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냐? 너. 대체..

분명 부엉이 목 쪽에 반짝이는 무언가가 있다.

영식이 스마트 폰 전등 불빛으로 그곳을 비추자 동그란 동전 같은 금속의 일부분이 깃 사이로 보였다.

그게 무언이지 궁금한 영식은 덫 때문에 앞을 나가지 못했지만 그가 몸을 뺄 수 있을 만큼 최대한 앞으로 쭉 내밀었다.

분명 사람의 손길이 닿은 흔적인 팬던트로 보였다.

-애.. 애완용? 마.. 말도 안 돼..-

순간 날개를 펴고 있던 부엉이가 날개로 마영식을 때리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부엉이의 날갯짓에 화들짝 놀란 마영식은 손으로 얼굴부터 가렸다.

그의 치명적인 매력 페이스.

물론 그만의 착각이지만 그는 스스로 잘생겼다 생각하는 얼굴을 절대 다칠 수 없었다.

안 그래도 김탄에게 얻어 맞아 다친 부위가 아직도 가라앉지 않아 속상했던 마영식의 필사적인 움츠림은 누가 보는 사람이 있다면 애잔함을 느낄 정도.

그런 그의 머리로 부엉이의 날갯짓은 계속되는데..

마영식은 아프진 않았지만 무언가 이유 없는 싸대기를 맞는 듯 기분이 나빴다.

정말 끝이 없을 것 같은 부엉이의 날갯짓 때문에 다시 화가 난 마영식은 순간 한 생각이 내리 꽂혔다.

“윽. 진짜 미치겠네. 아우 씨. 아까 그 이불 같은 게 이거였구나.”

“내가 꺼지라고 했지!!!”

갑자기 들린 목소리에 마영식은 화들짝 놀라 들고 있던 스마트 폰을 떨어뜨렸다.

당황한 그가 그 폰을 다시 잡으려는 순간 눈이 부시게 강력한 불빛이 마영식의 얼굴에 비쳤다.

눈부심에 눈을 감을 수 밖에 없던 마영식.

그래도 손은 스마튼 폰을 찾으려 더듬거리고 있었다.

전화기가 찾아지지 않자 눈을 뜬 마영식은 강한 불빛에 또다시 눈이 부셔 죽을 것 같았지만,

그래도 스마트 폰을 찾아야 하기에 다른 손으로 얼굴을 가려 빛을 차단한 체 계속 바닥에 떨어진 전화기를 찾았다.

-캄캄해서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 조금 있다 순정이한테 연락을 해야 하는데..-

그의 머릿속에 스마트 폰에 관한 생각으로 가득 들어 차 자신이 처한 사실을 완전히 망각할 때쯤,

그의 귀로 아까 소리를 친 남자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아이신. 아수하가 아니잖아? 어이. 이봐! 너 손 내려 봐.”

순간 여기가 어디라는 사실을 깨달은 마영식.

지금 덫에 걸려 있는 그가 전화기를 찾겠다고 허우적댔던 건 쓸모 없는 짓이다.

그는 전화기를 포기한 체 덫에 걸린 발을 질질 끌고 도망을 쳐야 옳았다.

하나 지금 이미 때는 지났다.

“손 내리라고!”

또다시 들린 험악한 목소리에 마영식이 슬그머니 손을 내렸다.

물론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이 산골에 이런 곳에 덫을 놀 정도면 분명 포악한 사람임이 분명할 거라는 생각 때문이다.

한편 박토는 낯선 이가 마당에 들어와 엎어져 있던 것에 잔뜩 경계를 하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발목에 덫이 걸려 있었다.

그 순간 거실에서 들었던 덫이 작동한 후 사람의 비명 소리가 지금 덫에 걸린 사람의 것이라는 걸 알아챘다.

“덫이 작동하고 사람 소리가 난 게 너였구나.”

박토가 이렇게 말하자 마영식은 사시나무 떨 듯 떠는데 그 모양새가 너무 심했다.

그냥 오들오들 떠는 게 아닌 마치 자동차 보닛 위에서 흔들흔들 거리는 흔들 머리 인형 같았다.

그걸 봐선 암살자나 스파이는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닭 도둑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닭장 주변에 놓아 둔 덫에 걸린 단 말인가?

그런데 이 산골까지 와서 닭을 도둑질을 한다고?

알 수가 없었던 박토는 마영식을 자세히 살폈다.

