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_ 도저히 빠져 나갈 수 없는 곳.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람?

생명 없는 돌 조각과 자신의 심장이 일체화되는 느낌에 당황했던 김탄은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 물어 보는 듯 황당한 표정으로 박월과 박토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의 그런 모습에 더욱더 미소가 커진 박월.

그가 그 미소를 머금고 박토를 향해 뻐기기 시작했다.

“자, 맞지 삼촌. 파눔의 심장이 정확히 반응하잖아?”

월의 말에 박토는 의기소심해지고 있었다.

사소한 내기지만 내기는 내기.

졌다는 생각에 자존심이 상한 박토의 목소리가 개미 목소리만큼 기어들어갔다.

“그래. 맞다. 진작에 확인할 걸 그랬네.”

“그러니까 앞으로 내 말에 토 달지 마. 김탄 아저씨는 바탈이 맞다는 거 증명됐으니까. 알았어?”

월의 물음에 천천히 수줍게 고개를 끄덕이는 박토.

절대 앞으로는 박월에게 토 다는 일이 없을 거라는 무언의 약소과도 같은 몸짓이었다.

김탄은 지금 어리둥절하다.

이 이해할 수 없는 현상에 대해..

그 현상을 구체적으로 답을 하지 않는 앞에 있는 두 바룬족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 그는 확실히 알기는 했다.

이 현상에 대해선 이해할 수 없었지만 느낌으로는 분명 바룬족이 말한 바탈이라는 게 자기 자신이라는 걸 그냥 몸으로 느끼고 있다는 걸..

확실하게 저 신비한 돌 조각과 무언가 소통하고 있던 김탄.

하지만 그걸 숨기고 싶었던 그는 계속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듯 얼빵한 표정으로 연신 고개만 갸웃거렸다.

-계속 아닌 척 하면 바탈이 맞아도 집에 보내주겠지.-

그러나 김탄의 이런 얄팍한 술책을 간파할 리 없지 않은 박토가 예리하게 물어봤다.

“이봐. 김탄 지금 너 느끼지?”

김탄이 아니라고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저었다.

그러자 박토의 눈이 가늘어졌다.

믿지 않는다는 뜻.

박토가 되물었다.

“느끼잖아?”

“아니요? 뭐가요? 뭘? 느껴야 하나요? 무슨 말하는 지 도무지 모르겠네..”

“그럼,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아무 생각도 하지 마. 그럴 시간 없으니까. 그냥 받아들여. 네가 바탈이라는 걸.”

끈질기게 포기하지 않는 박토 때문에 미칠 것만 같은 김탄.

절대 이들과 함께 할 수는 없다.

김탄이 거절의 의사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순간 박토의 입에선 탄식이 흘러나왔고 보다 못한 박월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삼촌 말이 맞아요! 바탈 아저씨! 정말 시간이 없어요! 빨리 늑대를 찾아야 해요! 늑대가 사라졌거든요! 안 그러면 모든 게 끝나게 돼요! 세상이 멸망하니까요!”

박월 말에 더욱더 정신을 못 차리는 김탄은 지금 이 지옥 같은 곳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분명 자신에게 무언과 변화가 일어났고 또 지금 바룬족이 절박하게 말하는 게 사실 같다는 느낌도 들었지만 모두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믿을 수 없다.

다른 건 둘째 치더라도 아니, 뭐? 늑대를 찾아야 세상을 구한다고?

누가 들어도 미친 사람들의 말일 뿐.

대체 이들의 의도는 뭐이기에 이렇게 황당하면서 절박하기까지 할까?

왜 어째서 이들은 입만 열면 헛소리를 하고 이상한 소리를 하는 것일까?

짜증이 난다.

“으이 씨!”

순간 인내심 많고 착한 김탄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는 지금 화가 북받쳐 오른 듯 얼굴이 시뻘게져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어라?

그런데 김탄이 이렇게 화를 내는데도 바룬족들은 아무 반응이 없다.

단지 그들은 예상한 반응이라는 듯 태연하게 김탄을 쳐다보며 미소 짓고 있었다.

“그만 해!”

