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속리산 법주사, 천년고찰의 가을은 여전히 아름답고 고풍스러운 정취를 한껏 품고 있었다. 모처럼 속리산 법주사 팔상전에 걸린 불화가 생각나서 길을 나섰다.

그 유명한 정2품송의 이야기가 길목에 서서 잔가지를 흔들어 보였다. 조선 7대 왕이었던 세조가 피부병으로 온양온천을 가는 길목에서, 방향을 틀어 법주사에 머물러있던 고승인 신미대사를 만나러 갔다. 그런데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소나무 가지에 임금이 탄 가마에 걸릴 것 같았는데, 소나무가 가지를 들어 올려 무사히 지나가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여전히 솔잎 끝에 매달려 있었다.

오리길을 지나자, 간간이 불어오는 풍경소리가 걸음을 멈추게 했다.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자, 속세를 떠나 피안의 세계로 들어선 선인들의 기도 소리가 들리는 듯하여 저절로 합장하고 섰다.

속리산 문장대(文藏臺)를 세 번 오르면 극락에 갈 수 있다는 전설 때문인지 등산객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들이 입은 울긋불긋한 등산복과 노란하니 물이 들어가는 은행나무 이파리와 붉은 단풍잎이 하나가 되어버리는 순간에 극락의 세계가 펼쳐 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절간에서는 스님의 염불 소리가, 세조길에서는 등산객들이 부려놓은 기도 소리가 흩날렸다. 그 모든 신령스러운 기운이 100여 명이 함께 올라 치성을 드릴 수 있다는 운장대(雲藏臺)까지 뻗어 있는 듯도 싶었다.

법주사 경내에는 유명한 법주사 쌍사자석등(국보 제5호), 팔상전(국보 제55호), 석련지(국보 제64호), 사천왕석등(보물 제15호), 마애여래의상(보물 제216호), 대웅전(보물 제915호), 원통보전(보물 제916호)이 있으며, 많은 설화가 깃들어있어 볼거리가 풍성했다.

그중에서도 조선의 7대 임금 세조와 관련된 설화가 대중의 관심을 끌었다. 무력으로 왕위를 빼앗으려고 어린 조카 단종을 죽인 세조의 이야기가 어쩌다가 속리산에 걸려 있는지 신비로웠다. 세조는 왕이 되었으나 마음의 병과 피부병을 얻어 무척이나 고생했다고. 그래서 심신의 병을 고치기 위해 세조는 속리산으로 비접을 떠났던 것이다.

문장대로 가는 길목에 복천암이 있다. 그 암자에서 세조는 신미 대사로부터 3일 동안 설법을 들은 후 샘물을 마시고는 마음의 병을 고쳤다고 한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속리산 법주사에는 불법을 듣고, 마음을 수양하는 템플스테이를 운영하기도 하는데 전국 각지에서 불자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도량을 휘돌아나가는 계곡에는 어린 손자와 자식들의 안녕을 비는 돌탑이 첩첩이 쌓여 있었다. 함께 간 일행들도 돌 하나씩 들고 와 낮고 평평한 곳에 작은 탑 하나를 쌓았다. 탑 위로 밝고 환한 오로라가 피어나길 간절히 바라며, 속리산 법주사 일주문에 합장하고 다시, 오욕의 바람이 가득한 세상 속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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