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_김탄. 네가 누구인지 철저히 파헤쳐 주겠다!

***

“헐 대박입니다. 진짜로 대박입니다. 티켓 예매를 성공하셨다니 정말 감격스럽습니다. 그렇게 어려운 일을 해내시다니 실장님을 다시 보게 됩니다.”

너무도 행복해하는 오강심.

그녀를 보고 있던 은비칼은 그녀와 같이 일한 이래로 저렇게 여성스럽고 사랑스러운 표정은 처음 봤다.

그리고 그런 표정도 지을 수 있는데 지금껏 왜 단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는지 의아하기도.

은비칼은 이 사실에 마음까지 아려 왔다.

원래는 오강심이 애교 많고 통통 튀는 매력을 지는 성격이었지만 그것을 잃어버린 이유가 회사 생활의 부침이지 않을까 생각해서 그런 것.

항상 딱딱하고 무표정한 그녀의 얼굴은 어쩌면 일부러 지은 가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눈물까지 나려했던 은비칼은 측은한 마음으로 오강심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나채국이 그의 앞으로 촐랑대며 다가와 입을 열었다.

“저도 처음 보자마자 알아봤어요. 실장님은 정말 좋은 사람이란 걸요. 정말 2주 후에 제 27번째 드론이 될 팬다 7 프로페셔널 패키지를 받아 볼 수 있는 거죠? 실장님?"

“그럼요. 좋은 가요? 나채국 씨?”

나채국은 대답대신 입을 광대에 걸며 고개를 끄덕였다.

누가 봐도 기분이 좋다는 걸 알 수 있는 행동.

살이 쪄 통통한 그의 얼굴에 붙은 광대가 호빵맨처럼 툭 불거져 나와 있었다.

게다가 아주 흥분했다는 듯 붉게 물든 광대.

사랑하는 사람에게나 보일 수 있는 표정이었다.

지금 나채국의 모습도 은비칼은 같이 일한 이래로 처음 보는 표정이었다.

-장난감과 티켓이 그렇게 좋나?-

은비칼은 그들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기분은 좋았다.

모두 진심으로 행복해하는 모습 때문이다.

그것 때문인지 지금까지 마음의 한 응어리처럼 가지고 있던 사비 지출에 대한 갈등과 후회 그리고 번민 게다가 아쉬움은 씻은 듯 사라져버렸다.

솔직히 말하면 은비칼은 어제 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거금 오백 만원이나 하는 돈을 장난감과 티켓에 썼다는 죄책감 때문이었다.

그의 소비 성향상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을 했기에 후회가 들었고 뭔가 억울하기까지도 했었다.

그 때문에 오늘 아침까지 밥 맛이 없어 끼니를 걸렀던 은비칼.

그러나 지금 그는 무척 행복하다.

-겨우 장난감과 티켓에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해하다니.. 이런 게 마음을 나누는 것인가? 무언가 정말 따뜻하다.-

“네 그렇습니다. 전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니까요. 그리고 보상을 받으셨으니 계속 분발하여 일에 매진해 주시기 바랍니다. 앞으로도 계속 밤을 새우는 일이 많아질 것 같거든요.”

은비칼의 입에서 앞으로의 혹독한 계획이 쏟아졌다.

계속 밤을 새우는 극한의 프로젝트.

그러나 이상하게도 오강심과 나채국은 전혀 힘들어하거나 싫어하지 않았다.

그 어떤 시련이 닥쳐도 다 이겨낼 것 같은 표정들.

그들의 색다른 모습에 은비칼은 낯설기까지 했다.

“걱정 마세요. 실장님. 적당한 보상만 있다면야 밤을 새도 상관없어요. 보상은 제 도파민을 증가시키거든요. 보세요. 지금 제 뇌도 기분이 좋다고 그러잖아요. 그리고 우울증 같은 건 개나 줘버리라고 하세요.”

나채국이 입이 귀에 걸린 그 상태 그대로 주저리 말을 늘어 놓자 옆에 있던 오강심도 손으로 오케이 사인을 그리며 말을 이었다.

“저도 팀장님 말에 100% 동의합니다. 실장님. 정말 힘이 납니다!”

모두 도파민 때문이다.

