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 떨어진 운석들.

찾았다.

한반도 운석 연감에 기록된 건 8개.

총 8개의 운석 중 두원, 진주, 가평, 청주 운석 4개를 제외하고 나머지 운석의 소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뭐지?

지금 조진우는 불안하다.

그가 운석 도난과 오성 그룹과의 연관성에 대해 조사하다 알아내게 된 사실 때문이었다.

그는 운석에 관심이 별로 없는 사람이었다.

그냥 하늘에서 떨어지는 아름다운 별똥별의 낭만.

그 정도가 그가 운석에 갖는 관심이었다.

하지만 오성에서 이번에 떨어진 운석을 도난 했다는 사실을 알아버림으로 조진우는 그가 평소 알던 운석에 대한 지식보다 더 많은 걸 알게 되었다.

지금 그는 밤새워 피씨방에서 유튜버 업로드 겸 운석에 관한 구글링을 하고 있는 중.

그러다 알게 된 대한민국 운석의 사연들.

오성에서 운석을 탈취하지 않았다면 조진우는 그 운석의 사연들을 죽을 때까지 몰랐을 거다.

나름 한때 기자였던 그의 본능이 일깨운 사건 취재차 공부하게 된 운석 때문에 그의 눈은 총명해지고 호기심으로 반짝였다.

한반도에 떨어진 운석 연감 중 기록된 건 모두 8개였다.

그 8개의 운석에 모두 사연이 있겠지만 현재 그 사연을 사람들이 알 수 있는 건 총 5개다.

물론 이번에 떨어진 운석을 포함한 것이다.

무언가 더 있을 거라는 묘한 기대감이 그를 불안하게 만들었고,

대한민국 최고 부자가 이룬 거대 기업에서 운석을 몰래 훔쳐갔다는 것에 분명 이유가 있을 거라는 그의 촉 또한 그를 더욱더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가 상당히 불안한 듯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마치 망상증 환자처럼 누군가 자기를 주시하거나 감시하는 사람은 없는지 살피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게 특별하게 그에게 관심이 있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에 조진우는 안심을 했고 다시 검색된 정보를 읽어 내려갔다.

두원 운석은 일본에 보관되어 있다가 1999년에 대한민국에 반환되었다.

가평 운석은 1999년 11월 가평 용추계곡 임도 작업 중 발견되었다고 알려지고 있다.

청주 운석은 1970년에 이영모 씨가 발견,

보관하고 있다가 1998년 지인 이성모 씨에게 전달한 후,

다시 2011년 이학천 씨에게 전달된 후 2014년에 뒤늦게 운석으로 판명되었고,

2013년에 최초 발견자는 사망해 구체적 발견 시기와 지점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잠깐, 이거 이거 냄새가 난다.

사망사건에 촉을 세운 조진우.

그냥 일단 냄새부터 맡고 본다.

기자의 상상력은 어떤 가설에서 시작한다.

그러나 그 상상력은 취재와 증거를 확보하며 사실로 이루어진다.

상상을 사실로 만드는 사람들 중 하나.

바로 기자들.

조진우 또한 그런 사람이니 일단 상상부터 하고 가설부터 세우는 중.

역시 사물이나 사건을 그냥 평범하게 보지 않는 조진우는 다시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캔음료를 집어 들곤 마셨다.

과거 운석의 사연 중 일본에서 도로 반환 된 두원 운석.

그것은 일제 강점기 때 발견 된 운석이다.

최초로 운석 연감에 기록된 운석이기도 했다.

강점기 해방 후 수립된 대한민국.

그 대한민국 최초의 운석인 청주 운석.

그 최초의 사연은 구구절절했다.

돌고 돌아 또 돌고 돌아 우여곡절 끝에 운석이란 이름이 주어진 하늘에서 떨어진 돌, 청주 운석 최초 발견자는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어떻게 발견했는지 또 어디서 찾아냈는지 그 사연은 전혀 알 수가 없게 되어버렸다.

즉 출처가 불분명해진 청주 운석.

