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뵈는 게 없으니 싸가지까지 없어지는구나!

물론 박토는 이렇게 성질을 드럽게 부리는 김탄이 그가 미래에 히어로로서 자질을 갖춘 것 같아 만족스러웠다.

그러나 지금 부리는 건 곤란하다.

모두 악당 앞에서나 부려야 하는 것.

박토가 김탄을 진정시키기 위해 그의 양 어깨에 손을 올리고는 입을 열었다.

“그들을 모두 박살내고 싶나? 김탄.”

해결책을 제시할 듯한 박토의 말에 김탄이 눈을 부라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의지 또한 강하다.

김탄의 이런 면이 내심 만족스러웠던 박토.

그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럼 내가 무조건 시키는 대로 해. 그러면 네가 파이온 전부를 죽일 수 있게 해 줄게.”

박토의 말이 끝나고 김탄은 말이 없었다.

그저 무표정한 얼굴로 박토의 얼굴을 한참 동안 바라보기만 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조금 화가 난 듯 보였다.

그러던 그가 갑자기 한쪽 입꼬리를 위로 쓱 올렸다.

누가 봐도 비열한 미소.

그리고 무시와 비슷했다.

동시에 눈에는 살기가 어렸다.

베트맨 조커 저리가라의 비열한 그의 미소에 살짝 불안한 마음이 든 박토.

분명 부정의 제스처다.

“미.. 친.. 새.. 끼.”

이 말은 김탄이 이를 갈며 쏟아낸 말.

박토는 믿을 수 없어 주변을 둘러봤다.

자신 말고 오운족에게 한 소리라 생각해서였다.

그러나 김탄이 쳐다보는 곳엔 박토 혼자 뿐.

그 사실에 박토는 흠칫 놀랐지만 내색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하지만 기분은 상당히 나빴다.

-이 새X가. 겁도 없이..-

이렇게 마음 속에 울린 말을 차마 입 밖으로는 꺼낼 수 없었던 박토.

그저 김탄이 왜 갑자기 이렇게 나오는지 알 수 없었다.

분명 파이온을 물리칠 방법을 제시한 것뿐인데..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복잡다단한 머릿속 때문에 힘들어하는 박토에게 김탄이 다시 입을 열었다.

“미친 X끼. 네가 뭔데? 네가 뭔데 이래라저래라 하는 거지?”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궁금하면 시키는 대로 해. 김탄.”

“뭐? 내가 꼭두각시야? 지금 나랑 장난 하자는 거야?”

“아니. 장난도 아니고 조종하는 것도 아니야. 단지 내가 시키는 대로 하면 네 원수를 모두 다 갚을 수 있다는 소리야.”

-꼴도 보기도 싫은 인간. 꼴도 보기도 싫은 인간.-

김탄이 박토를 보고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항상 독선적인 박토의 행태.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한결 같았다.

이제는 제 말로는 아니라지만 꼭두각시 짓을 하라는 말에 김탄은 지금 박토가 그 누구보다 싫었다.

자신의 운명이 이렇게 된 것도 모두 박토 때문이다.

그가 나타난 후부터 모든 게 시작되었다.

김탄가 분노 한 가득 담긴 눈으로 박토를 노려보았다.

그러자 박토는 그의 어깨를 잡고 있는 손에 힘들 잔뜩 주었다.

지그시 바라보는 그의 표정은 무언가 결의에 차 있었다.

아마도 꼭두각시가 되길 기대하는 모양이다.

그렇게는 절대 할 수 없지.

순간 화가 난 김탄이 그의 어깨를 잡고 있던 박토의 손을 홱 뿌리치며 소리쳤다.

“다시.. 돌려놔아아아아아아아아!”

집안 가득 울려 펴진 김탄의 고성.

이대로 계속 가다가는 지붕마저 들썩일 정도.

또다시 흥분한 김탄이 폭주할까 두려웠던 아이신과 아수하가 깜짝 놀라 몸을 움직이려 하자 박토가 손을 들어올려 제지했다.

그의 몸짓에 오운족이 고분고분 따르자 박토가 김탄에게 물었다.

“뭘? 뭘 돌려 놓으라는 거지? 김탄?!.”

박토의 물음에 또다시 소리부터 질러보는 김탄.

