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막 소제목- 쩌리들이 히어로였다. 어쩌지 이걸?

36_ 심마니들의 노래

“♪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

산 속에 난데없이 고래고래 노래하는 애국가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고성방가 저리가라.

[이 소리는 세 명의 약초꾼들이 하산을 하며 부르는 노래 소리였습니다.]

라는 멘트가 어울리 것 같은 토속적이고 아주 날것의 육성.

박자도 틀리고 음정도 나가버린 코인 노래방 표 노래 소리가 산 속에 울려 퍼지자,

산속의 산새들은 화들짝 놀라 날아가기 바빴고 도토리를 주워 입안에 마구 쑤셔 넣던 다람쥐는 도로 뱉었다.

세 명의 약초꾼이 왜 이렇게 지들만 이 지구의 주인인 것마냥 고래고래 노래를 부르는 것인지...

그 이유는 그들이 매고 있는 배낭을 보면 알 수 있었다.

산에 가서 수확이 좋았는지 모두 불룩했다.

그래서 그랬는지 노래하는 약초꾼들은 연신 웃음을 짓고 있었다.

노래하느라 목청이 찢어져도 상관없다.

내 배낭은 불룩하니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다.

그래서 조오타!

뭐 이런 분위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 하세.♪♩”

게임 파티 퀘스트를 마친 듯 세 명의 약초꾼은 우뚝 멈추어 서고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애국가를 무사히 완창한 보람을 만끽하는 듯 보였다.

그런 그들이 갑자기 동심으로 돌아간 듯 아이처럼 깔깔 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그런데

꼬~옥 1차에서 만족 못하는 사람이 있다.

어디에서든 있는 사람이다. 술자리, 컴펌 등등..

한 번에 만족 못하고 두 번 혹은 세 번은 해야 만족을 하는 사람이라는 듯 갑자기 두건을 쓴 약초꾼이 다시 애국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

1차에 만족을 하는 사람들은 따라 부르지 않았다.

동참하지 않는 두 사람 때문에 두건을 쓴 약초꾼은 민망스럽다는 듯 노래를 멈췄다.

상당히 아쉬운 표정이었다.

“에유. 한 번 더 부르면 좋은디이~. 재밌잖어.”

그가 능구렁이 같은 충청도 사투리를 쏟아내자 이 약초 채집팀의 대장으로 보이는 수염이 덥수룩한 남자가 핀잔을 주었다.

“아따. 그만 혀. 벌써 10번도 넘게 불렀고만. 목 아퍼 뒤지겄어.”

알고보니 2차가 아니라 10차였다.

이러면 대략 난감.

그 아무리 체력 좋은 사람이라도 못 버틴다.

10차까지 술 마셔 본 분?

있으면 신으로 모시겠습니다.

두건 쓴 약초꾼이 ‘나 삐쳤다’라는 듯 시무룩해하자 셋 중 제일 막내로 보이는 챙이 넓은 모자를 쓴 남자가 달랬다.

“놔두소. 대식이 형님이 오늘 대물을 낚아서 기분이 날아가는가 보오.”

두건을 쓴 사람의 이름은 대충 대식이라고 추정이 된다.

아무튼 이 대식이란 사람이 갑자기 손을 내둘렀다.

“아이고. 심 한 뿌리가 뭔 대물이여.”

말은 아니라고 하지만 자랑질이 분명했다.

심 한 뿌리면 대박이고 대어였다.

막내 약초꾼이 눈을 가늘게 뜨며 대식이를 쳐다보았다.

마치 속을 다 꿰뚫어 보고 있다는 듯.

그 시선이 부담스러웠는지 대식이란 약초꾼이 딴청을 피우듯 먼산을 바라보았다.

그게 아니꼽다는 듯 막내 약초꾼이 소리쳤다.

“허이고. 심 한 뿌리가 대물이 아니긴 뭘 아녀! 난 오늘 더덕밖에 못 캤는데?”

사돈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친구가 로또에 당첨되었는데 왜 내가 잠을 못 자는 걸까?라는 듯 막내가 말하자 대식이 에둘러댔다.

“그대신 많이 캤잖어. 난 한 뿌리 밖에 못 캤는데..”