이 운석의 사연은 조진우의 상상력을 자극시켰다.

-이번에 떨어진 운석은 도난 당했다. 우연이라고 치기엔 너무 미스터리 한 일. 분명 이형사 말대로 정구 형님이 자살한 게 아닐지도 모르겠다. 정구 형님이 운석 도난에 관한 보고서를 올리고 청와대로 직행했다며 얼마나 좋아 했는데··· 설마.. 청와대? 청와대가 왜? 혹시 오성과 야합? 헙. 풉!-

순간 입에 머금고 있던 음료를 뿜어 낸 조진우가 그대로 카운터를 쳐다보았다.

다행히 피시방 직원은 그가 그러는 걸 보지 못한 듯 했다.

조진우가 재빨리 티슈를 꺼내 모니터를 닦았다.

손이 부들부들 떨려오는 통에 애를 먹었던 조진우의 마음 속에선 지금 폭풍이 일고 있었다.

그의 가설대로라면 심각한 사항이다.

그의 절친 지인 김정구 경장의 죽음은 무언가 석연찮다.

증거는 없지만 심증이 가는 상황.

두 거대 권력의 모종의 야합이 있다면 이건 대서특필 될 사건이다.

-아이고 이런. 일이 커져 버렸다. 이런 이런.. 제기랄. 어쩌면 차라리 정구 형님이 죽은 게 차라리 잘된 건지도 모르겠다. 만약 살아 있었으면 청와대에서 내가 정보제공자인걸 알게 됐을 테니까 말이다. 아이구. 미안해. 정구형님. 이런 생각까지 해서. 하지만 나도 살아야 해.-

만약을 대비해 그는 살길을 열어두기로 마음 먹었다.

기자의 살길.

바로 목숨 줄을 지켜 줄 중요한 정보였다.

조진우가 재빨리 검색 화면에서 유튜버 화면으로 전환했다.

그리고 품에서 꺼낸 usb 저장 장치.

그의 목숨 줄인 그 usb를 조진우가 번뜩이는 눈으로 바라보다 컴퓨터에 꼽았다.

게시 예정.

제목: 양평 운석 도난 촬영 영상.

예약 날짜 2019. 07. 18.

동영상 업로드 예약 설정을 마친 조진우.

일단 살 길을 열어 뒀지만 여전히 불안하다.

그는 다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만약 청와대와 오성이 김정구 경장의 죽음에 관련이 있다면 조진우를 찾아내는 건 시간 문제다.

그 생각에 조진우의 가슴은 두려움에 떨려왔다.

눈알을 돌리다 발견한 책상 위에 놓인 스마트 폰.

세상의 모든 정보는 그 안에 다 들어 있다.

물론 조진우의 사적인 데이터를 포함하여.

그가 그 스마트 폰을 들어 유심 칩을 꺼내 부러뜨렸다.

그리고는 먹다 만 음료 캔에 집어 넣었다.

지금 그는 흔적을 지우는 중이다.

그는 이제 이 세상에서 사라질 준비를 하고 있다.

물론 청와대와 오성의 세상에서 말이다.

그가 유심칩을 꺼낸 스마트 폰의 볼륨 버튼과 홈 버튼 그리고 전원 버튼을 동시에 눌렀다.

Wipe data / factory reset

Yes

Reboot system now

스마트 폰을 공장 초기화시킨 조진우.

됐다. 이제.

김정구 경장은 죽었고, 뚜렷한 직업도 없는 그는 쉽게 찾지 못할 것이다.

그는 그냥 김정구의 수많은 지인 들 중 하나일 뿐이다.

또한 그가 김정구에게 정보를 제공한 사실을 아는 이는 이 세상에 아무도 없다.

한시름 놓은 조진우는 몸을 젖혀 의자에 몸을 푹 기대고는 안도의 한숨을 짧게 내쉬었다.

-만약 내 추리가 맞다면 오성만 조심해야 하는 게 아니다. 거대 권력이 그 뒤에 있다는 게 사실이라면 잠시 사라져야 할 것 같다.-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을 촬영하다 휘말릴 뻔한 사건 때문에 조진우의 얼굴에 근심이 드리워졌다.

