아이신이 깜짝 놀랐다는 듯 입이 쩍 벌어졌다.

그런 표정으로 한참을 넋을 놓고 박토만 바라보고 있던 그들이 갑자기 동시에 배를 잡고 방바닥에 떼구르르 구르며 웃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아수하가 너무 웃느라 배가 아픈지 배를 붙잡고 박토에게 자발스럽게 입을 열었다.

“하하하하하. 오성 그룹이래. 야, 토야. 너무 웃기지 마. 배 아파 죽을 것 같아.”

그에 질세라 아이신은 너무 웃느라 눈가에 눈가에 흘린 눈물을 손가락으로 훔치며 박토에게 입을 열었다.

“상상이 지나치다. 오성이 사회적으로 명망이 높은 기업인데 파이온이랑 연관이 있다고? 오성 총수 왕종철이 얼마나 훌륭하고 검소하며 또 좋은 일을 많이 하는데.. 우리나라 기업인 중 존경받는 사람 1위에도 올랐다고!”

아이신의 말에 아수하가 덧대었다.

“맞아. 맞아. 서민이라고 함부로 대하지 않고 얼마나 친근한데. 우리나라 기업 중 유일하지 않아? 다들 머리 빳빳이 세우지만 오성 총수는 달라. 기업 모토가 함께 사는 세상인 거 몰라?”

이들의 말에 박토의 표정이 더욱더 굳어졌다.

그러던 그가 갑자기 제 손으로 제 머리를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그래서 니들이 우리 바룬족한테 안 되는 거야? 이 머리가 나빠서 배달석 지킴이 밖에 못하는 거지.”

갑자기 훅 들어 온 박토의 비아냥.

안 그래도 예언을 지키는 자들 중 이인자인 것도 서러운데 머리 나쁘다는 비하까지 듣게 되자, 아이신은 순간 자신이 바룬족 임시 노비인지를 망각하고 버럭 발끈했다.

“뭐라고? 그럼 잘난 네가 알아듣게 설명해 봐. 우리는 머리가 나쁘니까 잘 모르겠다.왜 오성 알앤디 센터에 배달석이 있는지 당장 말해 봐!”

박토가 팔짱을 풀고 처량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겼다.

상당히 고민을 많이 하는 듯 보였다.

그러던 그가 심사 숙고를 끝냈는지 입을 열기 시작했다.

“월이는 영어를 많이 안 배웠어.”

아수하, 아이신이 깜짝 놀라 동시에 소리쳤다.

“아니 어떻게 그럴 수가. 초등학교 1학년인데?”

이들의 반응에 박토는 살짝 주눅이 들었다.

박월은 산골 오지에 사느라 학원을 못 다녔다.

다른 아이들보다 뒤처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숨어 사느라 어쩔 수 없었다.

박토는 그런 박월에게 갖은 원망을 들으며 학습지를 강제로 시켰었다.

그런데 남의 가문을 몰살시키고 그 대가로 아주 잘 살고 있던 오운족 아이신과 아수하의 입에서 저런 소리가 나오자 박토는 화가 났다.

그가 순간 분을 이기지 못하고 인상을 구기며 소리쳤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멍청이들아. 월이는 알앤디가 뭔지 몰라서 그냥 영어라고 말한 거야.”

“헐.” “오호.”

아수하와 아이신은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는 듯 동시에 감탄사를 내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살짝 조롱하는 뉘앙스도 풍기는 것 같다. 일부러 이러는 건가?-

기분이 나빠진 박토가 윗입술을 위로 뒤집어 깠다.

정말 여기서 더 건드리면 폭발하기 직전이라는 듯.

그러나 아이신과 아수하는 그런 박토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정확히는 그가 그러고 있는 걸 모른 체 둘 만의 대화를 시작했다.

바로 박월이 영어를 못하는 이유에 대한 대화.

“산골이라서 못 배운 거겠지?”

“요즘엔 인터넷으로 배우면 될 텐데. 요즘 인강 잘 나왔잖아.”

“야. 초딩 1학년이 혼자 배우긴 힘들지.”

“박토가 가르쳐 주면 되는 거 아냐?”

“에이. 박토는 공부를 못했잖아. 기억 안 나?”

“아, 맞다 그랬지? 그럼 월이 혼자 되게 힘들었겠네.”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박토의 윗입술이 기분이 아주 나쁘다는 듯 더 위로 발랑 까졌다.

진짜 여기서 살짝 더 건드리면 그대로 지붕을 뚫고 나갈 기세.

오운족 둘 만의 대화를 마친 아이신이 그를 돌아보고 순간 깜짝 놀라 소리쳤다.

