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_ 여기가 대체 어디지? 설마 사이비 종교 단체?

김탄 그는 지금 아찔하다.

-만나서 반갑다니. 볼 때마다 박토가 자꾸 반갑다고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

혹시?.....-

김탄은 지금 다른 생각에 빠져 있다.

혹시 박토와 박월이 고아인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아는 사람들이지 않을까라는 생각.

그가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데에는 자꾸 아는 사람인 척 했기 때문이다.

바룬족 박토와 박월이 객관적으로 이상한 사람들이 맞긴 하지만 그 생각에 살짝 반가운 마음이 들었던 김탄이 박토에게 물었다.

“혹시 저를 알고 계시나요?”

그런데 김탄의 질문에 박토 대신 월이 대답했다.

“네. 아주 잘 알아요. 아저씨가 누구인지 잘 알아요. 헤헤.”

“정말 저에 대해서 안다고요?”

그의 물음에 박월이 해맑은 표정으로 정말 잘 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순간 김탄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떠올랐다.

드디어 자신의 정체성을 알 수 있게 될 지도 모른다는 희망 때문이었다.

“혹시 제 부모님을 아시나요?”

-웬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

생뚱맞는 김탄의 질문에 박토와 박월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예상 밖의 질문에 당황해서 그랬던 것.

김탄이 왜 그런 질문을 했는지 궁금한 박토가 박월에게 눈빛으로 물었다.

-갑자기 부모 얘기가 왜 나오는 거지?-

그러자 박월가 눈빛으로 대답했다.

-그걸 왜 나한테 물어. 마저 하던 말이나 계속 해.-

그러곤 난 후 빨리 말하라고 턱을 한 번 추겨올리자 박토가 김탄에게 대답했다.

“몰라. 네 부모님은.”

실망한 듯 우울해진 김탄.

그가 힘없이 웅얼거렸다.

“아. 그래요. 전 혹시 알고 계시는 줄 알았죠.”

보아하니 부모를 알고 있냐고 물어 본 건 김탄이 고아라는 뜻.

옳다구나.

그럼 걸리적거리는 가족도 없기에 김탄을 바탈로 만들기에 수월하다.

김탄이 마음 상해 시무룩해 하거나 말거나 박토는 즐거운 마음으로 다시 말을 이었다. 

“잘 들어. 너와 우리가 만난 것은 이미 정해진 운명이야. 그리고 이 운명은 만 년 전부터 시작된 운명이지.”

“마.. 마.. 만 년이요?”

김탄은 지금 말을 더듬고 있다.

만 년 전부터 정해진 운명이라니.

도대체 왜 그런 소리를 하는지 황당함에 되물었지만 박토에게서 돌아오는 대답은 더욱더 어이없는 것이었다.

“응. 우리가 받고 지켜 온 예언 때문에 그래. 바로 교과서에 나오는 신화 속의 인물인 파눔. 하지만 진짜 사실이었던 파눔이 준 예언. 지금 그 예언이 일어났기 때문에 너와 우리가 만나게 된 거야. 물론 그 예언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이렇게 만날 일도 없었겠지.”

박토는 사실 아무렇지도 않은 척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뱉어 냈지만 지금 많이 불편하다.

누가 들어도 헛소리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이상 말을 잊지 못하고 김탄의 눈치만 살폈다.

역시 그의 불안대로 김탄의 얼굴색은 새카맣게 변하기 시작했다.

그로 인해 박토 또한 조바심이 났다.

파눔의 예언에 관한 이야기.

신화 속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떠나 비밀이 더 있다는 걸 말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겁이 없고 강단 있는 박토에게도 참 어려운 이 시간.

새카맣게 변한 김탄의 얼굴에서 그가 지금 마음 속으로 '미X놈 지랄하네'라고 말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박토가 그저 말하기를 주저하고 있을 때,

그게 참으로 답답했던지 보다 못한 박월이 박토 대신 나섰다.

“아, 우리가 바로 그 예언을 지키는 자들이에요. 정확히는 예언을 지키는 자 바룬의 후손이에요. 파눔 신화에 나오는 쑥과 마늘을 먹고 곰이 사람이 된 거요. 그건 곰이 아니라 우리 시조인 바룬이에요. 바탈 아저씨. 파눔은 신화가 아니라 사실이거든요. 그래서 아저씨가 악당을 물리쳐야 해요.”