순간 그의 머리에 스친 기억 하나.

그가 무언가 생각난 듯 바지 주머니에서 명함 하나를 꺼내 들었다.

청주 경찰서 강력계 이희수의 명함이었다.

.

.

.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김정구 경장은 자살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조진우가 미심쩍다는 듯 가자미 눈을 뜨며 이희수에게 물었다.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잠시만요.”

그녀는 일단 대화를 멈추고 옆 자리에 있는 의자를 하나 끌고 와 조진우 앞에 앉았다.

그걸 봐선 심각한 내용이거나 아님 긴 대화를 하려는 목적이 있는 듯 보였다.

역시나 심각한 얘기일 거라는 듯 그녀는 두 손을 맞잡아 깍지부터 켰다.

그리고 무언가 고심을 하는데..

조진우는 그녀의 그런 모습에서 심상치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한참을 고심하던 이희수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김정구 경장은 운석을 탈취한 세력들이 죽인 걸로 전 추정하고 있습니다.”

순간 깜짝 놀란 조진우.

그러나 티는 내지 않고 웃기부터 했다.

“하하하하. 뭐라고요? 지금 말이 너무 지나친 거 아닌가요? 이거 이거 상상력이 풍부하시네요.”

“상상력이 아니라 감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게 틀릴 수도 있어요. 하지만 무언가 석연치 않은 게 있어요. 무모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전 이 사건을 해결하고 싶어요.”

운석 도난 사건의 현장 기록을 촬영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던 조진우.

그리고 김정구 경장의 죽음.

그리고 갑자기 나타난 이희수 형사의 운석을 탈취한 세력이 범인일지도 모른다는 말은 조진우의 심경을 자극시켰다.

하지만 그녀는 그가 그 영상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걸 모른다.

조진우는 일단 그녀를 자세히 살폈다.

각진 사각 턱에 다부지게 붙어있는 이목구비가 이희수가 예사롭지 않은 사람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우선 먼저 첫 인상으로 봐선 강단 있고 정직해 보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섣불리 믿으면 안 된다.

아직은 그녀에게 그가 가진 정보를 공유하고 싶지 않았던 조진우.

그저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딴청을 피우자 이희수가 눈에 잔뜩 힘을 주며 그에게 말을 먼저 걸었다.

“조진우 기자님이 김정구 경장과는 호연지기라고 들었습니다. 그러니 저 좀 도와주셨으며 좋겠어요.”

“싫습니다.”

차가운 거절에 이희수는 실망부터 했다.

그녀는 이해할 수 없었다.

분명 의심이 가는 사건이며 또 만약 김정구 경장의 죽음이 타살이라면 진실을 밝히는 게 당연하다.

이 정도면 충분히 의심이 갈만한 상황이지만 고인의 호연지기라는 사람이 저럴 수가..

이희수가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듯 되물었다.

“아니. 왜죠? 분야는 다르지만 같은 일을 하는 사람 아닌가요?”

“귀찮아서요. 전 제 직업을 버린 지 오래됐습니다. 그냥 타이틀 중 하나일 뿐이에요.실상 본업은 유튜버 컨텐츠 업로더입니다. 크리에이터죠.”

자신에게 이득이 없으면 섣불리 움직이지 않는 사람들.

조진우도 그런 부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희수는 실망하는 마음에 얕은 한숨을 내쉬었다.

우울해진 얼굴로 조진우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그녀가 품에서 명함 한 장을 꺼내 조진우에게 내밀었다.

“혹시라도 마음이 바뀐다면 연락 주세요. 언제든지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명함을 건네 받은 그가 명함을 보자 그녀의 소속과 이름이 적혀 있었다.

.

.

.

명함을 보며 회상을 마친 조진우가 그대로 손에 들고 있는 명함을 구겨버렸다.

그리고는 그 명함을 다 먹은 컵라면 그릇에 툭 던져 버렸다.

지금 그는 진실을 밝히는 것보다 숨는 게 우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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