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섣달 해는 노루꼬리만 하다는 속담처럼 낮의 길이가 점점 짧아지고 있다.

대전 송촌동에 있는 천인암을 향해 운전대를 잡았지만, 선뜻 철학관을 취재한다는 것은 용기가 필요했다. 천인암은 상가 건물 2층에 둥지를 틀고 있었다.

그런데도 문을 열고, 얼굴 가득 환한 미소를 보이며 반갑게 맞는 이형진 법사를 보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몸과 마음이 지친 사람들이 찾아와, 지나온 일과 앞으로 살아갈 일을 털어놓다 보면 하루해가 너무나도 짧다고 법사가 말했다.

그곳을 방문한 이유는 법사가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오랫동안 선행을 베풀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간 것이다. 그동안 다녀간 사람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 카메라와 기자 수첩을 들고 법당 안으로 들어섰다. 부처의 인자한 미소가 한가득 피어오르고, 법사가 탔다는 작두 옆에는 촛불이 환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쌀과 과일, 사탕 같은 공양물을 교도소나 노인정, 그리고 불우이웃을 위해 십여 년 동안 기부한 것을 두고 그리 자랑할 만한 행동은 아니었다며, 법사는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현재의 시절 인연 운이 어수선하여 다들 살기가 팍팍해졌다는 말로 자신의 미담 사례를 살짝 덮으려고만 했다. 따뜻한 차 한잔을 앞에 두고 그와 긴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질문1] 어떤 인연으로 법사의 길을 걷게 되었는가요?

저는 공주 공암에서 태어났어요.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엄하고 교육열이 높은 아버지 덕분에 서당에 입교해서 천자문을 배우고 예의범절을 익혔죠. 그러다가 대전으로 전학을 왔어요. 학창 시절의 종교는 기독교였습니다. 그런데 늘 몸이 아팠어요. 정신이 혼미하고 어지럽고 헛것이 보이기도 했어요. 아마도 그때부터 신병을 앓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질문2]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와서 했던 직업은 무엇이었나요?

첫 직장은 제약회사에 다녔는데, 15년 근무하는 동안 결혼도 하고 아들도 얻었어요. 그저 평범한 가장으로 보냈어요. 늘 몸은 아팠지만 그런가 보다 했어요. 그러다 건설업을 운영했어요. 처음엔 많은 돈을 벌었는데, 그만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해 모든 것이 무너지고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고 말았어요. 그 바람에 가정은 깨지고 나는 계룡산으로 들어가 폐인처럼 지냈어요. 그러다가 철학 공부를 시작했어요. 꼬꾸라진 내 인생의 말로가 너무나 궁금해서 시작했는데, 차츰 인간의 생로병사와 인연법에 관한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 후로 우연히 신어머니를 만나 큰 굿을 했고, 말문이 터지고 작두를 타게 되었어요. 그런 다음에 신을 모시게 되었는데, 신병이 씻은 듯이 나았습니다. 늘 정신이 맑고 몸도 가벼워졌습니다.

[질문3] 어떤 이유로 선행을 베풀게 되었나요?

선행이라니요. 가당치도 않습니다. 공양물이 들어오면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눠준 것뿐입니다. 그리고 정말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이 찾아오면 함께 울어주고 다독여줍니다.

너무나 힘들어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들이 아픈 마음을 다독여주는 것도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일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비록 학승처럼 부처님 말씀을 깊이 공부하지는 못했지만 가난하고 힘든 이웃들에게 따뜻하게 부처님의 마음으로 다가간다면 저의 업장도 조금은 닦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질문4]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주세요?

저는 매일 이른 새벽에 계족산을 올라가서 기도하고 내려옵니다. 기도가 끝나면, 행복합니다. 사랑합니다. 덕분입니다, 라는 말로 마무리합니다. 제가 신을 모시는 몸주라서 깨끗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또한, 미력하나마 어려운 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은 목숨이 다하는 그 날까지 계속할 것입니다. 우리 법당은 젊은이들이 많이 찾아옵니다. 방문객의 70%가 됩니다. 그들이 마음의 안정과 행복을 찾는데 조력자 역할을 충실하게 다할 것을 약속합니다.

대전 송촌동 천인암, 이형진 법사를 만나고 나오는 길, 한층 마음이 가벼웠다. 시리고 찬 겨울바람이 옷깃을 파고들었다. 법사의 겨울나기는 바로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라는 생각이 들어 되돌아서서 2층 천인암 둥지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힘든 사람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는 곳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잠시 합장을 하고 섰다.

*천인암

*주소 대전 대덕구 계족산로81번길 59-9 (송촌동)

*연락처: 010-9339-3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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