그들의 행태에 광분한 김탄은 버럭 악을 쓰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나 지금 화 무지 났다.

봐라.

뭐 이런 뜻으로..

그래도 미동 없는 바룬족 박토와 박월.

약을 올리는 것도 아니고..

속에 부화가 치민 김탄은 자신이 진짜 화가 나서 큰일이 났다는 걸 보여주듯 두 주먹으로 테이블 꽝 내리치며 소리쳤다.

“그만 좀 해! 이 정신병자들아!”

빠작!

바사삭!

소리와 함께 김탄의 몸이 돌처럼 굳어버렸다.

천 년도 넘어 보이는 테이블이었었다.

원목 상판 두께가 30cm가 넘어 보이는 테이블이 김탄의 주먹에 순식간에 가루처럼 바스러졌다.

예상치 못한 결과에 김탄은 눈앞의 처참함에 당황해 멀뚱히 서 있을 뿐 달리 뭘 해야할지 모르고 있는 듯 보였다.

술집에서와 똑같진 않지만 비슷했다.

살짝 밀었을 뿐인데 사람이 날아갔던 것처럼 살짝 테이블을 쳤을 뿐인데 가루가 되다니..

이 사실에 김탄은 망연자실 듯 자신의 주먹을 보며 생각했다.

‘말도 안 돼. 대체 내게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내가 정말 이들이 말한 바탈이 맞는 거야?’

“으아아 앙!”

갑자기 귓속을 파고드는 아이 울음소리.

문득 정신이 든 김탄이 그 울음소리가 난 곳을 쳐다보는 데, 엄마 잃은 아이처럼 서럽게 울고 있는 박월을 본 순간 여기가 어디인지 깨달은 김탄은 겁부터 덜컥 났다.

남의 집 물건을 파손했으니 어떡한담?

간이 콩알만해진 상태로 김탄이 박토를 쳐다보았다.

모든 걸 다 잃은 듯 허망한 표정으로 부서진 테이블을 바라보고 있는 박토.

순간 김탄과 눈이 마주치자 그가 천천히 무릎을 꿇고는 부서진 테이블 조각을 천천히 들어올렸다.

“이런. 이렇게 허망하게 500년 된 적송으로 만든 우리 가문 가보를.. 조상님께 정말 면목이 없습니다. 꺼이. 꺼이. 꺼이.”

그대로 부서진 원목 상판 테이블을 가슴에 끓어 안고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끼는 박토의 모습을 본 김탄은 그가 부순 테이블이 가보 이상의 예사 테이블이 아님을 직감했다.

“헉! 죄.. 죄송해요.”

정말 상당히 소중한 테이블인 것 같다.

사과를 했는데도 박월은 울음을 그치지 않았고, 박토 또한 테이블 조각을 가슴에 품은 체 흐느낌을 멈추지 않았다.

그들의 절망에 빠진 모습 때문에 미안함에 가슴이 아팠던 김탄은 어쩔 줄을 몰랐다.

그가 진땀을 빼며 쩔쩔매고 있을 때 갑자기 공중에 떠 있었던 파눔의 심장 조각이 강한 빛을 팟하고 내더니 그대로 김탄을 향해 돌진했다.

난데없는 돌 조각의 공격에 김탄은 본능적으로 손으로 얼굴을 가리켜 소리치며 비명을 질렀다.

“으아악!!”

***

악!

방 밖에서 비명 소리가 들리자 미캐는 깜짝 놀랐다.

그대로 일어서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갔다.

순간 그녀의 눈에 들어온 끔찍한 한 장면.

거실 한 편에서 한 남자가 한 여자를 사정없이 때리고 있었다.

낯익은 두 사람이었지만 미캐는 기억나질 않았다.

한참을 그러던 남자가 갑자기 여자를 때리던 걸 멈추었다.

그리고는 성질이 난 듯 현관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가더니 문을 열고 밖으로 휙 나가버렸다.

그러자 맞을 때도 울지 않던 여자가 거실 방바닥에 쓰러져 흐느끼기 시작했다.

금발에 하얀 피부의 아름다운 여자의 얼굴은 피 멍으로 얼룩져 있었다.

