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_ 부하 직원에게 당한 관리자의 눈물.

상황실과 통신을 끝낸 연구원은 다시 미캐의 정맥을 찾아 기다란 바늘을 꽂아 넣었다.

주사기에 튜브를 꼽자 피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미캐의 생체 시그널 감시 장치를 살폈다.

다행히 쇼크는 유발되지 않았다.

튜브에 피로 가득 차자 연구원이 주사 바늘에서 분리했다.

그러다 흘러 내린 피가 미캐의 팔에 떨어졌다.

살짝 놀란 연구원이 알코올 솜을 가져다 대충 쓱쓱 닦고는 다시 새 튜브를 끼워 넣었다.

다시 튜브로 차 오르는 미캐의 피.

그 모습을 내려다보고 있는 은비사는 무심하게 보였다.

그는 그 후로 계속 연구원의 기계적인 반복된 행동을 지켜보았다.

쇼크사를 유발할지도 모르는 채혈 행위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사람이 아닌 마치 악마의 눈빛과도 같아 보였다.

***

김탄을 추적하는 사람이자 은비사의 동생인 은비칼.

그는 지금 자신의 사무실에서 컴퓨터 모니터를 보고 있다.

그런데 그의 표정이 참 침울하다.

그러던 그의 한쪽 눈에서 갑자기 눈물 한 방울이 나오더니 또르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순간 흠칫 놀란 은비칼은 손으로 눈물을 훔치며 중얼거렸다.

“아. 이런. 갑자기 왜 눈물이 나는 걸까?”

눈물이 나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듯 스스로에게 되물었지만 사실 그는 그 이유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지금 은비칼은 책상에 앉아 컴퓨터로 일을 하고 있던 게 아니라 나채국에게 사줄 드론을 검색하고 있던 중이다.

그러던 중 그 드론 가격에 깜짝 놀란 상태였었고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비싼 드론 가격에 눈물을 흘렸지만 스스로 애써 무시했던 것.

아무튼 이 눈물의 원인인 나채국이 원하는 드론의 가격은 이랬다.

단품 1,360,000원. 패키지는 1,740,000원.

나채국은 이 패키지만를 원했었다.

약속을 했기에 꼭 사줘야만 하는 것.

나채국에게 배송비에 세금까지, 거금 이백 만 원이 깨질 생각을 하고 있는 은비칼은 지금 현기증이 나고 있었다.

크기가 작은 드론이라 만만하다고 생각했던 게 오산이었다.

더군다나 회사 경비가 아닌 사비로 지출해야만 한다. 나채국이 원하는 드론의 가격은 은비칼에게 참으로 부담스러운 가격.

없었던 일로 돌리자니 쪼잔한 사람이 되는 것 같고 시간을 끌며 약속을 잊기를 바라기에는 나채국은 너무 집요하다.

게다가 은비칼 자신의 부모까지 걸고 맹세까지 한 그는 이 드론을 살 수밖에 없었다.

눈물을 머금고 구매 버튼을 누르려고 하는 은비칼은 맹세를 괜히 했다고 후회하고 있는 중.

“거래는 거래이니까..”

다시금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은 그가 자신에게 타이르듯 속삭이고 난 후 구매를 완료했다.

솔직히 그가 거의 이백에 가까운 돈을 한 번에 쓰지 못하는 형편은 아니다.

그가 이렇게 망설이는 데에는 겨우 장난감일 뿐인데 그만한 돈을 쓴다는 게 아까워서 그랬던 것.

왠지 속이 뒤틀리는 느낌이었지만 거래는 거래고 약속은 약속이니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아랫입술을 잘근 깨물며 창을 닫았다.

그와 동시에 그의 입에서 쏟아지는 깊은 한숨 소리가 사무실 바닥을 뚫을 기세.

“아효~ 증~말..”

드론은 정밀한 부품에 카메라가 들어가니 가격이 고가일 수도 있다 치고, 아이돌 콘서트 티켓은 뭐 백 단위는 넘지 않을 것이다.

그는 이렇게 희망의 생각을 가지고 새로운 검색창에 아이돌 콘서트 티켓 가격을 검색했다.

