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_드디어 나타난 방어능력.

계속되는 미캐의 헛구역질은 계속 되었다.

노란 위액은 다 토해낸 듯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 이 구역질보다 더 고역이었던 건 온몸이 타는 듯한 작열감이었다.

이제는 따갑기까지 한 피부 때문에 고개를 돌려 팔을 쳐다보았다.

화상을 입은 듯 붉게 상흔이 생겼다.

시간이 더 지나자 피부에 수포가 잡히며 터지기 시작했다.

끔찍한 그 모습에 화가 난 미캐가 소리를 질렀다.

“으아아 아. 그만 해. 자꾸 나한테 왜 이래? 이거 풀어! 당장! 삽 탱구리들아!”

하지만 돌아오는 건 매번 듣던 단조로운 기계 음성.

<방사선량 3500 밀리시버트 오버.>

음성이 들릴 때마다 높아지는 숫자에 방사선량이 많아지는 걸 알아챘다.

한번도 방사선 피폭을 당해본 적 없는 미캐는 다음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 지 예측할 수 없었다.

찢기고 찔리는 고통보다 지금 피폭되는 고통이 더 힘들었다.

마치 고열에 시달리는 열병에 걸린 듯 환청과 환각까지 보였고 온몸의 나른함은 몽환적이기보다는 무기력했다.

이대로 가다간 진짜 죽을 거 같다.

살고 싶었던 생각은 없었지만 그녀의 본능은 그녀의 몸을 뒤틀게 만들었다.

어쩌면 그녀의 의지가 아닌 본능의 움직임이었던 그녀의 몸부림은 처절함보다 기괴함에 가까웠다.

사지가 제멋대로 비틀리는 모습.

그러던 중 미캐의 눈 앞을 스쳐 머리카락 덩어리가 툭 아래로 떨어졌다.

순간 자신의 머리카락임을 깨달은 그녀는 경악해 소리쳤다.

“이런 개 X팔! 내 머리카락이야?”

방사선 치료 때문에 머리카락이 빠진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던 미캐.

지금 방사선 피폭 테스트에 그녀가 민머리가 된다는 생각에 참을 수 없었던 그녀가 상황실에 있던 은비사를 노려보았다.

그는 인간이 아닌 기계처럼 미캐를 쳐다보다 다시 손을 들어올렸다.

그가 연구원에게 수신호를 보낸 것.

그러자 다시 실험실로 음성이 흘러나왔다.

<방사선량 4000 밀리시버트 오버.>

-숫자가 높아졌다. 방사선량이 더 많아진 것. 이렇다면 대머리가 될 수밖에 없다. 이런 개 X팔 X 같은.. -

지금 이미캐는 몸이 타 들어 가는 것보다 머리카락이 사라지는 게 더 싫다.

그녀가 이 모든 상황을 만든 은비사를 쳐다보며 이를 갈기 시작했다.

“내가 만약 여기서 나가면 너부터 죽여 주겠어. 이 10 새X야.”

그러나 그녀의 목소리는 상황실까지 전달되지 않는 것 같다.

그들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무기력함에 참을 수 없었던 이미캐.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그들이 설치한 감마선 발생기에서 나오는 방사선을 온몸으로 받는 것뿐이었다.

시간이 더 흐르자 미캐의 얼굴에 수포가 터져 생겼던 반점들이 붕괴되기 시작했다.

세포가 죽어가기 시작한 것.

그녀는 자신의 얼굴을 직접 볼 순 없었지만 흘러내리는 느낌은 감지할 수 있었다.

그 느낌이 맞는지 확인하려 고개를 돌려 자신의 팔을 본 순간 폭발해버린 이미캐.

“X 같은 개X끼들! 그만두라고! 으아아아아 아!”

악에 받친 듯 미캐가 몸을 뒤틀고 머리를 벽에 찧어가며 괴성을 지르기 시작하자 상황실의 연구원들이 술렁거렸다.

처참한 그녀의 몰골은 흉측하게 일그러져 있었고 그 흉측한 얼굴에 담긴 분노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오금을 저리게 만들었다.

'진짜 괴물이 있다면 저런 모습일 것이다'라는 듯 연구원들은 일제히 얼굴을 찌푸리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자 연구원들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은비사가 말한 방어능력이 미캐에게서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상당한 양의 방사선을 쬐었지만 살아있는 게 신기할 정도.

