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_ 또 다른 예언을 지키는 세력! 오운족

어떤 전쟁이든 보이지 않는 적이 제일 무서운 법.

스파이, 바이러스, 해커, 스나이퍼 등등.

이들의 공통점은 전세를 바꿀만한 힘을 가졌지만 반드시 숨어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

박토에겐 지금 다 이긴 싸움.

하지만 그건 그만의 착각이었다.

완벽한 승리를 자축하듯 거들먹거리며 서있는 박토의 머리에 7.62mm 탄환을 박을 저격수가 그가 서 있는 건물 북쪽 방향 빌딩 안에 은밀하게 숨어 있었다.

창문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잠복해 있던 스나이퍼의 조준경에 박토가 잡히자 스나이퍼는 방아쇠를 당기기 위해 숨을 깊게 들이마신 후 멈췄다.

하나, 둘, 셋?

웬 핑크?

그가 방아쇠를 당기려는 찰나 조준경이 온통 핑크 빛으로 물들자 깜짝 놀란 스나이퍼가 고개를 들어 창문을 쳐다봤다.

양 갈래 머리를 한 여자가 창문에 거꾸로 매달린 채 핑크색 하트 사탕을 흔들며 스나이퍼에게 인사를 했다.

“안녕?”

스나이퍼에겐 일면식 없는 여자.

게다가 또라이 같은 저 자세는 뭔가?

이건 적이다.

스나이퍼는 얼굴을 구기며 총구를 여자를 향해 돌렸다.

그리고 방아쇠를 당기려는 찰나! 스나이퍼의 왼쪽 목에 갑자기 날아든 수리검 하나.

그 수리검이 정확히 스나이퍼의 목에 박혀 그의 경독맥을 절단했다.

죽기 직전의 스나이퍼는 자신의 죽음을 부정하는 듯 눈을 부릅뜬 체 창문에 매달린 여자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그건 아주 잠시.

곧 힘없이 앞으로 머리를 떨구었다.

잠시 긴장해 있던 창문에 매달렸던 여자는 스나이퍼가 죽자, 손에 들린 사탕을 입으로 가져가 쪽쪽 빨았다.

그러던 그녀가 어두운 방 한 구석을 의아하게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야, 죽었는데 왜 안 나와?”

그러자 그 어두운 구석에서 한 남자가 죽은 스나이퍼 쪽으로 천천히 걸어왔다.

그러자 창문을 통해 들어온 달빛에 드러난 그의 윤곽.

깔끔한 세미 정장에 하얀색 와이셔츠를 입은 키가 큰 남자, 단발 정도 되는 머리를 깔끔하게 뒤로 넘겨 묶고 있었다.

눈매는 커다랗고 서글서글했으며 갸름한 얼굴형에 얇은 입술을 가진 그 남자는 마치 기생오라비처럼 야리야리하고 곱상했다.

이 야리야리한 남자가 바로 수리검으로 스나이퍼를 한방에 죽인 자이다.

이 남자는 바룬족과 같은 파눔의 예언을 지키는 또 다른 세력인 오운족의 일원이다.

그는 배달석을 지키는 그러니까 배달석 수호자인 아바라다.

즉, 오운족의 최고 권력.

바룬족의 무단이 바룬족의 최고 권력이듯이 이 남자는 오운족의 가장 중요한 인물이었다.

이름은 아이신.

나이는 박토와 같은 29세.

아이신의 등장에 창문에 매달린 여자가 물고 있던 사탕을 입에서 뽁 빼고는 입을 열었다.

“우와~ 여전히 실력 굿. 아이신. 대단.”

아이신을 너무 잘 알고 있는 듯 말한 이 여자 또한 오운족의 일원이다.

그녀는 아바라 수호자.

그러니까 아이신을 지키는 사람이다.

그녀는 아이신과 이란성 쌍둥이이며 그의 여동생이다.

이름은 아수하.

나이도 29세.

스나이퍼를 무표정하게 내려다보던 아이신이 그녀의 말에 아수하를 쳐다보자마자 눈살을 찌푸렸다.

창문으로 내려와 스나이퍼의 시선을 교란시키라 했더니 저러고 매달려 있다.

게다가 왜 저 자세인 걸까?

아이신은 불쾌하다는 듯 그녀에게 찌걸였다.

“그만 매달려 있어. 아수하. 애도 아니고. 참. 치마 입고 거꾸로 매달려 있는 거 밖에서는 하지 말라고 했지?”

이란성이지만 누가 가족 아니랄까봐 아이신과 거의 흡사하게 생긴 아수하가 그의 말에 대수롭지 않은 듯 사탕을 빨며 대꾸했다.

“야. 속바지 입었잖아. 새삼스럽게 왜 그래? 한두 번 본 것도 아니면서..”

“그래도 흉측해. 다 큰 숙녀가 그러고 있으면 곤란하지. 저기 박토가 보면 어쩌려고.”

