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_ 신비한 외계의 돌 <바탈 스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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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 그룹에서 탈취한 운석이 있는 오성 알앤디 센터 내 비밀리에 구축된 운석 연구실.

이곳은 나사 실험실에서나 쓰일 법한 최첨단 장비로 가득한 곳이었다.

천고가 높고 사방이 개방형인 구조 속에서 극 소수 정예 연구원들이 제각기 각자의 연구 분야에 집중하고 있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들린 전화벨 소리가 들렸다.

연구원들의 시선은 이곳 실험실의 수장 수석연구원을 향해 집중되었다.

그가 전화를 꺼내 받고 나서 무언가 서두르는 걸음걸이로 벽 쪽으로 다가갔다.

벽에 붙어 있는 빨간색 작은 부저가 보이자 수석 연구원이 눌렀다.

부저가 울리자 연구실에 있던 연구원들이 일제히 동작을 멈췄다.

그리고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무언가 서두르는 모양새로 차례로 연구실을 빠져 나갔다.

결국 연구실에 모두 사라지자 남아 있는 사람은 수석연구원과 이 연구실의 책임자두 사람뿐이었다.

아주 중요한 역할이었던 두 사람이 한 곳에 모여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곳은 출입문 외에 비밀리에 나 있는 또 다른 출입문.

이 문을 드나드는 사람은 정해져 있었다.

바로 오성 총수 왕종철의 전용 엘리베이터였다.

시간이 약간 흐르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며 연구실 안으로 수행원을 대동한 왕종철이 들어섰다.

그러자 그를 마중 나온듯 기다리던 두 연구원이 고개 숙여 인사를 하자 그런 그들에게 왕종철이 다짜고짜 묻기부터 했다.

“꺼냈다고?”

말을 마친 왕종철이 기대감에 부푼 듯 환한 미소를 짓자 수석 연구원이 공손하게 대답했다.

“네. 회장님. 이쪽으로 오십시오.”

수석연구원의 말에 곧바로 수행원들이 먼저 움직였다.

그러자 왕종철이 말렸다.

“나 혼자 가마. 예서 기다려라.”

왕종철이 걸음을 옮기자 수석 연구원과 책임연구원도 그를 뒤따랐다.

연구실 한 가운데의 기둥이 천장을 떠받치는 구조가 눈에 띄는 공간이 있었다.

전시 부스처럼 투명한 유리로 사방을 메운 공간이었고 멀리서도 그곳은 아주 중요한 물건을 보관하는 곳이라는 듯 집중을 샀다.

그 공간은 차폐 시스템으로 이루어진 공간이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 바탈스톤이 있었다.

지금 바탈스톤은 공중에 떠 있었다.

그 힘은 외부의 힘에 의한 것이 아닌 자력에 의한 힘.

아이 주먹만한 정사각형의 물체가 공중에서 떠 있는 모습은 왕종철의 시선을 매료시켰다.

또한 스스로 빛을 내는 신비한 모습의 바탈스톤은 마치 말을 하듯 시시각각 그 빛이 발산하는 크기가 달라졌다.

외계의 물체.

바탈 스톤.

그 타이틀에 맞게 신비롭고 기묘한 물체였다.

그것을 바라보는 왕종철의 표정은 아이처럼 변해 있었다.

얼굴은 붉게 상기 되었고 눈은 호기심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부스 앞에 다다른 후 수석연구원이 손으로 바탈 스톤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운석 속에서 꺼낸 것입니다. 회장님.”

“그래. 저것이 그렇게 오랫동안 말로만 듣던 바탈 스톤이구먼.. 정말 실재할 줄이야.”

전설로만 듣던 바탈 스톤.

그 실재를 마주한 왕종철은 상당히 흥분한 듯 목소리마저 떨렸다.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왕종철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은 그러지 못했다.

얼굴엔 상당히 기쁜 듯 환한 미소까지 어려 있었다.

그가 바탈 스톤을 더 자세히 보려고 유리창에 얼굴을 가까이 가져다 댔다.

