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_ 도시괴담 속 장기적출이 아니라고? 그럼 뭔데 나를 묶어 놓는 거지?

천고가 높은 공간은 하얀색의 커다란 타일로 벽이 마감되어 있었다.

깨끗하고 차가웠다.

창문은 한 군데도 보이지 않았다.

머리맡 쪽은 확인해 보지 못해 정확히는 모르지만 삼 면에 창이 없는 걸로 봐선 거기에도 창은 없을 게 뻔해 보였다.

출구 또한 보이지 않았다.

정말 사방이 꽉 막혀 있는 곳이었다.

대체 이곳은 어디인가?

이렇게 미캐는 의아함을 느끼며 계속 주위를 둘러보다 한 벽면을 발견했다.

그곳은 다른 곳과 다른 재질이었다.

그토록 그녀가 찾았던 커다란 창이었다.

그 창은 2층 높이에 설치 되어 있었다.

창 밖의 풍경은 잘 식별되지 않았다.

반사된 빛 때문에 희미하게 형상이 보이기는 했으나 마치 다른 세계의 공간이 있는 곳처럼 뭉그러져 보였다.

미캐가 집중을 해 그곳을 다시 살피니 어떤 판타지 세계가 있을 법한 곳은 아님을 알아차렸다.

제대로 식별할 수 없는 어떤 커다란 기물의 형태가 군데군데 보였지만 차갑고 건조하고 그냥 박스의 형태의 물건들이었을 뿐이었다.

저긴 또 뭐 하는 곳일까?라는 의문으로 가득찰 때 갑자기 어두운 유리창 너머 공간이 환해졌다.

그러자 보이는 창 너머 선명한 내부의 모습.

유리창 바로 안쪽으로 이상한 기계가 보였고 뒤 벽쪽으로 콘솔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곳에서 유일하게 살아 있는 듯 기계와 콘솔들의 빛이 반짝이기 시작했고 조금 시간이 흐르자 그 공간으로 사람들이 부산하게 들어왔다.

사람들은 각자의 자리가 있는 것처럼 기계 앞으로 다가가 선 다음 기계를 조작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한 남자는 예외였다.

검은 양복을 입은 키가 큰 남자는 기계 쪽에 서지 않고 창가 가까이 붙어 미캐를 내려다보았다.

은비사였다.

순간 미캐와 눈이 마주치자 그는 마치 반갑다는 듯 씩 웃었다.

인사치고는 소름 끼치게 기분 나쁜 미소였다.

처음 보는 남자의 기분 나쁜 표정에 미캐는 은비사를 째려보았다.

그러나 그는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듯 무표정한 얼굴로 한참을 미캐를 바라보다 갑자기 무언가 누르며 말을 뱉어냈다.

<시작하십시오.>

미캐가 있는 공간으로 은비사의 음성이 스피커를 통해 울려 퍼졌다.

어디서 많이 듣던 목소리였다.

미캐는 그 목소리를 기억해 내려고 애썼다.

분명 어디서 들었던 목소리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 한 기억.

미캐가 납치를 당했을 때 한 노인과 얘기를 하던 남자의 목소리.

그 남자의 목소리와 똑같았다.

깜짝 놀란 미캐가 눈알을 돌려 다시 은비사를 쳐다보았다.

그는 부산하게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저 새X가 그 개X끼잖아?”

슈우우우웅.

갑자기 기계 구동음이 들리자 미캐가 소리가 나는 쪽으로 눈을 돌렸다.

분명 문이 없었던 곳인데 문이 생기며 열리고 있었다.

벽과 비슷한 마감 때문에 원래의 위치를 아는 사람만 열 수 있는 문이었다.

문의 구동 콘트롤은 모두 저 은비사가 있는 상황실에서 하는 듯 보였다.

문이 다 열리자 이상한 방호복 같은 것을 입은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한 눈에 봐도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미캐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저 병X 같은 건 뭐지? 지금 나한테 오는 거야?’

미캐의 생각대로 그들은 미캐에게 다가왔다.

그 순간 미캐는 본능적으로 자신의 위험을 감지했다.

정확히는 어떤 위험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예측은 할 수 있었다.

‘존X.. 장기 적출을 하려나 봐. 이런 X발. X같은..’

