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_다시 살아난 히어로. 김탄. 하지만 또다른 죽음이 시작되다.

아까 전 그가 오지랖을 떨며 트럭을 구경하다 본 것이었다.

그때 장씨는 그가 본 걸 아무도 믿어주지 않을 거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야반도주, 도둑질, 은밀한 회동, 잠입, 탈주, 강간, 고의적으로 계획된 살인.

주로 깊은 밤에 이루어지지 않던가?

어두운 것들은 어두운 밤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니까 말이다.

어둠은 악마 빛은 천사라는 걸 유치원 생도 알 듯.

장씨는 어둠 속에서 본 오성 마크는 그 누가 봐도 어둠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선명한 증거를 장씨밖에 보지 못했다.

또 그가 예상한대로 경비 박팀장에게 조금 전 말해 보았지만 역시 믿지를 않았다.

더군다나 사회적으로 명망 높은 기업.

게다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왕종철이 총수로 있는 대기업.

바로 그 대기업 오성에서 야반도둑질이라..

말이 되는가?

그 누가 믿겠는가?

아마 증거를 들이 밀어도 모함 또는 조작이라며 되려 큰소릴 칠 것이다.

하지만 도둑질은 사실이었다.

진실이었지만 장씨는 입을 닫고 말았다.

혼자 조용하면 없었던 일이 되어 버리니까..

박팀장과 장씨가 크레이터 위로 완전히 올라서자 운석은 탑 트럭에 실린 체 어딘가로 떠날 준비를 마쳤다.

국가 위기관리센터 요원 은비사는 경비들에게 간단한 손 인사를 한 후 그의 차에 올라탔다.

은비사가 탄 차는 탑 트럭과 함께 운석 추락 현장을 부리나케 떠났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장씨가 중얼거렸다.

“인쟈. 가는가 보네. 한 바퀴 돌고 잠이나 자야 겄다.”

박팀장이 장씨의 어깨를 손으로 툭 쳤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장씨가 깜짝 놀라 돌아봤다.

“형님. 너무 웃겼어요.”

여운이 가시지 않은 듯 박팀장의 얼굴엔 웃음기가 가득했다.

“아이고. 그만 놀려. 농담이었으니께. 얼른 한 바퀴 돌고 자자고. 아 참. 돌 필요 없겠네. 운석이 없잖여.”

“무슨 소리예요. 그래도 할 일은 해야죠. 여기 장비들도 지켜야 하잖아요.”

“아. 그러네. 운석만 소중한 줄 알았지. 그럼 각자 한 바퀴 돌고 오자고.”

박 팀장과 장 씨는 의례적인 순찰을 돌기 위해 각기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하지만 장씨의 발걸음은 무겁기만 했다.

그의 머릿속에 꽉 들어찬 생각 때문이었다.

그것은 바로 이것이었다.

운석을 왜 오성에서 야반도둑질까지 해가면서 가져가는지에 대한 의문.

그리고 왜 정부의 재산을 사기업에서 탈취하는지에 대한 의문.

아무리 생각해도 장씨는 알 길이 없었다.

당연히 모를 수밖에.

그는 운석의 비밀을 모르는 자였기 때문이다.

바로 운석 속에 바탈스톤이 들어 있다는 비밀.

그 바탈 스톤이 들어있는 운석은 이동을 하고 있었다.

웃기지 않은가?

모든 소유할 수 있는 가치 있는 것은 사람들이 가만히 내버려 두질 않는다.

바탈 스톤이 운석이 아닌 그냥 돌이었다면 천 년이 흘러도 만 년이 흘러도 그 누구 하나 눈길 조차 주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은비사가 탈취한 운석은 대한민국의 가장 큰 부자의 품으로 가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가치가 움직이면 그 소유자에게 보고가 되는 법.

NSC를 사칭한 운석 탈취범인 은비사가 그 소유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왕종철이었다.

“비사입니다. 뒤 탈 없게 잘 처리했습니다.”

“자알 했다. 운석은 확보했고…. 그럼 추적 시스템은 어떻게 됐나?”

“물론 끝마쳤습니다만 통신실로부터 아직은 아무런 반응이 나오지 않는다고 보고를 받았습니다.”

“아니야. 나타날 게야. 명심해라. 비사야. 반드시 우리가 먼저 찾아야 하네. 알겠나?”

“걱정 마십시오. 회장님. 꼭 찾아내겠습니다.”

이런.

