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대사의 법어

진리는 이름이 없으므로
말로써 설명할 수도 없고,
진리는 모양이 없으므로
마음으로 헤아릴 수도 없는 것이다.

무엇이라고 말해 보려고 한다면
벌써 근본 마음의 바탕을 잃은 것이 된다.

본바탕 마음을 잃게 되면
부처님이 꽃을 드신 것이나,
가섭존자가 미소를 짓는 일이
모두 쓸데없는 이야깃거리가 되고 만다.

마음을 얻은 사람은
장사꾼의 잡담이라도
모두 법사가 진리를 설하는
법문과 같을 뿐 아니라,
새의 소리와 짐승의 울음까지도
진리를 설하는 법문이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보적선사는
통곡하는 소리를 듣고 바로 깨달음을 얻어
춤추고 기뻐하였으며
보수선사는 거리에서 주먹질하며
싸우는 사람을 보고
본래가 천진한 마음의 본바탕을 깨달은 것이다.

 생각을 끊고
얽힌 인연을 잊었다는 말은
참 마음을 얻었다는 것을 가리킴이니,
이른바 마음을 다 닦아서
일이 없는 한가한 도인이다.

“즐거워라.
세상 그 무엇에도 걸림이 없으니,
배고프면 밥을 먹고,
고단하면 잠을 잔다.

맑은 물과 푸른 산을
마음대로 노니나니,
고기잡는 어촌과
술을 파는 주막이라 해도
마음에 걸림이 없구나.

세월이 가나오나
내가 알 바 아니언만,
봄이 오니 예전과 같이
풀잎이 푸르구나."

이것이 바로
진리를 밖에서 구하지 않고
자신의 마음에서 찾으면서
한 생각이 일어날 때,

곧 그 일어나는 곳을 돌이켜 살펴보는
한가로운 도인의 노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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