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 수필가는 6월 『앞에 가는 사람 뒤에 오는 사람』을 도서출판 이든북에서 출간했다.

문영 수필가는 군산 출생으로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했다. 그런 탓인지 생활 속에서 경험하고 느꼈던 감정을 글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작가가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1998년부터 시작됐으며 무려 25년 동안 계속됐다. 초기에 쓴 글은 주제와 에피소드만 살린 단순한 글이었다가 점점 작자의 숨결을 담아 쓰는 방법을 알게 되면서, 문학성과 삶의 철학을 글로 표현하게 되었는데 작가는 그 과정 또한 수필이었음을 서문에서 에둘러 표현하기도 했다.

문영 수필가는 수필집 『앞에 가는 사람 뒤에 오는 사람』이 출간하기까지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던 글을 한 권으로 책으로 묶는데 큰 보람을 느꼈다며 책을 묶는 과정을 밝혔는데,

‘나의 글쓰기는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고, 나의 답답한 속내를 털어놓기 위한 것이었다. 글을 쓰며 해방감을 느꼈고 스스로 위로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내 글은 나름 열심히 살았던 흔적이며 탈출구였다.

이제는 수필 어떻게 쓸까? 하고 머리를 싸매지는 않으려 한다. 좋은 글이 안 써진다고 초조해하지 않기로 했다. 고민하지 않기로 했다. 능력이 없는데 안달한다고 안 될 일이 될성싶지 않다. 그렇다고 글을 안 쓸 수는 없다. 내가 나를 위해 할 수 있는 단 하나의 방법이고, 가장 즐거운 일이 글 쓰는 일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번에 출간한 수필집 『앞에 가는 사람 뒤에 오는 사람』 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1부와 2부는 ‘계간 수필’과 ‘에세이 문학’에서 추천해준 작품을 묶었으며, 3부는 문학춘추에서 추천해준 작품을 중심으로 실었다. 4부는 오래전에 쓴 작품을, 5부는 충남문학에서 추천받은 작품과 실험적 작품을 실었다. 5부에서는 독자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는 글을 실었다.

■ 저자 소개

지은이_문영 수필가

·전북 군산 출생

·초등교사 역임

·계간 수필, 에세이문학 등단

·충남문학 신인상

·문학춘추 신인상

·한국문인협회 서천군지부장 역임

·서천군 문해교사 협의회 회장 역임

·저서 『그자리에 서서』 ( 수필집-2009)

『집콕육아 따라하기』 (할머니의 육아일기-2021)

『앞에 가는 사람 뒤에 오는 사람』 (2023)

*도서 주문: 도서출판 이든북 (042-222-2536)

e-mail : ansdud515@hanmail.net

[작품 읽기]

뻐꾸기를 위한 변명

뻐꾸기 울음소리가 지루한 유월의 시간에 수를 놓는다. 농수로의 갈대밭 위 전깃줄에서, 멀지 않은 숲속 어딘가에서 뻐꾸기가 한참씩 울다가 간다. 뻐꾸기 소리가 휘파람새나 꾀꼬리 소리보다 더 아름답다고 말할 수 없는데도 그 소리는 나의 마음속에 들어와 한참씩 머물다 간다. 문득 ‘외할머니 편찮으실 때보다 너희들 아플 때 더 가슴이 타들었다.’ 하시던 어머니 말씀이 떠오르고, 살아오며 짓눌러 놓았던 서러움이 울컥 솟아오르기도 한다.

오뉴월 땡볕에서 밭을 매는 어머니에게 물 주전자를 들고 갈 때면 영락없이 뻐꾸기가 울었다. 따비 밭머리 소나무 꼭대기에 앉아 꼬리를 까딱까딱 흔들어가며 울어댔다. 그때는 몰랐다. 빈털터리가 되어 고향에 돌아온 어머니는 자식들 굶길까 걱정하셨고, 뻐꾸기는 따비 밭머리 어딘가 뱁새의 둥지 속에 넣어둔 알이 걱정되어 그리 울어댔다는 것을.

