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왜? 내가 이유 없이 아파야 하지?

은비사는 미캐의 악다구니에 웃음부터 나왔다.

이제 겨우 갓 고등학생인 여자 아이.

대체 무슨 깡이 저렇게 센 지 평소 보지 못했던 아이였기에 당황하기도 했다.

-저런 기질이 괴물이 된다면 더욱더 위험하다. 차라리 김탄보다 이미캐가 먼저 잡힌 게 다행일지도 모른다.-

한편 이미캐는 지금 약이 바짝 올라 있었다.

항시 비웃는 태도, 또 물음에 답하지 않고 무시하기만 하는 은비사 때문이었다.

미캐는 지금 당장이라도 그를 후려치고 싶었지만 온몸이 묶여 있는 통에 그러지 못해 화가 났다.

그저 얼굴을 일그러뜨릴 뿐.

은비사는 그런 그녀를 보고 실실 미소를 쪼개기만 했다.

누가 봐도 비열하고 기분 나쁜 미소였다.

마치 그녀의 마음을 가지고 논다는 듯 한참 동안이나 경멸을 담은 태도와 표정을 보인 그가, 이제는 그것에 만족을 했는지 그녀에게 천천히 입을 뗐다.

“이유를 말해 줄까? 내가 왜 이러는지?”

“그래. 빨리 말해! 이유라도 알아야 할 것 아냐!”

그런데 은비사는 대답을 하지 않고 갑자기 크게 웃기 시작했다.

“크크크크크크.”

그런 은빕사의 모습에 미캐의 얼굴은 더욱더 분노로 일그러져 흉측해졌다.

게다가 너덜거리는 그녀의 살갗이 그 흉측함을 더하자 한참을 웃던 은비사가 웃음을 멈추었다.

하나 웃음기는 사라지지 않았다.

은비사가 드디어 미캐가 그토록 원하는 답을 비열한 미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

“태어나질 말았어야지.”

-말도 안 되는 이유. 태어나질 말았어야 하다니. 장난해?-

“뭐? 존X X팔! 뭐라고?”

다시 성질이 돋친 미캐가 되묻자 은비사가 그녀의 물음에 또박또박 다시 답을 했다.

“태어나질 말았어야 한다고. 그게 이유야.”

“뭐? 그딴 게 이유라고?”

“그래. 이 세상에 태어난 게 잘못한 거라고. 넌 태어나지 말았어야 해.”

미캐는 은비사의 말에 심히 동요했다.

-세상에 태어난 게 잘못한 거라니..-

미캐가 화들짝 놀라고 있었다.

은비사가 뱉어 낸 말은 그녀가 평소 자주 생각해 왔던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타인인 은비사에게서 나온 말은 그녀의 가슴을 헤집었다.

미캐는 갑자기 가슴 깊은 곳에 울혈이 맺힌 듯 답답해졌다.

그녀가 마른 침을 꼴깍 한 번 삼키고는 다시 물었다.

“그게.. 왜 잘못인 건데? 이 개 자식아.”

“넌 이방인이야. 여기 이 세상에서 살 수도 없고 또 살아서도 안 되는 반드시 죽여야만 하는 괴물이니까. 괴. 물.”

분명 은비사의 말은 그녀의 비밀을 알고 하는 말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능력을 알기에 지금까지 테스트를 했던 것임을 스스로 입증하고 있는 말이기도 했다.

그제야 미캐는 왜 자신이 지금까지 이 모든 일을 겪었는지 알게 되었다.

-이방인? 괴물? 설마, 단지 능력을 가진 것 때문에? 나를 괴물이라고 생각하는 거야.그래서 그렇게 끔찍한 짓을 한 거라고?-

사람이 사람에게 할 수 없는 납치와 고문, 그리고 끔찍한 실험.

종국에는 살해까지 계획하고 있는 그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그들에게 정당화가 되어 있었다.

이방인과 괴물이라는 두 단어로.

-하지만 왜? 나는 사람을 해치지 않았어. 나쁜 짓도 하지 않았고.. 능력을 썼지만 단지 방어 차원이었을 뿐이야.-

미캐는 지금 이들이 이해가질 않았다.

단지 초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무조건 괴물로 치부하며, 다른 사람들과 구별을 짓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다르지만 차별을 해선 안 된다.