-하! 다행히 백만 원 단위는 아니구나. 역시 오강심 씨!-

나채국보다 싼 보상을 원한 오강심에게 감사한 마음을 느끼며 안도의 한 숨을 쉰 은비칼은 정말 기분이 좋았다.

-다행이다. 그럼 그렇지. 아이돌인데 비쌀리가.. -

싸구려는 싼 맛이지 라고 생각한 은비칼은 해맑은 표정으로 오강심이 그토록 물고 빠는 대박 소년단의 콘서트 티켓 판매 창을 열었다.

순간! 깜짝 놀라 그도 모르게 소리를 쳤다.

“뭐야? 매진이잖아? 6개월 뒤까지? 이런 큰일이야. 다음 달에 열리는 콘서트 티켓을 원했는데.. 그나저나 무슨 아이돌이길래 티켓 파워가 이렇게 큰 거지?”

분명 싸기 때문에 매진은 아닐 거다.

단지 그 이유 만은 아닐 거라는 촉을 느낀 은비칼은 검색창에 대박 소년단의 글자를 쳤다.

엔터를 치자 무수히 많은 검색 결과가 나타났다.

대박 소년단에 대해 궁금해진 은비칼이 그 중 대충 맘에 드는 동영상 하나를 클릭했다.

“DBS, ***생방 직캠이라..”

동영상을 재생하자 간단한 광고가 먼저 나왔다.

일단 스킵하고, 나타난 7명의 천사 같은 소년들.

그들이 무대에서 화려한 안무를 하며 노래를 시작했다.

아, 이게 뭐란 말인가?

저 신들린 듯한 춤사위는 정녕 이 세상의 것이 맞는가?

카메라로 클로즈업에 잡히는 멤버 하나하나는 정말 천상계에나 존재할 것 같은 외모.

그뿐만 아니라 정말 비욘세도 울고 갈 뛰어난 가창력. 정말 이 세상의 것이 아니었다.

절정의 중반 부.

설탕같이 하얀 아이의 랩이 펼쳐지자 은비칼은 듣고만 있었는데도 저절로 온몸이 바운스를 타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대의 하이라이트.

자로 잰 듯 시계 초침처럼 딱딱 떨어지는 7명의 칼 군무.

은비칼은 자기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 기립박수를 쳤다.

그는 지금 모르고 있다.

그의 두 눈에서 눈물이 두 볼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다는 것을.

드디어 동영상이 끝나자 정신이 번쩍 든 은비칼은 순간 깜짝 놀랐다.

그가 그도 모르게 흘린 눈물을 알아챘던 것.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뭘까? 영혼을 울리는 이 느낌은?-

자신의 마음과 영혼을 울린 대박 소년단을 더욱 깊이 알고 싶었던 은비칼은 다시 창을 뒤로 돌려 대박 소년단의 프로필 사진을 클릭했다.

천천히 멤버를 하나하나 살피던 그는 지금 상당히 심각하다.

대박 소년단은 누구 하나 뒤쳐지는 사람 없이 모두 천사 같은 얼굴에 해맑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은비칼의 눈에는 그들이 사람 같아 보이지 않았다.

-대체 뭐 하는 아이들이지? 요.. 요정들인가?-

보면 볼수록 빠져드는 그들에게 도저히 눈을 뗄 수 없었던 은비칼은 마지막 방법으로 눈을 질끈 감았다.

그래도 떠오르는 그들의 잔상들.

‘이런 젠장. 뭐야? 이건. 더 이상 못 봐주겠어. 계속 보면 내 성 정체성에 의문을 품게 될 것 같아. 존재만으로도 마성의 매력을 가진 아이들이야. 역시 이래서 오 강심 씨가 미쳤던 거고 티켓 파워가 무시무시한 거였군.’

그의 생각을 보듯 은비칼은 지금 대박 소년단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이렇게 훌륭한 아이돌이 티켓도 싸다니..

무언가 부조리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지금 그걸 걱정할 때가 아니다.

지금 그는 다음 달 열리는 대박 소년단의 콘서트 티켓을 무조건 구해야 한다!

