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희경 이사벨라 시인이 시집 『돌아오지 않은 시』를 도서출판 ‘이든북’에서 12월에 출간했다. 상처의 심연에서 열리는 서정의 문을 통과한 시라는 평가를 얻을 만큼 하희경 시인의 시는 다양한 사물에 내밀하고 정치한 심리적 렌즈를 통해 관찰한 시어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번에 출간한 『돌아오지 않는 시』는 2022년 『기차와 김밥』 이후 발간하는 하희경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이다.

장르를 불문하고 문학 작품에는 작가의 자전적 사실이 배태되어 있기 마련이다. 그것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추억인 경우도 있지만 슬픔을 환기하게 하는 결핍과 상처인 경우가 더 많다.

하희경 시인의 시집『돌아오지 않는 시』도 인간의 깊은 상처와 이미 지나간 과거의 일로 한정되지 않으며 수시로 현재에 개입해 존재를 흔들고는 있으나, 시인의 모습이 시 속에 투영되고 있다.

하희경 시인은 서울에서 출생하여 대전에 거주하고 있으며 페북에서 이사벨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한국문학시대에서 시를, 시와정신에서 수필을 등단했으며, 2022년 대전문화재단에서 예술창작지원금을 수혜받아 시집 『기차와 김밥』을 발간했고,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 후원하는 창작디딤돌을 지원받아 수필집 『민낯』을 함께 출판했다. 2023년에는 시집 『돌아오지 않는 시』를 발간했을 정도로 왕성하게 문학 활동을 펼치고 있다.

박진희 문학평론가는 “하희경의 시인의 첫 시집에서 이번 시집에 이르기까지 시 세계의 기저에 흐르고 있는 정서가 유년기 부모로부터의 소외라는, 결핍과 상처에서 비롯되고 있다. 결핍과 상처에서 비롯되었다고 해서 이 정서가 모두 비극적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존재의 상처를 포착하는 예민한 감각과 그에 대한 공감이나 연민, 유대의 정서가 그의 시에 농밀하게 스며 있다.”라고 말하며 시인에게 각인되어있는 상처가 통제되지 않고 현재 자아의 정서와 의식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주체가 아닌 대상의 자리에 존재한다고 봤다.

『돌아오지 않는 시』에서 시인은 집요하리만치 치열하게 자아를 탐색해가고 있다. 그것은 상처와 고통의 순간들을 더듬어 가는 과정과 다른 것이 아니라고 본다. 시인이 이토록 고통스러운 작업에 천착하고 있는 까닭은 자신을 부정하면서 생을 긍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며, 결국, 이는 어떻게 생을 사랑할 것인가와 맞닿아 있는 문제로 봤다.

시인의 시에서 느껴지는 상처라는 구멍을 통해 삶에 대한, 사람에 대한, 그리고 아름다움에 대한 이해로 보여 보다 많은 독자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담쟁이

말라비틀어진 손으로

겨우내 버티는 넝쿨

그만 죽은 줄 알았다

암팡진 손가락으로

한사코 기어오르는 너를

무심히 스쳐 지나며

영락없이 죽은 줄만 알았다

이른 봄

살며시 손 내미는 널 보고

그제야 살아 있음을 알았다

바람길 건너

지난해 넘지 못한 벽을 향해

온몸에 힘주는 널 보며

나도 아직

살아있음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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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

심심한가 보다 나는

동트기 전부터 까만 밤까지

엉금엉금 간간이 재빠르게

쉴 새 없이 먹이를 찾아다닌다

갈비뼈가

등뼈를 꽉 움켜쥔다

나는 옆을 보지 않는다

아무에게도 안부 물을 수 없기에

잿빛 도시엔 그림자뿐

소화되지 않는 허풍선이들 세상

배가 고프다,

피가 돌지 않는다

먹고 먹히며

제 발자국 밟는 가열한 몸짓

도시에 헛헛한 내가 돌아다닌다

어디엔가 머물려고, 함께하려고

하희경 이사벨라 시인
하희경 이사벨라 시인

■ 저자 및 역자 소개

지은이_하희경 이사벨라 시인

하희경 시인은 서울에서 출생하여 대전에 거주하고 있으며 페북에서 이사벨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한국문학시대에서 시를, 시와정신에서 수필을 등단했다. 2022년 시집 『기차와 김밥』을 발간하고, 수필집 『민낯』을 함께 출판했다. 자기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2023년 시집 『돌아오지 않는 시』를 발간했다.

*E-mail hak1930@hanmail.net

*이든북 출판사 전화 042-222-2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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