-나는 조금 다를 뿐이야. 근데 왜 나를 죽이려고 하는 거지? 단지 능력을 가진 이유라는 이유만으로? 아무 해가 되지 않았는데? 미친놈들이야.-

지금 미캐는 분노보다는 터무니 없음에 기가 막혔다.

그녀가 은비사를 노려보았다.

멀끔한 키에 귀공자 같이 잘생긴 얼굴.

또 명석해 보이는 눈매와 야무진 입술만 보자면 정말 젠틀한 신사 같았다.

그가 입고 있는 슈트의 재질은 상당히 고급스럽고 질이 좋아 한눈에 봐도 평범한 중산층 그 이상의 사람임을 알 수 있었다.

또한 그는 거친 말투를 전혀 쓰지 않았다.

말을 할 때 쓰는 단어와 문장들은 그가 질 높은 교육을 받았다는 걸 드러냈다.

-잘났네. 진짜. X팔 새끼.-

비교가 되었다.

그녀는 하층민.

또한 가난했기에 초라했다.

그 사실에 화가 난 미캐의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해졌다.

마치 하층민이라 이런 취급을 받았다는 생각도 들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내가 좋은 집안의 자제로 태어났다면 이렇게 납치를 당해 감금을 당한 체 고문을 받게 됐을까?-

아닐 것 같았다.

미캐가 화가 나 소리쳤다.

“미. 친. 새. 끼. 정신병자야? 내가 왜 괴물인데? 니들이 더 괴물 같아. 사람을 이렇게 맘대로 가두고 실험하는 게 말이 돼?”

"크킄크크크크크크.."

미캐의 말에 은비사는 또 웃기 시작했다.

어이없다는 웃음이었다.

그러던 그는 그 얼굴로 그녀의 얼굴 앞에 다가갔다.

이미캐는 그런 그가 소름이 끼쳤지만 달리 어쩌지를 못했다.

그녀는 묶인 몸.

그저 그를 죽일 듯이 노려볼 뿐이었다.

은비사는 마치 미캐를 약 올리듯 계속해 실실 웃어댔다.

그러던 그가 갑자기 정색을 하곤 그녀를 노려보았다.

무서운 표정이었다.

미캐는 그 모습에 조금 당황했다.

마치 살인을 즐기는 싸이코패스 같은 행태에 그의 속내를 전혀 알 길이 없다고 생각한 그녀가 은비사에게 욕을 했다.

“지랄하네. 미친 X끼. 정신병자 맞네.”

그녀의 말 때문인지 순간 은비사의 눈에 살기가 어렸다.

진짜 연쇄 살인마의 눈빛이라면 저런 눈빛일 것 같았다.

담이 센 미캐였지만, 지금은 도저히 그를 똑바로 쳐다볼 수 없었다.

숨이 막힐 듯 전해지는 공포 때문이었다.

“사람? 네가? 사람이라고?”

은비사가 또 조롱을 했다.

미캐의 얼굴은 분노로 일그러졌다.

정말 화가 머리 끝까지 난 미캐는 흥분하기 시작했고 또 그 힘을 어쩌지 못해 가쁜 듯 숨을 몰아 쉬었다.

은비사는 그런 그녀를 즐기며 쳐다보다 다시 입을 열었다.

“너는.. 사람의 피가 흐르는 괴물이라고 하는 게 더 어울리지.”

빡!

더 이상 화를 이기지 못한 이미캐가 은비사의 이마를 들이받고는 거칠게 소리쳤다.

“이런 개 정신병자 새X가. 뒤질래? 개새X야? 쳐 돌았어?”

예상 못한 미캐의 박치기에 당황한 은비사도 순간 화를 이기지 못하고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그가 그대로 그녀의 뺨으로 손으로 내려 치려는 순간 그의 등 뒤에서 갑자기 왕종철의 나무라는 소리가 들렸다.

“됐다. 비사야. 그만 하거라.”

하나, 은비사는 왕종철의 명령에 손을 내리지 않았다.

불복종의 뜻이었다.

그러자 다시 왕종철의 목소리가 들렸다.

“손 내려. 비사야.”

그래도 손을 내리지 않는 은비사가 한참을 그러고 있다, 원망의 시선으로 왕종철을 돌아보았다.

왕종철은 그에게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어차피 죽게 될 게 아니냐? 우리가 사람으로서 마지막 자비는 베풀어야지. 폭력을 휘두른다고 달라지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게 힘 있는 자의 마지막이야. 저것이 발악을 해 봤자 뭘 하겠느냐? 그래 봤자 아무 힘 없는 무력한 자신의 처지를 인지하고 스스로 붕괴만 할 뿐이야. 그러니 내 말 듣거라. ”

도무지 인정할 수 없었던 은비사가 중얼거렸다.