이들이 이렇게 행복해하는 것은..

은비칼도 마찬가지로 기분이 좋아 지금 얼굴에 함박웃음이 어렸다.

그도 지금 몸속에 도파민으로 가득 차 있었다.

‘보상이라..’

은비칼.

지금 그는 보상을 받고 있는 중.

모두 나채국과 오강심의 행복 때문이었다.

어떤 조건이 충족되거나 물질을 받아서 생긴 보상이 아니었다.

좋아하는 사람들의 행복한 모습의 전이에서 오는 도파민.

순간 은비칼은 자신이 이들을 정말 사랑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지금 그는 자신의 보상은 나 채국과 오 강심의 행복이라는 것도 알아버렸다.

즉, 그들의 행복이 곧 은비칼의 행복이었고 그 행복은 은비칼의 커다란 보상이 된 것.

“모두들 기분이 좋다고 하니 저도 맘에 드는군요. 자, 그 기분은 잠시 접어두고 이제 일을 해야죠? 오 강심 씨. 브리핑 시작하세요.”

은비칼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오강심은 번개 같은 속도로 상황실 모니터에 김탄의 얼굴이 들어 있는 신상명세를 띄었다.

도파민이 증가되어서 그런지 오강심의 행동은 날렵하고 정확했다.

그런데 그 옆 모니터로 빨간색 엑스표가 그려진 늑대 사진도 같이 띄었다.

시키지도 않은 일.

그녀는 왜 그러는 것일까?

“늑대는 왜 띄운 거죠? 오 강심 씨.”

은비칼의 질문에 오강심은 수줍은 듯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

잠시 그러고 있던 그녀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성과에 대한 자축의 의미입니다.”

그녀의 대답에 깜짝 놀란 은비칼.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기에 그랬던 것.

“아니, 시키지도 않았는데요? 엑스표까지 그리려면 시간 좀 걸리지 않았나요?”

“8번의 마우스 클릭과 4번의 키보드를 누르면 되는 아주 간단한 작업입니다.”

그까짓것쯤이야 별거 아니라는 투로 말한 오강심에 지금 상당히 감동받은 은비칼.

모두 그녀의 정성과 반전 때문이다.

오강심은 보통 은비칼이 일을 시키면 무표정하게 대답을 하며 정말 딱 시키는 것만 했었다.

그런데 그런 오강심은 지금 시키지도 않은 일을 자발적으로 했다.

그것도 정확하고 명확하면서 정말 맘에 쏙 들게..

이 모든 것은 은비칼이 그들에게 준 보상의 힘이라는 걸 느낀 그는 앞으로도 보상이라는 강력한 힘이 꼭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면 정말 수월하고 편하게 이들을 일을 시킬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그래요. 좋아요. 좋습니다. 모두 늑대를 보고 힘을 내서 꼭 김 탄을 다시 찾도록 합시다. 또 다른 보상이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자 브리핑 시작하세요.”

“이름 김 탄. 나이 만 19세. 독신이며 현재 J대기업 하청의 하청의 하청회사에서 부품을 납품하는 신우 프로텍이라는 회사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하청의 하청의 하청의 회사면 아주 작은 회사인 것 같은데요?”

은비칼의 말에 나채국이 거들었다.

“제조업 계통이 다 그렇죠. 뭐.”

그의 말에 은비칼은 몰랐던 사실을 알았다는 듯 고개를 심하게 끄덕거렸다.

그러던 그가 계속 브리핑을 이으라는 듯 눈빛을 오강심에게 보내자 그녀가 다시 말을 이었다.

“1999년 12월 31일 **지역에 있는 사랑 보육원 앞에 신생아 상태로 유기된 김 탄을 보육원 원장이 발견해 만 18세가 될 때까지 그 보육원에서 지내온 것으로 조사가 됐습니다.”

말이 끝나자마자 이상하게 깊은 한숨부터 내쉬는 은비칼.

“흠, 그렇군요. 김 탄이 고아였군요.”

지금 그는 김탄에게 연민을 느끼고 있었다.

들어보니 태어나자마자 버려진 것 같은데..

이 세상에 종말을 불러올 괴물에게 지금 연민을 느끼고 있는 그는 너무 착해서 그런 것.

