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우리 회사에 미사일 날렸어?

박토는 어리버리한 김탄에게서 저런 면이 있어 반가웠지만 기분은 나빴다.

나중에 히어로가 되어 악당을 물리치기엔 너무 물러터지고 착해빠진 김탄이라 불만이 많았던 박토였다.

지금 김탄이 보여주는 모습은 근본있는 히어로로서 자질을 보여주는 모습!

히어로란 불의를 보고 피하는 게 아니라 대적해서 싸우는 것!

그 사실에 기쁜 마음이 들었었지만 솔직히 욕을 들어 기분은 나빴던 박토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마치 맹수를 길들이겠다는 조련사 같은 그런 모습이었고 누가 봐도 한 판 붙을 기세였다.

그 기세를 읽은 아수하가 박토를 보며 애절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냥 이번엔 넘어가지.

그런 뉘앙스.

당연히 그걸 물론 읽은 박토였지만 가볍게 무시했다.

박토는 그대로 김탄에게로 향하는데..

그런 박토를 보는 김탄의 몸은 사정없이 떨리고 있었다.

마치 가족을 죽인 원수를 마주 대하는 느낌 같았다.

그의 몸에서 느껴지는 살기와 분노가 고스란히 전해진 아이신과 아수하는 지금 난감했다.

-폭주를 막아야 지. 부채질을 하고 있네.-

이 생각에 아이신이 고개를 돌려 박토를 쳐다보며 더 이상 다가오지 말라는 듯 고개를 가로 저으며 입을 열었다.

“도와주지 않을 거면 가만히라도 있어. 제발. 성질머리는 알겠는데 김탄이 폭주하면 너네 집 날아간다.”

순간 제자리에 멈추어 선 박토.

그제야 제정신이 돌아온 듯 그는 그 자리에 서서 집안을 둘러보았다.

-그럼 안 되지. 집이 날아가면..-

신우 프로텍에서 김탄이 폭주하던 모습을 떠올린 박토는 울며 겨자 먹기로 화난 마음을 가라앉혔다.

하지만 눈에 힘이 들어간 상태는 그대로였다.

그걸 봐선 아직도 화는 가라앉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걸 귀신같이 캐치한 아수하가 박토에게 소리쳤다.

“박토. 제발. 폭주를 막아야지! 왜 폭주를 유도하는 거야? 눈에 힘 안 풀어? 진짜 너네 집 산산조각 나는 거 보고 싶어?”

그녀의 말에 박토는 고개를 옆으로 돌려 아수하가 그의 얼굴을 못 보게 만들었다.

그는 여전히 화가 전혀 풀리지 않았다는 듯 눈에 힘이 들어간 상태.

그런 그가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자비로 중생을 구제하고 이끄는 보살의 이름을 마음 속으로 외워봤다.

-그래 내가 참아야지. 참는 자에게 복이 있다. -

“넌 알고 있지! 누가 그랬는지. 이 미친 개새X야!”

기껏 관세음보살을 찾으며 그의 마음을 다 잡은 박토의 귀로 다시 김탄의 되바라진 목소리가 들리자 관세음보살도는 끝나버린 박토.

이제는 김탄을 노려보는 그의 눈에도 살기가 어리기 시작했다.

그런 그의 모습에 아이신은 등에 식은땀이 났고 아수하는 한심하다는 듯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김탄이 폭주하면 다시 달래는 건 둘째 치더라도 집이 날아가게 생겼는데.,

자꾸 자존심을 부리는 박토가 이해할 수 없었던 그들이 다시 한 번 방고래가 무너질 듯 한숨을 쉬자 박토가 김탄에게 입을 열었다.

“알고 있어. 그런데 누구인지는 몰라.”

“뭐? 그게 무슨 소리지?”

“그들이 누구인지는 알아. 하지만 정확히 누가 그랬는지 모르고 또 어디 있는지도 모른다는 소리야.”

이게 말이야 방구야?

박토의 수수께기 같은 말에 화가 난 김탄의 얼굴은 더욱더 찌그러졌다.

이제는 일부러 찌그러뜨린 고구마 같이 변한 김탄의 얼굴.