역시 박월은 초등학생이다.

겁 없고 무모하며 아무 생각 없는..

그 특유의 종족답게 손으로 에너지파를 쏘고 전대물 방송에 나오는 히어로 전투 스킬을 말로 쓰는 그런 초딩답게 거침없이 쏟아낸 말.

그래서 그런 건 아니지만 어쨌든 박월의 말은 김탄을 더욱더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그가 지금 박토와 박월을 쳐다보는 시선은 그냥 미친 사람들을 보는 눈빛이었다.

미치지 않았다는 걸 어떻게 증명해야 하나?

하지만 지금 바룬족이 내 뱉은 말은 누가 들어도 미친 소리.

박토는 김탄의 시선에 무안했지만 어차피 미친 사람 취급 받고 있는 거,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그냥 한 번 더 미친 사람이 되기로 했다.

“그래. 우리 월의 말이 맞아. 우린 파눔 조력자였던 웅족의 우두머리 바룬의 직계 후손이야. 교과에선 곰으로 나오지. 믿기 힘들겠지만 사실이야. 그렇지만 그걸 확인해 줄 수는 없어. 그리고 우린 파눔이 바룬에게 내린 예언을 만년에 걸쳐 대를 이어 지켜왔어. 아주 긴 시간 동안 지켜온 거지. 하아~”

박토는 뻔뻔하게 말했지만 어려웠기에 그도 모르게 한숨을 뱉어 버렸다.

-제기랄. 사실을 말하는데 거짓일까 두려워하는 마음이 들다니. 차라리 거짓말이 더 쉬울 것 같다.-

이 생각에 가슴이 답답한 박토는 다시 한 번 한 숨을 훅 내쉬곤 마른 목을 축이려 컵에 든 음료를 마셨다.

한 번 입에 대니 끝까지 다 마셔지게 되는 음료수.

박토는 지독한 갈증을 깔끔하게 해소했다는 듯 크아~ 소리를 내며 컵을 탁자에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그걸 기점으로 거침없이 말을 쏟아내기 시작하는데.

“김 탄. 그 긴 시간 동안 지켜온 예언이 이제 일어난 거야! 넌 바탈이야! 예언에서 말한 악마가 나오기 전에 네 모습을 완전히 찾고 그때 세상을 구해야 해! 반드시.”

김탄은 지금 정신이 혼미하다.

도무지 왜 이 사람들이 이상한 소리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미.. 미친 사람들인가?

김탄이 그들에 대해 이렇게 평가할 때 박토가 다시 소리쳤다.

“우린 미친 게 아니야! 김탄!”

순간 더욱더 깜짝 놀란 김탄.

간이 쪼그라든 김탄은 무서웠다.

-도.. 독심술인가?-

어떻게 자신이 생각한 걸 읽고 그대로 내뱉을 수 있는지.

김탄은 박토에게서 신기함을 넘어선 괴이함에 소름까지 끼쳤다.

공포 영화보다 무서운 이 상황에 김탄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기 시작했다.

-생각조차 하면 안되겠다. 여기 이 바룬족이라는 사람은 그냥 보통 사람들이 아닌 것 같다. 내 생각을 대체 어떻게 읽는 걸까?-

정말 김탄의 생각을 읽은 듯 박토의 표정은 무서운 표정이었고 김탄은 그런 그의 시선이 두려워 눈동자만 돌려 피했다.

그러자 박토가 다시 말을 이었다.

“갑자기 이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들어서 당황스럽겠지만 다 사실이야. 믿어 줘. 그리고 너에 대한 설명을 해 줄 테니 귀를 열고 잘 들어야 해. 아주 중요한 이야기니까?”

무서운 표정에서 험악한 말이 말이 나올 거라는 김탄의 예상과 달리 박토의 어투는 상냥했다.

김탄이 다시 박토를 쳐다보자 그의 눈빛과 표정은 처음과 달리 많이 누그러져 있었다.

