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_ 김탄이 바탈이라는 증명

-아싸! 통했다.-

그들에게서 무언가 가능성을 읽은 김탄은 설레기까지 했다.

이렇게까지 말했는데 또다시 바탈이 되라는 제안을 한다면 박토와 박월은 정상이 아닌 것이다.

드디어 집에 갈 수 있겠다고 생각한 김탄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이제 됐죠? 다 끝난 거죠? 그럼 전 이만 집에 갈 게요.”

김탄의 작별 인사에도 여전히 아무 말 없이 침묵을 하고 있는 바룬족.

내심 허락을 했다는 뜻으로 알아들은 김탄이 집에 가려고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잠깐. 기다려.”

“네?”

박토의 말에 본능적으로 대답한 김탄.

그는 박토에게서 무슨 말이 나올까 노심초사하는 마음으로 경계를 하고 있는데 이상하게 박토는 김탄이 아닌 옆에 앉아 있는 박월을 쳐다보았다.

그런데 그의 얼굴은 원망이 가득해 보였고 조롱에 가득 찬 눈빛이었다.

누군가 이렇게 쳐다보면 기분이 나쁜 건 당연지사.

갑자기 말도 없이 이상하게 쳐다보는 삼촌에게 기분이 나빠진 박월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뭐? 왜? 왜 그렇게 보는 건데?”

하지만 박토는 월의 물음에 답하지는 않고 이제는 뭘 잔뜩 의심한다는 듯 째려보기까지 했다.

-차라리 말을 하던가? 대체 이게 무슨 수작이람?-

알 수 없는 박토 때문에 성질이 잔뜩 난 박월이 그대로 버럭했다.

“왜 자꾸 그렇게 보는데? 기분 나빠. 할 말이 있으면 말로 하시지? 삼촌!”

그제야 입을 떼는 박토.

“너 이 자식 진짜 무단 맞아?”

“응. 맞아. 맞는데. 왜?”

월의 말에 잔뜩 성이 났다는 듯 얼굴을 확 일그러뜨린 박토가 갑자기 한 손을 번쩍 들고는 김탄을 확 가리키며 -정확히는 삿대질과 비슷했다-  소리쳤다.

“그런데 어떻게 저 모양이야? 제대로 찾았다면 바탈이 저러지 않을 거 아냐?”

-황당하다. 김탄이 바탈로서 자질이 없는 걸 내게 뒤집어씌우다니.. 간교하고 간사한 그지 같은 삼촌.-

모함을 받은 박월은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었다.

그가 이 지구에서 자신만큼 결백한 자가 없다는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박토를 향해 악다구니를 쏟아냈다.

“응. 맞아! 맞다고! 맞다고! 저 아저씨 진짜 바탈 맞아! 바보 삼촌아! 신의 계시는 분명 저 아저씨를 보여 줬어!”

작은 체구로 집을 무너뜨릴 정도의 악다구니를 써 힘들다는 듯 씩씩거리는 박월을 본 박토는 성정을 조금 누그러뜨렸다.

-그렇다면 제대로 본 게 맞다. 김탄은 바탈이 맞다.. 그런데 왜 저모양이지?-

그러나 정말 인정할 수 없었던 박토는 월을 또다시 의심했다.

“그런데 김탄이 그 용맹스러운 첫 번째 바탈인 갈날의 현신이라고? 이기적인 겁쟁이일 뿐인데?”

“혹시 삼촌 내가 무단이란 걸 잊은 거야?”

박월의 악다구니가 아까보다 더 강력했다.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 그랬겠지만 어린 놈이 삼촌한테 바락바락 대드는 모양새를 본 박토도 그와 마찬가지로 화가 나기 시작했다.

“아니. 그렇다고 계속 그렇게 소리를 지르며 삼촌한테 막대 먹게 굴면 안 되지! 박월!”

화를 내지 않고 해도 되는 말인데 화를 내면서 한 박토의 말에 더욱 더 화가 난 박월이었다.

그래서 더 악을 썼다.

이제는 여기서 더 악을 쓰면 혈압이 터질 듯 얼굴색 마저 빨갛게 달아 오른 체.

“그런데 왜 자꾸 내 말에 토를 달지? 설마 이 아저씨가 바탈이 아니길 바라는 거 아니야? 그렇게 되길 바랬었잖아!”

“그래!”

“응. 그래서 처음부터 보자마자 맘에 안 든다고 그랬던 거구나?”

“그건 아니야! 그렇다고 그걸 꼭 소리 내서 말해야겠어?”

신혼 부부의 권력 싸움도 이것보다는 살벌하지 않을 듯.

바룬족 어른과 꼬마의 싸움은 고성을 오가며 살벌하게 휘몰아쳤고 결국 분에 못 이긴 박월이 울음을 터뜨리기 전 끝이 났다.

눈물이 그렁그렁하게 맺힌 체 박토를 무섭게 노려보는 박월.

그런 박월을 매섭게 쳐다보는 박토의 얼굴도 시뻘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이 모두 자신 때문인 것 같아 불편해진 김탄은 미안한 마음에 어쩔 줄 모른다는 듯 입을 열었다.

“저기..”

“왜?” “왜요?”

사과를 하려 바룬족을 불러본 김탄에게 쏟아진 그들의 불똥.

화가 큰 만큼 버럭 지르는 소리도 컸었다.