그가 그런 얼굴로 다시 박토에게 소리쳤다.

“왜? 알면서도 모른다는 거지?”

“그건 알 수도 없고 찾을 수도 없기 때문이야.”

“뭐? 지금 나랑 말장난하는 거야? 누가 그랬는지 아는데 알 수 없다는 말이 대체 무슨 말이야?”

집이 떠나갈 듯 소리를 지른 김탄 때문에 아이신과 아수하는 귀가 얼얼할 정도.

폭주로 집이 무너지기 전에 김탄의 목소리에 집이 무너질 것만 같았다.

계속 이렇게 화를 부추기다가는 진짜 폭주까지 가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아이신과 아수하의 손은 대비 차원에서 더욱더 힘이 들어갔다.

한편 박토는 지금 가장 난감했다.

김탄의 폭주로 집이 사라지는 것보다 그에게 그들이라는 존재를 설명하는 게 더 두려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오성 프로텍 폭파의 주범.

김탄을 박토가 납치할 때 일어났던 급습의 총격전도 모두 그들이 한 짓이다.

그들이 한 짓이라는 걸 알지만 그들에 대해 설명하지는 못한다.

정말 박토는 그들에 대한 정보가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오랜 시간 그들이라고 불린 세력.

그들은 분명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세력이다.

힘도 셌고 규모도 컸다.

하지만 박토는 그 조직의 이름을 모를뿐더러 누가 그 조직의 일원인지도 정말 알지 못한다.

다만 알고 있는 건 오랜 시간 동안 가문을 통해 전해져 온 ‘그들’이라는 이름뿐.

-큰일이다. 그들에 대해서 말해주지 않으면 지금 눈 앞에서 눈을 부라리고 있는 김탄이 발광을 하다 폭주할 지도 모른다. 그럼 이 집은 날아간다. -

집을 구하고자하는 마음이 가득한 박토는 김탄에게 그가 아는 한에서 그들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야. 우리는 네 회사를 폭파한 세력을 그들이라고 불러왔어. 하지만 정확히는 몰라. 말로만 들었던 게 전부니까. 솔직히 말하면 나도 가문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믿지 않았었어. 그저 그들은 힘이 세고 똑똑하며 잔인한 사람들이란 얘기만 들었었지.”

드디어 드러나게 된 신우 프로텍에 미사일을 날린 세력.

김탄은 박토의 말에 흥미를 보였다.

그래서 그런 것인지 잔뜩 힘이 들어 있던 눈은 살짝 부드러워져 있었다.

그에 따라 경직됐던 그의 몸도 이완됐다.

그를 잡고 있던 아이신과 아수하는 그런 김탄의 변화를 느끼고 있었지만 대비 차원에서 그를 잡고 있던 팔에 들어간 힘은 풀지 않았다.

계속 이어 말하기가 버거웠던 박토가 한숨을 한 번 길게 내쉬었다.

그리고는 김탄에게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마저 이어갔다.

“우리 바룬족의 머리수가 왜 고작 이것밖에 안 되는지 알아?”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그딴 거 말고 빨리 그들에 대해서 말하기나 해.”

김탄의 말에 또다시 한 번 한숨을 내 쉰 박토.

꺼내기 힘든 이야기를 꺼내야 했기 때문에 그랬다.

“우리 가문은 대대로 엄청난 부와 명예를 가진 세력이었어. 한 국가의 왕좌를 바꿀 만큼 힘이 큰 가문이었지. 불과 20년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하아~ 하지만 20년 전 우리 가문은 멸족을 당했어. 그때 살아남은 바룬족이 겨우 셋이야. 겨우 셋. 그때 누군지도 모르는 자들에게 우리 가족은 모두 죽임을 당했다. 나는 그때 아홉 살이었지만 그때 알아버렸지. 우리 가문을 몰살시킨 세력이 말로만 전해들은 그들이라는 세력이라는 걸..”

박토는 말을 멈췄다.

그리고 마치 그때의 일들이 선명히 기억나는 듯 괴로운 표정으로 변했다.

마치 그 무엇으로도 씻을 수 없는 트라우마 같았다.

