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겸 시인의 시집 『자전하는 여자』을 도서출판 이든북에서 12월에 출간했다.

신은겸 시인은 시낭송가이기도 하며 한국문인협회 계룡시지부장을 맡고 있다.

오늘의 문학(1989), 대전문학(2016) 시로 등단했으며,1 987년 충주MBC 가을 시 공모전 금상 수상, 제2회 대전 여성백일장 장원을 해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현재 대전 시민대학, 논산문화원, 옥천문화원, 금산인삼고을도서관 등에서 '시와 나의 소리 찾기’를 강의하고 있으며,  시집 『지붕 고치는 날』2020『자전하는 여자』2023을 출간하는 등 왕성한 문단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에 출간된 신은겸 시인의 시집은 자전하고 공전하는 인생길 위에 만나는 사물과 사유의 시어들로 꽉 차 있으며, 다양한 사물을 내밀한 심리적 렌즈를 통해 들여다보며 감성과 호소력이 짙은 시들로 구성되어 있다.

신은겸은 시인은 시집 『자전하는 여자』 출간하면서 “가을비가 창을 때리고, 광합성을 말린 잎이 바닥에 널부러진다, 나무는 겨울을 나려고 잎을 떨구는데, 나를 내리는 호흡은 거칠기만하다”고 말하며 낙엽과 자신을 비교하는 시를 발표했다.

어쩌면 시인은 시를 통해 자연현상과 부합하지 않은 자아를 대응시키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자전하는 인생의 길 위에 만나는 사물 가운데 풀과 꽃과 나무 등 식물성 대상에 자신의 경험과 의식을 자주 투영하고 있었다. 더구나 시인은 길 위에서 만난 식물성 사물들은 찔레꽃, 익모초, 호박꽃, 은사시나무, 은행나무, 댓이파리, 금계국, 뽕나무, 이끼, 망초꽃, 풀잎, 장미, 매실, 도깨비바늘, 사이프러스, 회화나무 에서도 시를 건져 올렸다.

또한, 조류와 어류, 곤충 등 동물성 대상에 자신의 경험과 의식을 적실하게 투영기도 했다. 시인이 길 위에서 만난 동물성 사물들은 흰나비, 갑오징어, 까치, 황석어젓, 풀여치, 생선국수, 박쥐, 배추벌레, 숭어 등 다양하다. 이를 시 「박쥐」 「갑오징어」 「숭어의 고백」 「풀여치의 반란」 「생선국수 한 그릇」 「흰나비의 언덕」 「황석어젓」 등으로 형상화했다.

공광규 시인은 “신은겸 시인이 자전하고 공전하는 인생의 길 위에서 만나는 사물과 사유를 어떻게 형상하고 있는지 살펴봤는데, 첫 번째는 길을 모티브로 쓴 여러 편의 시를 살폈고, 두 번째는 풀과 꽃과 나무 등 식물을 제재로 한 시들을 살폈다. 그리고 조류와 어류와 곤충 등 동물을 제재로 한 시들을 살펴보았다. 이런 다양안 사물에 내밀하고 정치한 심리적 렌즈를 들이대어 발견한 문장을 언술한다.” 라고 말하며 회상이나 회고방식의 사유를 하거나 문장의 비약을 통해 시적 긴장을 주고 있어 깊은 울림이 느껴진다고 했다.

엄기창 시인은 “신은겸의 시에는 한 여자의 견고했던 고독이 어떻게 극복되는지 잘 드러나 있다. 여자는 정이 그리워 공전하면서 사람들과의 관계를 꿈꾸지만 결국은 차가운 대기권 밖으로 밀려난다. 수명을 다한 별들 사이에서 부딪쳐 깨진 화석이라도 하나 찾으려 자전하면서 아욱을 치대던 어머니를 소환하고, 금계국, 반야사의 봄바람, 계룡의 가을과 정을 맺으며 고독을 맛있게 익히고 숙성시켜 드디어 즐기는 경지에까지 이르렀다. 적어도 외로움이 얼마나 인생을 삭막하게 만드는지 아는 사람이다.”라고 말하며 시인이 일상의 대화처럼 풀어내는 화려한 비유의 향연을 통해 고독을 극복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는 듯 하다고 했다.

표지화로 그려진 [흔적]은 고명성 화가의 작품이다. 시인의 시와 절묘하게 어울리는 표지화는 토박한 토기에 담긴 몇 송이 꽃이 작가의 시선으로 들어가 또 하나의 시가 되고 있다.

앞으로 신은겸 시인이 다양한 세상의 온갖 것들을 관찰하며 또다른 커다란 공간에서 그녀만의 시세계를 펼쳐나아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길 위에서

늘어난 가죽은 무릎이 닳는 쪽으로 기울어져

조그만 돌부리에 조막손으로 심었던 코스모스가

그리워졌다

꽃길이 된 하늘에 까만 씨앗을 흩뿌리고

지평이 푸른 길을 걷고 싶었다

하나 둘 걸어둔 꿈이 까맣게 반짝이다

흐리게 사위어가곤 했다

둥근 마음 자전하던 지구는

별들이 주고 간 기억만큼 침묵했고

밤엔 파인 자오선에 흐른 빙하가 그렁했다

언덕은 점점 높아져

지나온 길이 헐렁이고 있음을 알았다

헐거워진 끈을 고쳐 매고 걸어온 깊이와 넓이를 재본다

발에 맞지 않는 신발이 계속 헐떡거리고 있다

내게로 돌아오는 중이다

--------------------

노을

기다림의 긴 그림자를

눈썹 끝에 매달고

붉게 물드는 서쪽으로 저어간다

온통 비어버린 영혼을 매만지며

이정표 없는 길을 끝없이 걷는다

닿을 수 없는 허무의 바다에

펴지지 않는 날개를 허우적거렸다

물밀듯이 밀려오는 그리움의 파도

젖은 날개를 퍼덕인다

신은겸 시인
신은겸 시인

신은겸 시인, 시낭송가

한국문인협회 계룡시지부장

오늘의 문학(1989), 대전문학(2016) 시 등단

1987년 충주MBC 가을 시 공모전 금상

제2회 대전 여성백일장 장원 등

대전 시민대학, 논산문화원, 옥천문화원, 금산인삼고을도서관 등에서 ‘시와 나의 소리 찾기’를 강의하고 있다. 시집 『지붕 고치는 날』2020『자전하는 여자』2023 출간

* E-mail song401067@naver.com

*이든북 출판사 전화 042-222-2536

저작권자 © 불교공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