아이신의 말에 순간 당황한 아수하.

그녀는 집에서는 항상 이러지만 밖에서는 단 한 번도 남에게 속바지를 보여준 적은 없었다.

박토가 볼지도 모른다는 말에 한 손으로 쳐진 치마를 끌어 올리며 뒤를 돌아봤는데 저 멀리 개미처럼 작게 보이는 박토가 보이자 아수하는 의구심부터 들었다.

-저렇게 멀리 있어도 내 속바지를 볼 수 있나?

아닐텐데?-

이렇게 생각한 아수하는 순간 아이신에게 당했다는 걸 깨달았다.

그녀는 그대로 고개를 돌려 아이신에게 투덜거렸다.

“뻥치지 마. 이 C. 저기에선 여기 안 보여. 너무 멀잖아. 그리고 여긴 어두워서 내가 치마 입은 것도 모를 걸?”

“개 시력이 4.0이야. 몽골 사람들이나 가질 수 있는 시력이라고. 바로 매의 시력이지.”

“정말?”

“응. 뻥이야.”

“저 또라이가. 이C. 죽을라고..”

아이신의 농간에 기분 나빠진 그녀가 마치 그를 가만두지 않겠다는 듯 한 손을 들어 올려 주먹을 움켜 쥐었다.

그리고는 무언가 더 힘을 주는 듯 주먹을 움직이자 갑자기 그녀의 손등 위로 날카로운 칼날이 여러 개가 나왔다.

그걸 본 아이신은 질겁하며 뒷걸음을 쳤다.

“야. 놀렸다고 그러기냐?”

“어. 내 호랑이 발톱으로 널 찢으려고..”

“무기는 그럴 때 쓰는 게 아니라고 오빠가 그렇게 말했는데..”

아수하는 살짝 겁에 질린 아이신을 보고 씩 한 번 웃었다.

그녀의 무기 손등에서 튀어나오는 발톱 같은 칼.

그 무기의 이름은 호랑이 발톱이다.

호족의 수장 오운의 후예인 그들의 정체성을 표현한 무기.

오랜 세월 업그레이드를 통해 티타늄 합급으로 제작되어 상당히 강하고 가벼웠다.

그 무기는 사람의 살을 찢고 또 찌르고 또 자르기에 적합한 암살 무기 중 하나.

아이신이 쓰는 수리검 보다는 좀 더 백병전에 더 효과적인 무기였다.

그러니까 아수하는 몸빵 역할을 하면,아이신이 백업을 하는 전투 형태.

아무튼 무기 자랑을 한 아수하는 그 무기로 매달린 줄을 끊으며 몸을 틀어 방 안으로 멋지게 들어 왔다.

그리고 그 무기로 그녀가 뱉은 말대로 아이신을 찢지 않고 도로 집어 넣었다.

여기까지 이 모든 것은 아이신과 아수하 둘 만의 티키타카식 장난.

남들이 볼 땐 살벌하지만 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항상 이랬다.

스나이퍼 곁으로 다가온 아수하가 그를 살펴보자 표정이 심각하게 굳어졌다.

“이 남자. 그들이지? 할아버지가 말한 파이온이라는 자들.”

아수하의 물음에 아이신은 대답을 하지 않고 스나이퍼의 목에 꽂힌 수리검을 뺐다.

그리고는 수리검에 묻은 피를 스나이퍼의 옷에 닦은 후 품에 다시 넣었다.

“왜 대답 안 해? 파이온 맞는 거잖아?”

“확인부터 해 보고..”

말을 마친 아이신이 스나이퍼의 몸을 뒤집은 다음 웃옷을 벗겼다.

그러자 그의 가슴에 새겨진 문신이 드러났다.

P라는 알파벳이었다.

P는 파이온을 뜻하는 이니셜.

아이신 곁에서 그걸 본 아수하가 중얼거렸다.

“맞네. 그들..”

“응. 그런데 이들이 바탈의 위치를 어떻게 알았을까? 우리처럼 항상 박토를 주시한 걸까?”

아이신의 물음에 아수하는 대답을 하지 않고 막대사탕을 입에 넣고 빨았다.

한참을 빨던 그녀가 생각이 끝났다는 듯 사탕을 빼고는 대답했다.

“그럴 리가. 그들은 바룬족이 살아 있는지도 모를 텐데..”

아수하의 대답에 표정이 굳어진 아이신.

박토 그러니까 바룬족이 살아 있다는 건 오운족 극소수만 알고 있는 비밀이었다.

그렇다면 그 비밀이 누설됐다는 얘기.

이 비밀을 말할 자는 오운족의 수장인 그들의 할아버지인 아수라 밖에 없다.

아수라, 아이신, 그리고 아수하.

단 세 명만 알고 있는 박토의 생사였기 때문이다.

아이신이 아수하에게 물었다.