그런 그를 김탄이 다그쳤다.

“그래서? 그래서?”

“말 그대로야. 김탄. 정말 나는 그들이 누군지도 모르고 또 어디 있는지도 모른다는 거야.”

“그게 다야? 그들에 대해서 알 수 있는 게 그게 다냐고?”

“그래. 내가 지금 그들에 대해서 얘기해 줄 수 있는 건 이게 다야. 하지만 그들은 이미 우리에 대해선 알고 있어. 총격전이 있던 밤 기억해?”

기억을 떠올린 김탄은 등골이 묘연해졌다.

정말 박토의 말대로 그들이라는 세력이 자신에 대해 알고 있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그들은 정말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었다.

신우 프로텍 폭파 사건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한 것.

순간 그 사실에 화가 난 김탄.

“이런. 미친! 그래서 네가 나보고 사라져야 할 운명이니 뭐니 빨리 피해야 하느니 마느니 뭐 그랬던 거야?”

박토는 그렇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김탄은 그런 그의 대답을 보고 눈을 부라렸다.

생각을 빠르게 하는 듯 눈알이 사정없이 굴러다녔다.

평범한 일상.

그저 여자친구를 사귀는 게 꿈인 소박한 삶을 살던 김탄에게 닥친 불행.

그 모든 것이 그들이라는 세력 때문이라는 사실을 김탄은 인정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또 모든 것을 원래대로 돌릴 수도 없고 또 다른 방법을 찾을 수도 없었다.

인정하기 싫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

김탄은 모든 걸 잃었다.

그들이라는 세력 때문에..

그 사실에 허탈해진 김탄은 마음에 분노가 치밀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온몸에 힘은 더욱더 빠져버렸다.

그런 그가 맥 빠진 듯 중얼거렸다.

“그럼. 정말로 누가 그랬는지 전혀 알 수 조차 없다는 얘기네? 하지만 그들은 나에 대해서 이미 다 알고 있고 말이야. 말도 안돼. 이건 말도 안 된다고..”

절망에 빠져버린 김탄이었다.

이유를 알지 못한 채 모든 걸 잃어버리고 또 미래도 빼앗겼다.

이제는 알지 못하는 세력에게 쫓기는 판국.

더 이상 그의 일상은 없으며 더 이상 그의 예전의 삶은 없다.

원하지 않는 삶이 되어버린 지금, 김탄은 처참함과 분노 그리고 원망으로 점철되기 시작하자 몸이 사시나무 떨 듯 떨려왔다.

그런 그에게 박토가 입을 열었다.

“하지만 알 수는 있어. 알아낼 수 있다고. 김탄. 만약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면 말이야.”

“뭐? 누가? 아까는 그들이 누군지도 모른다며?”

김탄이 화들짝 놀라 되묻자 박토는 바로 대답하지 않고 아이신과 아수하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와 동시에 아이신과 아수하의 얼굴색이 사색이 되어버렸다.

그들이 이렇게 하는 데에는 그들이 파이온이라는 세력과 간접적으로 관련이 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그걸 지금 박토가 김탄에게 밀고하려고 하는 중이라는 걸 본능적으로 알아버린 아수하와 아이신은 지금 살짝 분노도 하기 시작하는 중.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너무한다 박토.-

지금 한 배를 탄 입장에서 아이신과 아수하를 지옥의 나락으로 떨어뜨리려고 하는 박토 때문에 아이신과 아수하는 미칠 것만 같다.

무조건 막아야 한다.

툭툭.

누군가 바지 가랑이를 잡아당기는 느낌에 아래를 내려다 본 박토.

아이신이 애절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 상태로 입을 붕어처럼 벙긋거리는 아이신.

무슨 말을 하고 싶은 모양인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박토가 그런 아이신의 입 모양을 자세히 살피니 그가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박토. 김탄의 폭주를 막아야 해. 그게 더 중요한 거야. 제발.>

-훗. 이런. 김탄이 무서운 모양이네. 눈치도 빠르군. 내가 오운족과 파이온이 내통한다는 걸 김탄에게 말하려는 걸 기가 막히게 알아차렸군. 미안하지만 너희들의 희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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