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석이 만든 운명에 휘말린 또다른 사람 2.

***

국정원장 직속 산하 아래 비밀리에 구성된 디지털 정보 분석 팀.

총 다섯 명의 요원으로 구성된 이 팀은 다른 조직이 있는 곳과는 다르게 아주 은밀한 곳에서 일하고 있었다.

이 조직이 있는지조차 모를 정도의 협소한 장소에서 책상 4개를 서로 이어 붙이고 둘러 앉아 정보를 분석하고 있는 요원들.

이들이 하는 일은 주로 오성 그룹 전반에 관한 디지털 데이터 수집과 분석이었다.

이들 중 막내로 보이는 한 남자가 있다.

동안으로 보이며 샤프하고 깔끔하면서 지적이게 생긴 이 남자는 그런데 막내가 아닌 이 팀의 팀장이었다.

그의 이름은 이아임.

낮에는 국정원 소속 요원 밤에는 해커로 사는 사람이었다.

완전 엘리트 중에 초 엘리트였다.

그러나 이아임은 국정원 특성 코스인 엘리트 코스를 밟은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정말 색다르게 고등학교 중퇴 학력을 가지고 있었다.

나이는 겨우 28세.

하지만 전적은 화려했다.

미 국방성 해킹 및 나사 해킹 등..

고등학교 때부터 그는 이미 요주의 인물이었다.

미국 주요 군 시설과 정보를 해킹하는 바람에 미 국방성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던 그의 나이가 겨우 17살이었고, 그렇게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이곳 저곳 해킹을 하던 그가 꼬리를 밟혀 결국 잡히게 되었다.

그래서 선고 받은 집행유예 1년.

그리고 그는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사실 그는 사라진 게 아니다.

모든 신분을 세탁하고 비밀리에 국정원 요원이 되었던 것.

지금 이렇게 그가 하고 있는 일처럼...

그의 주요 업무는 적대 국가의 주요 정보를 취득하는 일이었다.

즉 해킹에 탁월한 재능이 있었던 탓에 겨우 28살이란 나이에 정보 분석실의 팀장이 된 수재였다.

이 모든 과정은 국정원 역사상 이례적인 일이었다.

186의 훤칠한 키.

인상 좋고 지적인 꽃미남 스타일의 페이스.

그는 항상 친절했고 또 그에 걸맞게 언제나 얼굴에 미소가 떠나지 않는 사람이었다.

사교력 만렙에 평판은 상당히 좋았으며 실력도 탑이었던 이아임은 한 마디로 완벽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건 모두 그가 만든 가면.

그는 어떻게 하면 스스로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는지 잘 알고 있는 자였다.

모두가 사회에서 가면을 쓰겠지만 이아임은 타고난 인내심과 절제력 때문인지 그 가면을 벗는 일이 전혀 없었다.

화를 내거나 시샘을 하거나 혹은 나쁜 마음을 먹었다는 걸 전혀 내색하지 않는 자였다.

언제나 호인, 또 좋은 사람으로만 타인에게 비치는 그는 무서울 정도로 완벽한 모습이었다.

그러니 사람들이 많이 따르고 또 많이 좋아했다.

완전 인싸 중에 인싸였다.

그런 그에게도 단점이 있었으니 여자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단점이었다.

그래서 성소수자로 오해도 받았지만 그는 이성 동성 모두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즉 자기애만 있는 사람.

완전 나르시시스트인 이 아임.

띵똥!

이아임의 컴퓨터에서 내부 통신 매신저가 울렸다.

그가 메신저를 클릭하자 상부의 지시서가 와 있었다.

내용을 보니 오성 알앤디 센터 수장인 은비사의 가족인 그의 동생 은비칼의 대한 정보 수집에 관한 것이었다.

-쓸데 없는 일. 별로 중요하지 않다.-

지시서를 대충 훑어 본 이아임이 반대편에 앉아 있는 그의 동료 코드네임 002에게 말을 걸었다.

“002 요원님. 이거 은비칼 정보 수집 지시서인데 요원 님이 하세요. 바로 파일 보내드릴게요.”