“네가 나타나기 전으로 전부 다 돌려놓으라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순간 김탄이 괴성을 지르는 사이 그의 눈에서 번쩍하고 붉은빛이 스쳤다.

이건 신우 프로텍에서 그가 폭주하기 전 박토가 봤던 모습이다.

화들짝 놀란 박토가 소리쳤다.

“아이신! 아수하! 빨리 김탄을 잡아! 폭주야!”

박토의 말에 진짜 꼭두각시처럼 잽싸게 몸을 날려 김탄의 팔다리를 붙잡은 오운족.

그런 그들을 뿌리치기 위해 김탄은 몸부림을 사정없이 쳤다.

그러나 찰거머리가 들러 붙은 듯 잘 떨어지지 않자 성질이 난 김탄이 다시 소리를 질렀다.

“으아아아! 이거 놔! 놓으라고. 이 개X끼. 이게 다 너 때문이야! 다 너 때문이라고! 으아아아아아!”

이대로 가면 위험하다.

진짜 또다시 폭주할지 모른다.

하나 밖에 없는 집이 날아가기 전에 막아야 한다.

“으아아아아아악! 왜 이게 나 때문이야? 김타아아아아아아아안!”

김탄이 내지르던 고성보다 더 큰 소리로 내지르고 있는 박토.

자신의 목소리가 박토의 목소리에 묻히자 당황한 김탄이 소리지르는 걸 멈추었다.

그러자 박토 또한 소리지르는 걸 멈추고 김탄에게 물었다.

“말해. 왜 이게 나 때문이라는 게 뭐야?”

“몰라서 물어? 미친 새X야! 네가 나타나고부터 모든 게 엉망이 되어 버렸잖아! 그러니까 네 탓이지!”

“지금 신우 프로텍이 폭파된 게 내 탓이라고 하는 건가? 김탄?”

“그래! 네가 나타나고 모든 게 시작됐으니까!”

찰싹!

박토가 김탄의 뺨을 후려갈기자 그걸 지켜보던 아이신과 아수하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지금 그들에게 김탄이 폭주하는 걸 막으라고 시켜 놓은 박토가 어째서 김탄이 빨리 폭주를 하라는 듯 뺨을 때린 걸까?

전혀 이해할 수 없었던 오운족.

그들이 박토 때문에 어리벙 할 때 또다시 박토가 김탄의 뺨을 후려갈겼다.

쫘악!

“정신 똑바로 차려! 김탄. 흥분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어. 미친 망아지처럼 날뛰어봤자 아무것도 못해. 이럴 때일수록 냉정해져야 네가 원하는 걸 이룰 수 있는 거야.”

박토의 말에 김탄은 더욱더 분노했다.

“뭐? 냉정? 이런 미친 새X! 사람이 죽었어. 아무 죄도 없는 사람이 죽었다고!”

“언제나 불가피한 희생은 따르는 법이야. 늘 있는 일이지. 희생의 크기만 다를 뿐이야. 네가 그렇게 분노하고 원망해도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어. 거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네게 고통만 있을 뿐이야.”

김탄의 얼굴이 더 험악해졌다.

그는 이제 박토가 사람으로 보이지도 않았다.

어떻게 숨을 쉬는 사람으로 저렇게 냉혈한 같이 냉정하게 말할 수 있는지..

그것 때문에 더욱더 분노한 김탄은 분에 못 이겨 발악을 했다.

“미친 새X 맞네! 사랑하던 사람들이 죽었는데 너 같으면 아무렇지 않을 수 있어? 지금 남 일이라고 그렇게 함부로 말해도 되는 거야!”

“그래! 아무렇지 않아야 해! 사랑하는 사람이 죽어도 아무렇지 않아야 하는 거야! 그게 정답이야!”

“뭐라고? 돌았어? 싸이코패스야?”

“아니. 분노와 슬픔은 너처럼 드러내지 말라는 거야. 그래야 더 이상의 죽음이 없게 되니까. 김 탄. 아이처럼 울고 불며 떼쓰지 말고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일상을 살아야 하는 거라고.”

“이 정신병자 새X이이이이이이!!!!”

김탄이 박토의 말에 미쳐 광분하기 시작했다.

사정없이 몸을 흔들며 분노의 에너지를 표출하고 있던 그 때문에 그의 팔다리를 잡고 있던 오운족 아수하와 아이신은 미칠 것만 같았다.