“그럼 아수라 할아버지가 파이온에게 얘기한 걸까?”

아이신의 물음에 아수하는 바로 대답을 하지 않고 다시 막대사탕을 입에 넣었다.

생각을 하는 듯 한참을 빨아대던 그녀가 생각이 끝난 듯 입을 열었다.

“그럴 리가. 우리가 아직 바탈이 나타났다는 걸 할아버지에게 얘기하지 않았잖아.”

“운석이 떨어졌잖아. 그럼 바탈이 태어난다는 걸 알 수밖에 없지. 아무래도 할아버지가 벌인 일 같아.”

“바보야. 박토가 어디 있는지 우리가 얘기하지 않았는데 할아버지가 어떻게 알아서 파이온한테 얘기해?”

“그래. 생각해 보니 네 말이 맞네. 그런데 저들은 대체 박토의 위치를 어떻게 알았을까?”

“나도 그게 너무 궁금해. 정말 어떻게 안 거지?”

이 알 수 없는 사실에 오운족 아이신과 아수하는 골머리를 앓았다.

절대 알 수 없는 박토와 바탈의 행방을 어떻게 파이온이 알 수 있는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던 아이신이 그대로 일어서 창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멀리 박토의 모습이 보였다.

-저 박토의 행방을 도대체 파이온이 어떻게 알았을까?

파이온은 박토의 존재도 모른다.

그렇다면 바탈을 추적하고 있었다는 얘기?

그건 불가능하다.

바탈은 오직 바룬족 무단만 감지할 수 있다.

그럼 도대체 파이온이 어떻게 박토와 바탈을 알고 매복해 있던 것일까?-

이 생각으로 아이신의 머릿속이 복잡해 터질 것 같은데 자꾸 옆에 아수하가 사탕 빠는 소리가 거슬렸던 그는 화가 났다.

그가 아수하를 돌아보며 나직이 입을 열었다.

“너 올해 나이가 29살이지?”

아수하는 천진난만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29살이 맞다는 듯.

척 하면 척하고 알아들어야 하는데..

사탕빨지 말라는 뜻에서 나이를 물어 본 것이었지만 아수하는 알아 듣지 못하고 계속해서 사탕을 빨아댔다.

'일부러 모르는 척 하는 건지 진짜 모르는 건지'

이 생각에 아이신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그가 조용히 손바닥을 펴 아수하에게 내밀었다.

그녀가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뭐? 왜? 손바닥은 왜 내밀어?”

“줘.”

“사탕?”

아이신이 대답으로 고개를 끄덕이자 아수하가 갑자기 주머니를 뒤적여 막대사탕 하나를 꺼내 아 이신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파란색 하트 모양이었다.

한숨부터 나온 아이신.

그가 아수하가 빨고 있던 사탕을 달라고 한 것인데 새 사탕을 준 것에 허탈해서였다.

손바닥에 올려진 사탕을 심각하게 굳어진 얼굴로 바라보는 그는 아주 많은 생각을 하는 듯 보였다.

그렇게 말 없이 사탕을 바라보던 아이신이 막대 사탕을 집어 들어 껍질을 깠다.

그리곤 입에 넣고 현관문을 향해 걸어가자 아수하가 소리쳤다.

“어디 가? 아이신!”

“배달석을 찾으러..”

“갑자기 사라졌다며. 어디서 찾으려고?”

아이신이 우뚝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고는 사탕으로 창문을 가리켰다.

“쟤가 있잖아. 바룬족. 박토.”

아수하가 아이신의 말에 깜짝 놀라 소리쳤다.

“박토? 우리가 붙은 거 알면 박토가 죽이려 들 텐데?”

“그러니까 모르게 움직여야지. 이 바보야.”

말을 마친 아이신은 그대로 문을 열고 방을 나갔다.

먼저 나간 아이신을 아수하가 뒤따라가며 소리쳤다.

“그게 우리 주특기이긴 하지만 진짜 박토가 우리를 보면 죽이려 들 텐데? 어쩌지?”

“그러니까 소리 없이 나타나서 소리 없이 사라져야지. 호랑이처럼.”

“맞아. 우린 오운족이니까.”

박토를 저격하려 시도했던 스나이퍼가 잠복해 있던 방은 아수하와 아이신이 사라지고 나자 다시 고요하고 적막한 방으로 되돌아왔다.

한편 저격수의 공격을 그도 모르게 피한 박토는 발아래 쓰러져 있는 남자의 옷을 찢고 있었다.

그도 이들의 정체를 짐작한대로 확인하려 했던 것.

죽어 있는 적의 가슴에 문신이 드러나자 박토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말도 안 돼.

이렇게 빨리 움직였다니..

박토는 그들이 이렇게 빨리 움직인 것에 경각심이 들었다.

그렇다면 지금 이 상황 말고 또 다른 상황이 기다리고 있다는 뜻이다.

빨리 이 곳을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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