왕종철의 욕심은 끝이 없는가 보다.

분명 추적 시스템이라고 했다.

그럼 또 다른 무언가를 찾는다는 뜻이다.

뻔하다.

왕종철이 먼저 찾겠다는 건 바로 우리의 히어로 바탈이었다.

하지만 우리의 바탈 김탄께서는 지금 시체만 들어갈 수 있는 영안실에 누워 계셨다.

죽었다는 의미.

하얀색 시트가 머리까지 덮여 있는 체 말이다.

그이 발가락에는 사망 날짜가 적힌 태그까지 달려 있었다.

그리고 그 태그에는 정확히 김탄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김탄은 곧 차가운 냉장고에 들어가기 위해 잠시 대기하고 있었다.

이제 그 시간이 된 듯 김탄의 시신을 실은 카트가 이동했다.

가족도 없고 친척도 없는 무연고자 김탄의 시신 절차는 간단했다.

사망진단서를 발급 받고 냉장고로 들어가면 끝이었다.

그 다음 화장터 예약 날짜에 맞춰 꺼낸 후 화장터로 보내면 영안실에서 할 일은 끝나게 되는 것이었다.

그 절차 중 시신을 보관하기 위해 카트가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덜컹거리는 느낌에 김탄이 순간 눈을 떴다.

김탄의 눈에 얼굴을 덮고 있는 하얀색 천이 보였다.

‘여긴 어디지? 우린 집엔 이런 이불이 없는데?’

낯선 이불의 정체에 대해 김탄이 한참 고민하고 있을 때 카트가 멈췄다.

영안실 직원이 시체 보관 냉장고 문을 열었다.

그때 김탄이 얼굴을 덮고 있던 천을 손으로 걷었다.

“아이 씨. 깜짝이야!”

영안실 직원과 김탄이 입에서 동시에 쏟아낸 말이었다.

낯선 남자에게서 위협을 느낀 듯 김탄이 벌떡 일어났다.

순간 그는 자신이 실오라기 하나도 걸치지 않은 알몸이라는 걸 알아챘다.

김탄이 시트를 끌어당겨 몸을 가리며 생각했다.

‘뭐지? 대체. 다다다다다다.. 당한 거야?’

순간 김탄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19년간 어쩔 수 없이 지켜온 정절을 한 남자에게 빼앗겼다고 생각한 김탄은 영안실 직원을 원망하는 듯 쳐다 보았다.

“살아 나셨어요?”

“네?”

“살아 나셨냐고요?”

“네?”

“죽었다 살아나서 정신이 없는가 보네. 이게 몇 개죠?”

영안실 직원이 손가락 두 개를 펴 김탄의 얼굴 앞에서 흔들었다.

두 개였다.

정확히 김탄도 손가락 두 개라는 걸 알았다.

하지만 김탄의 입에선 말이 나오질 않았다.

죽었다니. 내가?

김탄의 머릿속엔 온통 이 생각 뿐이었다.

그가 얼 빠진 얼굴로 그제야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 영안실은 이렇게 생긴 곳이구나.

김탄이 영안실을 첫 대면하고 든 생각이었다.

죽어서나 혹은 그 죽음과의 관계자만 들어올 수 있는 곳.

이제 김탄은 산 자가 됐으니 이 영안실을 떠나야겠지?

하지만 바로 보내주지 않았다.

병원 측에선 조금만 검사를 해보자며 그의 귀가를 늦추게 만들었다.

그 제안에 동의를 하기 했지만 김탄은 정말 빨리 집에 가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아무리 병원에 잘 곳이 있다 해도..

나의 스위트 홈은 아니니까..

스위트 홈은 아니더라도 휴식처로 돌아가고 싶은 한 남자를 억지로 잡아 끄는 사람이 있었다.

운석 추락 현장 경비 박팀장이었다.

“아, 진짜 무슨 소리가 들렸다니까요. 빨리 가 봐요.”

박팀장이 장씨의 팔을 억세게 잡아 끌며 산 속으로 들어갔다.

“아, 뭐가 있다 그랴. 있어 봤자 어쩔겨? 지킬 것도 없는디. 빨리 돌아가서 자자고.”

“아이고. 진짜 모르는 소리 하시네. 장비 지켜야죠.

만약 진짜 도둑 맞았다가 배상이라도 들어오면 아재가 책임 질 건가? 독박일 텐데..”

갑자기 장씨가 화가 난 듯 박팀장이 잡은 손을 홱 뿌리쳤다.