만약 구하지 못한다면 오강심 씨는 발광할 게 분명하다.

그런데 6개월 뒤까지 매진이다.

이것 때문에 은비칼은 난감하기만 했다.

-어떻게 해야 하나.. 티켓을 구할 수 있다면 오강심 씨와 같이 가고 싶은데 매진이라니..-

고민에 빠진 은비칼은 해결 방법을 찾기 위해 머리를 쥐어 짰다.

고맙게도 순간 번뜩인 아이디어.

그래! 암표!

어디에나 사심에 찌든 인간들이 있는 법.

갈망하는 티켓을 원하는 소비자 욕망의 심리를 이용해 폭리를 취하려는 나쁜 자들이 있다.

하지만 은비칼은 지금 그 나쁜 자들에게 고마웠다.

기회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흐뭇한 마음으로 암표를 찾기 위해 인터넷을 뒤지던 그는 시간이 흐를수록 낯빛이 흑색으로 변했다.

하늘의 별 따기만큼 구하기 어려운 대박 소년단의 콘서트 티켓 암표.

실로 대박 소년단의 티켓파워의 위력을 실감하는 순간.

그러나 절대로 포기할 수 없었던 은비칼은 고생고생 끝에 드디어 원하는 암표를 찾았다.

기쁨과 동시에 찾아 든 경악.

“뭐? 11만 원짜리가 240만 원이라고?”

나쁜 암표상 같으니라구..

오강심에게 들어가는 돈이 나채국보다 40만원 더 들어간다는 생각에 절망에 빠진 은비칼은 그대로 머리를 책상에 꼭 박았다.

'오강심 씨가 암표상보다 더 나쁘다.'라고 생각한 은비칼은 한동안 책상에서 머리를 떼지 못했다.

둘 다 합쳐 사 백 사십 만 원이다.

거의 오백에 가까운 생돈이 나가게 생긴 은비칼의 속은 부글거렸다.

회한의 마음까지 생긴 그는 그대로 고개를 돌려 옆을 쳐다보았다.

순간 그의 눈에 들어온 벽에 걸린 액자.

발레 전공을 한 그가 토 슈즈를 신고 춤을 추고 있는 사진이었다.

불현듯 찾아 온 그의 과거.

‘나도 아이돌이나 할 걸 그랬나? 그래. 그때 길거리 캐스팅을 당했을 때 도망가지 말았어야 했어. 아쉬운 과거야.'

과거 열여섯 살이었던 그때, 그는 길거리를 돌아다니다 한 남자에게서 명함을 받았었다.

자신이 매니지먼트 회사 직원이라며 소개한 한 그를 은비칼은 이상한 사람으로 생각해 도망을 쳤었다.

그때 그 제의를 받아 들였어야 했다.

그랬다면 그의 미래는 달라졌을 것.

‘그것도 일종의 기회였던 거야. 선택이 이렇게 다른 결과로 나타난다는 게 놀랍군. 아이돌과 아이디시룸 실장의 경계가 그 명함 한 장의 차이라니..’

그렇게 그가 과거를 후회할 때 갑자기 그의 눈 앞으로 약병 하나가 떨어졌다.

깜짝 놀란 은비칼이 책상에서 머리를 떼고 주위를 둘러보자 웃고 있는 한 여인.

약병은 그녀가 던졌던 것.

약병을 던져 은비칼의 과거의 회상을 멈추게 한 그 여인은 바로 그의 형 은비사의 약혼자 한서리였다.

“서리 누나?”

예고 없는 한서리의 등장에 깜짝 놀란 은비칼이 되묻자 그녀는 시큰둥하게 답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하니? 내가 들어온 줄도 모르던데. 심각한 거야?”

“응, 조금. 그런데 누난 여기 웬일이야?”

비칼의 되물음에 웃고 있던 그녀가 화가 났다는 듯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던 은비칼은 어벙하게 그녀를 쳐다보았고 그런 그를 한심하게 쳐다보던 한서리가 퉁명스럽게 툴툴거렸다.

“야. 이 바쁘신 몸이 여길 왜 왔을 것 같은데? 응? 비칼.”

“아차! 미안해 누나. 깜빡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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