겁을 잔뜩 먹은 이미캐.

이대로 장기를 적출 당할 순 없던 그녀는 사정없이 몸부림을 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독히도 단단하고 질긴 끈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정말 옴짝달싹 할 수조차 없다.

산 체로 장기를 적출해야 공여자에게 효과가 좋다는 도시 전설을 들었던 이미캐.

그럼 탈출할 수 없으면 혈압을 상승시켜 장기를 못 쓰게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악! 악! 악! 아아아아악!”

그런데 장기를 적출하러 미캐 곁으로 온 사람들은 메스를 들고 있지 않았다.

그들은 그저 미캐 주변에서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의 행동이 이상했던 미캐는 소리지르는 걸 멈추고 그들을 따라 천장을 바라보았다.

조명 때문에 눈이 부신 미캐가 눈살을 찌푸리자 그 옆으로 무언가 반짝이는 여러 개의 점들이 보이더니 천천히 미캐에게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메스?

라고 하기엔 뭉툭했고 무언가 구부러져 있었다.

자세히 보니 그 도구 위로 줄이 연결되어 있었고 더 자세히 굵은 와이어로 보였다.

-장기 적출은 아니다. 그럼 이 사람들은 대체 뭐 하는 사람들이지?-

궁금함에 미캐가 이상한 옷을 입은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

“니들 진짜 뭐야?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미친놈들이야?”

못 들은 척 하는 그들.

분명 미캐가 말을 했지만 서 있는 그들은 미캐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고 천장에서 내려오는 와이어 줄을 보기만 했다.

와이어 줄이 미캐의 몸 위로 떨어지자 더 이상 내려오는 걸 멈췄다.

그러자 미캐 주변에 서 있던 사람들이 기계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천장에서 내려온 와이어와 미캐를 묶고 있는 결박 장치와 결합시켰다.

분명 무언가 하려고 이렇게 하는데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없었던 미캐.

그녀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화를 내며 되묻는 것뿐이었다.

“뭐 하는 거냐고? 미친 놈들아!”

역시 미캐의 말에 반응 없는 그들.

그들은 계속 자신들이 할 일을 부산하게 하기만 했다.

결국 모든 일을 다 끝낸 그들은 미캐의 주변에서 한 발짝 물러났다.

그 중 한 사람이 은비사가 있는 2층 상황실을 쳐다보며 수신호를 했다.

순간 천장에서 내려온 줄이 되감기를 하는지 팽팽하게 당겨지기 시작했다.

미캐의 몸이 점점 떠올라 침대와 분리되어 약간의 틈이 생기자 멈추었다.

왜 이러는지 알 수 없었던 미캐는 그저 화를 내며 소리만 쳤다.

“이건 뭐야? 대체. 안 풀어? 당장 날 풀라고! 이 10탱구리. 개X끼들아!”

역시 그들은 미캐의 말을 듣지 않았다.

오히려 마치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듯 행동하기까지 하는 그들 때문에 화가 난 미캐가 공중에 떠 있는 상태로 발악을 하며 몸을 흔들었다.

마치 누에고치가 요동치는 것 같은 미캐의 모습에 사람들이 화들짝 놀라 미캐에게서 더욱더 멀리 떨어졌다.

그때 스피커를 통해 은비사의 음성이 들렸다.

<뮤턴트가 포악하니 측면 고정이 끝날 때까지 긴장을 늦추지 마십시오.>

-개X끼다.-

은비사의 목소리에 미캐는 몸을 뒤트는 걸 멈추고 상황실을 쳐다보았다.

그는 옆 연구원과 말을 주고 받고 있었다.

무언가 상의를 하는 듯 보였다.

대화를 다 마친 듯 은비사가 몸을 돌려 다시 실험실 아래를 내려보자 연구원이 액정 화면에 띄어진 제어 버튼을 터치했다.

딸깍

소리와 함께 사방 벽면에 천장에서 내려온 것과 같은 와이어 고리가 튀어나왔다.

미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벽면에서 튀어 나온 와이어를 잡고 미캐의 머리, 다리 그리고 팔에 묶여 있던 결박장치의 옆면을 결속시켰다.

그리고 난 후 아까 수신호를 보냈던 남자가 다시 은비사를 향해 수신호를 보내자 미캐의 옆 면을 고정시긴 와이어도 팽팽하게 당겨졌다.