박팀장이 깜짝 놀라 장씨를 쳐다보자 그가 품에서 손전등을 꺼내며 말했다.

“어느 쪽이여? 소리가 난 쪽이.”

박팀장이 손으로 가리키자 장씨가 앞장을 섰다.

사익의 손해의 두려움이 공익의 손해의 두려움을 이긴 순간이었다.

누군들 손해 보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또 그 손해가 가진 것보다 더 잃게 만들어 마이너스가 된다며?

그건 일급 발암 물질보다 더 강력하게 사람을 병들게 할 것이다.

학자금 대출, 마이너스 통장, 자동차 할부, 주택 담보 대출.

다들 겪어보지 않았는가?

마이너스에서 시작하는 기분이 얼마나 불안한지를..

장씨도 마이너스가 되기 싫었다.

그의 방만한 태도가 적극적인 태도로 돌변한 이유였다.

“어? 저기 불빛!”

박팀장의 말에 장씨가 눈에 불을 켜고 소리쳤다.

“어디여?”

박팀장이 손으로 가리키자 장씨가 곧장 그곳으로 무섭게 향했다.

마치 진짜 도둑이면 그 자리에서 때려 잡을 듯..

산 기슭을 오르자 편편한 평지가 나왔다.

평지여도 산이었기에 나무가 빽빽했다.

5월의 신록은 하늘에 뜬 달빛을 가렸고 그 때문에 산 속은 칠흑같이 어두웠다.

가끔 들리는 뻐꾸기 소리.

바싹 마른 나뭇가지를 밟는 소리.

그 소리들이 오히려 한 밤 중 산 속의 적막함을 더했다.

갑자기 앞서 가던 장씨가 뒤를 돌아 보았다.

“아따, 멀리도 왔네. 대체 어디 있다는 겨? 잘못 본 거 아녀?”

장씨의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가 산 속에 메아리졌다.

“분명 불빛을 봤다니까요. 조금만 더 가보자고요. 확실한 게 좋잖아요.”

박팀장의 말이 옳았다.

뭐든 확실해야 뒤탈이 없고 손해가 없으니까 말이다.

장씨는 그 법칙을 잘 안다는 듯 계속 산길을 걸었다.

한참을 가던 그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다.

“힉? 저게 뭐여?”

장씨가 플래시를 휘두르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던 그가 갑자기 멈추더니 오만 짜증이 난 듯 소리쳤다.

“에이 씨. 뭐여. 절벽이잖여.”

길을 잘 못 든 걸 깨달은 장씨가 뒤로 돌았다.

순간 박팀장의 장씨의 배를 발로 찼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으아아아악!”

장씨는 비명과 함께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얼마나 높았는지 그의 비명 소리는 한참을 이어졌다.

시간이 조금 지나고 비명이 멈췄다.

깊은 산 속은 이내 원래의 적막하고 고요했던 상태로 돌아왔다.

박팀장이 손전등으로 절벽 아래를 비추었다.

까마득한 절벽 아래 장씨의 시체가 보였다.

절대 살 수 없는 높이였다.

박팀장이 안심한다는 듯 씩 웃었다.

“나도 뭐… 이렇게 까지 하고 싶진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어. 장 씨.

그러길래 오성 마크를 보지 말았어야 해.“

완벽한 살인이었다.

설령 시신이 발견 되어도 실족사 처리가 될게 분명했다.

박팀장이 되돌아 오는 길 그가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며칠이 지나면 완전한 보름달이 되는 달이 떠 있었다.

“달과 나밖에 모르는 거지. 훗’

완전 범죄를 저지른 완벽함에 흥이 났는지 박팀장이 휘파람으로 노래를 흥얼거렸다.

휘파람 소리가 깊은 산 속에 울려 퍼졌다.

이렇게 깊은 산에서 박팀장은 장씨를 쥐도 새도 모르게 죽였다.

박팀장이 쥐도 새도 모르게 장씨를 죽인 것처럼..

여기 쥐도 새도 모르게 은밀한 작업을 하는 이들이 있었다.

소음이 심한 곳.

삼디 업종이라고도 부르는 곳.

아니 어쩌면 그것이 정확히 맞을지도 모르는 곳.

바로 오성통신센터 IDC룸.

빼곡하게 들어 찬 서버와 콘솔들이 내는 소음 속에서 은밀하게 위대한 일을 하는 사람들.

바로 나채국과 오강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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