이내 청혼으로 1캐럿 다이아몬드 반지를 받은 여자의 표정으로 변했다.

바탈 스톤은 아름다울 만큼 완벽한 정사각형의 형태였다.

겉 표면은 은색과 청색 그리고 진 회색이 묘하게 맴도는 색을 가진 금속과 광물의 중간 재질 같았다.

그리고 그 네 면의 표면엔 가느다란 직선들과 기호들이 인위적으로 새김이 되어 있었다.

그 새김으로 빛이 나오고 있었다.

바탈 스톤의 모습에 왕종철은 넋이 나간 듯 입까지 벌리고 있었다.

마치 제 눈 속으로 그 스톤을 집어 넣으려는 듯 그것을 매섭게 훑어보던 그는, 모든 감상이 끝났는지 유리 부스에서 얼굴을 떼고 수석연구원에게 물었다.

“그래. 어디까지 진행 됐누?”

왕종철의 물음에 곧바로 대답을 못하고 있는 수석연구원.

그는 지금 난처한 듯 불안한 표정이었다.

진땀 빼는 그를 본 왕종철의 표정이 굳어졌다.

수석연구원의 표정에서 부정을 읽은 것.

“말해 보라. 어디까지 했는지.”

톤이 높아진 왕종철의 목소리에 수석연구원은 흘러내린 안경부터 고쳐 썼다.

난감했던 그의 심리가 드러난 순간.

왕종철의 눈이 더욱더 매서워 졌다.

수석연구원이 눈을 내리깔며 더듬었다.

“저 그게…. 회장님. 엑스선. 감마선. 열중성자선. 심지어 중성자 홀로그램으로도 투시를 해 보았지만 저 스톤의 내부는 텅 비어 있었습니다.”

예상 밖의 대답이었던 모양인지 왕종철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던 그가 무섭게 낯빛이 어두워졌다.

심기가 아주 불편하다는 뜻.

그 마음을 읽은 연구원들 또한 낯 색이 흙빛으로 변했다.

왕종철은 무언가 성이 단단히 났다는 듯 눈을 질끈 감아버리고 심각하게 얕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 한숨 소리에 연구원들의 심장도 덜컹 내려 앉았고 그게 불편했던 수석연구원이 왕종철에게 에둘러댔다.

“저기 회장님. 정말 비어 있었습니다. 회장님 말씀대로 저 배달석 안에 물체는 없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연구원의 말에 왕종철이 감고 있던 눈을 치켜 떴다.

그 모습은 흡사 죽은 자의 죄를 탐문하는 염라대왕과도 같은 모습.

“비어 있어? 그럴 리가 없을 텐데 말이다.”

“현재로썬 비어있다는 말씀밖에 못 드리겠습니다.”

“비어있지 않네. 분명 들어 있어.”

“형체가 아닌 물질라면 가능합니다. 보이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물질은 전자기파로 관측됩니다. 하나 그걸로도 관측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물질이 암흑 물질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아니네. 관측되지 않는다면 쓸모가 없지. 저 바탈 스톤 안에는 분명 무언가 들어 있어.”

“그럼. 관측되지 않고 보이지 않는 신비한 물질이란 말씀이십니까?”

“나는 그걸 본 적이 없으니 모르지. 하지만 저 안에 분명 무언가 들어 있어. 물체가 될 수도 있고 물질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네.”

왕종철의 말에 수석연구원과 책임연구원은 고개부터 갸우뚱거렸다.

그의 말은 마치 증명할 수 없는 걸 바로 증명하라고 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왕종철의 요구에 어떤 답을 줄 수 없었던 연구원들은 연신 얕은 한숨만 내쉴뿐이었다.

그들을 지켜보던 왕종철 또한 답답했다.

비어 있으면 안 되는 바탈 스톤이었기 때문이었다.

관측할 수 없으면 또 보이지 않는다면 어떤 원인이 분명 있을 것이다.

인간의 기술로 외계의 기술을 온전히 알 수 없다.

왕 종철이 연구원들에게 요청했다.

