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_ 도망자 김탄이 대체 어디 있다는 거야?!

***

아무리 찾아봐도 김탄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대체 어디 있다는 건가?-

은비칼은 벌써 몇 시간 째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었지만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

분명 나채국과 오강심은 이미 김탄을 찾았다고 말했었다.

그리고 그 작은 단서가 김탄임을 확실히 주장했다.

아닐지도 모른다는 은비칼의 말에 나채국과 오강심은 언성까지 높이며 자신들이 김탄을 찾았음을 무섭게 피력하기까지 했었다.

그래서 이렇게 몇 시간째 그들이 주장한 김탄의 증거를 찾고 있었지만 찾지 못했다.

그러니 절대 인정할 수 없었던 은비칼이 화가 난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 오강심과 나채국에게로 다가왔다.

그들에게 다가온 은비칼을 본 나채국이 그를 보자마자 퉁명스럽게 물어보기부터 했다.

“이제 찾으셨어요?”

“아니요. 아직 못 찾았습니다.”

“아이고야~”

나채국이 어이가 없다는 듯 깊은 한 숨을 쉬자 이번에는 오강심이 답답하다는 듯 말을 뱉었다.

“다시 한번 보여 드리겠습니다. 실장님.”

말을 마친 오강심은 재빨리 화면을 컴퓨터 모니터에 띄우고는 자리에서 일어서 빨리 와서 보라는 듯 두 손을 활짝 펴 가리켰다.

순간 눈가에 경련이 일어난 은비칼.

둘 다 또 자신을 무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당황했지만 애써 침착해 하며 침을 한번 꼴깍 삼키고는 오강심의 자리에 앉았다.

모니터 속 정지 화면에 은회색의 머리칼을 가진 키 큰 남자의 뒷모습이 보였다.

절대 김탄은 아니다.

그리고 이 화면은 은비칼이 자신의 책상 앞에서 지금까지 보던 화면이었다.

물론 그 화면에서 김탄을 찾지 못했기에 그는 지금 화가 난 상태인 것이다.

“아니, 이건 제가 보던 영상이잖아요. 저는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대체 어디에 김탄이 있다는 거죠? 회색 머리 남자밖에 없잖아요?”

은비칼의 말에 오강심이 답답하다는 듯 한숨을 훅 내쉬고는 화면을 확대했다.

그리고는 다시 자세히 보라는 듯 은비칼을 쳐다보자 은비칼이 그녀의 뜻대로 모니터를 보았다.

은회색 머리칼을 가진 남자의 상반신이 모니터 전체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어디에도 김탄은 보이지 않았다.

은비칼은 시력이 나쁘지는 않다.

양쪽 모두 2.0.

-그런데 왜 내 눈에는 김탄이 보이지 않는 걸까?-

심한 자괴에 빠진 은비칼은 Ip 카메라라 화질이 구려서 그런 거라고 탓해봤다.

그러나 그 탓은 허무할 뿐.

오강심과 나채국 둘 다 안경을 쓰고 있다.

시력 나쁜 두 사람이 김탄을 찾았는데 시력 좋은 그가 김탄을 못 찾는 건 말이 안 된다.

은비칼이 자세히 보려고 모니터 앞으로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었다.

-대체 어디 있다는 거지?-

김탄을 찾으려 온 신경을 쓰느라 미간에 주름까지 생긴 은비칼의 얼굴 옆으로 오강심이 얼굴을 들이밀었다.

갑자기 훅 들어온 그녀 때문에 깜짝 놀란 은비칼이 그녀를 쳐다보자 그녀가 물었다.

“이제는 더 잘 보이시죠? 제 눈에는 정말 선명합니다.”

“무.. 얼 말입니까?”

“아까부터 찾고 계신 김탄이요. 실장님. 저기요. 저기 보이잖아요.”

말을 마친 오강심은 씩 미소를 지었다.

미소를 보면 기분이 좋아하는데 은비칼은 속이 쓰리다.

일종의 조소와 비슷한 그녀의 미소는 은비칼에게는 독으로 다가와 그를 주눅까지 들게 만들었다.