“오케이. 바통 터치.”

파일을 열어본 002.

은비칼의 프로파일 사진을 보자마자 깜짝 놀랐다.

“이야. 잘 생겼네. 배우 해도 되겠어요.”

“누가요? 은비사 동생인가요?”

“네. 은비사랑은 상당히 다르게 생겼어요. 누가 보면 배 다른 동생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말이죠.”

제목만 대충 읽고 002에게 지시서를 넘기 이아임은 은비칼에 대해 호기심이 생겼다.

도대체 얼마나 잘 생겼으면 배우를 하라고 하는 거지?

또 은비사와는 얼마나 다르게 생겼길래 배다른 동생인 것 같다 하는지.

너무 궁금했던 이아임이 지시서 파일을 클릭했다.

세상에..

말도 안 되게 아름다운 사람이 있었다.

하늘에서 내려 온 천사라 해도 믿을 정도로 순수하며 순결한 자태의 미모.

그에 반해 눈은 신비롭고 몽환적이었다.

약간 백치 끼도 있어 보였다.

강남 성형외과 의느님이 혼신을 다해 창조하신 완벽한 조각 같은 얼굴.

사람이 이렇게 완벽할 수 있을까?

이아임은 사람을 좋아하진 않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은비칼의 미모를 인정 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감탄을 했다.

“이야. 여자들이 사족을 못 쓰게 생겼네요. 요즘 여자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이잖아요. 그런데 형인 은비사와 나이차가 상당히 많아 보이네요.”

“은비칼은 1996년 생입니다. 은비사는 1985년 생이고요. 11살 차이네요.”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이아임 옆에 앉아 있던 또다른 비밀 요원 004가 이아임의 모니터를 빼곰히 쳐다보았다.

그러던 그가 이아임에게 입을 열었다.

“에이. 은비칼 보다 팀장님이 더 잘생겼는데요.”

요원 004의 말에 이아임은 피식 웃음부터 나왔다.

항상 스스로 생각했던 내용이 타인의 입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사실을 말한다면 사람들은 싫어할 것이다.

그에 따른 적절한 말을 하는 이 아임.

“접대성 멘트인가요?”

이아임의 말에 손부터 내젓는 요원 004.

“아닙니다. 접대성 멘트라니요? 팀장님도 정말 요즘 여자들이 사족을 못쓰게 생기셨잖아요.”

아무튼 칭찬들은 이아임은 기분이 날아갈 것만 같다.

그러나 사회에서 자신의 속마음을 들키면 안 된다.

그가 멋쩍은 척 대꾸를 했다.

“그런가요? 연애를 한 번도 못해봐서..”

순간 공간에 정적이 흘렀다.

저렇게 잘 생기고 근사한 남자가 연해를 한 번도 못해 봤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고 믿기 힘들 말.

그런데 이아임은 이 정적의 의미를 잘 모르겠다는 듯 의아해했다.

그런 그가 은비칼의 프로파일 사진 창을 닫으며 002 요원에게 입을 열었다.

“요원님. 은비칼 정보 수집해서 작전명 오구라파티 블랙들에게 전송 부탁합니다.”

“오케이. 알겠습니다. 그런데 팀장님은 아직 김정구 경장에게 정보를 제공한 자를 찾고 계신 거죠?”

“네. 그런데 생각보다 쉽지 않네요.”

“위에서 또 닦달하겠죠?

이아임은 대답대신 빙긋이 웃기만 했다.

동의의 뜻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004 요원이 투덜거렸다.

“정보 찾는 게 여간 힘든 게 아닌데 다들 쉽게 생각한다니까요. 에혀~”

그의 투덜거림을 시작으로 002 요원 옆에 앉아 있던 003 요원이 바통을 이었다.

“차라리 현장 요원이었으며 좋겠어요.”

그의 말에 이아임이 이유가 궁금했던지 두 눈을 크게 뜨고 003 요원을 쳐다보자 그가 답했다.

