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현 작가
김상현 작가

대전지역 문단의 원로시인인 김상현 작가가 소설 『살루메가 있는 방』을 도서 출판 『이든 북』에서 출간했다. 1992년 조병화 시인의 추천으로 문단에 나와 13집의 시집을 낸바 있는 중견 시인이기도 하다.

김상현 작가는 시인이 지닌 섬세하면서도 풍부한 감성을 토대로 작품을 다루고 있어 독자가 편하고 친근감 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라고 『살루메가 있는 방』 출간 소회를 밝혔다.

김상현 작가는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시인협회 회원, 대전소설가협회 회원으로 왕성하게 문단 활동과 창작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출간한 저서로는 베트남전쟁 논픽션 장편 『미완의 휴식』, 방송칼럼집 『 하늘에 떠 있는 섬』, 『사람에게도 향기가 있다』을 출간했으며, 에세이집 『누가 예수를 괴롭히는가』, 묵상집 『생수의 강에서 물 한 그릇』, 그리고 시집 『바람의 등뼈』(2023) 등 13집 출간해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이번에 출간된 소설집 『살루메가 있는 방』은 8편의 단편소설로 구성되어 있으며, 작가가 살아온 시대의 아픔과 상처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또한 고통을 치유하기 위한 인간 내면의 정신세계를 예리하게 파헤치고 있어 읽는 재미를 더하고 있다. 특히 이 소설에 등장하고 있는 인물들은 저마다 삶의 질곡을 독특한 방법으로 벗어나 희망을 견인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에게 큰 울림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김상현 작가는 “이야기꾼이 따로 있겠는가. 천 명의 사람이 걸어 다니면 천 명의 이야기꾼이 걸어 다니는 것이며, 그들이 잠을 자면 천 명의 이야기꾼이 꿈을 꾸는 것이기에 세상에 소설을 내놓는 것은 결코 대단한 일이 아니다. 사람들이 걸어간 길 위에 내 발자국 하나를 더하듯 무수한 이야기들 속에 내 이야기를 하나 더하는 심정으로 책을 펴내게 되었다.”라고 말하며 소설집 『살루메가 있는 방』이 출간하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하기도 했다.

자신의 이야기가 아닌 사람들의 이야기를 각색하여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세상에 내놓고 싶어 했다고, 앞으로 사람들과의 갈등과 구조적 세계와의 갈등에서 비롯된 인간의 심리를 여러 측면에서 다룬 작품으로 생뚱맞거나 이질감을 주는 것이 아닌 누구나 일상에서 추리할 수 있는 보편적인 이야기를 서사화할 것이라고 앞으로의 작품 계획을 설명하기도 했다.

김상현 작가가 작품에서 추구하고 있듯이, 소설이란 작가가 쓰는 것이지만 실상은 작품마다 설정해 놓은 인물이 저마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서사로서 어쩜 작가는 이를 관조하며 차분하게 정리한 것일 수도 있었다.

그러한 이유로 김상현 작가는 앞으로 어떤 소설을 쓰게 될지 자못 기대되는 이유도 그런 까닭일 것이다.

[작품 미리 읽기]

내가 정신이 돌아왔을 때는 법당에 눕혀진 상태였다. 온몸이 발가벗겨진 상태로 촘촘하게 누벼진 비구니의 잿빛 승복에 덮여져 있었다. 나는 꿈인가 해서 잿빛승복 속의 몸을 만져보았다. 꿈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눈앞에는 비로자나불이 실눈을 지그시 감고 누워있는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는 목탁소리와 경을 외는 소리가 나는 쪽을 향해 누운 상태에서 고개를 돌렸다. 여승이 불상을 향해 가부좌를 틀고 앉아 ‘고랑이 깊은 음색’으로 염불을 외우고 있었다. 나는 일어날 수 있었지만 한참 동안을 그대로 누워 염불하는 여승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나는 싯구에 있던 ‘설움에 진 눈동자와 창백한 얼굴’을 보게 된 것이다. 어디에선가 ‘수그린 낮달의 포름한 향내’가 느껴졌다.

덮고 있는 잿빛 승복에서 나는 냄새 같기도 하고 염불을 하고 있는 여승에게서 나는 냄새 같기도 했지만, 그 ‘포름한 향내’를 좀 더 느끼고 싶어서 콧구멍을 크게 열고 숨을 깊게 들이켰다.

어느덧 여승이 내게 다가와 합장하며 차분한 음성으로 말을 했다.

나는 ‘열에 흐들히 젖은 얼굴’을 하고 그녀를 바라봤다.

“이제 정신이 드셨는지요.”

내가 잿빛승복으로 벗은 웃통을 가리고 윗몸을 일으켜 앉으며 고개를 숙여 인사하면서 보니 머리맡에는 노인이 준 목도리가 곱게 접혀 있었다.

“젖은 옷은 법당에 걸어 말리고 있으니 불편하시겠지만 잠시 만 승복을 걸치고 계시지요.”

_ 「포름한 향내」 일부

[지은이 김상현 소설가]

∙ 베트남전쟁 논픽션 장편 『미완의 휴식』 출간(2001)

∙ 방송칼럼집『 하늘에 떠 있는 섬』(1993)『 사람에게도 향기가 있다』(1997) 출간

∙ 에세이집 『누가 예수를 괴롭히는가』(2018) 출간

∙ 묵상집 『생수의 강에서 물 한 그릇』(2019) 출간

∙ 시집 『바람의 등뼈』(2023) 등 13집 출간

∙ 단편소설 「시내산 옥탑방」으로 기독교타임즈 문학상 수상,

시로 『평화신문·평화방송』 신춘문예 수상 편운문학상 수상

∙ 현재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시인협회 회원, 대전소설가협회 회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명예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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