안경잡이도 찾는 김탄을 왜 멀쩡한 눈을 가진 너는 못 찾는 것이냐?

마치 이렇게 얘기라도 하는 그녀의 미소에 은비칼은 이렇게 힘없는 목소리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

“못 찾겠습니다. 정말 보이지 않아요. 어째서 두 분은 찾으셨는데 저는 못 찾는 걸까요?”

“잠깐 나와 보십시오.”

오강심은 일방적인 명령과 같은 말을 내뱉곤 은비칼의 팔을 잡아끌며 의자에서 일으켜 세웠다.

속절없이 그녀의 손에 딸려 자리에서 일어선 그는 지금 깍두기가 된 기분이었다.

다시 제자리에 앉은 오강심은 동영상을 뒤로 돌려 감고는 원하는 장면에서 멈추고 확대를 했다.

그리고 은회색 머리칼을 가지 남자의 어깨 부분에 빨간색 동그라미를 그리며 말을 했다.

“여기를 보십시오. 저는 100% 김탄이라고 확신합니다. 아니, 김탄이 맞습니다.”

그녀의 말에 은비칼은 화면을 더욱 선명하게 보려고 눈을 게슴츠레하게 떴다.

그런 모습 때문인지 더욱더 바보같이 보이는 얼굴을 본 나채국은 소리 죽여 키득키득 웃어댔다.

-잠깐! 무언가 보인다.-

은비칼은 화면을 자세히 본 결과, 은회색 머리칼을 가진 남자의 어깨 옆으로 무언가 삐쳐 나온 걸 발견했다.

“머.. 머리칼 같은데요?”

“네. 맞아요. 머리칼이 맞습니다. 그리고 저 머리칼이 김탄의 머리칼이 확실합니다.”

“그런데 그게 어째서 왜 그렇게 김탄이 맞다고 확신하시는 거죠?”

단순히 머리칼만 가지고 김탄이라는 확정을 지을 순 없다.

도대체 왜 그렇게 주장하는지 알 수 없었던 은비칼의 물음에 이상하게도 오강심은 더욱더 뻔뻔해진 표정으로 변해있었다.

마치 자신이 무슨 초월적 신이라도 된 듯 우월감에 젖어 있는 태도와 비슷했다.

순간 은비칼은 혼자 바보가 된 것 같아 화가 났다.

“아니. 오강심 씨 어째서 저 머리칼이 김탄이라는 걸 확신하시냐고요?”

그의 다그침에 오강심은 마치 비웃듯 한 쪽 입 꼬리를 위로 올렸다.

마치 체스에서 마지막 순간 체크메이트를 날리는 표정 같았다.

승리를 확신하는 미소였다.

“그것은 제가 수년간 대박 소년단을 향한 덕질의 결과입니다. 저는 정말 2013년도부터 찐팬이에요.”

아니, 김탄이 확실하다는 증거를 내놓으라는 질문에 갑자기 뜬금없는 아이돌 얘기라니..

미친 게 아니고서야 이런 공적인 자리에서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가?

대체 아이돌 덕질과 김탄을 찾은 것과 무슨 연관성이 있는지 알 수 없었던 은비칼은 도움의 시선으로 나채국을 쳐다보았다.

나채국은 마치 세상을 창조한 유일신이 지을 수나 있을 법한 미소를 지으며 은비칼을 쳐다보고 있었다.

무언가 확실히 알고 있다는 표정이었다.

마치 세상을 다 내다보고 있다는 미소 같았다.

그 모습에 하찮은 개미가 된 것 같았던 은비칼이 당황해 하자 나채국이 특유의 잘난체 할 때 나오는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본능이에요. 오래된 학습결과로 형성된 본능이요. 무의식을 완전히 장악한 거예요.”

무의식이 뭘 장악해?

도무지 알 수 없는 나채국의 말에 은비칼은 진짜 바보가 된 것만 같았고 진짜 바보가 된 것처럼 표정 또한 백치의 얼굴로 변해버렸다.

그런 그를 애잔해하며 다시 입을 여는 나채국.

