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_ 4대 1 결투

거대한 충돌음과 함께 트럭의 광란의 질주가 멈췄다.

트럭은 다행히 인도로 직접 난입하지 않고 인도 직전에 세워진 교통 신호 제어기와 부딪혔다.

하지만 트럭의 가속도는 제어기가 상쇄시키지 못했기에 멈추지 못했다.

트럭은 요란스럽게 전복이 된 후 계속 이동을 하며 4차선 도로를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그렇게 트럭은 한참동안 도로의 아스팔트와 탱크로리의 마찰음, 그리고 차들과 부딪히며 내는 충돌음들을 내며 수원역 외벽에 부딪힌 후 멈추었다.

그 큰소리가 결국 기묘한 자세로 자고 있던 늑대를 벤치에서 떨어뜨렸다.

우스꽝스러운 모습이었지만 아무도 그 극대를 눈 여겨 본 사람은 없었다.

사람들의 관심은 모두 전복된 체 연기를 내뿜는 트럭에게 가 있었기 때문이다.

수원역의 아슬아슬했던 트럭의 위험이 사라지자 사람들은 다시 안정을 찾았다.

색다른 경험을 했다는 듯 그들은 지금 벌어진 일들을 열심히 가상의 세계로 나르기 시작했다.

<아. 나 죽다 살아났다. 이건 다시 태어난 거나 마찬가지야. >

<찐 대박임. 30Cm만 비켜갔어도 황천행이었음.>

<탱크로리 운전사 약 빤 듯. 아님 급발진임.>

<우와! 분노의 질주 실사판.>

저마다 손에 들린 작은 도구, 스마트 폰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는데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는 사람들.

그들이 접속한 사이버 망으로 수원역 교차로 트럭의 전복사고는 시공간을 뛰어넘어 동서남북으로 퍼지고 있을 때,

그 가상 세상의 종말을 가져올 사건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콰쾅!

엄청난 굉음을 내며 전복된 트럭의 탱크로리 트럭이 폭발했다.

사실 폭발하기 전, 인화성 물질을 탱크로리에 가득 담은 트럭은 전복 사고와 동시에 vm&p나프타를 흘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 사실은 은비사의 사람들만 알고 있었다.

모두 치밀하게 계획된 사고.

이 트럭이 흘린 vm&p나프타는 주로 페인트 희석제로 사용되는 등급 3의 인화성이 강한 휘발성 액체였다.

그 액체가 교통 제어 신호기까지 흘러갔고 작은 전기 스파크에 점화가 되어 불길이 탱크로리까지 삽시간에 번졌던 것.

결국 탱크로리가 열에 의해 강한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폭발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 큰 폭발에도 사람들은 다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사고로 수원역 인근 통신과 전기가 마비가 되고 말았다.

그들이 창조한 가상 세계의 종말.

<어머, 맛스타그램 먹통.>

<시그널이 안 잡혀.>

<깨톡도 안돼. 전화도 먹통이고.>

<폭발 때문에 통신이 마비됐나 봐.>

사람들은 통신의 마비되자 가상 세계와의 공유는 하지 못한 아쉬움을 기념 사진을 찍는 데 썼다.

여기 저기 스마트 폰으로 셀피를 찍는 사람들.

그 끝맺음을 새로운 시작으로 이어가는 듯 이미 다 끝이 난 사건 속으로 늑대가 어슬렁거리며 다가갔다.

한 눈에 봐도 이목이 집중되는 곳.

정전으로 인해 깜깜해져 버린 수원역 근처의 화려하고 커다란 불길.

그 불길을 중심으로 불나방처럼 모여든 사람들 속으로 늑대가 인서트 되려 할 때 갑자기 그 길을 막는 사람이 나타났다.

늑대의 직진을 방해하는 사람은 검은색 야구 모자를 푹 눌러쓴 채 늑대를 마치 원한 맺힌 사람인 것처럼 노려보고 있었다.

그는 은비사의 추적자 중 한 명.

늑대를 유인하기 위한 또 다른 미끼.

그걸 알리 없는 늑대는 대체 저 사람이 왜 길을 방해하는 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서 있기만 했다.

