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_운석이 만들어 낸 또 다른 새로운 이야기.

죽음 이후를 경험해 본 적이 있는가?

없다면 미래의 히어로 김탄의 죽음 이후라도 겪어 보시라.

김탄의 죽음.

그건 암흑이었다.

말 그대로 깜깜한 세상이었다.

그 세상은 먹물이 공간에 가득 찬 것 같은 끝없는 암흑이었다.

그 새카만 공간에 공중에 부양하듯 떠 있던 김탄은 갑자기 아래로 천천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심연의 나락이라는 게 이런 걸 말하는 것일까?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공간 속으로 빨려가듯 김탄은 계속 아래로 떨어지고 있었다.

파밧~ 파밧~

어디선가 신비한 파열음이 들렸다.

그러자 심연으로 떨어지던 김탄의 몸이 멈췄다.

태초에 우주가 생성되듯 한 점의 빛이 생기더니 빅뱅처럼 폭발했다.

검은 먹물을 다 집어 삼킬 정도로 환한 빛은 순간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졌다.

대신 신비한 빛들이 만들어졌다.

빛들은 영롱하고 찬란했다.

이 세상의 모든 빛을 담은 듯 아름다운 무지개 색이었다.

게다가 생명이 있는 것처럼 살아 있는 듯 움직이기까지 했다.

빛이 누군가를 찾는 듯 유영을 했다.

그 누군가는 바로 김탄.

김탄 앞으로 다가온 신비한 빛들은 원래 김탄에서 나온 것이라는 듯 그의 몸으로 흡수되었다.

유일한 신비한 빛들이 사라지자 김탄의 죽음 이후의 공간은 다시 암흑으로 되돌아갔다.

이게 끝이라고?

아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빛들이 일을 시작했다.

김탄의 몸 속으로 들어간 무지개 색 빛 물질들은 김탄을 부지런히 바꾸고 있었다.

첫 번째로 김탄의 뇌의 신경망을 다시 재구성을 했다.

그리고 온 몸의 세포와 신경들도 바꾸어 버렸다.

이제 깨우면 끝난다.

자동 입력된 프로그램처럼 김탄이 재부팅이 되었다.

전기 스파크가 일고 김탄의 모든 세포들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인 에너지가 공급되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고 그랬던가?

맞다.

김탄은 히어로가 되기 위해 새로운 몸을 부여 받았던 것이다.

그래서 죽었던 것.

죽음은 새로운 생명의 시작.

그리고 새로운 생명은 새로운 운명의 시작.

김탄은 그 새로운 운명도 부여 받았다.

신우 프로텍 직원 김탄에서 바탈 김탄으로..

하지만 지금쯤이면 김탄은 깨어났어야 했지만 깨어나지 못했다.

영안실 냉장고로 들어가기 전에 김탄은 무조건 깨어나야 하는데..

이런.. 큰일이다.

하지만 사망 선고가 내려진 김탄은 절차대로 영안실로 향하고 있었다.

그가 살아났다는 사실은 아무도 몰랐으니까 말이다.

재수가 없으면 새로운 몸을 받아도 죽게 된다.

모든 일이 생각대로 계획대로 되면 좋으련만..

어째서 모든 일에는 머피의 법칙이 적용되듯 어긋나게 되는지..

김탄의 죽음이 개죽음이 되면 안되는데.. 쩝.

어쨌든 이 모든 일은 하늘에서 떨어진 운석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

이 모든 일의 원인인 바탈스톤이 운석 속에 들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제기랄.

어쩌면 사건 유발 물체일지도 모르는 바탈스톤.

이 바탈스톤이 들어 있는 운석 때문에 또 다른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어디냐고?

바로 운석이 떨어진 운석 크레이터 현장이었다.

운석 현장에서 의례적인 순찰을 돌던 경비 장씨의 눈에 멀리 불빛이 보였다.

60대 장년인 그는 눈이 좋지 않았는지 눈을 찌푸렸다.

“도대체 뭐가 오는 거여?”

자세히 보니 자동차 헤드라이트 불빛이었다.

“차가 오는 가 본디? 아니 오밤중에 뭔 차여?”

시계를 보았다.

밤 9시 30분.

누군가 운석 현장을 방문을 한다면 현장 경비에게 보고가 왔을 것이다.

하지만 장씨는 보고를 받은 적이 없었다.

이례적인 일이었다.

장씨는 그대로 몸을 돌려 임시 숙소로 가져다 논 콘테이너 박스로 향했다.

