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슬한 바람이 부는 가을날이다. 세종시 인근에 있는 장군산 자락에 있는 영평사에 핀 구절초 꽃향기가 가득 한 날이었다.

세종시 영평사 숲은 하얀 꽃 사이로 사람들이 부려놓은 덕담이 조약돌처럼 반짝였다. 구절초 꽃향기를 맡으며 추억 쌓기에 아주 좋은 날씨, 불자들과 관광객들이 도량에 가득 모여들었다.

영평사에서는 제24회 장군산 영평사 구절초 꽃축제가 한창 열리고 있었다. 10월 7일(토)부터 15일(일)까지 9일간에 장군산을 찾은 이들의 몸과 마음에 부처님의 가피 안에 머물 기회가 주어져 큰 행운이 아닐 수가 없었다.

영평사는 구절초 축제로 널리 알려진 사찰이다. 해마다 10월이 되면 영평사는 하얀 구절초 꽃으로 뒤덮인다. 장군산으로 향해 걷다 보면 오솔길이 나오고, 하얀 나비와 다람쥐 그리고 작은 새들을 만날 수가 있어 행복이 가득한 시간을 보낼 수가 있었다.

우리 일행이 도착했을 무렵, 윤정숙 국가무형문화재 선소리 산타령 이수자들의 ‘선소리 산타령’이 도량 가득 울려 퍼져 있었으며, 공양간에서는 구절초가 들어간 국수를 삶고 있는 처사님들과 보살님들의 얼굴에서 부처님의 피안을 볼 수 있었다. 커다란 장독 위에 서서 먹는 구절초 국수는 그 어떤 음식보다 값져 감사한 마음이 들어 절로 마음이 숙연해졌다.

대웅전에 들어 삼배를 드리고, 심우도가 있는 대웅전 뒤뜰을 거닐며 감사의 기도를 올렸다. 불성이 가득한 동자가 소에 올라타고 피리를 부는 그림에 시선이 멈추었다. 잠시나마 작은 불성이 화르르 피어나며, 장군산 정상을 향해 날아올랐다.

세종시에 있는 영평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6교구 마곡사 말사다. 영평사가 있는 장군산은 청정지역으로 반딧불과 가재, 다슬기가 살고 있으며, 청정한 자연을 잘 보존하고 있어 인근 주민들과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토종 대표 야생화 구절초 꽃인 선모화가 피는 10월이 되면, 영평사에서는 음악회와 차 시음회, 전시회, 시낭송회를 열어 산을 찾는 길손들이 잠시 머물다 가게 한다. 마침 그날은 정봉숙 화가의 초대전이 진행되고 있어, 그림 속에 가득한 작가의 혼과 그 역량을 마주할 수가 있어 모처럼 휴식의 시간을 가질 수가 있었다. 또한, 영평사에서는 휴식형 템플스테이를 운영하고 있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 가는 길 : 세종특별자치시 장군면 영평사 길 124(장군면 산학리 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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