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찬동 시인
한찬동 시인

한찬동 시집, 『불현듯 황혼이 붉듯 홀연히 무지개 뜨듯』이 도서출판 ‘이든북’에서 출간됐다. 한찬동 시인이 이번에 출간한 시집은 적막한 사유에 드는 느낌을 공감할 수 있어 벌써부터 독자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찬동 시인은 충남 논산 태생으로 농부시인이다. 그는 자신을 일컬어 농사를 지으며 시 쓰고 먹을 갈고 그 향기에 취해 소리를 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 과정에 시집『어찔 어찔 흐뭇한』,『또 한 세상』,『거기 멀고 깊은 곳에』을 출간하기도 했다.

한때, 한찬동 시인은 인생의 한 막을 접고 세속을 비켜보겠다고 섬에 움막을 지으며 살아봤었다고, 새 소리와 파도 소리, 궁핍과 추위, 고독과 적막 속에서도 마음엔 평화가 있어 살만했으나 세상은 역시 무한의 자유는 허락하지 않았다면서 지난날을 회상했다.

요즘 시인은 시를 쓰며 안타까운 감정에 휩싸이는 경우가 종종 찾아드는데, 곁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 사라지는 일 때문이랬다. 잊히고 떠나고, 때로는 아주 경계를 넘어가 버리기는 일에 가슴이 먹먹해져 온다고 말이다. 그래서 소멸에 대하여 더 많은 사색을 하게 되었다. 무너지고 쓰러진 것, 밟히고 이겨진 것, 내몰리고 쫓기는 것, 지워지고 씻겨진 것, 묻히고 덮힌 것, 태워지고 사윈 것, 끝내 없어진 것들을 시(詩)안에 담게 되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황혼이 붉듯·홀연히 무지개 뜨듯, 그렇게 아름다운 기별은 또 올 것이라고 말한 시인은, 낯선 땅, 해괴한 유행병 난리 속에서도 축복의 한 생명을 가족에게 준 것은, 너무 행복한 일이었으며, 시 안에서 싹 틔우고, 풍성한 꽃을 피울 촉매제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남쪽 먼바다 푸리섬과 뭍의 내포를 오가며 세상 사는 법을 배우고 있는 한찬동 농부의 시인의 시가 새가 되어 울림이 널리 퍼질 것으로 기대한다.

■ 저자 및 역자 소개

지은이 한찬동 시인

∙ 충남 논산에서 태어남

∙ 농사 지으며 시를 쓰고 먹 향기 속에 소리하며 삶

∙ 남쪽 먼 바다 푸리섬과 뭍의 내포를 오가며 다시 세상 사는 법을 배우고 있음

∙ 시집

『어찔 어찔 흐뭇한』(2001)

『또 한 세상』(2009)

『거기 멀고 깊은 곳에』(2017)

『불현듯 황혼이 붉듯 홀연히 무지개 뜨듯』(2023)

haeto21@hanmail.net

*문의: 이든북 출판사 전화 042-222-2536

[미리 시 감상하기]

기다림

그대는

오리라 저리 안간힘인데

오겠노라 달음질인데

해는 차갑고

바람 매섭고

댓잎은 서걱거리고

산이 치솟아 올라도

강물 넘쳐 흘러도

하늘 복판 질러

기어이 오겠다는데

뉘 손사레로 못 오시나

누구 발거리에 막히셨나

나야 억장 찢겨져도 그만이라

꿈으로 그리면 그뿐

불현듯 황혼이 붉듯

홀연히 무지개 뜨듯

그리 오시라

문득 곁에서 웃는

노랑 꽃잎처럼

---시작노트

무엇을 기다리는 일은 기대이기도 하고 초조이기도 하다. 부질없는 줄 알면서도, 실낱같은 희망으로 기적을 바라는 것은 어쩌면 고통이다. 그래도 우리는 그것을 바란다. 아무도 오간 적 없는 길가에 문득 수선화가 피듯이. 정녕 올 것이라 믿기에……

알 수 없는 일

마른 나뭇가지에 새가 앉는 까닭을

나는 알 수가 없다

시든 꽃잎에 나비가 앉는 것도

야위어 떠는 풀잎에 이슬이 맺히는 것도

달 없는 밤에 별이 더 빛나는 것도

늙어 잊어진 나에게 우표 없는 엽서를 보낸

그 마음도 나는 알 수가 없다

----시작노트

알 수 없는 일이 어디 이뿐이랴. 그런데 정말 뜻밖인 경우가 있다. 멀리서 날아온 그림엽서 한 장. 발신인도 없는 그엽서는, 오래 전 나를 죽도록 미워했던 친구가 보내온 크리스마스 카드처럼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이 설레는 짓을 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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