미캐가 그 여자에게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띵 땅 똥 띵.

갑자기 피아노 소리가 들려 미캐가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순간 깜짝 놀란 미캐는 눈앞에 보이는 현실이 믿기지 않았다.

저절로 움직이는 피아노 건반.

기괴한 그 모습에 그녀가 누군가의 장난이지 않을까란 생각에 피아노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다 발견한 한 6살 남짓의 꼬마 여자 아이.

피아노 옆 어두컴컴한 구석에 곰 인형을 안은 체 웅크리고 있었다.

아이의 눈에는 미캐가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그 아이의 시선은 오직 거실에 쓰러져 흐느껴 우는 여자에게로 향해 있었다.

겁에 질려 있었지만 냉담한 표정이었다.

흐느껴 우는 여자에게 가려던 미캐가 몸을 돌려 아이에게로 향했다.

미캐가 아이 앞에 도착할 때까지 아이는 미캐의 존재를 모르는 듯 거실에 쓰러져 우는 여자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의아함에 미캐가 아이에게 물었다.

“꼬마야. 왜 그러고 있어? 혹시 저 사람이 네 엄마니?”

그제야 아이가 미캐의 존재를 알아챈 듯 올려다보았다.

표정은 덤덤했지만 원망이 가득해 보였다.

그러던 아이가 갑자기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기 시작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울지 않으려는 듯 입을 앙 다물고 참고 있었다.

미캐가 그대로 쭈그려 앉아 아이를 두 팔로 감싸 안았다.

미캐는 아이의 차가운 몸 때문에 깜짝 놀랐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그녀의 등에 아이의 눈물이 떨어지는 느껴졌다.

아이가 소리 없이 울고 있던 것.

미캐는 아이를 더욱 더 꽉 끌어안았다.

“엄마.”

아이가 나직이 엄마를 부르자 순간 이유 없이 미캐의 눈에서 눈물이 솟구쳐 흘러내렸다.

<약물 투입 시작>

<“뮤턴트 A-0. 시냅스 스케일링 다운 해제. 시작. 3, 2, 1.>

<뮤턴트 A-0. 의식 활성화. 주의 바람.>

아이를 안고 있는 미캐의 귀속으로 이질적인 사람들의 목소리가 섞여 들어오자 이상함에 그녀가 눈을 번쩍 떴다.

너무 밝은 빛에 눈이 부신 그녀가 도로 눈을 감았다.

다시 살며시 눈을 뜨고 몇 번 깜박이며 조도에 눈을 맞추자 천장이 보였고 거기에 달린 조명 때문에 눈이 너무 부신 거라는 걸 알아챘다.

대체 이곳이 어디인지 낯설었던 미캐가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일어날 수도 없었고 움직일 수도 없었다.

원인을 살펴보니 온 몸이 넓은 끈으로 결박되어 있었다.

검은색의 두꺼운 나일론 재질 같았다.

천 같긴한데 상당히 질기며 강했다.

“뭐야? 이건. X 같은 거. ㅆㅂ.”

그녀가 다시 몸에 힘을 주어 끈을 풀어보려고 했지만 도무지 꿈적도 하지 않았다.

그대로 포기한 미캐는 다시 천장에 매입된 등을 쳐다보았다.

몽롱함에 현기증까지 일었다.

한참을 그러고 있자 온몸이 맞은 것처럼 욱신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몽롱했던 탁한 정신은 되려 맑아졌다.

그 순간 그녀는 그녀가 납치당했던 사실을 떠올렸다.

그래서 묶인 거구나.

이제야 그녀가 처한 현실을 직시한 미캐가 주위를 둘러보려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고개조차 움직일 수 없었다.

머리 쪽도 무언가 꽉 잡아맨 듯한 느낌이 드는 걸로 보아 머리 또한 저 빌어먹을 끈으로 묶어 논게 틀림없다.

가만히 있기엔 좀이 쑤시다 못해 억울했던 미캐.

대체 이곳이 뭐 하는 곳이길래 사람을 이렇게 묶어 놨는지 확인하려 눈알만 돌려 주변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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