“현장 요원이 재미있을 거 같아요. 활동적이고 좀 폼이 나잖아요.”

그의 말에 가장 멀리 떨어져 있던 이 팀의 진짜 막내 요원 005가 맞장구를 쳤다.

“저도요.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 있으려니 좀 활동적인 현장 요원이 부럽더라고요.”

이아임은 진짜 이해할 수 없었다.

이렇게 멋지고 근사한 직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여기 요원들에 대해.

그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입을 열었다.

“다들 현장직을 선호하시는군요. 전 조용히 정보 수집하는 게 더 재미있고 멋있다고 생각하는데..”

“멋있긴 하지만 누가 알아주나요? 멋있다는 것도 다른 누군가가 인정해 줘야지, 스스로 멋있다고 생각해 봤자 별 거 없더라고요. 그렇다고 여자가 따르는 것도 아니고..”

002 요원이 말하자 003 요원이 이어서 말을 했다.

“하루 종일 앉아만 있으니까 자꾸 배만 나오는 것 같아요. 게다가 우리를 책상받이 배불뚝이들이라고 놀리잖아요.”

003 요원의 말에 모두들 킥킥 거리며 웃어대기 시작했다.

이들이 웃어대는 것에 반해 이아임은 심기가 불편한 듯 표정이 굳어졌다.

그는 지금 마음이 불편하다.

이아임은 자신이 입는 옷이 가장 근사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또 자신이 가는 헤어 샵이 제일 솜씨가 좋은 곳이다.

그렇다면 지금 그가 하는 직업 또한 가장 멋있고 훌륭해야 한다.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같은 팀원들 입에서 분석관에 대한 폄훼가 나오자 그는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그들처럼 웃을 수가 없었다.

“자. 잡담은 그만하고 집중합시다.”

갑자기 이아임의 차가운 명령에 요원들의 웃음은 멈추게 되었다.

그들은 다시 이전처럼 입을 꾹 다물고 마우스를 클릭하며 다시 일을 하기 시작햇다.

.

.

.

시간이 한 참 흐른 후

갑자기 002 요원이 소리쳤다.

“욥! 은비칼 정보 분석 완료!”

“특이 사항이 있습니까?”

이아임이 물어보자 002 요원이 답했다.

“글쎄요. 전부 다 특이 사항이라.. 은비칼이 5세에 부모님이 다 돌아가셨고 그 이후 형과 둘이 산 걸로 조사됐습니다. 현재는 오성 통신 아이디시 시스템 관리실 실장입니다. 어, 그런데 대학 때 발레를 전공했더라고요. 그런데 어떻게 전산실 실장이 된 건지 궁금합니다. 지금 은비칼의 나이가 26세입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혹시 팀장님과 비슷한 사람이 아닐까요? 통신 천재?”

순간 이아임의 눈빛이 번뜩였다.

호기심이 생긴 것.

그가 진지하게 002 요원에게 물었다.

“은비칼도 혹시 미혼인가요?”

“넵. 미혼입니다.”

이아임의 날카로운 눈빛이 더욱 날카로워졌고 미간에 살짝 주름이 가기 시작했다.

상당히 신경이 쓰인다는 뜻.

그는 묘하게 자신과 비슷한 은비칼에게 온 신경이 가 있었다.

어린 나이에 높은 직책.

비슷한 또래에 잘생긴 외모.

또 전공과 무관한 직업.

그리고 여자에 관심이 없다..

잠시 생각을 마친 이아임이 다시 002 요원에게 다시 물었다.

“전화번호 있습니까?”

“쏘아 드릴까요?”

“네. 흥미가 당기는군요. 쏴 주세요.”

띵동.

메신저 음이 울리자 은비사가 클릭했다.

은비칼의 개인 전화 번호.

그가 책상 옆에 놓아둔 2G 폴더 전화기에 은비칼의 전화번호를 저장했다.

낮에는 국정원 요원 밤에는 해커.

이중생활을 하는 이아임.

오늘 밤 그는 분명 그를 해킹할 것이다.

그는 이런 사람이다.

저작권자 © 불교공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