그리곤 커다란 발 모양의 손으로 나는 가던 길을 갈 테니 네가 비켜라 라고 말하고 있는 듯 휘휘 저었다.

하지만 추적자는 늑대의 바람대로 비키지 않았다.

그럼 늑대는 '내가 돌아가야지' 생각하고 움직일 거라 예상하겠지만! 무슨 이유에서 인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마치 서로 기 싸움을 하듯 그대로 서 있는 늑대.

한참을 그렇게 서로 대치하던 중 늑대가 지쳤는지 그럼 내가 돌아가겠다라는 듯 움직이기 시작했다.

늑대가 그 남자를 마구 째려보며 그의 옆을 지나칠 때쯤 갑자기 남자가 늑대의 머리를 후려쳤다.

그와 동시에 늑대 인형 머리가 옆으로 홱 돌아갔고 그 바람에 시야 확보를 상실한 늑대는 다시 머리를 제자리로 돌려 놓았다.

그리고는 남자를 가만히 두지 않겠다는 듯 쳐다보자 사라진 추적자.

당황한 늑대가 주변을 둘러보며 남자를 찾는 데 저 멀리 뒤를 돌아보며 혀를 내밀고 약을 올리는 남자가 보이자 늑대가 바로 그를 향해 내달렸다.

너 잡히면 가만 두지 않겠다는 듯 집요해 보였다.

늑대의 반응에 깜짝 놀란 추적자는 그대로 몸을 돌려 도망치기 시작했고, 그 다음부터는 세렝케티 초원 같은 쫓고 쫓기는 숨막히는 추격씬이 펼쳐졌다.

아무튼 그 모습은 2주나 굶어 뱃가죽이 등에 달아 붙은 암사자가 어린 임팔라 새끼를 쫓는 그런 모습과 흡사했다.

생존과 본능만 가득한 세렝게티 초원의 약육강식.

그 리얼리티의 현장을 마주하는 듯한 느낌..

그렇게 도망치는 추적자는 필사적이었고 쫓아가는 늑대는 집요했다.

그 집요함은 결국 조금 있으면 가냘픈 사냥감인 추적자가 늑대의 손아귀에 잡힐 위기까지 만들었다.

추적자는 그걸 모르고 있는 듯..

아슬아슬하다.

수원역을 조금 벗어나자 전력이 끊겨 생긴 어둠은 사라지고 새로운 가로등 불빛에 추적자가 본능적으로 뒤를 돌아 봤는데..

바로 코 앞까지 쫓아온 늑대가 보여 화들짝 놀란 그가 교신을 시도했다.

“여기는 알파 11. 사냥감 유인을 도와달라. 급하다. 빨리.”

추적자 알파 11이 도움을 요청하자마자 갑자기 어디선가 한 남자가 달려와 늑대와 부딪혔다.

목표 지점으로 유인하기 위해 늑대의 속도를 줄이기 위한 방편.

하지만 늑대가 본능적으로 남자를 밀쳐냈고 그 남자는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졌다.

그 이벤트는 늑대의 속도를 아주 약간 늦췄을 뿐 멈추지는 못했다.

그러자 추적자 알파 11의 인이어로 은비사의 다급한 음성이 들려왔다.

<탱고.

포인트 B에서 5시 40분 방향으로 30M 이동하라! 알파 11 두 블록 골목 안으로 들어간다!>

은비사의 명령대로 추적자 알파 11은 두 블록 지난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

당연히 그를 쫓는 늑대도 따라 들어갔고 그가 골목 안으로 들어가자 갑자기 그 주변 일대가 기다렸다는 듯 정전이 됐다.

그 이후로 한 참을 도망가던 추적자 알파 11이 갑자기 멈췄다.

더 이상 갈 수 없는 막다른 골목이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추적자가 뒤를 돌아보자 코 앞까지 다가온 늑대가 그대로 그의 몸을 들이받아 뒤로 쿵 나가떨어졌다.

나가떨어진 추적자 알파 11이 일어나기 위해 몸을 돌리고 난 후 일어나길 포기했다.