“입술이 왜 그래? 왜 까고 있는 거지?”

박토가 발랑 까진 윗입술을 제자리로 돌려놓으며 입을 열었다.

“알 거 없어. 가끔 저절로 까지니까. 기분 나쁠 때.”

“아, 그래.”

“그래.”

아이신은 박토가 윗 입술을 깐 이유가 그들의 대화를 들어서 그런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기분이 나빴구나.”

“그래. 나빴다.”

더 이상 대화를 진행하기가 민망해진 아이신.

화제를 돌릴 걸 찾다 불현듯 그의 머리에 스친 기가 막힌 생각 하나.

이 모든 어색함을 돌리기에 정말 적절한 생각이었다.

“아, 참. 박토. 그렇다면 왜 마지막 배달석과 바탈이 오성 알앤디 센터에 있다고 확신하는 거지? 단순히 그것 만으로 부족하잖아. 다섯 개의 별이 혹시 오성을 말하는 건 아니겠지? 그렇다면 오산이야. 오성의 한자 중 성 자는 별 성 자가 아니거든.”

박토가 대답했다.

“아니지.”

갑자기 아수하가 놀랍다는 듯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럼 왜 그렇게 확신하는 거지? 박토?”

박토가 갑자기 서울대 수석 합격한 표정으로 변했다.

그가 그렇다면 진짜 빼도 박도 못 할 확실한 증거가 있다는 뜻이다.

오운족 아이신과 아수하가 눈을 반짝이자 박토가 미소를 머금으며 입을 열었다.

“나도 나의 추리력이 이렇게 정확해서 아직도 소름이 끼치고 있는 중이야. 놀라지 마. 아이신. 아수하.”

박토가 자신의 스마트 폰을 아수하와 아이신 면전에 들이밀었다.

그걸 보자마자 입이 떡 벌어진 아수하와 아이신.

박토의 스마트 폰 화면에 다섯 개의 별 조각상의 사진이 떠 있어 그랬던 것.

그리고 그 조각상 뒤로 8차선 도로가 있었고 그 도로 건너편에 오성 알앤디 센터가 위용을 드러내며 우뚝 솟아 있었다.

한동안 너무 놀라 잠시 말 하는 법을 잊어버렸던 아수하, 아이신이 동시에 소리쳤다.

“다섯 개의 별이잖아!”

박토가 그들을 향해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소리쳤다.

“다 끝났어! 찾았다고!”

짝짝짝짝짝짝짝짝!

드디어 배달석을 찾을 수 있게 된 오운족은 너무 기뿐나머지 호들갑스럽게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이들이 이렇게 하는 걸 본 박토가 갑자기 성을 내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늦은 밤이니까 조용히 해. 빨리 잠이나 자! 내일부터 준비할 게 많으니까.”

이렇게 박토가 오운족에게 뭐라고 아무리 핀잔을 주어도 소용 없다.

그저 아이신과 아수하는 박수를 치는 건 멈췄으나, 기쁨에 넘쳐 행복하다는 건 멈추지 못했다.

그들은 그런 상태로 그저 박토가 시키는 대로 하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만 있었다.

그걸 본 박토는 이상하게 기분이 묘했다.

두 번째 바탈과 마지막 배달석.

그리고 1만여 년의 기다림을 끝낼 종지부의 시작.

오랜 시간 바룬족과 오운족을 얽매였던 파눔의 사명.

그 숙명을 끝낼 수 있는 키가 바로 오성 알앤디 센터에 있다는 사실은 지금 오운족이 좋아하는 것처럼 박토도 기뻐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집안의 원수이지만 그런 동질감을 느낀 것에 기분이 묘했던 박토는 더 이상 그들을 나무라지 않았다.

그저 말없이 그들을 바라보며 티 나지 않게 속으로 좋아하고 있던 박토에게 아이신이 말을 걸어왔다.

“다 끝났어. 토야.”

“응. 마지막이야. 더 이상 기다리지 않아도 돼.”

“우리는 이제 파눔의 예언을 지키게 될 거고 또 자유로워질 거야. 그럼 더 이상 너희 바룬족에서는 무단이 태어나지 않고 또 우리 오운족에서는 아바라가 태어나지 않게 되는 거다.”

아이신의 말에 아수하가 흥분한 듯 말을 덧대었다.

“그래. 박토. 우리가 파눔의 예언을 지키는 자로서 마지막을 장식하게 되는 거야. 그러고 나면 평범하게 살 수 있겠지? 그 사실만으로도 너무 좋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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