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_ 포획된 두 번째 바탈 늑대

자세히 보니 여러 개의 그물들이었다.

옥상에 포진하고 있던 탱고팀이 드론 포획용 그물을 발사했던 것.

그 수십 개의 그물이 미캐를 향해 덮쳤고 결국 그물에 그녀가 걸리자 추적자 한 명이 소리쳤다.

“여기는 알파. 늑대가 그물에 걸렸다.”

<알았다. 사나우니 거리를 유지하라.>

한편 그물에 걸린 미캐는 짐승처럼 성질이 잔뜩 났다.

정말 그물에 걸려 포획 된 고등어처럼 팔딱거리며 몸부림을 치기 시작했는데.

“X바. 이건 뭐야? 니들 지금 미쳤어? 나한테 왜 이래?”

아무리 몸부림 쳐도 그물은 풀어지지 않고 외려 그녀를 더욱더 옥죄었다.

그 바람에 엄청 화가 난 미캐.

순간 그녀의 눈에서 밝은 빛이 흘러나왔다 사라졌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스파이 캠으로 보고 있던 은비사가 심각해진 얼굴로 나직이 중얼거렸다.

“능력 발현?”

당황한 은비사가 추적자들에게 경고했다.

“모두들. 안전 거리 확보. 사냥감이 괴물로 변할지도 모른다. 이상. 시에라.”

은비사의 말에 추적자들 미캐와의 거리를 더욱더 벌리기 시작했다.

미캐는 야생 동물이 우리에 갇힌 것처럼 몸부림을 쳐댔다.

“으아아아아! 개X끼들. 다 죽여 버릴 거야!”

그렇게 광분하며 몸부림 치던 미캐에 의해 그물이 조금씩 찢기기 시작하자 추적자들의 인이어로 은비사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여기는 시에라다. 알파. 사냥감의 변신을 주의하라. 알파 9. 마취 탄 투하!>

미캐의 유인책 중 하나였던 알파 9이 품에서 마취 탄을 꺼냈다.

그가 안전 핀을 뽑은 후 그물에 걸려 발광하고 있는 미캐 앞으로 던졌는데 미캐는 그것도 모르는 채 그물 찢기에 혈안이다.

순간 마취탄에서 퍽 소리와 함께 하얀 연기 같은 에어로졸 미스트를 뿜어 내기 시작했다.

유독성 마취가스.

가스의 주요 성분은 카르 펜타닐.

이 카르 펜타닐은 엘크나 코끼리 같은 대형동물 마취제로 주로 쓰였다.

뿜어진 다량의 카르 펜타닐이 미캐를 포함 그 주변을 뿌옇게 물들였다.

그와 동시에 미캐의 호흡기로 카르 펜타닐의 미스트가 들어갔다.

폐호흡을 할 수밖에 없는 미캐는 자신에게 치명적인 가스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윽. 이런 미친 새X들이.. 뭐 하자는 거야? 대체..”

폐포를 통해 흡수된 화학 물질은 그물을 찢고 있는 미캐의 힘을 점점 떨어뜨렸다.

신경의 신호 전달을 차단하기 시작한 것.

결국 그녀는 몸이 둔탁해졌고 또 생각대로 움직이질 않게 되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미캐의 뇌와 신경계의 통신이 차단되자 그녀는 그대로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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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

더 이상 미캐가 움직임이 없자 안심을 한 추적자가 소리쳤다.

“여기는 알파. 늑대를 잡았다.”

이걸 기점으로 모든 전세는 은비사의 승리로 끝났다.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쓰러진 늑대인 이미캐.

뿌연 연기 때문에 골목의 상황이 제대로 식별 되지 않았지만 은비사는 마치 그 상황을 보고 있는 듯 스파이 캠으로 전송된 모니터를 보며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늑대를 우리 앞으로 옮겨라.”

은비사의 명령에 추적자들이 쓰러진 미캐에게 다가가 그녀를 잡아 끌고는 금속 재질로 된 상자, 즉 우리로 옮겼다.

그때 골목 끝에서 저벅저벅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조급한 듯 경쾌한 발걸음 소리였다.