‘뻐꾸기의 탁란’에 대한 동영상을 본 뒤부터 뻐꾸기를 좋아하지 않게 되었다. 제 자식 하나 키우지 못하고 작은 뱁새의 둥지에 슬쩍 알을 낳아 놓는가 하면 뱁새가 눈치챌까 봐 알의 색깔은 물론 숫자까지 맞춰 놓는 야비한 놈을 누가 좋아하겠는가. 뻐꾸기 새끼란 놈은 또 어떠한가. 갓 부화한 뱁새 새끼들을 사력을 다해 밖으로 밀어내고 둥지를 독차지한다. 제 몸피의 몇 배나 되는 뻐꾸기 새끼를, 그것도 제 새끼 죽인 놈인지도 모르고 양육하는 어리석은 뱁새가 안타까웠다. 남의 새끼 키워내는 숙명을 안고 살아가는 녀석이 가여웠다.

뻐꾸기가 아름다운 소리를 갖게 된 것은 제 의지와는 아무 상관이 없었을 것이다. 마음이 너그러우신 신은 뻐꾸기 소리를 모두에게 들려주고 싶으셔서 들에 내려와 알을 낳게 하신 것은 아니었을까? 노래하는 의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지 않을까 봐 새끼를 키우는 행복마저 빼앗아 버리고 한 둥지에 한 개씩 탁란하라 이르셨는지도 모른다.

아름다운 목소리를 얻은 죄밖에 없는 뻐꾸기는 금쪽같이 귀한 자식을 업둥이로 들여보내고 여름내 자식을 맡긴 집을 찾아다니며 목구멍에서 피가 흐를 때까지 외쳤으리라. ‘내가 네 어미다.’, ‘내가 네 아비다.’하고. 남의 손에 부화와 양육을 맡겨 놓으니 안심할 수 없어서 여러 곳에 탁란할 수밖에 없었으리라. 자식을 그리 키울 수밖에 없는 운명이지만 제 자식이 부모를 몰라보면 어쩌나 하고 얼마나 가슴 졸였을까. 어미처럼 뻐꾹 뻐꾹 울지 못할까 봐 걱정되어 여름내 들판으로 내려와 새끼들을 찾아다니며 울어댔으리라. 그래서 뻐꾸기 소리가 그렇게 애절하게 들리나 보다.

뻐꾸기가 우리나라에 머무는 기간은 고작 삼 개월밖에 안 된다고 한다. 그 기간을 새끼 키우는 데 전념했다면 우리는 아름다운 뻐꾸기 소리를 듣지 못했을 것이다. 그 소리에 영감을 얻은 예술 작품도 물론 탄생 되지 못했을 것이다. 자식 키우는 재미를 빼앗고 노래 부르는 업을 내린 신은 뻐꾸기의 번식을 보장해주어야 했기에, 작은 뱁새를 택해 탁란하라 이르셨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부화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야비한 방법으로 진화해 가는 것도 묵인해 주셨으리라.

험난한 세상에 새살림을 마련한 아들 내외는 제 새끼에게 더 많은 것을 주기 위해 자청하여 뻐꾸기가 되었다. 돌도 안 지난 어린 것을 처가에 맡기고 금요일 저녁이면 부리나케 찾아간다. 낯도 가리지 못하는 어린 것이 아비 어미 잊을까 봐 뻐꾹 뻐꾹 우는 새가 되었다. “내가 네 어미다.”, “내가 네 아비다.”하고.

메마른 둥지에서 손주를 키우느라 허리 굽은 사돈 내외는 곰실 곰실 자라는 손주 재롱에 뼈마디 주저앉는 것도 잊고 웃음꽃이 피지만, 다 자라서 제 어미를 따라가면 어찌할지 걱정이 태산이란다.

우리는 여건이 되지 않아 손주를 돌볼 수 없으면서도 손주 덕에 자식들 얼굴을 자주 볼 수 있는 사돈네가 부럽다. 그러나 아들 내외가 둘째를 갖게 되면 사돈한테만 육아를 떠맡길 수 없으니, 우리도 또 다른 뱁새가 되어 뻐꾸기의 탁란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부모인 우리는, 제 자식 옆에 머물고 싶고 기억되고 싶어 한다. 정작 누군가의 자식이었던 때는 부모님이 우리 곁에 머물고 싶어하고 기억되고 싶어 하셨다는 것을 모르고 살았다.

(2020. 계간 수필 천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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