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롱나무가 선홍빛 꽃망울을 막 터트리기 시작할 무렵, 박영춘 시인의 시집 『이파리가 말하다』이 도서출판 ‘이든북’에서 출간됐다.

‘모든 것이 작아지기만 하고, 좁아지기만 하고,

무능력해지기만 한 상황에서 재활의 길에 들어서며

시인은 아픔을 극복하기 위해 시를 쓰기 시작했다.

시인에게 문학은 믿음이요, 사랑이요, 삶이요, 종교였다.’

박영춘 작가는 시집을 통해 그동안 살아온 세월이 마치, 종교적인 삶을 살아온 수도자의 태도였음을 밝히고 있다.

행복하기만 했던 나날인 듯했으나, 정년퇴임 5년을 앞두고 뇌졸중 뇌출혈로 쓰러지는 변고가 생겼다. 하루아침에 공직생활 명예퇴직을 하게 되었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눈앞이 캄캄했다. 우여곡절 끝에 아내가 경제활동을 시작했고, 시인은 건강을 챙기며 시립도서관에서 누에가 뽕잎을 갉아 먹듯 책들을 섭렵했다며, 시를 만나게 된 사연을 회고했다.

박영춘 시인은 2000년 창조문학으로 문단에 등단했으며, 창조문학대상, 김영랑문학상, 서산문화대상, 서산문학상, 옥로문학상, 국제문화예술대상, 베스트 탑 작가상, 초동문학상 등 많은 문학상을 받았다.

박영춘 시인의 시집 『이파리가 말하다』이 나오기까지, 책을 읽고 생각하고 시를 쓰는 것이야말로 건강의 보약이라고 여겼고, 앉으나 서나 시를 생각하고 시를 썼던 결과물이었다. 걷기운동 할 때, 텃밭에서 일할 때, 심지어 꿈속에서도 항상 시를 생각하고 시를 메모했다는 시인은, 건강도 회복이 됐고, 마음의 상처도 옅어져 활발한 문학 활동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 결과 한국문인협회감사, 한국공원문학협회고문, 계간문예작가회이사, 한국시인연대부회장, 서산향토문화연구소편집위원, 한국예총서산지부대의원, 여성문학100주년기념탑 공동추진위원장을 맡아 문학 발전에 온 힘을 쏟아부었다.

박영춘 시인의 일과는 ‘야우산방’에서 시를 쓰는 것으로 시작된다. 날마다, 달마다, 해마다, 시를 쓰고, 짓고, 다듬고, 가꾸고, 꽃을 피우듯 시 쓰기에 전념하고 있다고, 시인의 손길에 따라, 시인의 발걸음 소리를 듣고, 텃밭의 작물들은 다투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고, 그런데도 시인의 시는 텃밭 식구들만큼 열매를 맺지 못하는 것 같아 더욱 정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출간한 시집『이파리가 말하다』 에는 그동안 묵혀온 시인의 감정을 오롯하게 쏟아부었다. 박영춘 시인은 그 마음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정치인의 마음보다, 사업가의 마음보다, 공직자의 마음보다, 종교인의 마음보다, 그 누구의 마음보다 나는 농부의 마음을 제일 좋아한다. 농부의 마음에는 풀잎 이슬 같은 농심이 천심과 소통하기 때문이다. 나는 텃밭을 가꾸며, 그들과 대화 소통하며 즐거이 지낸다. 매일 텃밭에 엎드려 자연의 삶처럼 유유자적하고자 마음을 다잡아본다.’라고 말하며 시인의 자연적 삶을 솔직하게 드러내 보였다. 앞으로 박영춘 시인이 어떤 시를 쓰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 저자 소개

박영춘 시인

· 2000년 창조문학 등단· 한국문인협회감사, 한국공원문학협회고문, 계간문예작가회이사, 한국시인연대부회장,서산향토문화연구소편집위원, 한국예총서산지부대의원, 여성문학100주년기념탑 공동추진위원장 등

· 창조문학대상, 김영랑문학상, 서산문화대상, 서산문학상, 옥로문학상, 국제문화예술대상,베스트 탑 작가상, 초동문학상 등

·시집『지푸라기를 잡고서』 『들소의 노래』 『패랭이꽃』 『아스팔트 위에 핀 꽃』

『아지랑이 고개 너머 저만치』『들꽃 향기』 『석류의 진실 붉은 절규』

·산문집『 마음 나들이 생각 나들이』

·편저『 서산시 새마을 운동사』 『 서산간척지 A. B지구 어제와 오늘』 등

·공저『 한강의 시심』 『제주도 서정시』 『시인의 정원』 『시인연대사화집』 등

*이메일 byh665@hanmail.net

*휴대전화 010-5455-6498

[시, 미리 보기]

시집간 할미꽃

무덤 옆에 쪼그려 앉은 할민데

날 보고 예쁘다 하네

속만 볼그스름하지

겉은 흰 머리칼투성인데

날 보고 꽃이라 하네

겉은 젊어 보이지만

속은 썩어문드러졌는데

날 보고 아리땁다 하네

허리 고부라진 고달픔

땅에 닿도록 서러워도

울지 못하는 사연 많은 꽃

금방이라도 울음보 터질 것 같은

슬픈 추억 부둥켜안고

어렵사리 체머리만 흔드는 할미꽃

어느 날 야생화를 애호하는 노신사

나를 요리조리 뜯어보더니만

저희 집에 가서 살자 덥석 보쌈 싸네

나무만 남았네

먹고 놀 줄만 알았지

일하다 쉬러 가는 줄은 모르는 나뭇잎

연둣빛에서 초록빛으로

햇살과 즐거이 지내다 숨겼던 본색 드러내

이 색깔이 좋을까 저 색깔이 좋을까

울긋불긋 설레발치다

나비가 날아가듯 나무 곁을 떠나가네

꽃잎 이지러지고

이파리 날아가고

열매 저 살 곳 찾아가고

하나 없이 다 떠나가고

동그마니 나무만 남았네

일곱 남매 사방팔방으로

꿈 찾아 뿔뿔이 흩어지고

덩그러니 나무처럼 서 있는 어머니 아버지

마당 앞 텃밭 머리맡에 남매 허수아비처럼

나란히 서서

이제나저제나 오려나

마을 어귀로 눈길 내보내

일곱 남매 깔깔거림 시끌벅적 기다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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