逈脫塵勞事非常(형탈진로사비상)이니

緊把繩頭做一場(긴파승두주일장)이로다.

不是一番寒徹骨(불시일번한철골)이면

爭得梅花撲鼻香(쟁득매화박비향)이로다.

번뇌(煩惱)를 멀리 벗어나는 일이 예삿일이 아니니

마음의 고삐를 단단히 잡고 한바탕 힘써 공부(工夫)할지어다.

한차례 매서운 추위가 뼛속을 사무치지 않으면

어찌, 매화(梅花)가 코를 찌르는 향기(香氣)를 얻을 수 있으랴.

오늘은 계묘년 동안거 결제일입니다.

오늘부터 90일간 산문 밖 출입을 일절(一切) 금하고, 수행정진에 전념하여야 되겠습니다. 선방에서 정진하는 수좌스님들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총림의 모든 대중 스님들도 맡은바 소임을 다하면서 도량외호(道場外護)와 수행에 진력(盡力)해야 할 것입니다.

앞의 게송은 당나라 고승, 중국 선종 10대 조사이신 황벽선사(黃檗禪師)의 말씀으로 구순(九旬) 안거에 들어가는 납자(衲子)들에게 철저한 수행을 하라고 일침(一鍼)을 가하는 당부의 말이라 하겠습니다.

우리 선암사에는 천연기념물 제488호인 선암매(仙巖梅)를 비롯하여 오래된 많은 매화나무가 처처에 산재 되어 있습니다. 이는 우리 선암사 선조사(先祖師) 스님들께서 철저한 수행을 하겠다고 매화나무를 심고 가꾸면서 매화나무의 교훈을 따르겠다는 다짐이라고, 노납(老衲)은 감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오늘 구순 안거에 들어가는 납자들은 황벽선사의 가르침과 선조사 스님들의 의지(意志)를 받들어 더욱 더 용맹전진할 것을 당부(當付)합니다.

梅香殘雪却(매향잔설각)하고

子規請靑綠(자규청청록)이로다.

曹溪黙不動(조계묵부동)인데

春花金楓落(춘화금풍락)이로다.

매화향기(梅花香氣)에 잔설(殘雪)이 물러가고

두견(杜鵑)새 울어대니 푸르름은 더하도다.

부처님은 말없이 가만히 계시는데

봄이 오니 꽃피고 가을 되면 단풍(丹楓)들어 낙엽(落葉) 지는구나.

나무 서가모니불

나무 서가모니불

나무 시아본사 서가모니불

불기 2567년 음력 10월 15일

태고총림 선암사 방장 지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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