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코로나 펜데믹 상황에서도 K-ART 시리즈 전을 열며 전통 미술과 우리나라 미술의 우수성을 홍보하고 지원하는 전시회를 위해 꾸준히 노력했던 인사동 무우수갤러리에서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재미있는 주제의 두 가지 전시가 동시에 선보인다.

‘알로록 달로록-철없는 코끼리’전은 우리나라 전통미술의 큰 축을 이루는 오방색을 바탕으로 한 전통 단청을 주제로 하는 전시회이고, ‘리자 아줌마’ 전은 피카소의 큐비즘을 연상하게 하는 코믹하고 기형적인 얼굴을 한 인물의 모습 속에서 현대 회화의 한 부분을 느끼게 해 준다.

단청은 건축물에 여러 가지 색깔의 무늬와 그림을 그려 장식하는 것으로 건축물을 아름답게 보이게 할 뿐만 아니라 비바람, 햇빛 등으로 인한 건축물의 손상과 훼손을 막아 오랫동안 건축물을 보존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전통 건축물에서 가장 아름다운 요소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단청은 위의 목적 이외에도 잡귀를 막거나 건축물의 권위와 위엄을 나타내기 위한 목적도 가지고 있다.

단청은 빨강, 파랑, 노랑, 하얀, 검은 색의 다섯 가지를 기본으로 하며 주로 목조건축물을 장식하는 다양한 무늬와 그림으로 그려져 왔다. 우리나라의 단청은 멀리 고구려 벽화에서도 찾아 볼 수 있으며 동아시아 문화권에서도 차별화된 화려한 우리 문화와 정신을 담고 있다. 그래서 단청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람들도 단청 문양이 매우 익숙하고 우리 전통 문화의 상징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작가 박근덕은 평소 자신이 좋아하는 물고기, 작가를 위로해 주던 들꽃 등을 모티브로 한 단청문양의 작품들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의 주제가 되는 코끼리도 전통 단청의 소재에서 볼 수 없었던 화려하고 낯선 코끼리의 모습이 오히려 익숙한 모습으로 다가오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작가 박근덕은 작가의 말에서 “스리랑카의 테러에 얼룩진 사회 모습 속에서도 여유롭게 다가오던 판나웰라의 코끼리 모습을 붉고 푸른 단청의 모습으로 표현하였다.”라고 하였다. 핀나웰라 코끼리 고아원(Pinnawela Elephant Orphanage)은 스리랑카 야생동물 보호국에 의해 운영되는 코끼리 보육원으로 병들어 죽거나 버림받은 어린 코끼리와 밀렵꾼에 의해 상해를 입은 코끼리들의 보금자리로 유명하다.

이밖에도 작품 <Goldgarden> 시리즈 속에 화려하게 단청으로 치장한 붕어나 작품 <봄 바람, 아련하니> 속의 무, 작품 <長丹> 속의 당근 등 익숙한 사물이 단청을 통해서 새롭게 탄생하는 즐거움도 확인할 수 있다.

작가 박수만의 ‘리자 아줌마’ 전은 20세기 최고의 화가 파블로 피카소가 여러 개의 관점과 시점을 합쳐서 하나의 이미지로 나타냈던 큐비즘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그뿐만 아니라 16세기 이탈리아 궁정화가 주세페 아르침볼도가 다양한 채소와 과일을 활용하여 착시와 우의적인 의미로 해학이 담긴 작품 활동을 했던 일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작품 속 인물들은 돌출된 이마와 작은 눈이 또다른 자아의 모습을 연상시키고 인물의 다면성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왜소한 몸통에 성적 정체성은 매우 희미하게 다가온다. 그래서 작품 <실랑이>나 <통증>, <술> 등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정형성을 유지하고 있지만 시선은 한 곳을 바라보는 것 같으면서도 실제로는 서로 다른 시점을 유지하고 있다. 아울러 인물들은 알몸의 단색으로 표현되지만 생명과 연계되는 채소와 과일 등은 본연의 색으로 표현하여 작가의 존재론적 삶에 대한 고민을 확인할 수 있다. 오히려 작품 <무안-삶> 시리즈 속에 등장하는 향토적인 소재에서 삶의 본질을 찾고자 하는 작가 정신을 느낄 만하다. 무엇보다 전시 주제인 ‘리자 아줌마’는 작품 <낙원을 꿈꾸며>가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를 해학적으로 해석한 것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모나리자가 아닌지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만하다.

이번 전시회를 기획한 최라영 무우수갤러리 부관장은 “전통적인 단청이 도식에 머물지 않고 작가의 자아를 투영하고 있는 ‘철없는 코끼리’ 전과 실존을 찾는 현대 미술의 특성과 해학이 담겨 있는 ‘리자 아줌마’ 전은 재미와 사색의 시간을 부여할 것이다.”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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