갑자기 막내 약초꾼이 갑자기 배낭을 벗어 대식이란 사람에게 건넸다.

“그려? 그럼 바꾸자고. 내 것이 부러우면 바꾸자니께.”

대식이 살포시 고개를 저었다.

“싫은디.”

그러니까 말을 조심해야 한다.

말 때문에 산삼을 빼앗길 거라 생각한 대식은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험악하게 대식이를 노려보던 막내 약초꾼이 갑자기 너털웃음을 지었다.

모두 장난이었다.

그 웃음의 의미를 파악한 대식이도 따라 웃었다.

그리고 식은땀은 싸악 사라졌다.

산삼을 지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 참 웃고 난 막내 약초꾼이 넌지시 말을 건넸다.

“좋잖어. 형님.”

“그려. 입이 째지네.”

“그럼 한턱 쏴. 이따가 내려가서 막걸리?”

“아우. 그냥 심 한 뿌리 봤다고 등골을 빼먹을라 그러네.”

“겨우 막걸리 한잔으로 이러기야? 감정가가 족히 이 천은 될 텐데?”

“그건 감정가잖아. 뭐 현찰로 들어와야 내 돈이지.”

독특한 한국 문화.

경사가 나면 그 기쁨을 같이 나누는 의미에서 맛있는 걸 나누어 먹던 일.

그 문화 속에 사는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는 실랑이었다.

그 실랑이를 말없이 지켜보던 대장 약초꾼이 갑자기 둘 사이의 대화를 가로막았다.

“고만 해. 이제. 조금 있음 해가 지니까 잔말 그만하고 빨리 가기나 혀.”

산에서 잘 수는 없었던 대식과 막내는 즉시 입을 닫고 서산을 쳐다보았다.

한 시각 정도면 해가 질 기세였다.

집에 여우 같은 마누라와 토끼 같은 새끼들이 있는지 막내 약초꾼이 서둘러 가장 먼저 걸음을 옮겼다.

“아이고. 빨리 가야겠네. 난 산에서 자는 건 싫어. 먹을 것도 없는데 내일 아침 식사로 내 더덕까지 뺏기면 안되니께.”

막내 약초꾼의 농에 두 약초꾼들은 그 마음 안다는 듯 빙긋이 웃으며 그의 뒤를 따랐다.

가파른 산기슭을 한참 내려가자 평지가 나왔다.

“잠깐만!”

갑자기 대장 약초꾼이 소리치자 앞서던 두 약초꾼이 돌아봤다.

얼굴이 사색이 되어있는 대장 약초꾼을 보고 대식이 깜짝 놀랐다.

“형님. 뱜 물렸슈? 얼굴이 와 그랴?”

“거시기. 나 잠깐만 볼일 좀 보고 올 게. 급하네.”

“뭐여? 똥 마려운 겨?”

막내 약초꾼의 물음에 대장 약초꾼은 대답도 하지 않고 손으로 똥구멍을 막으며 풀숲으로 어기적 거리며 걸어 들어갔다.

가끔씩 중간중간 걸음을 멈추고는 엉덩이에 힘을 주기도 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두 명의 약초꾼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얼굴이 퍼런 게 큰 거구만. 흐흐흐”

“아까 점심 먹은 게 탈 났슈? 똥구멍 잘 막아유. 새면 놓고 갈 거유. 크크크”

대장 약초꾼이 두 약초꾼의 놀림에 골이 났는지 투덜거렸다.

“이 눔의 여편네가 쉰 밥을 싸줬나 봐. 으이그..”

막내 약초꾼이 약을 올리려는 듯 깐족거렸다.

“그러길래 평상시에 마나님께 잘했어야쥬.”

그가 놀리거나 말거나 대장 약초꾼은 똥 싸는 모습을 보여 줄 수는 없었기에 풀 숲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재빠르게 허리띠를 풀며 소리쳤다.

“야. 이눔아. 내가 얼마나 잘하는데! 이 나이에 돈 벌어다 줘 산에 안 갈 땐 집안일도 도와주는디? 나 같은 남편이 어디 있다고..”