이제는 몸부림쳐도 칠 수 없게 된 이미캐는 엄청 화가 났다.

“너희들. 대체 나한테 왜 이래?! 죽고 싶어?”

지금 그녀가 움직일 수 있는 건 입 밖에 없다.

그 입으로 아무리 소리를 지르고 욕을 해도 그 누구 하나 관심 없고 대꾸도 없다.

그저 모두가 그녀를 그림자 취급할 뿐 존재조차 하지 않는 것처럼 행동할 뿐.

실험실로 들어와 미캐를 공중에 띄운 사람들은 그녀의 몸 아래에 있던 간이 침대를 끌고 실험실에서 사라졌다.

덩그러니 공중에 홀로 떠 있는 이미캐.

그리고 전혀 움직일 수 없이 결박된 몸.

이대로는 가만 있을 수 없었던 그녀가 다시 몸을 뒤틀며 움직여 봤다.

살짝 흔들리자

슈슈슉!

소리가 나며 와이어가 더 팽팽히 당겨졌다.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처럼 공중에 떠 있는 미캐는 마치 거열형을 당하는 듯 사지가 찢어질 듯한 아픔에 비명을 질렀다.

“악!” 으아아 아! 날 풀어! 이 X 같은 새X들아. 이거 안 풀어!”

그러자

다시 또 한번

슉 슉 슉 소리가 들리며 와이어가 더 팽팽히 당겨졌다.

미캐는 사지가 찢어질 듯 한 아픔에 참을 수 없다는 듯 소리를 질렀다.

“으아아악!”

아픔에 눈물이 나올 것만 같다.

하지만 울고 싶지 않았다.

미캐는 이들이 왜 이러는지 그 목적을 알 수 없었다.

처음 그녀가 예상한 장기 적출은 확실이 아니었다.

공중에 매달고 장기를 적출하는 일은 들어본 적도 본 적도 없던 미캐는 한 가지 확실한 걸 깨달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알고 있는 거야. 내가 누구인지 이미 알고 있어. 내가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고 있는 거니까 이러는 거야. 하지만 나만 알고 있는 걸 어떻게 저 새X들이 알고 있지?-

순간 미캐는 등골이 묘연해지며 이마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지금 자신을 이런 해괴한 방법으로 묶어 버린 건 분명 실험을 위해서 그런 것이다.

이것을 알아버린 미캐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상황실의 은비사를 돌아보려 했지만 도무지 움직일 수 없었다.

그녀가 당황해 소름이 끼쳐 몸서리가 쳐질 때 갑자기 스피커를 통해 기계적인 음성이 들려왔다.

<뮤턴트 A-0, 시냅스 스케일링 다운 해제. 잔여 시간 5분.>

<뮤턴트 A-0, 신체 방어 기능 테스트. 타입 EX_DP_001.>

-신체 방어 기능 테스트? 실험? 이런.. C바. 알고 있는 게 확실해.-

미캐의 처음 예측대로 그들은 미캐의 능력을 알고 있는 게 확실해졌다.

그래서 지금 테스트를 하려 공중에 띄운 체 묶어 논 것에 대한 그녀의 예상은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

이 모든 상황보다 미캐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든 것이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왜?

그녀만 알고 있는 비밀을 이들이 알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왜 이제는 몸에서 능력이 나오지 않는 것일까?

능력이 나온다면 아무리 특수 제작된 이 따위 천쯤이야 종잇장처럼 찢어버릴 수 있을 텐데,

그녀는 지금 능력이 나오지 않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다.

이 모든 것이 그녀의 머릿속을 어지럽혀 두통까지 생기려 할 때쯤 실험실 안으로 또다시 기계적인 음성이 들려왔다.

<뮤턴트 A-0, 1차 물리적 방어 테스트 시작.>

츅! 츄츄츄츄츅!

무언가 빠르게 바람 가르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렸다.

그리고 전신에 타는 듯한 작열감과 동시에 찢어질 듯한 아픔.

머리부터 발끝까지 무언가 박힌 느낌이다.

그러나 그것이 무엇인지 볼 수 없었던 그녀.

그저 속절없이 비명만 내질러 볼 뿐이다.

“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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