“아이고, 교대한 지 30분도 안됐는데 깨우면 지랄하것고만.. 뭐 어쩌겄어. 비상 시니께.. 흐흐흐”

동료 경비는 잠을 자고 있었다.

장씨가 콘테이너 문을 열고 소리쳤다.

“어이, 박 팀장!! 어여 일어나 보라고! 비상이여!”

장씨가 천장이 뚫어져라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통에 박 팀장이라는 남자가 오만상을 찌푸리며 일어났다.

“아우 씨. 갑자기 왜 그래요?”

“일어나야겄어. 뭐가 오는디?”

“네? 뭐가요?”

“차가 와.”

“차요?”

“그려. 것도 한 대도 아닌 한 석 대 되려나?”

박팀장이 다급하게 콘테이너 밖으로 나왔다.

진짜 장씨의 말대로 멀리 자동차 불빛이 보였다.

깜짝 놀란 박팀장이 어안이 벙벙한 듯 장씨를 쳐다보자 그가 박팀장이 자느라 새집을 진 곱슬머리를 가리켰다.

머리를 단정하게 매만 진 박팀장이 말했다.

“아무런 연락도 없이 왠 차가 오는 거죠?”

“아, 그니께 비상이라고 했잖여. 참..”

말 그대로 밤중 불청객이었다.

장비가 들어오기 위해 주변 나무를 급하게 정비한 도로 끝으로 불청객이 멈춰 섰다.

탑 트럭 2대와 검은색 중대형 세단이었다.

박팀장과 장씨는 그들을 경계하며 천천히 그곳으로 향했다.

일단 적대적인 조짐은 없었다.

검은색 세단 뒷좌석에서 한 남자가 문을 열고 나왔다.

넥타이까지 정갈하게 맨 슈트를 말끔하게 차려 입은 30대 중반의 키가 큰 남자였다.

머리 스타일은 젠틀한 베이직 포마드 스타일이었다.

한마디로 댄디했다.

날카로운 눈과 높은 콧대에 갸름한 얼굴형 때문인지 남자였지만 여자처럼 곱상했다.

하지만 다부진 골격과 운동으로 단련된 근육은 옷으로도 감출 수 없었다.

몸만 딱 봐도 한 싸움 하게 생겼다.

이 남자의 이름은 은비사.

그에게 경비 박팀장이 경계하며 물었다.

“무슨 일이시죠? 연락이 없었는데 허가는 받고 오신 겁니까? “

은비사는 품에서 배지를 꺼내 경비들에게 보여 주었다.

“수고가 많으십니다. NSC에서 나왔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운석 이동 명령이 떨어져서 그렇습니다만 협조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경비 박팀장이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는 듯 물었다.

“아니, 이 밤 중에 말입니까?”

“그러게나 말입니다. 저야 뭐 알 턱이 있겠습니까?

그저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할 뿐이죠.

운석 이동명령 공문을 한 번 확인해 보십시오. 전송이 완료되었을 것입니다.”

모든 의심은 확인을 하면 끝나는 거였다.

특히 공인된 공문은 그 위력이 큰 법이었다.

박팀장은 스마트 폰을 열어 경비 시스템 앱을 실행시켰다.

NSC에서 보낸 공문이 와 있었다.

그가 안심했는지 긴장했던 얼굴이 풀렸다.

그리고는 옆에 있는 장씨에게도 보여줬다.

“됐네. 맞어.”

장씨가 그도 안심했다는 듯 말하자 박팀장이 은비사에게 말했다.

“확인했습니다. 진행하셔도 좋습니다.”

살짝 경직되어 있던 은비사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가 같이 온 인부들에게 수신호로 명령을 내리자 탑 트럭이 운석 충돌로 생긴 크레이터 끝까지 이동한 다음 멈추어 섰다.

인부들은 마치 미리 연습이라도 하고 온 듯 장비를 챙기고 충돌구 안쪽으로 들어갔다.

한치의 머뭇거림도 없었다.

정말 그들의 행동은 깔끔하고 깨끗했다.

장씨가 감탄했다.

“이야. 대단하구먼. 여길 미리 와 본 것 같아.”

오지랖 넓고 호기심 많은 장씨가 탑 트럭 주변을 기웃거리며 어슬렁거렸다.

곧바로 은비사에게 걸려 제지를 당하고 쫓겨났다.

장씨는 기분 나쁘다는 듯 투덜거리며 동료 경비인 박팀장이 있는 곳으로 갔다.

그는 이미 충돌 크레이터 안으로 들어가 있었다.

마치 인부들을 감시라도 하는 감독관처럼..