우리 앞에 있던 추적자들이 뒤를 돌아보자, 말끔하게 차려 입은 은비사가 방독면을 쓴 체 걸어오고 있었다.

그가 마치 마법을 부리는 듯 추적자 쪽으로 다가올수록 골목을 메웠던 연기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결국 그가 우리 앞으로 다가온 후 골목을 가득 메웠던 살인적인 마취 가스는 사라졌다.

그제야 방독면을 벗는 은비사.

그를 따라 추적자들도 방독면을 벗었고 은비사는 그대로 쭈그려 앉아 포획된 늑대를 살폈다.

힘 없이 늘어진 어린 아이.

그저 앳된 소녀이지만 그녀는 괴물이다.

은비사는 잠시 소녀의 모습에 마음의 동요를 일으켰지만 그녀의 눈에서 나온 빛을 떠올린 후 마음을 다시 단단하게 잡았다.

-인간의 힘이 아닌 괴물의 힘. 반드시 없애야 할 괴물이다.-

갑자기 그의 상념을 깨듯 한 추적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우리에 넣을 까요? 비사 님.”

“아니, 잠깐 기다려.”

무슨 생각인지 다 잡은 늑대를 우리에 넣지 않으려는 은비사의 말에 추적자들은 잠시 당황했다.

그 순간 은비사가 갑자기 품에서 잭 나이프를 꺼내 칼을 빼자 질겁하는 추적자들은 본능적으로 한 발 뒤로 물러서자 은비사가 확 돌아보았다.

모두 경기하듯 놀라자 은비사가 인상을 쓰며 물었다.

“왜 그렇게 놀라는 거지? 너희들?”

“늑대가 다시 깨어날까 봐 그랬습니다.”

“그럴 일은 없다. 당분간은.. 그렇게 무서우면 잠시 피해 있어라.”

은비사의 말에 추적자들이 살짝 고개를 끄덕이곤 조심스레 거리를 벌리며 뒤로 가는 도중 은비사는 미캐의 몸에 감긴 그물을 칼로 자르기 시작했다.

-잡은 늑대를 풀어주려는 것인가?-

그렇게 세 명의 추적자들이 동시에 생각하며 서로의 얼굴들을 쳐다보고 있을 때, 은비사가 미캐의 얼굴을 칼로 그었다.

칼이 지나간 자리는 피가 스며 나오며 맺혀 결국 그녀의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제야 은비사의 의도를 파악한 추적자들이 다시 미캐를 향해 다가오자 은비사가 그들에게 명령했다.

“뮤턴트에 약물을 투입시키고 알앤디 센터로 이동시켜라. 방어 능력은 해제가 됐다.”

비사의 명령에 추적자들은 그후 신속하게 움직였다.

미캐를 우리에 넣어 탑 트럭에 싣고 그녀에게 후속 조치를 한 후 트럭은 떠났다.

두 번째 바탈.

이미캐는 잡혔다.

바로 적의 손에..

마취가스가 완전히 사라진 골목 끝은 정말 아무 일도 없는듯 흔적 없이 깨끗했다.

단지 미캐가 쓰고 있었던 늑대 탈 인형 머리만 골목 한가운데 덩그러니 놓여 있을 뿐.

가로등 꺼진 골목. 희미한 달빛에 비친 늑대의 입 밖으로 툭 삐져나온 새빨간 혀가 가끔 부는 바람에 덜렁거리며 미캐의 흔적을 말해주고 있을 뿐이었다.

*** 

또 가로등 없는 골목길.

오직 희미한 달빛만이 그 골목의 형태를 가늠하는 빛의 전부였다.

으슥한 골목은 공포영화 속 한 장면처럼 스산하고 적막했다.

그 골목을 길게 드리워진 그림자와 그 그림자의 주인인 김탄이 걷고 있었다.

그는 집에 가는 길.

인적도 없고 방해물도 없는 이 길은 김탄이 선호하는 길이었다.

마음놓고 스마트 폰으로 게임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평소대로 자주하는 게임 중 하나인 ** 액션 게임을 하고 있었다.

소리도 크게 틀어 놓은 상태였다.

그 누구 하나 방해하는 사람 또는 신경 쓸 사람이 없는 길이었기 때문에 완전 제 세상이다.

