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영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 『국밥論』이 도서 출판 ‘시와에세이’에서 출간돼 화제가 되고 있다.

세상의 상처와 아픔을 위무하는 수행 시편을 11월에 출간했는데, 박기영 시인의 시는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고 있어 구독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번 시집은 「가마솥 국 장사」,「탄생」, 「포하이 상점」 등 46편의 시와 함께 시인 자신의 시 세계를 고백하는 「聖 아침에서 국밥論까지」라는 시인의 산문이 실려 있다.

박기영 시인은 충북 옥천으로 귀촌해 옻나무와 관련된 연구를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박기영 시인은 한때 방송작가와 프리랜서 피디로 전국을 떠돌아다녔으며, 캐나다 이민을 갔다 와서 그곳에서 본 북미 사회를 우화적으로 쓴 『빅버드』라는 소설집을 내기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박기영 시인은 『국밥論』을 비롯해 다섯 권의 시집을 묶어 내면서 자신의 작품 활동을 전작 중심의 발표 활동으로 이어왔다. 그런 탓인지 박기영 시인은 ”남을 위한 시가 아닌 자신의 위안을 위해 시를 쓴다고“말하면서 세상과 대화하는 방법으로 시를 택한 자신에게 시는 수행의 한 방법이며, 오래된 도반이었음을 고백했다.

박기영 시인의 『국밥論』 은 전체 3부로 나누어졌다.

제1부 ‘국밥論’은 제주 4·3 사태를 다룬 산문시로 「보말죽」을 비롯해 이 땅의 물이 만들어 낸 특이한 식문화인 국밥 중심의 이야기가 다양한 음식을 풀어냈다.

제2부 ‘고래의 귀향’ 편은 세월호의 기록과 애도에서부터 고 백남기 죽음까지 우리 사회를 시인이 어떻게 보았는지를 기록한 시편들이다.

그리고 제3부 ‘산성 학교’ 편은 이 땅에 이주민으로 유입된 사람들의 삶을 그려내고 있다. 최근 중동 사태를 예감하듯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삶을 이야기하는 시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시인은 현 사태를 ‘우리 인간의 욕망과 탐욕의 탄환은 어디까지 저격할 것인가. 전쟁으로 인한 죽음과 참상이 지구 한쪽에서 벌어지면 우리 역시 생존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할 수 없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유민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인지도 모른다.’라고 밝히며, 시인은 시를 통해 세상과 대화하는 방법을 말하고 있다.

시인은 어떤 주의나 주장을 하기보다는 그 세계에 어떻게 착지하는 것인가에 더 매달린다고 말했다. 그러다 풍경에 닿으면 풍경이 되는 시를 쓰고, 사람에 닿으면 사람과 동화되는 시를 쓰게 됐다며 시를 지적 탐구의 대상으로 삼지 않으며 시에다 설익은 사상을 담아내는 무모한 짓은 하지 않은 자신의 창작 활동을 서술하기도 했다.

앞으로 박기영 시인이 어떤 시선으로 창작 활동을 이어갈지 그 귀추가 주목되는 것도 그의 작품 세계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박기영 시인
 박기영 시인

■ 박기영

충남 홍성에서 태어나 1982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우리세대문학』으로 등단하였다. 시집으로 『성 아침』(2인 시집), 『숨은 사내』, 『맹산식당 옻순 비빔밥』, 『무향민의 노래』, 『길 위의 초상화』와 우화소설 『빅버드』 등이 있다. 현재 충북 옥천에서 옻 연구 중이다.

■ 시인의 말

한 그릇 국밥으로

밥상을 차려 세상에 내놓는다.

허기진 사람들에게

따뜻한 한 끼가 되었으면 좋겠다.

2023년 가을

박기영

■ 시집 속의 시 한 편

나이 들면 국 장사를 하고 싶었네.

낙동강 모래밭에 흰 뿌리 박은 채, 태백산 줄기 따라 내려온 이야기 쭉쭉 대궁에 큰 키로 키운 대파 듬성듬성 썰어 넣고, 대관령 고랭지에서 푸른 이파리는 하늘에 바치고 장딴지만 허리통만 하게 가꾼 무우 얇게 저며, 무쇠솥에 볶은 뒤 지리산 운봉 구름을 품었던 소고기 삶아 길 가던 사람 배고프면 한 그릇씩 나눠 먹고 싶었네.

우리네 세상살이 아무리 삭막해도 한 그릇 국밥에 담으면 모든 것이 섞이는 법. 생각보다 많은 사람 몰리면 밤마다 가슴에 달 하나 안고 있던 물동이 고여 있던 물 설설 끓은 솥에 붓고, 소금으로 간 한 뒤 주머니 빈 사람도 불러 나눠 먹고 싶었네.

밥상마다 김치며 깍두기로 어설프게 맛 자랑과 달리 세상 사람 아무도 차별하지 않고, 누구나 차양 아래로 배고픈 그릇 하나 가지고 오면 수북이 국자로 고사리와 숙주가 몸 나누고, 대파와 무우가 뼈를 섞으며 마침내 우거지 야윈 몸마저 전생의 풀기 빼고 솥 아래 가라앉아 사람 기다리는 국 퍼담는 장사를 하고 싶었네.

김밥이나 백반처럼 따로 앉아 혼자 울면서 숟가락 드는 사람 가는 어깨 들썩이는 것 보기 싫어. 커다란 무쇠솥에 온갖 것들 쏟아붓고, 펄펄펄 끓는 국물로 뒤섞게 한 뒤 모든 혓바닥 속내음 털어내는 숨소리 토해내며 이마에 땀 뻘뻘 흘리며 아픔을 걷어내고 한꺼번에 눈물 쏟고 한꺼번에 웃음 터뜨리는 국을 끓이고 싶었네.

사람들 가슴 활활 타오르는 장작불로 쉬쉬 소리 내며, 귀신도 영접하지 못하는 뜨거운 가마솥 국 장사로 서로의 삶 나눠 먹고 싶었네.

―「가마솥 국 장사」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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