“일단 열어보게나. 열면 알 수 있을 테지.”

그러나 왜인지 연구원들은 대답을 못하고 대신 이마에 식은땀이 흘렀다.

그리고 난처한 듯 연신 손등으로 이마에 난 땀을 훔치는데 그걸 본 왕종철이 잔뜩 인상을 찌푸리자 수석 연구원이 입을 열었다.

“저기. 회장님. 저 스톤은 론스달라이트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론스달라이트?”

생소한 단어에 눈을 크게 뜬 왕종철.

그가 크게 뜬 눈으로 수석연구원을 쳐다보며 고갯짓을 하자 수석연구원 옆에 있던 책임연구원이 대신 입을 열었다.

“네. 회장님. 론스달라이트는 운석에서 극소량으로나 발견되었었지만, 이렇게 전체가 이 물질로 이루어진 건 처음 있는 일입니다.

학계에선 다이아몬드보다 경도가 58%나 더 강한 걸로 연구되었지만 저희가 테스트한 결과 5배나 더 높은 것으로 나왔습니다. 게다가 강도도 상당히 높아/”

“그만! 내 듣기엔 열 수 없다는 소리로 들리는구먼. 아닌가?”

노기 가득한 왕종철의 역정이 연구실에 울려 퍼지자 수석연구원의 이마엔 식은땀을 벗어나 진땀이 나기 시작했다.

“네. 정말 죄송합니다. 현재 물리적인 방법으로 열기엔 불가능 하단 말씀밖에 드리지 못하겠습니다.”

바탈 스톤을 열 수 없다는 말에 왕종철은 분노하기 시작했다.

그가 노여움 가득한 깊이 파인 눈으로 연구원들을 노려보자 그들은 그대로 고개를 떨구었다.

지금 이순간.

오성그룹 최고 서열의 언짢은 침묵은 이 공간을 심리적 불편함으로 가득 채웠다.

불편함은 연구원들을 불안하게 만들었고 그들은 그 불안을 해소하려 그들 모르게 신체의 생리작용이 발동하기 시작했다.

일단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고 이마에 나던 땀이 손바닥과 발까지 나고 있었다.

불안을 없애기 위한 생리작용이었지만 연구원들의 불안은 가시지 않았다.

그 만큼 왕종철의 화의 크기가 컸다는 의미.

불안을 없애기 위해선 원인을 제거해야 하는 법.

갑자기 수석연구원 옆에 있던 책임연구원이 두 손에 난 땀을 입고 있는 가운에 훔치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저기. 회장님.”

연구실의 모든 권한자인 수석연구원에게 쏠려 있던 왕종철의 관심이 책임연구원에게로 옮겨졌다.

그의 눈빛의 기세에 눌린 책임연구원이 회피하듯 시선을 아래로 내리며 말을 이었다.

“아. 저기 회장님. 다행히 저 물체에서 나온 진동수를 측정한 결과 일정한 패턴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그게 무슨 말인가?”

“제가 생각하기에 일정한 진동수 패턴은 시그널로 보입니다. 시그널은 암호화된 주파수이고 그 주파수를 풀기 위한 패스워드가 있어야 한다는 소리입니다.”

호기심을 보이며 표정이 풀리는 왕종철.

그의 변화에 책임 연구원을 바라보는 수석연구원의 눈빛이 따가워졌다.

수석연구원으로서의 권위가 상실되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명세기 이 연구실 또 이 연구 프로젝트의 수장인데 왕종철의 인정을 자신이 아닌 아래 직급 부하에게 간다는 생각에 질투가 나서였다.

하지만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수석 연구원.

굳게 입을 다물고는 왕종철을 쳐다보자 그는 이미 호기로운 눈빛으로 책임연구원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계속 해보게.”

왕종철의 요청을 받은 책임연구원은 그의 옆에 서 있던 수석연구원의 따가운 시선을 느꼈던 터라 섣불리 입을 열지 못했다.

그러자 왕종철이 다시 한 번 다그쳤다.

“신경 쓰지 말고 계속 해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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