말을 마친 대장 약초꾼은 부리나케 바지를 벗고 쭈그려 앉았다.

과민성 대장 증후군에 어울리는 배설이 쏟아졌고 그와 동시에 천국을 느낀 대장 약초꾼이 안도의 한숨을 쉬자 대식이 놀렸다.

“살모사 조심 혀! 거시기에 물리면 쉰 밥이 아니라 썩은 밥도 없으니께”

그 소리에 깜짝 놀라 몸서리를 치며 풀 숲을 둘러 보던 대장 약초꾼의 코 속으로 지독한 악취가 들어왔다.

순간 자신의 똥 냄새인가 착각을 했지만 이 냄새는 무언가 똥 냄새라기보다는 역겨운 썩은 내였다.

“근디. 누가 나 말고 여기다 똥 쌌나? 어디서 아주 고약한 냄새가 나네?”

“아, 지금 형님이 똥 싸고 있잖여.”

막내 약초꾼이 말하자 대장 약초꾼이 이상하다는 듯 주변을 둘러보았다.

“내 똥 냄새가 아니라서 그려.”

대장 약초꾼은 코를 킁킁 거리며 주변을 계속 살펴보다 순간 무언가 발견했다.

짐승의 털로 보이는 회색 털이 풀 숲 사이로 보였다.

“고라니가 죽은 건가?”

그가 주변에 있던 나뭇가지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풀을 헤집어보자마자 깜짝 놀라 그대로 주저앉으며 소리쳤다.

“악! 이게 뭐여?”

대장 약초꾼의 비명에 화들짝 놀란 두 명의 약초꾼이 달려왔다.

두 명의 약초꾼은 자기가 싼 똥 위에 주저앉은 대장 약초꾼이 쳐다보고 있는 곳으로 시선을 향했다.

순간 대식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

“뭐여? 사.. 사람이여? 주.. 죽은 겨?”

막내 약초꾼이 시체 쪽으로 다가갔다.

죽어 있는 시체는 운석 경비 현장 경비원 장 씨였다.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아 형체는 살아있었지만 부패가 시작돼 악취가 풍겼던 것.

세 명의 약초꾼은 그대로 고개를 들어 절벽 위를 바라보았다.

“저기서 떨어졌는가 보네.”

“여기까지 뭐하러 왔데? 약초꾼은 아닌 것 같은디.”

지금 이 순간,

약초꾼들은 해가 지기 전에 하산을 하지 못한다는 걸 깨달았다.

대장 심마니는 똥 위에 주저앉는 바람에 엉덩이에 똥 범벅이 된 걸 풀밭에 비비며 닦았고 막내 약초꾼은 경찰에 신고를 했다.

대식이란 약초꾼은 자신은 이 시체와 연관이 없음을 증명하기 위해 시체 주변을 스마트 폰으로 사진을 찍어댔다.

그리고 해는 서산으로 조금씩 뉘엿뉘엿 기울고 있었다.

***

냉장고에서 바디백에 담긴 시체를 꺼내는 두 남자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아주 심각하고 침울해 보였다.

“미치겠네. 진짜.”

두 남자 사이로 불안한 듯 케이가 웅얼거리자 두 남자 중 한 명이 말했다. .

“이게 마지막입니다.”

“알아. 가져다 놓고 모두 다 지퍼 열어 놔.”

케이의 말에 두 남자가 시신을 옮겼다.

방 한가운데 기다란 책상이 놓여 있었고 그 위엔 이미 가져다 논 바디백들이 여럿 있었다.

남자들은 마지막 시신을 올려 놓은 후 케이의 지시대로 지퍼를 열었다.

박토와 총격전으로 쓰러진 추적자들이었다.

시체를 훑어 보던 케이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모두 자신의 실수로 일어난 죽음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반가운 손님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는 초조함에 눈알은 고정되지 못했고 불안함에 입술은 잘근잘근 씹고 있었다.

벌컥!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화들짝 놀란 케이가 돌아봤다.

은비사가 화가 많이 난 매서운 표정으로 서 있었다.

그를 보자마자 케이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

“저.. 저기.. 비사.. 저기..”

“케이 빼고 당장 다 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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