그가 착한 것뿐만 아니라 또 다른 이유에서도 김탄에게 깊은 동정심을 느끼고 있었다.

그 또 다른 이유는 은비칼도 따지고 보면 어릴 때 두 부모를 잃은 고아였다.

물론 김탄과 처지는 다르다.

김탄은 버려졌지만 은비칼은 자원이 풍부했기에 버려지지 않았다.

게다가 김탄에게는 어떤 기댈 친척이나 가족이 없었지만 은비칼에게는 그를 절대적으로 보호하고 있는 형 은비사가 있었다.

그 차이가 있었지만 은비칼도 김탄과 마찬가지로 부모 잃은 고아.

물론 형이라는 핏줄은 있었지만 그건 부모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형이 부모가 될 수는 없다.

형은 형일 뿐..

다섯 살 때 부모를 잃은 은비칼은 부모에 대한 기억은 없었다.

단지 사진을 보며 그들이 한 때는 가족으로 실재했다는 사실을 알 뿐이었다.

그런 면에서 김탄도 자신과 같은 느낌일 거라는 묘한 동질감이 불러온 연민.

은비칼이 쓸쓸한 눈으로 상황 모니터에 띄운 김탄을 바라보는데 그의 상념을 깨듯 나채국의 목소리가 귀에 들렸다.

“아무리 봐도 그냥 평범한데.. 괴물이라니.. 정말 믿을 수가 없어요. 실장님.”

“그래요. 저렇게 수수하고 정직해 보이는 얼굴을 한 괴물이라니. 정말 사람들 틈에 섞여 있으면 아무도 모를 것 같습니다.”

말을 마친 은비칼은 우수에 젖은 눈으로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를 바라보는 나채국과 오강심은 대체 왜 저 인간이 갑자기 센치해진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나 채국 씨? 김 탄의 신호가 더 이상 잡히지 않는다고 했죠?”

여전히 우수에 젖은 표정으로 말한 은비칼.

그와는 대조적으로 너무 발랄하게 맞받아치는 나채국.

“네. 갑자기 신호가 끊어졌어요. 진짜 감쪽같이 사라졌거든요. 이런 걸 아마 매직이라고 하는거겠죠? 흐흐흐.”

그의 말에 은비칼은 눈빛부터 가늘어졌다.

믿지 않는다는 뜻과 더불어 의심이 가득하다는 의미.

그런 눈으로 나채국의 마음을 꿰뚫어보듯 바라보던 은비칼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혹시.. 그.. 시스템에.. 오류가 있었던 건 아닐까요?”

발랄하고 해맑던 나채국이 정색했다.

이내 아주 흥분했다는 듯 빨개지더니 어이없는 말투로 은비칼에게 쏘아붙였다.

“아니, 무슨 말씀을 그렇게.. 절 뭘로 보고.. 그럴 일은 절대 없어요. 제 시스템은 완벽 그 자체였다고요.”

그럼 됐다.

은비칼은 더 이상 그 문제에 대해 파고들지 않았다.

그가 시스템에 대해 아는 게 없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그는 오류를 찾아내서 증명할만한 능력도 없다.

그는 그냥 단지 그의 추측이 맞는지 강하게 떠본 것.

지금 나채국의 반응을 봐선 은비칼의 예측은 틀렸다.

이런 방식이 시스템에 대해 모르는 관리자 은비칼이 그의 자리를 유지하는 방법이다.

추측과 예측으로 판단한 일에 대해 공격을 한 후 그들의 심리 반응을 살펴 실수와 착오를 캐치하는 능력.

은비칼이 가진 그 능력으로 살폈을 때 시스템은 확실히 오류는 아니었다.

“오류는 없다.. 그럼 김 탄이 숨은 거란 얘기군요.”

“풉-.”

어디선가 들린 비웃음 같은 소리.

은비칼은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오강심이 입으로 손을 틀어막고 있었다.

분명 비웃는 걸 급하게 막은 모양새.

'대체 왜 그런지 말해보라.'

뭐, 이런 의미로 은비칼이 오강심을 쏘아보자 그녀는 마지 못한다는 듯 입을 열었다.

저작권자 © 불교공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