“저. 비사님. 계속할까요?”

이대로 더 진행하단 진짜 미캐가 죽을 것 같다는 염려에 한 연구원이 은비사에게 묻자 그는 냉정하게 대답했다.

“계속하십시오.”

은비사의 명령에 연구원이 말없이 제어 버튼을 클릭하자 음성이 흘러나왔다.

<방사선량 4500 밀리시버트 오버.>

이제 고통이 극에 달한 이미캐.

이번 실험은 별로 아프지 않을 것 같다는 그녀의 생각은 철저하게 빗나갔다.

심히 아프다 못해 극악의 참을 수 없는 괴로움이었다.

그 고통을 벗어나고 싶은 듯 미캐가 더 이상 사람이 아닌 듯한 괴성을 질러댔다.

흡사 짐승 같은 울부짖음에 안전한 상황실 안에 있던 연구원들이었지만 겁에 질려 한 발짝씩 뒤로 물러섰다.

“아니, 이걸 버티다니.. 정말 비사님 말대로 사람이 아니군요.”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미캐의 방사선 피폭 실험.

그녀는 사람이 아니었다.

절대 불가능한 일이 일어났음에 은비사가 말한 괴물은 증명된 것.

상황실 안의 연구원들 모두 놀란 표정으로 입을 다물지 못한 체 미캐를 쳐다만 보았다.

“제가 처음부터 사람이 아니라고 했지 않습니까? 직접 눈으로 확인하신 소감은 어떠신가요?”

은비사의 말에 모두가 입을 다물고 말이 없었다.

모두 은비사가 옳았기에 그랬다.

괴물은 이 세상에 살아 있으면 안 된다.

자칫 잘못하다가 인류의 역적이 될 뻔했던 연구원들.

세상의 종말을 막기 위해 차출된 정예 연구원들이었지만 잠시 사람 같은 미캐의 모습에 은비사에게 항명까지 할 뻔 했다.

“죄송합니다. 비사님.”

한 연구원이 그들의 판단 착오에 대한 사과를 하자 은비사는 말없이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실험을 계속할까요? 비사님.”

또다른 연구원의 말에 그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은비사의 얼굴엔 앞으로 이들에게 걸림돌은 없다는 생각에 살짝 미소까지 어려 있었다.

연구원들은 일제히 제자리로 돌아가 계속 실험을 하기 위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괴물이기에 실험에 대한 죄책감은 사라진 지 오래.

<방사선량 5000 밀리시버트 오버.>

방사선량이 더 높아지자 악을 쓰던 미캐가 잠잠해졌다.

모두가 그녀가 죽은 줄 알고 창을 통해 쳐다보고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섬뜩한 그녀의 표정 때문이었다.

피폭으로 붕괴된 미캐의 얼굴은 더 이상 사람의 얼굴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 얼굴에 박힌 그녀의 눈은 분노로 가득 차 살기에 번뜩였다.

냉담하고 담력 좋은 은비사도 지금 그녀의 눈빛이 두려울 정도.

살짝 불안한 마음까지 느낀 은비사가 연구원에게 물었다.

“뮤턴트의 시냅스 스케일링이 완전히 해제되는 시간이 얼마 남았습니까?”

“1분 7초 남았습니다.”

1분 7초 뒤에 미캐는 능력을 되찾는다.

1분 7초 안에 그녀를 다시 마비시키면 능력을 되찾지 못한다.

그 사실에 안심은 했지만 시간은 너무 짧다.

지금 그는 살짝 도박을 하고 있었다.

1분 7초를 살짝 넘겨 미캐를 마비시킨다면 혹시나 방어 능력이 발현되는 것에 대한 결과를 볼 수 있지 않을까?

한 번 더 실험을 강행하기로 결정한 그가 연구원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방사선량을 더 높이십시오.”

<방사선량 5500 밀리시버트 오버.>

이 정도면 죽어야 한다.

하지만 이미캐는 죽지도 않고 더 이상 고통스러워 하지도 않는다.

대신 이를 갈며 은비사를 향해 저주를 퍼부었다.