“그건 말이죠. 실장님. 강심이가 DBS를 향한 애정의 갈망이 불러온 능력이에요. 그러니까.. 강심이는 DBS의 멤버들 손가락만 보고도 누가 누구인지 알아맞추는 능력이 있거든요. 특히, 강심이의 최애인 박 망개군은 머리카락 1cm만 보고도 알아 보더라고요. 머릿결, 염색 색상과 농도 뭐 그런 거 말이에요. 그런 능력이 쌓이고 쌓여 강심이가 매의 눈을 가지게 된 거죠. 뭐, 소리만 듣고도 헬기 기종을 알아맞히는 사람도 있잖아요? 덕질이 그래서 무서운 겁니다. 일종의 초능력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거니까요.”

-그렇군. 초능력. 어쩐지 그래서 찾은 거였군. 대단해.-

그들의 초능력에 감탄을 한 은비칼은 다른 한 편으로 묘하게 질투도 났다.

인정하기 싫다.

그래서 그랬는지 그의 입에서는 오강심에 대한 칭찬이 아닌 다른 말이 나왔다.

“DBS라면, 그 대박 소년단을 말씀하시는 거군요?”

“네. 그렇습니다.”

성과에 대한 칭찬을 하지 않았는데도 오강심의 눈 속엔 핑크색 하트가 들어 있는 듯 반짝반짝 빛이 났다.

이 모두 그녀가 사랑하는 아이돌에 대한 관심 때문이이다.

그녀의 최애 아이돌 칭찬에 마치 제가 사랑 받는 듯 행복해하는 오강심에게 괜시리 미안해진 은비칼.

솔직히 이 난제를 해결한 근본적인 원인은 모두 DBS 때문이다.

그들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오강심 또한 덕질을 하지 않았을 것이고 또 그로 인해 이렇게 대단한 초능력을 가지지 못했을 것이다.

더군다나 그렇게 가진 능력으로 이렇게 유용하게 쓰이게 됐으니 이번 김탄을 찾은 공은 모두 DBS에게 돌리는 게 맞다.

은비칼은 천장을 바라보며 대박 소년단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아이돌로 태어나줘서 고맙습니다. 대박 소년단.’

가슴에 웅장함마저 느껴졌다.

그들의 영향력이 이렇게 크다는 사실에..

하지만 마음 한쪽에 다시 스멀스멀 올라 온 부정의 마음.

그녀의 능력으로 찾아낸 저 모니터 속의 살짝 보이는 머리칼만 가지고는 김탄이라고 확실히 단정 지을 수 없다.

“오강심씨. 대단한 능력을 가지셨습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도 김탄이란 신빙성이 좀/”

갑자기 나채국이 끼어들었다.

“사실은 저도 알아봤어요. 예전에 씨씨티비로 봤던 신발을 신고 있었거든요.”

나채국이 말을 마치자마자 오강심의 타블릿 펜을 빼앗아 은회색 남자의 발 옆으로 빨간색 동그라미를 쳤다.

은비칼이 눈을 찌푸리며 그곳을 보았다.

빨간색 동그라미 안에 하얀색 신발 같은 게 살짝 보이는 것 같았다.

얼굴이 창백해진 은비칼.

그대로 모니터에서 시선을 떼고 오강심과 나채국을 번갈아 보며 생각했다.

‘아니, 대체 이 사람들은.. 어떻게 이것만 보고도 김탄이라는 걸 확신하지? 내가 보기엔 아무것도 모르겠는데.. 나를 놀리는 것인가?‘

은비칼은 지금 스스로 만든 수렁에 빠지기 시작했다.

초능력 같은 능력을 가진 오강심과 나채국.

그들이 주장하는 말이 사실이라면 그들은 진짜 초능력자다.

하지만 그들의 말을 믿기엔 증거가 너무 부족하다.

단순히 머리칼과 신발 조금 보인 걸 가지고 김탄이라고 확정 지을 수는 없었던 은비칼.

지금 그는 오강심과 나채국의 초능력을 부정하고 싶었다.

그는 또한 스스로 검열도 했었다.

부정의 마음이 든 것이 혹시, 반대를 위한 반대는 아닐까?

아니었다.

-그렇다면 나를 놀리는 것인가? 그런 것 같다. 이 사람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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