밝은 갈색으로 염색한 투 블록 컷에 목에 걸린 체인 금 목걸이.

그리고 라이더처럼 차려 입은 모양새.

-그런데 어디서 본 것 같은데?-

박토는 마영식이 상당히 낯이 익었다.

특히 마영식의 목에 걸린 금 체인 목걸이는 낯선 걸 떠나 익숙할 정도.

귀금속이나 목걸이를 좋아하지 않는 박토로선 색다른 느낌이었다.

황금 체인 목걸이.

황금 체인 목걸이라..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어디서 봤더라?

박토가 황금 목걸이의 기억의 출처를 더듬기 위해 고심에 빠진 사이,

마영식은 그 틈을 노려 땅에 떨어진 스마트 폰을 슬그머니 주워 들었다.

그걸 들킬까 심장이 어찌나 콩닥거리는지 미칠 것만 같았던 마영식의 머리에선 식은땀도 흘러내렸다.

주운 스마트 폰을 들고 암호 패턴을 해제했다.

순간 그의 얼굴로 부엉이의 날개가 또다시 날아들자 화들짝 놀란 걸 떠나 짜증이 난 마영식이 그도 모르게 소리를 쳤다.

“이씨 부엉이 새X가!”

“부엉이?”

-아차. 덫이 두 번 작동했지. 낯선 남자의 등장에 진짜 주인공인 부엉이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니.-

박토는 그 사실에 내심 기뻤다.

닭 도둑 부엉이가 덫에 걸렸다.

-아뵤!-

박토가 플래시를 부엉이 쪽으로 돌렸다.

진짜 저번에 닭을 훔쳐갔던 커다란 부엉이가 덫에 걸려 있었다.

회심의 미소부터 나올 수밖에 없었던 박토.

“훗. 드디어 잡혔군. 닭 도둑 새끼. 넌 오늘 죽었고 내일은 백숙이야.”

박토가 부엉이에게 말을 하자 마치 부엉이가 알아들었다는 듯 부우 거리며 소리를 냈다.

곧바로 박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마치 부엉이가 '내일은 백숙이 되지 않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듯 느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닭 도둑은 도둑이다.

용서할 수 없다.

박토가 잡힌 사냥감을 회수하려는 듯 걸음을 옮겼다.

마영식을 지나쳐 부엉이 쪽으로 향했다.

그 사실에 마영식은 실망을 했다.

사람이 다쳤는데 먼저 구하지는 않고 부엉이부터 구한다고 생각해서였다.

그렇지만 그게 차라리 다행이다.

박토가 부엉이에게 정신이 팔려 있는 새 마영식은 슬그머니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띠이이이이이이 띠이이이이이.

아뿔사.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전화 발신음이 너무 크다라는 생각과 동시에 마영식의 손에 거친 타격감이 전해졌다.

“아야!”

손목이 꺾이며 스마트 폰을 놓친 마영식.

모두 박토가 발로 차서 그랬던 것.

마영식의 손을 벗어난 스마트 폰은 그의 사정거리에서 한참을 벗어나 저 멀리 날아간 후 떨어졌다.

스카이 다이빙을 했는데 낙하산이 펴지지 않는 기분을 느낀 마영식은 지금 하늘이 노랗다는 게 뭔지 알 것 같았다.

구조 요청은 할 수 없게 됐다.

또한 그의 여자친구 고순정과도 통신 두절이 됐다.

이 모든 난관을 통 털어 그가 가장 두려웠던 건 여친 순정의 오해였다.

-연락이 안 되면 바람을 피운다 의심할 텐데. 큰일이네. 이거..-

난감함에 마영식은 저 멀리 떨어진 스마트 폰을 속상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그때 박토가 바람처럼 그의 옆을 스쳐 지나간 후 떨어진 마영식의 스마튼 폰을 주워들었다.

혹시나 도로 돌려줄까 기대를 한 마영식의 눈에 박토가 주먹으로 액정을 빠개는 모습이 잡혔다.

빠직 거리는 소리가 마영식의 가슴을 후벼 파며 산산조각 냈다.

지금 눈물이 앞을 가리는 마영식의 가슴에는 절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박토는 그렇게 주먹으로 액정을 몇 번 더 빠개고는 너덜거리는 스마트 폰을 마영식에 내보이며 입을 열었다.

“이상한 짓 하면 이 폰처럼 네 몸도 두 동강을 내주겠다.”