인부들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보통 일을 할 때 말하지 않던가?

지시 사항이라던지 혹은 요구 사항리라던지..

이들은 정말 일반 인부들과는 달랐다.

국가 위기관리 센터에서 고용한 자들이어서 그랬던 것일까?

마치 자로 잰 듯. 이미 미리 끼워 맞춘 것처럼 운석을 특별한 상자에 넣고 상자를 로프로 묶은 다음 크레인 훅에 걸었다.

이 모든 과정을 진행 하는데 있어서 인부들은 한치의 오차 없는 로봇같이 움직였다.

크레인이 상자를 탑 트럭 쪽으로 천천히 옮기기 시작했다.

이 모든 과정을 지켜 본 장씨는 또다시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하이고~ 완전 선수네 선수.

뭔 일을 저렇게 잘햔댜. 미리 연습이라도 하고 왔나? 한 백 번은 더 해 본 솜씨여.”

“잘하긴 잘하네요. 아무래도 나라 일인데 아무나 쓰겠습니까?”

경비 박팀장도 장씨의 말에 동의하고 있었다.

하지만 감탄은 하지 않았다.

대수롭지 않다는 박팀장의 반응에 장씨가 기분이 나빴는지 입을 샐쭉거렸다.

장씨는 박팀장이 자신의 감정에 이입하길 바랐다.

그럼으로써 그 화제의 중심에 서고 싶었던 모양이다.

대화가 단절되자 다시 삭막한 분위기가 흘렀다.

시간이 조금 흐르고 박팀장은 충돌 크레이터 안에서 더 이상 볼일이 없다는 듯 위쪽으로 올라갔다.

장씨도 곧바로 따라 붙었다.

“근디, 박 팀장. 쟤네들 어디서 왔다고 그랬지?”

“NSC요. 국가 위기관리 센터. 아까 들었잖아요.”

“그려? 근디…. 내가 볼 땐 말여. 쟤네들 그거 아닌 것 같어. 쫌 수상 혀.”

갑자기 박팀장이 걸음을 멈추었다.

낚싯대에 찌가 물린 듯 장씨가 씩 웃었다.

계속 시큰둥하게 있던 박팀장이 이제서야 장씨에게 관심을 보였기 때문이었다.

“왜요? 공문도 진짜였고 신분도 사실이었어요. 그런데 왜 아닌 것 같은데요?”

말을 마친 박팀장은 심각해 보였다.

그런데 갑자기 장씨가 주변을 살폈다.

마치 누가 엿듣는 사람이라도 있는 것처럼..

장씨의 행동에 박팀장도 그를 따라 했다.

아무도 없었다.

박팀장은 장씨의 행동에 당황했다.

이상하긴 했으니까 말이다.

그렇다고 장난도 아니었다.

정말 장씨는 진지했고 또 두려워하는 표정이었다.

“왜 이래요? 뭐 못 볼걸 본 사람처럼.. 뭐 봤어요?”

“어떻게 알았댜. 나 실은 말여. 아까 전에 저~어기 트럭서… 오성 마크를 봤어.”

박팀장은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 이후 박팀장은 잠시 생각을 하는 듯 말이 없었다.

장씨는 의기양양한 듯 그런 그를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박팀장이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하. 오성? 지금 오성이라고 하셨어요? 오성 그룹이요?

에이~ 아재도 참. 그런 큰 대기업이 뭐 하러 저런 돌덩이를 가져가요.

말이 되는 소릴 하세요. 뭘 잘못 봤겠죠.”

“진짜여.”

“농담하지 마세요.”

“어떻게 알알댜. 농담인거. 안 속네.

박팀장이 오늘따라 이상하게 너무 말이 없어서 내가 웃겨주려고 농담 좀 했지. 으흐흐흐.”

그의 바람대로 박팀장은 너무 웃겨 죽겠다는 듯 깔깔 거리며 웃었다.

그러던 그가 웃음을 멈추고 운석을 쳐다보았다.

상자 속에 담긴 운석은 지게차 포크 위에 실려 있었다.

그가 다시 고개를 돌려 장씨를 쳐다보았다.

장씨도 운석을 보고 있었다.

그러나 장씨는 사실 운석을 보고 있던 게 아니라 탑 트럭을 보고 있었다.

같은 방향에 있었기에 박팀장의 눈에는 그가 운석을 보고 있다고 착각을 한 것이다.

운석보다 장씨의 관심을 더 끌게 만든 탑 트럭.

그 트럭에는 장씨 말대로 진짜 오성 그룹 마크가 붙어 있었다.      다음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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