“이거 놔! 이 미친 새X! 넌 사람도 아니야! 이거 놓으라고! 당장! 으아아아아!!!”

김탄 또한 미칠 것만 같았다.

그의 가족이 될 뻔했던 반장님과 또 하나였던 가족인 회사 동료들의 죽음만으로 세상을 다 부숴버리고 싶음 마음뿐이었다.

그런데 그런 죽음을 동네 개가 죽어도 그렇게 말하지 말아야 할 일인데도,

아무렇지도 않게 그렇게 지껄이는 박토가 이제는,

악마처럼 보인 김탄은 마치 그들을 죽인 게 박토인 것 마냥 몸부림치며 분노하고 있는 중.

-이대로 가다간 진짜 김탄이 폭주할 것 같다.-

팔다리를 붙잡는다고 그가 폭주하는 걸 막을 수 없다고 생각한 아이신과 아수하는 그를 잡은 손을 놓았다.

차라리 분노 에너지를 표출시켜 없애는 게 현명하다는 판단에서 그랬던 것.

그걸 본 박토는 당황함과 동시에 가슴팍에 강한 타격이 느껴졌다.

몸이 풀린 김탄이 그대로 그에게 돌진했던 것.

어찌나 빠른 속도로 왔던 건지 그 상태로 박토가 뒤로 밀려 나갔다.

결국 박토의 등이 벽에 부딪히는 순간 더 이상 뒤로 나아갈 수 없게 되었지만 대신 그의 목이 졸렸다.

지금 그래서 김탄이 박토의 목을 조르고 있는 상태다.

처음 김탄이 박토에게 돌진했을 때 그 자세지만 벽에 가로막혀 더 이상 뒤로 나아가지 못해 팔로 목을 조르는 형국이 되어 버린 것.

-풀어주면 좋겠고만.-

숨이 막혀 답답한 박토가 김탄의 동태를 살폈지만, 그는 팔로 박토의 목을 조르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 같다.

그저 살기 어린 눈으로 박토를 노려보며 분노하는 중.

“네가 나타나고 이렇게 돼 버렸어! 이게 다 너 때문이야! 이 개자식아!”

“너 때문이야. 김탄. 나 때문이 아니고..”

“뭐?”

“너 때문이라고. 네가 바탈이기 때문이야.”

“바탈? 그딴 게 뭔데? 내가 언제 하고 싶다고 했어? 왜 하필 나인데? 왜 나한테 이런 일들이 일어나야 하는 거지?”

“그건 운명이니까.”

“운명 좋아하네! 난 내가 왜 태어났는지도 모르고 또 태어나자마자 버려졌어! 그리고 난 내가 태어난 걸 단 한 번도 좋아해 본 적 없어! 그런데 그딴 운명이 그나마 내가 원하는 걸 다 가져갔다고!”

울분을 쏟아 낸 김탄은 그의 감정이 더욱 격해졌는지 몸을 부들거렸다.

또한 박토의 목을 조르던 팔에도 힘이 들어갔다.

초능력을 가진 자를 상대하기란 버겁다.

숨이 막혀 그의 팔을 떼어내려고 박토가 안간힘을 써봤지만 속수무책이다.

이대로 가다간 질식사를 할 것 같은 박토가 애절한 마음으로 오운족을 쳐다보았다.

때마침 이쪽으로 다가오는 아이신이 보이자 희망이 보인 박토.

마음속으로 오운족에게 감사를 전했다.

-고맙다. 아이신. -

박토 생각대로 김탄 곁으로 다가온 아이신은 박토에게서 김탄을 떼어내려 애썼다.

-기껏 나타난 바탈이 살인자가 되면 안 된다. 그렇다면 배달석은 무용지물이 된다.-

이 생각에 아이신이 김탄을 박토에게서 떼어내려 안간힘을 썼지만 이놈의 초능력 때문에 힘들자 화가 난 아이신이 소리쳤다.

“그만 해! 김탄! 박토 너도 그만 자극하고. 상실의 아픔으로 힘들어하는 김탄에게 위로는 못해줄 망정 김탄 탓이라고 하면 어떡해! 몰인정한 자식! 지금 가장 죽고 싶은 건 김탄이야. 왜 그 마음을 몰라주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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