“이 개X끼. 너는 내가 죽일 거야. 사지를 다 갈기갈기 찢어 죽일 거야. 내가 받은 고통을 너도 느끼게 될 거야. 너도 나 같은 아픔을 받다 고통스럽게 죽게 될 거야.”

상황실 스피커로 전해지는 미캐의 저주에 연구원들은 오싹하다는 듯 손으로 두 팔을 감쌌다.

은비사의 귀에도 파고들어 그 또한 소름끼치게 만들었다.

일반적인 인간과 다른 그녀의 모습에 은비사는 두려움마저 느꼈다.

하지만 내색하지는 않았다.

그때 갑자기 미캐가 스스르 눈을 감더니 고개를 아래로 툭 떨구었다.

그 모습에 당황한 은비사가 연구원에게 물었다.

“쇼크입니까?”

연구원은 대답대신 깜짝 놀란 표정을 한 체 손가락으로 한 모니터를 가리켰다.

“이건.. 이럴 수가. 비사님. 저걸 보십시오.”

연구원이 가리킨 모니터.

컴프턴 카메라 영상장치 데이터 전송 모니터였다.

감마선 검출을 볼 수 있는 모니터에는 사람의 형상이 검은색으로 표현되어 있었고 그 주변으로 하얀 점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깜짝 놀란 연구원 한 명이 소리쳤다.

“뮤턴트 A-0! 감마선 차폐 방어 능력 발현!”

지금 미캐는 감마선을 차폐하고 있었다.

더 이상 피폭되지 않는 상태.

“어떻게 사람이 이럴 수가 있는 거죠? 고 에너지 파장을 막아내다니..”

한 연구원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하자 은비사가 덧붙였다.

“자꾸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저것은 사람이 아닙니다. 괴물입니다.”

이제는 이미캐가 괴물임이 명확해졌다.

사람이 할 수 없는 기적 같은 불가능한 일이 일어난 것.

모두가 은비사의 말에 동의하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모든 것이 증명 되었기에 이제부터는 은비사의 거침없는 횡보가 시작됐다.

그걸 알고 잇는 은비사의 입가에 미소는 더 커져 있었다.

그때 한 연구원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어이쿠. 비사님! 잔여시간 30초 전입니다!”

미캐의 능력이 활성화 되기 전까지 30초 남았다.

모두가 미캐를 쳐다보았다.

겨우 30초 남은 시점 그녀가 혹시라도 회복 능력을 되찾을까하는 염려 때문이다.

그들의 생각과 달리 미캐는 여전히 괴물이었다.

하지만 두 눈은 무섭게 뜨고 있었고 이제는 아무 고통도 느끼지 못한다는 듯 미동조차 없었다.

헐떡이던 숨마저 사라졌다.

그러던 그녀가 음산하게 입을 열기 시작했다.

“이 악마 같은 개X끼들. 내가 너희들을 다 죽여 버릴 거야. 모두 다 죽여 버릴 거라고..”

상황실로 전해진 그녀의 낮고 허스키한 음성, 마치 마녀가 주문을 외는 듯 내뱉는 그녀의 저주에 연구원들은 등골이 서늘해졌다.

모두가 다음 일을 잊은 체 얼어붙은 듯 꼼짝 안하고 있자 은비사가 다그쳤다.

“실험을 종료합시오. 빨리.”

정신을 차린 한 연구원이 다급하게 제어 버튼을 클릭했다.

잔여 시간 10초 전.

급박한 시간.

다행히 미캐의 목 경동맥에 꽂혀 있던 주사 바늘을 통해 약물이 투입되었다.

미캐의 능력 활성화는 제시간에 맞춰 끊어버렸다.

<뮤턴트 A-0. 감마선 방어 테스트 완료. 시냅스 스케일링 다운 시작. 3. 2. 1>

실험실로 또다시 음성이 울러 퍼졌다.

분명 목으로 약물이 들어오는 느낌은 받은 이미캐.

순식간에 정신이 몽롱해지기 시작했다.

눈을 부릅뜨고 버텨봤지만 소용없었다.

그녀는 눈을 감기 싫었지만 제 몸이 아닌 것처럼 스르르 눈이 감겼다.

또다시 꿈속으로 들어가 버린 미캐는 세상과 완전히 단절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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