“하지만..”

왜 괴물인데 때리지 말라고 하는 건지 이해할 수도 없었다.

그저 입을 다물고 부들거리자 왕종철이 은비사에게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아직도 들고 있는 은비사의 팔을 잡고는 강제로 아래로 내렸다.

하지만 쉽지가 않았다.

“원, 참..”

한 번 투덜거리고는 다시 그의 팔을 내리는 왕종철이 힘이 들었는지 입에서 끙 소리도 냈다.

결국 왕종철의 완력에 의해 팔을 내리게 된 은비사는 어린아이처럼 두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왕종철이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입을 열었다.

“필요한 건 다 얻지 않았나? 쓸데없이 감정 낭비를 하지 말거라. 모든 일에는 냉철함이 생명이야.”

말을 마친 왕종철의 눈에 은비사의 굳게 다문 입 속으로 그가 이를 꽉 무는 게 보였다.

“원. 녀석. 고집을 부리는구먼. 진정한 복수란 웃으면서 하는 것이야. 가짜 웃음이 아닌 진짜 즐거운 마음으로..”

“죄송합니다.”

“됐다. 비사야. 그만 하자. 구경이 끝났으니 이제 그만 가야겠구나. ”

“네. 회장님.”

왕종철은 더 이상 볼일이 없다는 듯 발길을 돌렸다.

은비사는 한 쪽 구석에 대기하던 한 남자를 보고 오라며 손짓했다.

그 남자가 황급히 그의 앞에 다가와 서자 은비사가 입을 열었다.

“회장님과 내가 여길 나가면 저 뮤턴트에게 다시 약물을 주입하고 실험실로 옮기십시오.”

남자가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이자 은비사는 곧바로 왕종철의 뒤를 따랐다.

그렇게 가던 그가 갑자기 멈추고는 뒤를 돌아 미캐를 쳐다보았다.

그의 시선은 여전히 경멸로 가득 차 있었다.

그가 다시 몸을 돌려 밖으로 빠져 나갔다.

그걸 보고 있던 미캐가 은비사를 향해 나직이 중얼거렸다.

“은비사.. 넌 내가 죽일 거야.. X발 새X..”

결국 여기 이곳에서 왕종철과 은비사 그리고 그들의 수행원이 사라지자 남은 사람은 은비사의 명을 받은 남자 한 명 밖에 없었다.

미캐가 그를 쳐다보았다.

다부지게 생겼지만 그렇게 강단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그 남자는 손목에 찬 시계를 보고는 미캐 쪽으로 다가왔다.

은비사가 남긴 명령을 수행하기 위한 듯 보였다.

미캐가 그에게 말을 걸었다.

“이봐. 아저씨”

남자는 못 들은 척 반응이 없었다.

“아저씨. 날 어디로 옮기는 거지?”

미캐가 다시 묻자 갑자기 남자가 멈추어 서고는 눈치를 보듯 주변을 둘러보았다.

미캐가 자꾸 말을 거는 통에 짜증이 났는지 인상도 쓰고 있었다.

“어디로 옮기냐고?”

미캐가 재차 묻자 그제야 입을 열었다.

“말해줄 수 없어. 하지만 네가 죽는다는 건 알고 있지.”

“오늘 내가 죽는다고?”

“오늘인지 내일인지 그건 모르는 일이야. 단지 난 네가 죽게 될 거라는 것 만 알 뿐이다. 마지막 테스트가 끝나면 말이야.”

남자의 말을 들은 미캐는 표정이 심각해졌다.

곧 죽는다는 말은 그녀의 생존본능을 자극시켰다.

그녀의 가슴에 죽고 싶지 않다는 열망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결국 그녀 가까이 다가온 남자는 미캐의 경동맥에 꽂혀있는 주사기부터 살폈다.

잘 꽂혀 있는지 확인하는 듯 보였다.

확인을 마친 남자가 주사기 옆에 딸려 있는 약물 투입기를 조절하기 시작했다.

“잠깐!”

미캐의 말에 행위를 멈춘 남자가 왜 그러는지 의아한 표정으로 미캐를 보자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날 기절시키기 전에 한 가지 부탁만 들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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