김탄은 그 소리가 너무 불편에 심장이 오그라들었지만 어쨌거나 이 둘은 자신 때문에 싸운 게 맞다.

그렇다면 싸움을 멈추게 하는 데 일정 정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 그는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그가 그들에게 더 이상 싸우지 말라며 말렸다.

“그만들 하세요. 전 하기 싫어요. 왜 그렇게 싸우시는지.. 제가 하기 싫다는데..”

김탄의 말에 박토는 고개부터 끄덕거렸다.

마치 김탄의 말을 수긍하는 듯 보였다.

그의 모습에 더 이상 박토와 박월이 싸우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김탄은 기분이 좋아 미소까지 지었다.

드디어 싸움의 종식이다.

하지만 그건 김탄의 섣부른 판단이었다.

분명 싸움을 그만두겠다며 고개를 끄덕이던 박토가 박월을 쳐다보며 누가 봐도 비웃는 것이라는 걸 확실히 알 정도로 대놓고 비웃기 시작했다.

그의 비웃음은 김탄이 보기에도 정말 비열했으며 야비하고 더러워 보이기까지 했다.

그건 지금 박토가 박월을 도발하는 것과 동시에 조롱하는 거였다.

그 의미는 네가 무단으로서 능력이 부족에 이번에 찾은 바탈이 잘못된 바탈인 것 같다.

이 의미를 확실이 알아들은 박월은 억울함에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것 같은 눈에서 이제는 살기마저 어리기 시작했다.

-정말 꼴도 보기 싫은 삼촌이야.

-정말 꼴도 보기 싫은 삼촌이야.

박월은 마음 속으로 이렇게 되뇌며 도끼눈을 뜨고 한참 동안 박토를 노려보았다.

그러던 그가 손을 들어올려 목에 걸린 목걸이를 뺐다.

그리고는 목걸이에 달린 엄지손톱만 한 펜던트를 분리하더니 오른손 주먹으로 꽉 쥐었다.

“그럼 증명하면 돼지? 김탄 아저씨가 바탈이 맞는지 아닌지?”

“파눔의 심장 조각으로 가늠하겠다는 거냐?

“그래. 확실한 방법이니까.”

말을 마친 박월은 꽉 쥐고 있던 주먹을 앞으로 내밀고는 손을 폈다.

손바닥에 놓인 작은 파눔의 심장 조각.

한편 볼품없는 돌 조각을 내밀고는 뭘 증명하겠다는 건지 알 수 없던 김탄은 정말 이들이 미친 사람들로 보였다.

더군다나 박월이 지금 그 돌 조각을 보며 무슨 한국말도 아닌 외계어 같은 이상한 소리로 씨부렁거리고 있었다.

마치 노래를 부른 것 같은 그의 모습을 지켜보던 김탄은 그들이 더욱더 정신이 이상한 사람들이라는 확신마저 들었다.

-하다 하다 이제 연기까지 하네.-

이렇게 마음 속으로 비웃던 김탄은 순간 깜짝 놀랐다.

월의 손에 놓인 파눔의 심장이 파닥거리며 움직였기 때문이다.

설마 손으로 돌을 통통 친 게 아닐까 의심이 들어 자세히 보며 확인을 했지만 월의 손은 움직이지 않았다.

-페이크나 사기겠지. 별 걸 다하며 이렇게까지 하며 나를 잡아두려는 속셈이 무엇일까?-

알 수가 없었던 김탄은 그냥 무심하게 움직이는 파눔의 심장을 바라보다 한 번 더 깜짝 놀랐다.

움직이는 돌 조각이 갑자기 멈추더니 빛이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그 순간 파눔의 심장 조각에 집중하고 있던 박월이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박토를 쳐다보았다.

마치 이제 됐지? 증명? 이렇게 말하는 듯.

박토의 표정은 심각하게 굳어 있었다.

마치 패배자의 모습 같았다.

“단순히 빛을 발한다고 김탄이 바탈이라는 보장은 없어. 파눔의 심장 조각이 때로는 이유 없이 빛을 내기도 하니까..”

증명을 하는데도 계속 부정을 하는 박토의 말 때문에 기분이 확 상한 박월이 어이없다는 듯 훗 비웃더니 비아냥거렸다.

“역시 내 전의 무단이었던 삼촌의 능력은 별로였다는 할아버지 말이 맞는 거 같아. 왜냐고? 이번 거는 스스로 낸 빛이 아닌 내 물음에 답을 해 준거거든. 그래서 김탄 아저씨는 바탈이 맞아. 토 달지 마. 지금은 내가 무단이니까.”

사실 박월의 말이 맞다.

박토는 증명이 된 걸 확인했지만 김탄이 바탈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을 뿐.

부정해도 김탄은 바탈이다.

지금 월이 손에 있는 파눔의 심장 조각은 정확히 바탈에 반응하고 있었다.

박토가 그 파눔의 심장 조각이 가리킨 김탄을 쳐다보았다.

역시 그가 바탈이 맞다는 듯 김탄은 무언가 놀란 듯 동공이 커져 있었고 얼굴 표정도 상당히 경직되어 있었다.

게다가 월의 손 위에 떠있는 파눔의 심장 조각에서 눈을 떼지 못한 체 말이다.

지금 김탄은 파눔의 심장 조각과 공명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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