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용주 시인
      배용주 시인

배용주 시인의 시집 『여우다방』이 도서 출판 ‘이든북’에서 출간됐다.

배용주 시인은 2004년《 한맥문학》 시 부문 등단해서 오랫동안 시를 써왔다. 이번에 출간된 시집 『여우다방』은 평범한 이야기를 연금술사처럼 특별한 이야기로 능청스럽게 바꾸어 내밀하게 속삭인 시어들로, 삶과 분리되지 않은 채 말과 말의 무리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 독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편 배용주 시인은 “내가 쓰는 시는 아프고 여린 세상의 소리를 담는 그릇이다. 어쩌면 시간의 흐름을 거슬러 물렁하고 부드러운 속살로 변해 가는 순간을 글로 표현했다. 봄바람 같은 온기가 가득한 그릇 위에 담은 시어들이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포근히 적셔주길 바란다.”라며 시집 출간의 소회를 밝혔다.

배용주 시인은 제 3회 글벗문학상 수상을 하면서 자신이 쓰고 있는 시의 음색이 달리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마치, 닮은 꼴 소리들이 살짝 발을 담그고 꿈을 향해 갔다. 좀 더 가까이 자기 내면과 마주했고, 하루치의 무게를 털어내려고 자분자분 무의식의 세계에 몰입하는 과정을 시로 표현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런 뒤에는, 시인의 뜻대로 백지 위에 나팔꽃을 피우고 해바라기 꽃을 피우는 일상을 경험했다. 그렇게 해서 시집 『여우다방』이 세상에 선을 보이게 된 것이다.

베용주 시인은 앞으로 계획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시어 하나하나가 색깔을 입혀 나아갈 것이며, 두터운 질감을 머금고 버무린 시는 흰 하늘에 아롱진 빛을 띠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먼 하늘에 걸리지 않았고 친근하게 내려놓는 그런 시를 쓸 계획이다.”라고 말이다.

배용주 시인의 시는 늘 가까이 있는 일상에서 제재를 건져 올릴 계획이며, 툭 하고 감성과 감각의 안테나를 세워 저마다의 삶의 소리를 시속에 품을 생각에 벌써 가슴이 뛴다고 말해 앞으로 어떤 시를 쓸지에 귀추가 주목된다.

■ 저자 소개

배용주 시인

·2004년《 한맥문학》 시 부문 등단

·글벗문학회 회원

·대전문인협회 시분과 이사

·한국문학작가연합 회원

·현대시문학 회원

·한맥문학회 회원

·한국스토리문인협회 회원

·시집『 무등의 나비 꿈』(이든북, 2020) 출판

·시집『 여우다방』(이든북, 2023) 출판

·대전문화재단 예술창작지원금 수혜(2020)

·대전문화재단 예술지원금 수혜(2023)

·제3회 글벗문학상 수상

 

[시 ]

어머니의 꽃신

울 어머니 샐빛 나절에

진등산 밭에 다녀오셨는지

흙 묻은 고무신 고이 놓였습니다

깨꽃이 달큰하게 익어가고

재두루미 모가지 같은 수수밭

여름의 끝 종이 울리면

풀매미 휘파람 소리와

미루나무 블루스를 버무려

고무신 코 위에 꽃잎 하나 피웠습니다

휘어진 세월 짚으시며 받아둔 빗물에

씻어 말린 고무신에 사철 고우시라

꽃 몇 송이 그립니다

“야야 뭐 한다고 그러냐”

말리시던 울 어머니 입가에

화사한 갈꽃이 핍니다

소나기 꼬리 끝을 붙잡고

고추잠자리 하늘하늘 날아와

꽃신 위에 새초롬히 앉습니다

 

처음과 또다시 처음

할머니 시집오실 때

찔레꽃 곱디곱게 피어

바람에 꽃잎 날리던 그 길 따라 시집오실 그때

장독대 옆 앵두나무

오월에 향긋함 피고 지고 피고 지다

할아버지 할머니 가을 강 건너시고

아버지 어머니도 팔순 고개 오르시던 그 여름

질리도록 꽃 무더기 피어

달빛마저 무거워 가지는 휘고 휘어

봄비 젖은 꽃들 소르르 저버린 밤

피고 지고 바람에 흩어지길 몇 날

연분홍 접시꽃잎 시들고 말라

종아리에는 혹하나

시시해진 쭈글탱이 몇 알

풀벌레 소리 따라

죽자 살자 자리 잡은 밑동에 톱질해 본다

종아리를 자르고

허리 어깨 가슴을 토막 내고

풀어 헤친 머리카락 단정히 잘라 불사르고 보니

이제야 죽어버린 앵두나무 우물가에

할머니 접시꽃도 잊힌 지 오래

죽여야겠다던 작심도 시들해질 때쯤

질기고 질긴 목숨이라

여린 새순 간밤에 겨울 짐승 하나 먹고

팔뚝만큼 올라오다

염치없는 손길에

무미한 장난질에 무릎이 꺾어버렸는데

처음부터 그런 마음 아니었어

죽자 살자 용쓰는 게 안쓰러워

죽는 게 편할 수 있겠다 싶었어

살다 보니 죽음도 무던함이란

또 다른 처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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