마영식은 걸레처럼 변해버린 스마트 폰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절대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 듯 처절할 정도로 끄덕였다.

마영식에게서 다짐을 받은 박토.

그는 마영식을 의심의 눈초리로 잠시 째려보고는 폰에서 유심 칩을 꺼내 반으로 쪼갠 후 풀 숲에 던져 버렸다.

그걸 그저 무력하게 바라보고 있던 마영식의 입에서 한탄 섞인 중얼거림이 흘러나왔다.

“아.. 씨.. 아직 약정이.. 아니.. X나.. 할부금도..”

화가 불같이 치미는 데 아무것도 못하면 어떻게 되는지 아는가?

지금 마영식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그저 게거품을 물며 눈을 희번덕거리고 있었다.

또한 눈물을 글썽이면서..

박토는 모든 일을 다 마쳤다는 듯 닭장 쪽으로 걸어 간 후 주변을 살폈다.

혹시나 빈 틈은 없는지 또 사라진 닭은 없는지..

정확한 머릿수를 파악한 그는 안심을 했다.

“놀라지 마. 얘들아. 부엉이를 잡았으니까.”

이제 더 이상 앞으로 닭들이 놀랄 일은 없다.

수리 부엉이는 잡혔고 또 낯선 닭 도둑도 잡았다.

모든 게 평화로워진 박토.

하지만 잠시 뿐이었다.

부엉이는 그렇다 치더라도 저 닭 도둑은 왜 우리 집으로 온 걸까?

여긴 인가가 없는 곳인데?

그저 마영식을 평범한 닭 도둑으로 치부하기엔 의심을 거둘 수 없었다.

박토가 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동시에 마영식의 고개가 옆으로 돌아갔다.

마치 박토의 시선을 일부러 피하고 있는 모양새였다.

사실이다.

마영식은 박토의 시선이 두려웠다.

그가 그를 향해 고개를 돌리자 그도 모르게 고개가 돌아갔던 것.

마치 강아지 앞에 호랑이가 나타나 고개를 돌리는 것처럼 나약하고 비굴하기까지 했다.

그렇게 고개를 돌리고는 이게 현실이 아닌 꿈 이길 바라는 듯 그가 눈을 감고 기도를 했다.

-살려주세요. 여기서 살아서 나가면 교회나 절에 다니겠습니다.-

그렇게 무신론자인 그가 아는 신에 한에서 기도할 때 갑자기 그의 고개가 돌아갔다.

이것은 그가 그의 의지로 돌린 게 아닌 누가 억지로 잡아 돌린 것.

턱 밑에 느껴지는 다른 사람의 손의 감촉에 마영식은 소름까지 끼쳤다.

더 이상 눈을 감고 있을 수 없었던 마영식이 천천히 눈을 떴다.

바로 코 앞에 박토의 얼굴이 있었다.

그런 그의 얼굴을 멀뚱히 바라보기만 하는 마영식.

그런 마영식에게 박토가 물었다.

“그런데 대체 누구냐? 넌.”

“············”

대답을 못하는 마영식.

대답을 하려는 순간 그의 눈에 들어 온 날이 시퍼렇게 선 장검.

박토가 한 손으로 그 장검을 추켜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말하지 않으면 저 칼로 내 목을 칠지도 모른다.

이 생각에 겁에 질린 마영식은 눈을 질끈 감고 박토의 물음에 답했다.

“마.. 마영식이요.”

“그러니까 네가 누구냐고?”

영식이 눈을 번쩍 떴다.

누구냐고 물어서 답을 했는데 또 누구냐고 질문이 들어와서였다.

이걸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시퍼렇게 날이 선 장검을 들고 있는 박토를 다시 뚫어져라 쳐다 본 마영식의 머릿속에는 딱 한 단어가 떠올랐다.

미.. 미친놈인가?

그렇게 마영식은 그의 대답을 기다리는 박토를 어벙하게 쳐다 보기만할 뿐.

대체 누구냐고 물으면 이름 말고 뭘 답해야 하는지 몰라 그랬다.

그런 그에게 다시 물어보는 박토.

“누구냐고? 너.”

“마.. 마영식이요.”

빡!

소리와 함께 마영식이 땅바닥으로 고꾸라졌다.

박토가 그를 기절시킨 것.

그는 덫에 걸린 부엉이와 기절한 마영식을 들쳐 없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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