삐용 지잉 퍽퍽 파앗!

거리는 게임 사운드가 사방을 메웠다.

이렇게 그가 게임을 하며 걷고 있는 사이 그가 눈치챘는지 못 챘는지 모르겠지만 그의 뒤를 박토가 그림자처럼 붙어 걷고 있었다.

원래 박토는 김탄의 진드기인 마영식이 사라지면 김탄을 납치해 수원역으로 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계획을 튼 박토.

이유는 그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의심이 싹텄기 때문이다.

바로 김탄이 바탈이 아닐 것 같다는 의심이었다.

어차피 수원역엔 내일 가도 괜찮다고 생각했고 또 납치보단 설득을 통한 동행을 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박토의 납치극을 조금 뒤로 미룬 정확한 이유였다.

그리고 김탄이 더 못 미더웠던 이유가 불과 7미터도 안 떨어져서 따라가는 박토를 김탄이 전혀 의식하지 못한다는 거였다.

박토로서는 충분히 의심할 만한 이유였다.

-저렇게 둔한데 바탈이라고? 날렵한 구석이 하나도 없는데? 게다가 총명한 기운은 개뿔 그냥 게임 중독자임이 분명하다. 아니, 대체 어떻게 길을 가면서까지 게임을 할 수가 있는 건가? 저게 예언에서 말한 바탈이라고?-

이렇게 박토의 머릿속은 온통 김탄이 바탈이 아닐 거라는 확실한 이유만 맴돌 뿐.

그러니 김탄의 납치를 미루고 뒤를 쫓으며 확인하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김탄을 향한 의심을 그렇다 치더라도 박토에겐 또 다른 의심이 솟구치고 있었다.

그건 바탈 디텍터인 무단인 박월에 대한 의심이었다.

박토는 지금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월 이 자식이. 혹시 나를 엿 먹이려고 장난을 치는 건 아닐까? 나를 여기 보내 놓고 지가 하고 싶은 게임을 맘대로 하고 싶은 교활한 술수가 아닐까? 어린 자식이 너무 세파에 찌들어 있어. 8살밖에 되지 않았는데 편견에 찌들어 있고 말이야. 내가 그렇게 가르쳤던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자 순간 월에게 당했다고 생각한 박토는 짜증이 났다.

-설마 이 자식이 나를 농간을 한 것인가? 세상을 구할 바탈이 저런 찌질이 일리가 없잖아?-

시간이 지날수록 김탄이 바탈이 아니라는 확신만 설뿐.

어디에서도 또 그 무엇으로도 김탄이 바탈임을 증명할 길이 없었기에 박토의 가슴에선 부화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다.

분명 지금 그는 박월의 교활한 술수에 당했다고 확신하고 있는 것.

그가 화가 나 박월에게 전화를 하려고 하는 순간 기가 막히게 그 대상에게서 전화가 왔다.

정말 당황한 박토.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그의 마음을 읽는 듯 박토가 흔들릴 때마다 박월에게서 전화가 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그런데 박월의 전화는 그를 더욱더 흔들고 있었다.

박토의 전화 진동이 이렇게 골목에 선명하게 울리는데도 김탄이 뒤를 돌아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건 말도 안 돼. 저건 완전 둔탱이다!-

순간 당했다고 생각한, 그러니까 김탄이 바탈이 아니고 또 월의 농간에 당했다고 깨달은 지금 박토의 얼굴은 무섭게 일그러졌다.

이 자식한테 한 소리 해야지라는 심정으로 그가 이어폰을 터치하자마자 버럭 소리부터 질렀다.

“나야! 네 삼촌이다! 이 교활한 자식아!”

<으렁어어 늑대 흐허러헉커 삼촌 으아아아앙.>

분명 월의 목소리인데 말소리가 아닌 짐승의 울부짖음 같은 소리에 당황한 박토.

월의 예상 밖의 대처에 잠시 머뭇거린 박토는 네가 걸려서 선수를 치는 거구나라고 생각하며 다시 소리를 질렀다.

“울지 말고 똑바로 말해! 이 자식아!”

<허억. 삼촌. 흐르흐흑. 늑대. 늑대가.. 헝 허어 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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