늑대가 다 잡은 물고기를 쳐다보듯 바로 앞에서 추적자를 내려다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 다급한 상황에 추적자는 이상하게도 공포에 질려 하지 않고 오히려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사냥감이 덫을 물었다. 알파 11”

턱! 턱! 턱!

추적자 알파 11의 교신이 끝나자 갑자기 공중에서 세 명의 남자가 알파 11 옆으로 떨어졌다.

미리 잠복해 있던 추적자들이 모습을 드러낸 것.

순간 전세가 바뀌자 알파 11이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일어나 늑대를 보며 씩 웃었다.

그제야 상황 파악이 된 듯 늑대가 뒤를 돌아보았다.

골목 입구를 탑 트럭이 막고 있었다.

퇴로가 막힌 것.

진퇴양난이다.

늑대가 다시 추적자들을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어쩔 수 없지 뭐 그런 말을 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사대 일.

말도 안 되는 싸움 조건.

확률적으로 이길 수 없는 싸움이라는 건 지나가는 개도 알 상황.

물론 전설의 서대문구 싸움 짱 제갈 건이 나타난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늑대 인형 탈 알바생에게는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늑대는 이런 상황을 전혀 개의치 않아 보였다.

초연한 듯 미동 없이 서 있는 늑대.

그 늑대의 자세에 외려 살벌한 기운마저 느껴졌다.

추적자 중 하나가 은비사와 교신을 시도했다.

“시에라. 늑대가 갇혔다.”

<알고 있다. 사냥감의 힘을 빼라.>

네 명의 추적자들이 조심스럽게 늑대를 빙 둘러싸기 시작했다.

그러나 늑대는 여전히 인형처럼 미동조차 하지 않았고 그런 늑대의 반응에 추적자들은 이해할 수 없었다.

보통은 소리를 지르거나 아님 도망치기 위해 준비하거나 아니면 싸울 준비를 하는 게 당연한데 왜 늑대는 그런 예상된 행동을 하지 않는 걸까?

더구나 추적자들은 탈을 쓰고 있는 늑대가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지도 읽을 수가 없었다.

아무튼 추적자들은 예측 불허, 예상 밖의 늑대의 반응에 섣불리 움직일 수 없었다.

만약 그 늑대가 초능력이 나온다면 그건 네 명의 추적자들에게 불리한 상황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저 그들은 늑대를 빙 둘러 싸고 조심스레 살피고만 있다.

마치 서로의 실력이 얼마인지.. 기세로 탐색하는 듯.

그런 추적자들에게 화가 났는지 그들의 인이어로 은비사의 화난 음성이 들렸다.

<뭣들 하는가? 움직여! 당장. 힘을 빼라고!>

비사의 명령은 즉시 긴장을 깨버렸다.

추적자 한 명이 재빠르게 늑대의 뒤로 갔다.

하지만 늑대는 그의 움직임에 동요하지 않고 마치 서서 기절한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니 추적자들이 더욱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싸움을 해서 늑대의 힘을 빼야 하는데 싸울 생각이 없는 늑대 때문에 추적자들은 조금 골치가 아프기도 했다.

에라 모르겠다 라는 듯 늑대의 뒤로 간 추적자가 늑대를 꽉 끌어안았다.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 모르지만 일단 우선 잡고 보자였던 것 같았다.

그래도 늑대는 인형처럼 가만히 서 있을 뿐이다.

이렇게 되면 추적자들이 늑대의 힘을 빼지 않아도 되는 거였다.

그냥 이대로 들고 가면 사냥은 끝이다.

너무 쉬웠던 탓일까?

다른 편에서 구경하고 있던 추적자들은 늑대의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리기 시작했다.

순간

으득!거리는 소리와 동시에 비명이 울려 퍼졌다.

“으아악!”

늑대를 껴안은 추적자가 갑자기 한쪽 무릎을 꿇더니 계속 비명을 질러댔다.

늑대가 뒤 발차기로 추적자의 무릎을 부러뜨렸던 것.

탈골이 된 듯 앞으로 꺾인 종아리를 본 추적자 일행들은 얼굴이 일그러졌다.

곧이어 늑대가 그대로 체중을 실어 추적자와 함께 뒤로 나가떨어졌다.

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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