갑자기 왜 변한걸까?

김탄은 알 수가 없었지만 상냥한 박토의 태도에 그가 가지고 있던 경계심도 이상하게 줄어들었다.

-역시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구나.-

김탄의 태도 변화에 지금 박토는 흡족하다.

모두 그의 성정이 문제다.

딱딱하고 거칠며 냉정한 박토의 성격.

믿기 힘든 얘기를 늘어 놓는데 평소 그의 방식대로 너무 윽박지르며 주입 하는 것보다는 어느 정도 부드러운 태도가 도움이 될 거라는 그의 예측이 적중한 것에 박토는 자조 섞인 미소를 지어봤다.

좋은 태도는 좋은 분위기를 불러왔고 주변의 에너지를 좋게 바꾸었다.

그에 따라 김탄의 마음에도 긍정의 기운이 솟았고, 그 에너지는 김탄을 지금 이렇게 바꿔놨다.

‘어쩌면 진짜 나쁜 사람들이 아닐지도 몰라. 진짜 나쁜 거면 벌써 묶어 놓고 나쁜 짓을 했겠지?’

평소 사람 볼 줄 안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김탄은 지금 이 감을 믿어보기로 했다.

“좋아요. 일단 믿어 볼게요. 계속 말해 보세요.”

김탄의 말에 박토는 미소부터 흘렸다.

이제 거침없는 질주다.

김탄의 호의적이며 적극적인 변화에 박토는 마저 못한 이야기를 하려 입을 떼려 하는데 갑자기 김탄이 슬그머니 한 손을 들어올리며 물었다.

“그런데.. 저기..”

“왜?”

“저기.. 죄송한데 혹시 사람을 잘 못 찾으신 거 아닌가요? 자꾸 저보고 바탈이라고 하시는데.. 제 이름은 바탈이 아니거든요. 김탄이라고 했잖아요.”

“그러니까 지금 그 얘기를 하려고 하는 거잖아.”

박토가 짜증이 나서 퉁명스럽게 말하자 잘나가는데 다시 분위기를 망칠까 두려웠던 박월이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말하기 시작했다.

“아니요. 바탈 아저씨. 맞아요. 바탈. 제가 신의 계시를 받았거든요. 비전으로 다 봤어요. 아저씨가 맞아요. 바탈이 맞아요. 제가 바로 무단이거든요. 헤헤.”

박월은 김탄이 바룬족을 무서워하는 게 싫었다.

삼촌이 자꾸 윽박지르고 화를 내는 통에 바탈 아저씨가 그런다고 생각한 박월은 지금 삼촌이 꼴도 보기 싫었다.

잠시 성질을 죽이고 순해지는가 싶더니 도로 저런다.

그래서 또 김탄을 무섭게 할까 박토 대신 선수를 치며 말을 했던 것.

그런데 그의 마음과는 다르게 박월의 말은 김탄의 머리를 혼잡하게 만들었다.

계시와 비전이라..

어디 사이비 종교와 판타지 게임 용어를 섞은 듯 일상에서 들을 수 없는 단어에 혼선이 온 것.

지금 그는 혼선을 넘어 마음이 다시 사정없이 마구 흔들렸다.

김탄만 지금 혼란스러운 게 아니다.

박토도 그랬다.

이유는 박월의 두서없는 말 때문이었다.

잘나가는 데 갑자기 재를 뿌리고 초를 치는 느낌.

-월의 말 때문에 김탄이 오해하거나 무서워하면 안 되는데.. 정말 다 된 밥이었는데..-

함부로 나서지 말라는 듯 박토가 박월을 확 째려보자 박월은 그대로 풀이 죽어 자리에 도로 얌전히 앉았다.

그러나 박토가 그렇게 급하게 수습했지만 그의 바람과는 달리 초 치는 상황이 일어나버렸다.

“도대체 무슨 말씀이신지.. 왜 이러시는 거죠? 저한테.. 당신들 혹시 미친 건가요?”

지금 김탄은 오들오들 떨고 있다.

상당히 겁을 먹은 그의 모습에 더 이상 설득과 설명은 통하지 않아 보였다.

저작권자 © 불교공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